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은 쟁의행위 시 사용자로 하여금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이하 ‘대체근로금지 조항’). 우리나라 노동관계법은 그 적용대상 내지 단위로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는 용어를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관계법은 ‘사업’ 내지 ‘사업장’의 의미에 대한 별도의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업 또는 사업장’을 적용단위로 하는 조항은 그 해석을 둘러싼 다툼이 빈번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대체근로금지 조항에서 ‘당해 사업’의 의미를 두고 하급심 판결례들의 결론이 엇갈려 주목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하에서는 대체근로금지 조항을 중심으로 ‘당해 사업’의 해석에 관한 하급심 판결례들의 입장과 구체적인 해석론에 대해 정리하겠습니다.1)
2. ‘사업’의 의미에 관한 기존 대법원 판결 및 행정해석
근로기준법 및 노동조합법은 ‘사업’의 개념을 달리 정의하고 있지 않습니다. ‘사업’이라 함은 개인사업체 또는 독립된 법인격을 갖춘 회사 등과 같이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계속적ㆍ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전체로서의 독립성을 갖춘 하나의 기업체조직을 뜻한다고 판례상 일반적으로 해석되는바2)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3)
‘사업’의 판단 기준에 관하여는 근로기준법상 ‘사업’의 의미에 관한 판결들이 여럿 존재합니다. 대법원은 구 근로기준법(1980. 12. 31. 법률 제3349호로 개정된 것) 제28조 제2항의 입법취지와 관련하여 하나의 사업 내에서 직종, 직위, 업종별로 서로 다른 퇴직금제도를 두어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하나의 퇴직금제도를 적용하게 하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여기에서 말하는 ‘사업’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는 기업체 그 자체를 의미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1993. 10. 12. 선고 93다18365 판결, 대법원 1993. 2. 9. 선고 91다21381 판결). 다만, 사업을 기업체와 달리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한 경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외 대법원 판결에서 ‘하나의 사업’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로는 방송국 내의 방송업무부문과 시청료 징수업무부문이 하나의 사업이라는 것(대법원 1993. 2. 9. 선고 91다21381 판결), 서울 본사와 부산 공장이 하나의 사업이라는 것(대법원 1993. 10. 12. 선고 93다18365 판결), 국내 사업과 리비아 건설 현장이 하나의 사업이라는 것(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24511 판결), 학교법인 산하의 대학교와 그 부속 의료원, 대학병원은 모두 하나의 사업이라는 것(대법원 1999. 8. 20. 선고 98다765 판결), 본사와 차고지는 하나의 사업이라는 것(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두5176 판결) 등이 있습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대체근로금지 조항에서 ‘당해 사업’ 여부는 장소적 관념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일괄된 공정 하에 통일적으로 업무가 수행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4) 구체적으로, 법인체를 달리한다면 원칙적으로 경영주체가 다르므로 각각의 사업으로 보며 이때 다른 법인체 소속 근로자를 통한 대체근로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실질적인 사장이 동일하더라도 법인의 존재가 형식적ㆍ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고 법인격이 부인되어 그 실체성을 전혀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각각 별개의 사업으로 보아 법인 간 대체근로 투입이 어렵다고 하였습니다.5)
3. ‘사업’의 해석에 관하여 엇갈리는 하급심 판결들
가. 관련 하급심 판결례
대리점 택배기사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각 대리점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다 파업에 돌입하여 택배회사(씨제이대한통운)가 직접 고용하고 있는 택배기사들(이하 ‘직고용 택배기사’)로 하여금 일부 배송을 하도록 하였는데, 이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직고용 택배기사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택배회사의 관리ㆍ지배 하에 있는 택배 터미널에서 택배회사의 택배 운송업무를 방해하거나, 기타 상해나 폭행ㆍ공동폭행 등의 행위를 하여 업무방해, 상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등으로 기소된 형사 사안에서 하급심 법원별로 ‘사업’의 의미를 다르게 판단하여 이목이 집중되었습니다.
나. ‘사업’의 의미를 넓게 해석하는 판결들
관련 형사사건인 대구지방법원 2021. 8. 11. 선고 2020노820 판결, 부산지방법원 2022. 11. 24. 선고 2020노3003 판결,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20. 10. 15. 선고 2019고단589 판결, 울산지방법원 2020. 12. 16. 선고 2018고단3498ㆍ2019고단2055ㆍ2020고단2840(병합) 판결(이하 사건번호로 약칭6)) 및 씨제이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건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 21. 선고 2018가합582246 판결7)은 ‘사업’의 의미를 비교적 넓게 해석하였습니다.
대표적으로, 울산지방법원 2018고단3498 등 판결은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에서는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와 ‘당해 사업’을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고, 사전적으로도 ‘업무’와 ‘사업’의 의미는 엄연히 구별되어 있는 점, ‘사업’이라 함은 개인사업체 또는 독립된 법인격을 갖춘 회사 등과 같이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계속적, 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전체로서의 독립성을 갖춘 하나의 기업체조직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 점8) 등을 고려하여 택배회사가 각 지역별로 사업장(집배점)을 두고 각 지역의 택배화물 운송업무를 영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경영주체가 동일한 법인격체인 이상 그 전체를 ‘하나의 사업’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와는 달리 ‘당해 사업’의 의미를 피고인들이 쟁의행위를 하는 개별 지역의 택배 업무를 담당하는 사업장 즉, 대리점으로 국한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와 ‘당해 사업’의 의미가 동일하거나 유사해져 규정의 취지가 몰각되고 만다고 보았습니다. 부산지방법원 2020노3003 판결은 울산지방법원 2018고단3498 등 판결의 취지에 더하여,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이 정한 ‘당해 사업’의 의미를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에 가깝게 축소하여 해석하면 그만큼 처벌의 범위가 늘어나게 되는바 위와 같은 축소 해석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하는 점 등을 바탕으로 ‘사업’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고 택배회사의 직고용 택배기사들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 ‘사업’의 의미를 좁게 해석하는 판결들
한편, 위 택배회사 관련 형사사건 중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0. 2. 12. 선고 2019고단579 판결 및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0. 9. 9. 선고 2019고정1106 판결은 ‘사업’의 의미를 좁게 해석하였습니다(참고로, 이 판결들의 ‘사업’에 관한 판단 부분 및 피고인들에 대한 유ㆍ무죄 판단은 항소심 판결에서 결론이 변경되었습니다.9), 이하 위 판결들은 사건번호로 약칭).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19고단579 판결은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의 문언이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라고 정하고 있는 점,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대체 근로를 제한한 취지 등을 고려하면 ‘당해 사업’의 범위 및 그와 관계가 있는지는 쟁의행위로 업무가 중단된 그 사업장을 기준으로 장소적 기준뿐만 아니라 업무나 노무 관리가 서로 일체로서 관리되고 있는지 등을 함께 고려하되, 결과적으로 대체 근로로 말미암아 파업 근로자들의 단체 행동권이 침해되거나 교섭상 불균형이 생기지 않도록 제한해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해당 택배회사와 같이 전국에 여러 지점을 두고 택배사업을 하는 대기업의 소속 인원과 차량의 규모를 고려할 때, ‘당해 사업’의 범위를 너무 넓게 해석할 경우, 피고인들의 단체행동권이나 교섭권은 형해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사업’의 범위를 상대적으로 좁게 해석하였습니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19고정1106 판결은 위 판결과 유사한 맥락에 더하여, ‘사업’을 기업체조직과 같이 해석할 경우 “사용자의 사업 규모가 클수록 대체인력 투입에 따른 부담은 더욱 적어지고 반대로 근로자들의 쟁의권이 형해화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되므로, 사용자의 대체고용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노동자의 쟁의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위 규정의 입법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당해 사업’의 범위는 근로자들의 쟁의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검토 및 결론
가. 사업, 사업장, 업무의 구분
우선 노동조합법상 사업, 사업장, 업무의 비교를 통해 ‘당해 사업’을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문언해석상 사업‘장’(事業場)이란 사업을 하는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사업은 사업장보다는 넓은 개념으로 해석됩니다. 그리고 노동조합법의 다른 조항들이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고 명시한 것과는 달리 대체근로금지 조항은 사업장을 제외하고 ‘당해 사업’이라고만 명시한 점이 특징적입니다. 이러한 문언을 고려하면 대체근로금지 조항의 ‘당해 사업’이란 장소적 의미를 주요하게 가지는 ‘사업장’과는 그 개념상 구분되고, ‘사업장’보다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다음으로 ‘사업’과 ‘업무’를 구분해 보면, 대구지방법원 2020노820 판결이 설시한 것과 같이 대체근로금지 조항은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와 ‘당해 사업’을 구분하고 있는데 ‘업무’의 부문ㆍ범위와 ‘당해 사업’을 동일하다고 해석할 경우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에 대해서는 사실상 채용ㆍ대체가 불가능하게 되어 법의 입법 취지가 몰각됩니다. 따라서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와 ‘당해 사업’의 범위는 구별되며, ‘당해 사업’의 범위는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단위를 포괄하는 더 넓은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에 더하여 구 노동쟁의조정법의 행정해석과 입법 연혁10)을 보더라도 ‘당해 사업’은 동일ㆍ유사한 세부 업무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넓은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됩니다.
나. 노동조합법의 취지를 고려한 해석
이에 더하여 노동조합법의 취지를 고려하여 해석할 필요도 있습니다. 참고 판결로, 대법원은 장소적으로 분리된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 별개의 독립된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서 별개의 산업재해보상보험 보험료율을 적용해야 하는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사업 또는 사업장의 의미에 관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취지를 고려하여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11) 앞서 정리한 것과 같이 노동조합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는 표현을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사업 또는 사업장’은 교섭창구 단일화의 단위(노동조합법 제29조의2)이자 노사 간 단체교섭을 하는 교섭단위(법 제29조의3)라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노동조합법이 헌법상 근로3권인 단결권ㆍ단체교섭권ㆍ단체행동권 실현을 구체화하기 위한 법이라는 입법 목적12)을 염두에 두었을 때, 노동조합법상 ‘사업’에 관하여 하나의 단체교섭 단위라는 점을 바탕으로 설명해 볼 여지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참고 사례로, 복수노조 도입이 처음 문제가 되었던 시기에 대법원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부칙(1997. 3. 13.) 제5조 제1항의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경우’는 그 입법 취지에 비추어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5361 판결). 이러한 사정을 참고하면 노동조합법상 ‘사업’의 의미에 관하여도 근로기준법상 ‘사업’의 의미와 유사하게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는 기업체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다. 결론
노동조합법에서 ‘사업’ 및 ‘사업장’은 여러 법 조항들의 적용 대상 내지 단위가 되는 중요한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그 정의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에서 실무상 혼란이 큽니다. 근로기준법상 사업 또는 사업장의 의미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참고하여 해석을 하는 경우가 많으나, 노동조합법상 사업 또는 사업장 개념은 노동조합법의 취지를 고려한 보다 엄밀한 해석이 요구됩니다. 장기적으로는 수규자들의 예측가능성 확보를 위해 대법원 판결 또는 입법을 통해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 글은 월간 노동법률 2024년 10월호에 게재된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1) 이 글은 장현진,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금지 제도에 관한 연구」,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박사학위논문, 2024, 97~107쪽의 내용을 발췌ㆍ재구성한 것입니다.
2) 대법원 1990. 3. 13. 선고 89다카24445 판결, 대법원 1992. 5. 12. 선고 90누9421 판결, 대법원 1993. 2. 9. 선고 91다21381 판결, 대법원 1993. 10. 12. 선고 93다18365 판결,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24511 판결, 대법원 1999. 8. 20. 선고 98다765 판결 등 참고
3) 사법연수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사법연수원 출판부, 2014, 303쪽
4) 고용노동부, 「집단적 노사관계 업무매뉴얼」, 고용노동부, 2022, 379쪽
5) 노사관계법제과-275, 2018. 1. 30.
6) 관련 사건들 중 아직 대법원 판결을 선고받은 사건은 없다. 관련 사건들은 대법원 계류 중이거나 추정 중입니다.
7) 확정되었습니다.
8) 대법원 1999. 8. 20. 선고 98다765 판결 등 참조. 울산지방법원은 대법원 1998. 8. 20. 선고 98다765 판결이 근로기준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의 퇴직금제도와 관련한 것이기는 하나 노동조합법에서도 그러한 해석을 따르지 아니하여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9)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19고단579 판결의 항소심으로 대구지방법원 2020노820 판결;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19고정1106 판결의 항소심으로 부산지방법원 2020노3003 판결
10) 세부 내용은 장현진,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금지 제도에 관한 연구」,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박사학위논문, 2024, 104~105쪽 참고
11)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두5176 판결
12) 노동조합법 제1조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은 쟁의행위 시 사용자로 하여금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이하 ‘대체근로금지 조항’). 우리나라 노동관계법은 그 적용대상 내지 단위로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는 용어를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관계법은 ‘사업’ 내지 ‘사업장’의 의미에 대한 별도의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업 또는 사업장’을 적용단위로 하는 조항은 그 해석을 둘러싼 다툼이 빈번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대체근로금지 조항에서 ‘당해 사업’의 의미를 두고 하급심 판결례들의 결론이 엇갈려 주목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하에서는 대체근로금지 조항을 중심으로 ‘당해 사업’의 해석에 관한 하급심 판결례들의 입장과 구체적인 해석론에 대해 정리하겠습니다.1)
2. ‘사업’의 의미에 관한 기존 대법원 판결 및 행정해석
근로기준법 및 노동조합법은 ‘사업’의 개념을 달리 정의하고 있지 않습니다. ‘사업’이라 함은 개인사업체 또는 독립된 법인격을 갖춘 회사 등과 같이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계속적ㆍ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전체로서의 독립성을 갖춘 하나의 기업체조직을 뜻한다고 판례상 일반적으로 해석되는바2)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3)
‘사업’의 판단 기준에 관하여는 근로기준법상 ‘사업’의 의미에 관한 판결들이 여럿 존재합니다. 대법원은 구 근로기준법(1980. 12. 31. 법률 제3349호로 개정된 것) 제28조 제2항의 입법취지와 관련하여 하나의 사업 내에서 직종, 직위, 업종별로 서로 다른 퇴직금제도를 두어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하나의 퇴직금제도를 적용하게 하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여기에서 말하는 ‘사업’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는 기업체 그 자체를 의미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1993. 10. 12. 선고 93다18365 판결, 대법원 1993. 2. 9. 선고 91다21381 판결). 다만, 사업을 기업체와 달리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한 경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외 대법원 판결에서 ‘하나의 사업’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로는 방송국 내의 방송업무부문과 시청료 징수업무부문이 하나의 사업이라는 것(대법원 1993. 2. 9. 선고 91다21381 판결), 서울 본사와 부산 공장이 하나의 사업이라는 것(대법원 1993. 10. 12. 선고 93다18365 판결), 국내 사업과 리비아 건설 현장이 하나의 사업이라는 것(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24511 판결), 학교법인 산하의 대학교와 그 부속 의료원, 대학병원은 모두 하나의 사업이라는 것(대법원 1999. 8. 20. 선고 98다765 판결), 본사와 차고지는 하나의 사업이라는 것(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두5176 판결) 등이 있습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대체근로금지 조항에서 ‘당해 사업’ 여부는 장소적 관념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일괄된 공정 하에 통일적으로 업무가 수행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4) 구체적으로, 법인체를 달리한다면 원칙적으로 경영주체가 다르므로 각각의 사업으로 보며 이때 다른 법인체 소속 근로자를 통한 대체근로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실질적인 사장이 동일하더라도 법인의 존재가 형식적ㆍ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고 법인격이 부인되어 그 실체성을 전혀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각각 별개의 사업으로 보아 법인 간 대체근로 투입이 어렵다고 하였습니다.5)
3. ‘사업’의 해석에 관하여 엇갈리는 하급심 판결들
가. 관련 하급심 판결례
대리점 택배기사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각 대리점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다 파업에 돌입하여 택배회사(씨제이대한통운)가 직접 고용하고 있는 택배기사들(이하 ‘직고용 택배기사’)로 하여금 일부 배송을 하도록 하였는데, 이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직고용 택배기사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택배회사의 관리ㆍ지배 하에 있는 택배 터미널에서 택배회사의 택배 운송업무를 방해하거나, 기타 상해나 폭행ㆍ공동폭행 등의 행위를 하여 업무방해, 상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등으로 기소된 형사 사안에서 하급심 법원별로 ‘사업’의 의미를 다르게 판단하여 이목이 집중되었습니다.
나. ‘사업’의 의미를 넓게 해석하는 판결들
관련 형사사건인 대구지방법원 2021. 8. 11. 선고 2020노820 판결, 부산지방법원 2022. 11. 24. 선고 2020노3003 판결,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20. 10. 15. 선고 2019고단589 판결, 울산지방법원 2020. 12. 16. 선고 2018고단3498ㆍ2019고단2055ㆍ2020고단2840(병합) 판결(이하 사건번호로 약칭6)) 및 씨제이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건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 21. 선고 2018가합582246 판결7)은 ‘사업’의 의미를 비교적 넓게 해석하였습니다.
대표적으로, 울산지방법원 2018고단3498 등 판결은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에서는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와 ‘당해 사업’을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고, 사전적으로도 ‘업무’와 ‘사업’의 의미는 엄연히 구별되어 있는 점, ‘사업’이라 함은 개인사업체 또는 독립된 법인격을 갖춘 회사 등과 같이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계속적, 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전체로서의 독립성을 갖춘 하나의 기업체조직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 점8) 등을 고려하여 택배회사가 각 지역별로 사업장(집배점)을 두고 각 지역의 택배화물 운송업무를 영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경영주체가 동일한 법인격체인 이상 그 전체를 ‘하나의 사업’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와는 달리 ‘당해 사업’의 의미를 피고인들이 쟁의행위를 하는 개별 지역의 택배 업무를 담당하는 사업장 즉, 대리점으로 국한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와 ‘당해 사업’의 의미가 동일하거나 유사해져 규정의 취지가 몰각되고 만다고 보았습니다. 부산지방법원 2020노3003 판결은 울산지방법원 2018고단3498 등 판결의 취지에 더하여,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이 정한 ‘당해 사업’의 의미를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에 가깝게 축소하여 해석하면 그만큼 처벌의 범위가 늘어나게 되는바 위와 같은 축소 해석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하는 점 등을 바탕으로 ‘사업’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고 택배회사의 직고용 택배기사들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 ‘사업’의 의미를 좁게 해석하는 판결들
한편, 위 택배회사 관련 형사사건 중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0. 2. 12. 선고 2019고단579 판결 및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0. 9. 9. 선고 2019고정1106 판결은 ‘사업’의 의미를 좁게 해석하였습니다(참고로, 이 판결들의 ‘사업’에 관한 판단 부분 및 피고인들에 대한 유ㆍ무죄 판단은 항소심 판결에서 결론이 변경되었습니다.9), 이하 위 판결들은 사건번호로 약칭).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19고단579 판결은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의 문언이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라고 정하고 있는 점,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대체 근로를 제한한 취지 등을 고려하면 ‘당해 사업’의 범위 및 그와 관계가 있는지는 쟁의행위로 업무가 중단된 그 사업장을 기준으로 장소적 기준뿐만 아니라 업무나 노무 관리가 서로 일체로서 관리되고 있는지 등을 함께 고려하되, 결과적으로 대체 근로로 말미암아 파업 근로자들의 단체 행동권이 침해되거나 교섭상 불균형이 생기지 않도록 제한해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해당 택배회사와 같이 전국에 여러 지점을 두고 택배사업을 하는 대기업의 소속 인원과 차량의 규모를 고려할 때, ‘당해 사업’의 범위를 너무 넓게 해석할 경우, 피고인들의 단체행동권이나 교섭권은 형해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사업’의 범위를 상대적으로 좁게 해석하였습니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19고정1106 판결은 위 판결과 유사한 맥락에 더하여, ‘사업’을 기업체조직과 같이 해석할 경우 “사용자의 사업 규모가 클수록 대체인력 투입에 따른 부담은 더욱 적어지고 반대로 근로자들의 쟁의권이 형해화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되므로, 사용자의 대체고용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노동자의 쟁의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위 규정의 입법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당해 사업’의 범위는 근로자들의 쟁의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검토 및 결론
가. 사업, 사업장, 업무의 구분
우선 노동조합법상 사업, 사업장, 업무의 비교를 통해 ‘당해 사업’을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문언해석상 사업‘장’(事業場)이란 사업을 하는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사업은 사업장보다는 넓은 개념으로 해석됩니다. 그리고 노동조합법의 다른 조항들이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고 명시한 것과는 달리 대체근로금지 조항은 사업장을 제외하고 ‘당해 사업’이라고만 명시한 점이 특징적입니다. 이러한 문언을 고려하면 대체근로금지 조항의 ‘당해 사업’이란 장소적 의미를 주요하게 가지는 ‘사업장’과는 그 개념상 구분되고, ‘사업장’보다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다음으로 ‘사업’과 ‘업무’를 구분해 보면, 대구지방법원 2020노820 판결이 설시한 것과 같이 대체근로금지 조항은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와 ‘당해 사업’을 구분하고 있는데 ‘업무’의 부문ㆍ범위와 ‘당해 사업’을 동일하다고 해석할 경우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에 대해서는 사실상 채용ㆍ대체가 불가능하게 되어 법의 입법 취지가 몰각됩니다. 따라서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와 ‘당해 사업’의 범위는 구별되며, ‘당해 사업’의 범위는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단위를 포괄하는 더 넓은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에 더하여 구 노동쟁의조정법의 행정해석과 입법 연혁10)을 보더라도 ‘당해 사업’은 동일ㆍ유사한 세부 업무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넓은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됩니다.
나. 노동조합법의 취지를 고려한 해석
이에 더하여 노동조합법의 취지를 고려하여 해석할 필요도 있습니다. 참고 판결로, 대법원은 장소적으로 분리된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 별개의 독립된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서 별개의 산업재해보상보험 보험료율을 적용해야 하는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사업 또는 사업장의 의미에 관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취지를 고려하여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11) 앞서 정리한 것과 같이 노동조합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는 표현을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사업 또는 사업장’은 교섭창구 단일화의 단위(노동조합법 제29조의2)이자 노사 간 단체교섭을 하는 교섭단위(법 제29조의3)라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노동조합법이 헌법상 근로3권인 단결권ㆍ단체교섭권ㆍ단체행동권 실현을 구체화하기 위한 법이라는 입법 목적12)을 염두에 두었을 때, 노동조합법상 ‘사업’에 관하여 하나의 단체교섭 단위라는 점을 바탕으로 설명해 볼 여지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참고 사례로, 복수노조 도입이 처음 문제가 되었던 시기에 대법원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부칙(1997. 3. 13.) 제5조 제1항의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경우’는 그 입법 취지에 비추어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5361 판결). 이러한 사정을 참고하면 노동조합법상 ‘사업’의 의미에 관하여도 근로기준법상 ‘사업’의 의미와 유사하게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는 기업체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다. 결론
노동조합법에서 ‘사업’ 및 ‘사업장’은 여러 법 조항들의 적용 대상 내지 단위가 되는 중요한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그 정의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에서 실무상 혼란이 큽니다. 근로기준법상 사업 또는 사업장의 의미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참고하여 해석을 하는 경우가 많으나, 노동조합법상 사업 또는 사업장 개념은 노동조합법의 취지를 고려한 보다 엄밀한 해석이 요구됩니다. 장기적으로는 수규자들의 예측가능성 확보를 위해 대법원 판결 또는 입법을 통해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 글은 월간 노동법률 2024년 10월호에 게재된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1) 이 글은 장현진,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금지 제도에 관한 연구」,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박사학위논문, 2024, 97~107쪽의 내용을 발췌ㆍ재구성한 것입니다.
2) 대법원 1990. 3. 13. 선고 89다카24445 판결, 대법원 1992. 5. 12. 선고 90누9421 판결, 대법원 1993. 2. 9. 선고 91다21381 판결, 대법원 1993. 10. 12. 선고 93다18365 판결,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24511 판결, 대법원 1999. 8. 20. 선고 98다765 판결 등 참고
3) 사법연수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사법연수원 출판부, 2014, 303쪽
4) 고용노동부, 「집단적 노사관계 업무매뉴얼」, 고용노동부, 2022, 379쪽
5) 노사관계법제과-275, 2018. 1. 30.
6) 관련 사건들 중 아직 대법원 판결을 선고받은 사건은 없다. 관련 사건들은 대법원 계류 중이거나 추정 중입니다.
7) 확정되었습니다.
8) 대법원 1999. 8. 20. 선고 98다765 판결 등 참조. 울산지방법원은 대법원 1998. 8. 20. 선고 98다765 판결이 근로기준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의 퇴직금제도와 관련한 것이기는 하나 노동조합법에서도 그러한 해석을 따르지 아니하여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9)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19고단579 판결의 항소심으로 대구지방법원 2020노820 판결;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19고정1106 판결의 항소심으로 부산지방법원 2020노3003 판결
10) 세부 내용은 장현진,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금지 제도에 관한 연구」,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박사학위논문, 2024, 104~105쪽 참고
11)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두5176 판결
12) 노동조합법 제1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