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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법률정보|칼럼
[노동] 임금인상 소급분의 통상임금 해당성
2021.10.26
1. 들어가며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은,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 여부는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ㆍ일률적ㆍ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인지를 기준으로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그중 ‘고정성’ 요건에 관하여,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고정성을 갖춘 임금은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된 임금이므로, 그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제공하더라도 추가적인 조건을 충족하여야 지급되는 임금이나 그 조건 충족 여부에 따라 지급액이 변동되는 임금 부분은 고정성을 갖춘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판례는 일정한 근무일수를 충족하여야 지급되는 임금 등에 대하여 고정성을 결여를 이유로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임금협상 타결 이후 임금협상에서 정한 임금인상율을 소급 적용하여 재직중인 근로자들에게 일시금으로 지급한 임금인상 소급분이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고정성을 가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잇따라 선고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7다56226 판결, 대법원 2021. 8. 26. 선고 2017다269145 판결,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1다219260 판결).  아래에서는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7다56226 판결(이하 ‘이 사건 판결’)을 중심으로, 이러한 대법원 판결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2. 이 사건 판결의 내용

가. 사안의 개요


A회사는 노동조합과 사이에 매년 7~9월 임금협상을 하면서 기본급 등에 관한 임금인상 합의가 4월 1일을 지나서 이루어지는 경우 인상된 기본급을 4월 1일(소급기준일)로 소급하여 적용하기로 약정해 왔습니다.  A회사는 매년 위 합의에 따라 소급기준일부터 합의가 이루어진 때까지 소정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들에게 그 기간에 해당하는 임금인상분(이하 ‘임금인상 소급분’)을 임금협상 타결 이후의 급여 지급일에 일괄 지급하여 왔는데, 임금협상 타결 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는 이러한 임금인상 소급분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A회사의 전ㆍ현직 근로자들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면서 정기상여금을 포함하여 재산정한 통상임금을 기초로 초과근로수당 및 퇴직금 차액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위와 같이 지급된 임금인상 소급분을 통상임금 산정시 공제하여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나. 원심(부산고등법원 2017. 11. 15. 선고 2015나5422 판결)의 판단1)

원심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위와 같이 지급된 임금인상 소급분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공제하고 통상임금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심은 임금인상 소급분은 ① 노사 간에 '임금을 인상하고 인상된 임금을 소급하여 적용한다'라는 사후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에만 그 지급 여부가 결정되는 점, ② 노사가 사후에 임금 인상액을 정하기 전에는 그 최소한의 금원도 확정되어 있지 않은 점, ③ 임금협상이 체결될 당시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는 점 등을 이유로 근로자가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를 하기 전에 지급 여부와 지급액이 확정되었다고 볼 수 없는 바,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심의 판단을 뒤집고 임금인상 소급분 역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i. 근로자와 사용자가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하여 그에 대한 대가로 정한 이상 그것이 단체협상의 지연이라는 우연한 사정으로 인해 소급 적용되었다 하여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임금인상 소급분은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한 근로나 통상 근로 이상의 근로에 대하여 또는 소정근로와 무관하게 지급된 것이 아니라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하여 그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ii.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 여부는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는바, 임금인상 소급분이라고 하더라도 단체협약 등에서 이를 기본급, 정기상여금과 같이 법정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임금으로 정하였다면 그 성질은 원래의 임금과 동일하다.

iii. 통상임금은 연장ㆍ야간ㆍ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등을 산정하는 기준임금으로 기능하는 것인데, 임금인상 소급분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경우 소정근로에 대한 임금보다 연장근로에 대한 임금이 오히려 더 적게 되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iv. 이 사건 노사합의는 소정근로에 대한 추가적인 가치 평가 시점만을 부득이 근로의 제공 이후로 미룬 것으로, 그에 의한 이 사건 임금인상 소급분은 근로자가 업적이나 성과의 달성 등 추가 조건을 충족해야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소정근로의 제공에 대한 보상으로 당연히 지급될 성질의 것이므로 고정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v. 임금인상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에 퇴직한 근로자들에게는 임금인상 소급분을 지급하지 않았으나, 이는 임금 등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기준을 소급적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의 효력이 단체협약 체결 이전에 이미 퇴직한 근로자에게 미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결과에 불과하므로, 소정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들에게 그에 대한 보상으로 당연히 지급되는 이 사건 임금인상 소급분의 성질을 달리 볼 사유가 될 수 없다.

라. 동일한 취지의 대법원 판결

대법원 2021. 8. 26. 선고 2017다269145 판결 및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1다219260 판결 역시 이 사건 판결과 동일한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3. 마치며

위와 같이 대법원은 ‘임금협상이 타결되면 임금이 인상되고, 그에 따라 임금인상 소급분이 지급될 수 있다’라는 기대가 있었을 뿐, 사전에 그 지급여부나 액수까지 정해지지는 않았던 임금인상 소급분에 대해서도 통상임금의 ‘고정성’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종전 대법원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과 비교할 때, 통상임금을 판단하는 조건 중 하나인 ‘고정성’을 넓게 인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은 판시 내용이 종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명시하였던 고정성 요건에 관한 새로운 법리로서 확고하게 자리잡을 것인지는 향후 판결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편, 이 사건 판결에서는 임금인상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에 퇴직한 근로자들에게는 임금인상 소급분을 지급하지 않았던 사정이 있음에도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는 ‘비록 임금인상 소급분이 퇴직자에게 지급되지 않았으나, 이는 단체협약의 효력 범위에 따른 당연한 결과일 뿐이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고정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한 것일 뿐, 이를 들어 대법원이 “재직자 조건”에 대한 종전의 태도, 즉 ‘재직자 조건이 부가된 임금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변경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 판결은 임금인상 소급분도 통상임금의 범위에 포함하여 통상임금을 산정하라는 취지일 뿐 단체협약의 효력범위에 대한 기존 판례 법리를 변경한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임금인상 합의 전에 퇴직하여 임금인상 소급분을 지급받지 못한 근로자들에게도 임금인상 소급분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1) 제1심(부산지방법원 2015.11.5. 2013가합11648)에서는 임금인상 소급분의 통상임금 해당여부가 쟁점이 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