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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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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금융] 스와프계약 체결 금융사의 헤지거래가 시세조종행위 또는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
2016.08.02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3다2740 판결]


1. 사실관계

가. H증권은 이 사건 주가연계증권(ELS)을 발행한 증권회사, 피고는 H증권과 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은행, 원고들은 이 사건 주가연계증권을 매입한 투자자들임.

나. 이 사건 주가연계증권의 구조

- 기준가격 : 2007년 8월 30일의 S사 보통주 종가인 572,000원, K사 보통주(‘이 사건 주식’) 종가인 74,600원
- 만기 : 2009년 8월 31일(만기 2년, 매 6개월마다 자동조기상환기회 부여)
- 만기평가가격 결정일(기준일) : 2009년 8월 26일 기초자산 종가
- 수익구조 : 자동조기상환이 발생하지 않고 만기 도달한 경우 ⒜ 두 기초자산의 기준일인 2009년 8월 26일의 종가가 모두 최초기준가격의 75% 이상이면 투자자에게 원금 및 28.6%의 투자수익이 지급되고(‘수익 만기상환 조건’), ⒝ 만기까지 한 종목이라도 최초기준가격의 60% 미만으로 하락한 적이 있고, 두 종목 중 한 종목이라도 기준일 종가가 최초기준가격의 75% 미만이면 투자자가 원금 손실을 떠안음.

다. H증권은 조기상환조건 또는 수익만기상환조건이 충족될 경우 수익금을 지급해야 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2007년 8월 30일 피고와 이 사건 주가연계증권 발행으로 취득한 198억 9,000만 원 중 88억 9,000만 원에 관하여 스와프계약을 체결함.

라. 조기상환조건을 성취하지 못한 채 기준일 도래함.  S사 보통주 주가는 상환조건을 훨씬 상회하여 문제가 없었으나, 이 사건 주식 주가는 54,000원대에서 등락하고 있어 상환조건(최초기준가격의 75%인 54,740원 이상일 것) 충족 여부가 문제됨.

마. 피고는 이 사건 주식 매도와 매수를 반복해 오다가 기준일인 2009년 8월 26일 (1) 접속매매시간대 중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오전에는 8,182주만을 매도한 반면, 주식가격이 상승하여 상환가격을 약간 밑돌거나 넘어선 오후에는 14회에 걸쳐 합계 106,032주를 매도함.  (2) 단일가매매시간대인 14:50부터 15:00까지는 계열사가 아닌 C증권 서울지점을 통하여 시장가매도주문 방식으로 두 번에 걸쳐 합계 128,000주를 매도함(‘이 사건 주식 매도행위’).  위 단일가매매시간대의 주식매도는 예상체결가격이 54,800원으로 상환가격을 근소하게 넘어선 시점에 이루어졌는데, 14:55:19에 96,000주를 매도함으로써 예상체결가격이 53,600원으로 하락하였고, 14:58:47에 32,000주를 매도함으로써 예상체결가격이 54,500원으로 하락함.

바. 이 사건 주식 최종 종가는 54,740원에 못 미치는 54,700원에 결정.  피고는 H증권에 만기상환조건이 충족되었다면 지급하였어야 할 약 113억 원보다 훨씬 적은 약 66억 원만을 지급하였고, H증권도 원고들을 비롯한 투자자들에게 같은 금액만 지급함으로써 원고들이 원금손실을 부담하게 됨.

사. 원고들은 피고가 시세조종행위 또는 사기적 부정거래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제1심은 원고들 청구를 인용하였으나 제2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함.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자본시장법 제179조 제1항, 제178조에 따라 시세조종행위 등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수단이나 기교 등을 사용한 자로서 그 금융투자상품의 거래와 관련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는 부정거래행위자에는, 그 금융투자상품의 거래에 관여한 발행인이나 판매인뿐 아니라, 발행인과 스와프계약 등 그 금융투자상품과 연계된 다른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하여 권리행사나 조건성취와 관련하여 투자자와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가지게 된 자도 포함된다고 해석된다.

또한 자본시장법 제176조 제3항을 위반하여 상장증권의 매매 등에 의하여 시세를 고정시킴으로써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범위 내에서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을 지며, 이러한 법리는 금융투자상품의 기초자산인 증권의 시세를 고정시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 사건 주가연계증권은 투자자에게 상환될 금액이 기초자산의 상환기준일 종가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기준일 당시 이 사건 주식의 가격이 손익분기점인 기준가격(상환가격) 부근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었으므로, 피고로서는 기준일 종가를 낮추어 수익만기상환조건의 성취를 무산시킴으로써 H증권에 지급할 금액을 절반 가까이 줄이고자 할 동기가 충분히 있었다고 보이고, 이 사건 주식매도행위의 태양을 보더라도, 접속매매시간대 중 이 사건 주식의 가격이 올라간 오후에 집중적으로 주식을 매도하고 특히 단일가매매시간대에 이르러서는 이 사건 주식의 예상체결가격이 이 사건 기준가격을 근소하게 넘어서는 시점마다 시장가주문 방식으로 반복적으로 주식을 대량 매도하였고 그 매도관여율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함에 따라 실제로 예상체결가격이 하락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이 사건 주식의 가격을 낮출 의도로 이 사건 주식의 가격 내지 예상체결가격의 추이를 줄곧 살피면서 이 사건 주식매도행위를 하였다고 볼 여지가 많다.  따라서 앞에서 본 법리에 의하면, 이 사건 주식매도행위는 이 사건 주가연계증권과 관련하여 수익 만기상환조건이 성취되지 않도록 이 사건 주식의 기준일 종가를 낮추기 위하여 이루어진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시세조종행위 내지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 사건 주식매도행위가 이 사건 주가연계증권과 관련하여 피고 자신을 위한 위험 회피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3. 판결의 검토

가. 관련규정
 
제176조(시세조종행위 등의 금지)
③ 누구든지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시세를 고정시키거나 안정시킬 목적으로 그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에 관한 일련의 매매 또는 그 위탁이나 수탁을 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178조(부정거래행위 등의 금지)
① 누구든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증권의 경우 모집ㆍ사모ㆍ매출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 및 제179조에서 같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  
(부정거래행위 등의 배상책임)
① 제178조를 위반한 자는 그 위반행위로 인하여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를 한 자가 그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나. 판결의 의의

(1) ‘자체헤지’와 ‘백투백 헤지’

‘헤지거래(hedge trading)’란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거나 앞으로 보유하려는 자산의 가격이 변함에 따라 발생하는 위험을 없애려는 시도를 의미하고, 이 사건과 같은 주가연계증권에는 델타값(기초자산의 가격변화에 대한 옵션가치의 민감도)의 변화에 맞추어 기초자산의 보유량을 조절하여 위험을 헤지하는 ‘델타헤지(delta hedge)’ 기법이 주로 이용됩니다.

또한, 주가연계증권에 대한 헤지는 ① 발행사가 직접 주식, 채권, 파생상품을 이용하여 판매한 상품과 동일한 포지션의 상품을 반대로 만들어서 판매한 상품과 반대거래를 통하여 헤지거래를 하는 ‘자체헤지(internal hedge)‘와, ② 발행사가 직접 위험을 헤지하지 않고, 타 금융기관과 스와프계약을 체결하여 동일한 상품을 매입해 실질적인 상환책임을 떠넘기는 ‘백투백 헤지(back to back hedge)‘로 구분됩니다.

이 사건과 같이 주가가 상승하는 것이 투자자에게 이익이 되는 상승형 주가연계증권의 경우, 금융기관은 기초자산 매도(델타헤지)를 통하여 기초자산의 기준가격을 떨어뜨리고자 하는 유혹을 받게 되며, 이로 인해 투자자와의 이익충돌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데, 이 점은 자체헤지, 백투백헤지 모두 동일합니다.

(2) 이 사건의 경우

H증권은 이 사건 주가연계증권 발행으로 취득한 198억 9,000만 원 중 110억 원에 관하여는 자체헤지를 실행하고, 88억 9,000만 원에 관하여는 피고와 스와프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피고는 기준일 당일, 주식의 가격이 올라간 오후에 집중적으로 주식을 매도(14회, 합계 106,032주)하고 특히 경쟁매매가 아닌 단일가매매가 적용되는 시간대(14:50~15:00)에는 예상체결가격이 상환가격을 넘어서는 시점마다 가격하락효과가 가장 큰 시장가주문 방식으로 반복적으로 주식을 대량매도(합계 128,000주) 하였습니다.  피고의 이 사건 주식에 관한 매도관여율은 장중에는 7.24%였으나 종가시간대에는 46.9%에 이르렀고, 그 결과 이 사건 주식 보통주 종가는 상환가격에서 단 40원 낮은 54,700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의 이러한 주식 매도행위가 수익 만기상환조건 성취를 무산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시세조종행위 내지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과거 대법원은 2015. 5. 14. 선고 2013다2757 판결 등에서 주가연계증권을 발행한 증권사가 투자자의 상환조건 성취를 방해한 경우, 그것이 델타헤지거래의 일환이라 하더라도 투자자보호의무와 신의성실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주가연계증권 발행인이나 판매인뿐 아니라, 스와프계약 등 그 금융투자상품과 연계된 다른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하여 권리행사나 조건성취와 관련하여 투자자와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가지게 된 자 역시, 주식거래행위가 델타헤지의 수행이라 하더라도 시세조종행위 또는 부정거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점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같은 날 선고된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2다108320 판결에서, 이 사건과 유사한 사실관계에 대하여 다른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 사건에서 피고(스와프계약 체결 금융기관)는 기준일에 653,313주를 매도하고 그중 50,960주는 단일가매매시간에 매도하였으며, 결국 단일가매매시간 직전에 상환가격(45,651원)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주가가 형성되었던 기초자산 주식의 최종 종가가 45,450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피고가 주가연계증권 관련 스와프계약 전체의 델타값에 따라 보통주의 수량을 보유하여 왔고, 만기 무렵의 주식보유 역시 델타헤지의 원리와 델타값의 특성에 부합하므로, 시세조종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렇듯 비슷한 구조의 상품에 대하여 다른 판결이 내려지면서 일각에서는 판단기준이 일관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보유 수량 및 매도행위의 델타값과의 부합 정도, 매도관여율 등을 기준으로 삼아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한 것으로서 배치되는 판결로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최근 대법원이 유사 사안에 대한 집단소송을 허가하고 있으므로, 이와 함께 헤지거래의 위법여부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법리 적립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4. 다운로드 :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3다274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