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현재 국내에는 많은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노후 불량건축물 등에 관하여 다양한 형태로 재개발, 재건축 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양한 많은 사람들(조합원 등)이 자신이 거주하거나 소유한 곳에서 추진되는 조합의 업무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고 있어 본인들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조합의 업무가 집행되거나, 당초부터 본인들이 재개발 등에 반대를 하는 입장인 경우, 재개발 등을 반대하는 경우가 상당수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향의 대표적인 예로 조합설립이 무효라는 이유로 조합설립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며, 일부 사안의 경우 조합원들이 직접 조합해산청구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재개발 등 사업이 추진되게 되면 공동주택에 관한 설계, 이주비용, 영업손실보상금 등 다양한 형태로 비용(이하 ‘
매몰비용’)이 발생하게 되며, 조합자체는 이러한 비용을 지급할 여력이 안되기 때문에 이러한 비용은 통상적으로 건설사로부터 대여금 형식을 통해 조달하게 됩니다. 그런데 위와 같이 조합이 해산되게 되는 경우 조합에서 조달한 비용을 조합원에게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관하여 살펴보도록 합니다.
2. 조합이 조합원에게 매몰비용의 분담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가. 정비사업비의 부담주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
도시정비법’) 제92조 제1항에서는 ‘정비사업비는 이법 또는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업시행자가 부담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며, 같은 법 제2조 제8호에서 “‘사업시행자’란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자”를 말하며, 같은 법 제25조에서 재개발사업은 “‘조합’이 시행하거나 조합원의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 시장ㆍ군수등, 토지주택공사등, 건설업자, 등록사업자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춘자와 공동으로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도시정비법 제38조에서 ‘조합은 법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정비사업비의 부담 주체는 법인인 조합이라고 할 것입니다.
나. 조합이 조합정관에 근거하여 매몰비용의 분담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조합이 조합정관에 근거하여 매몰비용의 분담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조합의 정관을 엄격히 해석하여 조합의 조합원에 대한 매몰비용 분담 청구를 부인하였습니다(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7다201361 판결).
위 사안은 ‘조합(원고)이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로 해산신청되어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된 사안에서 조합은 조합원들(피고)에게 아래와 같은 정관 조항에 의하여 분담금의 지급’을 구하였습니다.
제10조(조합원의 권리ㆍ의무)
① 조합원은 다음 각 호의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
6. 정비사업비, 청산금, 부과금과 이에 대한 연체료 및 지연손실금(이주지연, 계약지연, 조합원 분쟁으로 인한 지연 등을 포함함) 등의 비용납부의무
제34조(정비사업비의 부과 및 징수)
① 조합은 사업시행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하여 조합원에게 공사비 등 주택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이하 “정비사업비”라 한다)을 부과ㆍ징수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정비사업비는 총회의결을 거쳐 부과할 수 있으며, 추후 사업시행구역 안의 토지 및 건축물 등의 위치편적ㆍ이용상황ㆍ환경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공평하게 금액을 조정하여야 한다.
제63조(채무변제 및 잔여재산의 처분)
청산 종결 후 조합의 채무 및 잔여재산이 있을 때에는 해산 당시의 조합원에게 분양받은 토지 또는 건축물의 부담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형평이 유지되도록 공정하게 배분하여야 한다.
원고(조합)의 청구에 대하여 1심 법원은 ▲ 조합정관 제63조는 원고 조합이 건축물 준공 인가를 받아 정비사업을 완료하고 결의로 해산하는 경우에 청산에 관한 규정이므로 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안에서 이를 근거로 청산금의 지급을 구할 수 없고, ▲ 조합정관 제10조에서 정하는 조합원의 청산금 부담의무의 ‘청산금’도 도시정비법 제89조 제1항에 비추어 ‘대지 또는 건축물을 분양받은 자가 종전에 소유하고 있던 토지 또는 건축물의 가격과 분양받은 대지 또는 건축물의 가격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경우 그 차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의미하여 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안에서 이를 근거로 청산금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6. 7. 7. 선고 2015가단109678 판결).
이러한 1심 법원의 판단에 관하여, 2심 법원도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면서, 조합정관이나 조합원총회의 결의 또는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약정으로 미리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재개발조합이 정비사업 완료 전 인가 취소로 해산한 경우 조합원들에게 잔존 채무에 대한 청산금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16. 12. 22. 선고 2016나58782 판결).
대법원은 당사자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면서, 조합정관 제63조, 제10조는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된 경우 조합원들에게 조합의 잔존채무를 부담하게 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고, 원고 조합의 설립인가가 취소된 이상 정관 제34조에 기해 정비사업비를 부과ㆍ징수할 수도 없다는 이유로 원고 조합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원심판단 및 대법원 판결에 비추어 보면,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된 경우 조합이 조합정관에 근거하여 조합원에게 매몰비용 분담금의 지급을 구하기 위하여는
조합정관에 조합설립인가 취소 시 조합원의 매몰비용 부담에 관한 발생 근거, 부담 기준, 범위 등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이어야 청구가 가능하다고 할 것이며, 그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매몰비용은 오로지 조합이 부담하여야 한다고 할 것입니다.
1)
다. 조합원에게 비용을 분담시키기 위한 조합원 총회 결의의 요건
위에서 말씀드린 내용과 같이 조합원에게 비용을 매몰비용을 분담시키기 위한 조합원 총회의 결의를 할 경우, 어떠한 요건이 필요한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도시정비법 제92조 제1항에서 정비사업비는 사업시행자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같은 법 제93조 제1항에서는 “사업시행자는 토지등소유자로부터 제92조 제1항에 따른 비용과 정비사업의 시행과정에서 발생한 수입의 차액을 부과금으로 부과ㆍ징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같은 법 제45조(총회의 의결)에서는 조합의 총회의 의결사항을 정하고 있으며, 제1항 제12호에서 ‘제93조에 따른 비용의 금액 및 징수방법’에 관하여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위 규정은 정관 기타 규약에 따라
조합원총회 등에서 조합의 자산과 부채를 정산하여 조합원들이 납부하여야 할 금액을 결정하고 이를 조합원에게 분담시키는 결의를 하였을 때 비로소 확정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므로(대법원 1998. 10. 27. 선고 98다18414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조합원 총회 결의가 존재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조합이 도시정비법 제93조 제1항(구 도시정비법 제61조 제1항)을 근거로 조합원에게 분담금의 지급을 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하급심 판결에서도 같은 이유로 조합원에 대한 조합의 분담금지급을 청구한 사례에서 기각한 바 있습니다(부산지방법원 2019. 12. 12. 선고 2017가합43834 판결
2)).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에서 ‘제61조의 규정에 의한 비용의 금액 및 징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에서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한 취지는 조합원들의 권리ㆍ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하여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 보장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다105112 판결, 대법원 2013. 10. 17. 선고 2012다57125 판결 등 참조) 등에 비추어 볼 때, ‘도시정비법 제61조의 규정에 의한 비용의 금액 및 징수방법’에 관한 총회의 결의라 함은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구체적인 부과금의 액수 및 징수방법에 관한 결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또한 원고 정관 제21조에 의하면 부과금의 금액 및 징수방법과 정비사업비의 조합원별 분담내역을 모두 총회의 의결을 거쳐 결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조합이 부담하는 채무를 그 조합원들에게 분담시키는 부담금채무는 정관 기타 규약에 따라 조합원총회 등에서 조합의 자산과 부채를 정산하여 조합원들이 납부하여야 할 금액을 결정하고 이를 조합원에게 분담시키는 결의를 하였을 때 비로소 확정적으로 발생한다고 할 것(대법원 1998. 10. 27. 선고 98다18414 판결 등 참조)이다.
이러한 대법원 및 하급심 판결에 비추어 볼 때, 도시정비법에 따라 조합원총회의 결의로 조합원이 매몰비용을 분담한다고 정하고 있고,
정관 기타 규약에 따라 조합원총회 등에서 조합의 자산과 부채를 정산하여 조합원들이 납부하여야 할 금액을 결정하고 이를 조합원에게 분담시키는 구체적인 결의를 하였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만 조합원에게 위 분담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매몰비용은 오로지 조합이 부담하여야 하며, 조합원에게 청구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3. 나가며
결론적으로 조합이 해산절차에 들어가게 되는 경우 조합원들이 조합이 체결한 계약 등으로 인한 비용을 지급할 책임을 부담하지는 않게 될 것입니다. 이로 인하여 조합과 계약을 체결한 설계사 등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합과 계약을 체결하는 업체의 경우 이러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조합임원들에게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하는 방안, 조합결의를 통해 매몰비용을 조합원들이 부담하도록 하는 방법, 같은 구역에서 새로 설립하는 조합과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 등의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