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계약이 만료되더라도,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고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계약갱신을 거절하는 경우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습니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대법원은 동일한 법리를 기간제 근로자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 이른바 정규직 전환기대권에 대해서도 적용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두45765 판결).
아래에서는 정규직 전환기대권에 관한 판례를 바탕으로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요소를 분석하여, 인력채용 및 운용 과정에서 참고할 사항들을 실무적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2. 갱신기대권과 정규직 전환기대권의 관계
갱신기대권은 기간제 근로자가 동일한 조건으로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를 갖는 경우에 인정될 수 있고, 정규직 전환기대권은 기간제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를 갖는 경우에 인정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법원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권리에 대해 기대권 인정 여부 및 거절의 합리적 이유에 대해 판단하는 동일한 법적 구조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개념상 양자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갱신기대권의 경우 계약 기간의 연장이 문제이나, 정규직 전환기대권의 경우 고용형태 자체가 변경되는 것인 만큼, 사용자에게 보다 넓은 재량이 인정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정규직 전환의 경우 계약 갱신과 비교하였을 때 사용자에게 더 많은 재량이 있다’는 취지로 설시한 하급심 판결례를 다수 확인할 수 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5. 1. 16. 선고 2023구합72066 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1. 12. 선고 2023구합50592 판결, 서울행정법원 2022. 12. 9. 선고 2021구합89879 판결 등).
그러나 구체적인 판례들을 살펴보면, 법원이 정규직 전환기대권이 문제되는 사안에서 사용자의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는지가 분명하지는 않습니다. 즉 갱신기대권 사안과 유사한 기준이 적용되는 측면이 있으며, 더 나아가 전환심사의 절차적 적정성과 평가기준의 객관성을 엄격히 심사하기도 합니다.
3. 정규직 전환기대권의 구체적인 판단기준
아래에서는 법원이 정규직 전환 거절을 부당해고로 판단한 사례
1) 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 채용공고 및 내부규정상 전환 관련 문구의 존재
채용 과정이나 내부규정에서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안내한 사실이 전환기대권 인정의 직접적인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채용공고에 ‘정규직 채용률 90% 이상’이라는 문구가 기재되고 근로계약서에 정규직 전환에 관한 조항이 포함된 경우(서울행정법원 2021구합89879 판결), 사내 게시판에 해당 업무가 정규직 전환대상이라는 질의응답이 게시된 경우(서울행정법원 2020구합50638 판결), 운영지침에 정규직 전환 관련 규정이 존재하는 경우(서울행정법원 2023구합50592 판결) 등을 전환기대권 인정의 주요 근거로 삼았습니다. 반면 채용공고에 ‘계약연장 가능’이라는 문구만 존재하고 정규직 전환에 관한 언급이 없었던 경우에는 전환기대권을 부정하기도 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1. 3. 18. 선고 2020구합55879 판결).
나. 업무의 상시성 및 계속성
기간제 근로자가 담당한 업무가 회사의 사업에 상시적이고 계속적으로 필요한 경우, 법원은 이를 전환기대권 인정의 중요한 근거로 보고 있습니다. 법원은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가 회사 사업에 상시적ㆍ계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전환기대권 인정의 근거 중 하나로 삼았으며(서울행정법원 2020구합50638 판결, 서울행정법원 2021구합90169 판결), 사용자가 전환거절의 이유로 ‘업무 수요 감소’를 주장하였으나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의 인력수요가 급감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며 사용자의 주장을 배척하기도 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0구합50638 판결).
다. 정규직 전환비율
동종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제 근로자 중에서 실제로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이 높을수록, 전환기대권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원은 ‘실제 인턴사원 중 95% 이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던 점’(서울행정법원 2021구합89879 판결), ‘실제 계약직 근로자 중 대부분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점’(서울행정법원 2023구합50592 판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기간제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던 점’(서울행정법원 2021구합90169 판결) 등을 주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법원은 특정한 전환 비율을 기준으로 정하기보다는 그러한 ‘전환이 일반적 관행이었는지’라는 실질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전환 비율이 높지 않더라도 통상적으로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져 왔다면 전환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법원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관제센터에서 1년씩 총 2년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스마트 시스템 도입으로 해당 업무 수요가 실질적으로 감소한 점’, ‘과거 정규직 전환 사례 자체가 존재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전환기대권을 부정하기도 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1. 3. 18. 선고 2020구합55879 판결).
라. 전환심사 절차의 적정성
법원은 정규직 전환거절의 합리적 이유 존부를 판단함에 있어 전환심사의 절차적 적정성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 유형 |
구체적인 판단 |
| 평가기준 미공지 |
전환 평가기준을 사전에 공지하거나 이에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지 않음
(서울행정법원 2023구합50592 판결) |
| 전환심사 기회 미부여 |
근로자에게 전환심사 기회를 부여하지 않음
(서울행정법원 2020구합50638 판결) |
| 내부절차 위반 |
내부지침상 중간평가, 최종평가 후 면담 실시 규정이 있음에도 이를 위반함
(서울행정법원 2021구합89879 판결) |
| 전환거절 사유 미고지 |
정규직 전환거절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고,
전환심사 절차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임(서울행정법원 2021구합90169 판결) |
마. 평가기준의 객관성
전환심사를 실시하였더라도, 그 평가기준과 방법이 객관적이지 않다면 합리적 이유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연구업무의 특성상 평가요소를 계량화할 수 있음에도 ‘신속성’, ‘성실성’ 등 정성적 평가만으로 전환을 거절한 것은 부당하다고 보았고(서울행정법원 2023구합50592 판결), 인턴 특성상 일부 업무상 실수를 중대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보면서 복무규율 위반을 전환거절 사유로 주장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경우에도 합리적 이유를 부정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1구합89879 판결). 그 외에도 근무태도 불량이라는 취지의 사실확인서가 주관적 의견에 불과하다고 판시하거나(서울행정법원 2021구합90169 판결). 평가자 2인의 의견이 상반됨에도 1인이 미흡하다고 평가하면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구조에 대해, 법원은 ‘사실상 1인에 의해 전환이 결정되는 구조’라고 보아 합리적 이유를 부정한 사례가 확인됩니다(서울행정법원 2023구합50592 판결).
반면, 법원은 회사가 평가항목을 10개로 세분화하고 각 항목별 세부지표를 마련하였으며 7명 이상의 평가점수를 종합하여 정규직 전환을 심사한 사안에서는 합리적 이유를 인정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5. 4. 10. 선고 2023구합86393 판결)
4. 실무적 시사점
이상의 내용을 토대로, 기간제 근로자의 채용 및 인력운용 과정에서 참고할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 채용공고 및 근로계약서 문구
채용공고에 ‘정규직 전환 가능’, ‘정규직 채용률 OO% 이상’ 등의 문구를 기재하면, 전환기대권 형성의 주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용자가 정규직 전환을 확정적으로 보장할 의사가 없다면, 채용공고 및 근로계약서에 ‘계약기간 종료 시 근로관계가 종료된다’는 점을 명확히 기재해서 안내하고, 전환 가능성에 관한 표현을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비율이 높거나 업무가 상시적인 경우 등에는 전환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나. 전환심사 절차 마련 및 준수
전환심사 절차의 부재 또는 미준수가 합리적 이유 부정의 핵심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가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심사 제도를 운영하는 경우,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평가기준을 근로계약 체결 시 또는 평가 시행 전에 근로자에게 고지
- 중간평가 등을 통해 근로자에게 부족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
- 전환거절 시 그 사유를 근로자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소명 기회를 부여
- 내부규정에서 정한 절차(면담, 평가 회차 등) 준수
다. 평가제도 설계
전환심사의 실체적 측면에서도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준수하는 경우 평가의 객관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 평가항목 세분화 및 각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지표 마련
- 정성적 평가보다 정량적(계량화 가능한) 평가요소 비중 확대
- 복수의 평가자가 참여하되, 1인의 평가가 결과를 좌우하는 구조는 지양
- 평가결과 및 판단 근거(업무성과 데이터, 교육이수 실적 등)를 문서화
라. 기록관리
법원은 전환거절 사유(합리적 이유의 존부)에 관한 입증책임을 사용자에게 부과하고 있으므로, 평가 과정에서의 기록관리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근무태도 불량이나 복무규율 위반 등을 전환거절 사유로 주장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경위서, 시정요구 기록, 교육훈련 이력 등)가 없다면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평가 전 과정을 문서화하고 근로자와의 면담 내용, 개선 요구 사항, 이에 대한 근로자의 조치 등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