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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판례
[노동]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 자체에 대한 예비적 공소사실로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본 사례
2026.04.22
[대상판결 : 수원고등법원 2026. 4. 22. 선고 2025노1502 판결
1)
]
1. 사안의 개요
피고인 A는 H 주식회사(리튬 1차전지 제조ㆍ판매)의 대표이사로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총괄책임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자이고, 피고인 B는 H의 일상적 경영ㆍ안전보건 업무를 사실상 총괄해 온 자로서 안전보건업무책임자에 해당하는지가 함께 다투어진 자입니다. H는 2024. 6. 24. 10:30경 생산동 3동에서 리튬 1차전지의 연쇄 폭발ㆍ화재가 발생하여, H 소속 근로자 3명 및 J(파견사업주) 소속 파견근로자 20명 등 총 23명의 종사자가 사망하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였습니다.
검사는 피고인 A, H 주식회사에 대하여 ① 비상구ㆍ비상통로 설치ㆍ유지 관련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주위적 공소사실)으로 기소하였고, 원심은 이를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 A에게 징역 15년, 피고인 H 주식회사에 벌금 8억 원을 선고하였습니다. 검사는 항소심에서 비상구ㆍ비상통로 관련 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화재ㆍ폭발 위험에 대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ㆍ이행 의무 자체를 위반한 결과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였다는 취지의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였습니다.
2. 원심 및 항소심의 판단 요지
항소심은 ① 주위적 공소사실(비상구ㆍ비상통로 유지 관련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② 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화재ㆍ폭발 위험 대비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ㆍ이행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를 인정하여, 원심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피고인 A에게 징역 4년, 피고인 H 주식회사에 벌금 8억 원을 선고하였습니다.
가. 주위적 공소사실(비상구ㆍ비상통로 유지 의무 위반) - 항소심에서 무죄 판단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8조가 의미하는 ‘비상통로’의 개념 및 설치기준을 확정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이상,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공장 3동 2층에 비상통로를 마련하여 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지할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 설령 그러한 의무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샌드위치 판넬ㆍ파티션 설치 등에도 불구하고 안전보건규칙이 정한 비상구 설치 기준(가로 75cm 이상, 세로 150cm 이상)보다 넓은 통로가 확보되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비상통로 유지 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 예비적 공소사실(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ㆍ이행 의무 위반) - 항소심에서 일부 유죄 판단
리튬 1차전지의 폭발ㆍ화재 위험성은 이 사건 화재 발생 전부터 사고 사례, 안전협회의 위험성 지적, 카카오톡 등을 통한 화재 사례 공유 등을 통해 충분히 인식 가능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 A는 H의 경영책임자로서 ① 안전ㆍ보건 목표ㆍ경영방침 미설정, ② 유해ㆍ위험요인 확인ㆍ개선 절차 미마련, ③ 재해 예방을 위한 예산 미편성, ④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의 업무수행 평가기준 미마련, ⑤ 중대산업재해 발생ㆍ급박한 위험에 대비한 대피ㆍ대응 매뉴얼 미마련 등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1항 제1호상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한 결과 23명의 종사자가 사망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였다.
다. 경영책임자의 신분(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 가목
2)
)의 해석
쟁점 조항이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사업총괄책임자)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안전보건업무책임자)”이라고 정한 것과 관련하여, ‘또는’이 반드시 선택적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
즉, 회사에서 대표이사와 별도로 안전보건업무책임자가 선임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사업을 총괄하는 대표이사가 면책되지는 않으며, 구체적 사건에서 ①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안전보건업무책임자에게 형식적ㆍ실질적으로 모두 위임되었는지, ② 그로 인해 사업총괄책임자가 여기에 실질적으로 관여하거나 다른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구조였는지 등을 살펴 사업총괄책임자의 면책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 A는 K의 자금ㆍ인사ㆍ수주 업무 등에 직접 관여하고, 주간업무보고ㆍ카카오톡 등을 통해 주요사항을 보고받아 구체적 업무지시를 내리는 등 일상적인 업무를 피고인 B에게 위임하면서도 K의 경영 전반에 대한 최종적 의사결정 권한을 유지하였으므로, 명목상 대표이사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고 사업총괄책임자로서 ‘경영책임자등’에 해당한다. 반면 피고인 B는 안전ㆍ보건 업무에 관하여도 모든 주요 사항을 피고인 A에게 보고하고 그 사후적ㆍ묵시적 승인을 받는 방식으로 처리하였으므로, 피고인 A를 면책시킬 정도로 피고인 A에 준하여 최종적인 결정권한을 가진 안전보건업무책임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23명의 종사자가 사망한 대형 중대산업재해 사건에서 사업총괄책임자인 대표이사와 안전보건업무책임자의 책임 관계를 정면으로 다룬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 특히 ①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 가목의 ‘또는’이 반드시 선택적 의미가 아니라는 점, ② 대표이사와 별도로 안전보건업무책임자가 선임되어 있더라도 사업총괄책임자인 대표이사가 일률적으로 면책되지 않는다는 점, ③ 대표이사 면책 여부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ㆍ이행에 관한 권한이 형식ㆍ실질 모두 안전보건업무책임자에게 위임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였다는 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성 판단에 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다만 항소심은 원심이 인정한 주위적 공소사실(비상구ㆍ비상통로 유지 의무 위반)에 대하여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상 ‘비상통로’의 개념ㆍ설치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형사처벌의 전제가 되는 안전보건 관련 법규의 명확성이 엄격하게 요구된다는 점을 확인하는 한편, 대신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ㆍ이행 의무 자체에 대한 위반(예비적 공소사실)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의 성립을 인정함으로써, 구체적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 아니라 안전보건관리체계 자체의 부재나 미비로도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이 성립할 수 있음을 명확히 판시하였습니다. 이러한 법리는 향후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의 수사 실무 및 대응 전략에 모두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항소심은 원심의 양형(피고인 A 징역 15년)이 유사 사건과 비교하여 과중하다고 판단하여 징역 4년으로 대폭 감형하였습니다. 이는 23명 사망이라는 결과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주위적 공소사실 부분이 무죄로 판단되어 유죄 인정 범위가 축소되고,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의 법정형(1년 이상의 징역) 및 경합범 가중 등을 고려한 결과로 보입니다.
1)
대상판결의 원심: 수원지방법원 2025. 9. 23. 선고 2024고합833, 2025고합24(병합), 529(병합) 판결
2)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9. “경영책임자등”이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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