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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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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전자제품 배송ㆍ설치업무를 수행한 설치기사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본 사례
2022.11.17
[대상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1. 17. 선고 2019가합588807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항공운송 대리점업, 항공화물 운송 대리점업, 해운화물 운송 주선업, 복합운송 주선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Q 주식회사(이하 ‘Q’)로부터 Q가 생산ㆍ판매하는 전자제품의 원자재 공급, 제품 배송ㆍ설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였습니다.

원고들은 피고와 사이에 물류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고 다음 표 기재 각 총 계약기간 동안 소속지점에서 피고가 지정한 전자제품의 배송ㆍ설치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원고들은 물류업무위탁계약이라는 형식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지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피고에 대하여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의 일부 지급을 구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가. 근로자성 판단 기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ㆍ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ㆍ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구체적 지시ㆍ감독
  
원고들은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라 피고가 배송ㆍ설치를 의뢰한 전자제품의 운반, 설치, 보관 업무를 수행할 계약상 책임이 있는데, 피고가 피고 물류전산시스템에 등록된 고객명, 주소, 연락처, 설치제품 정보 등을 PDA단말기를 통해 원고들에게 전송한 것은 이 사건 위탁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정보 전달에 불과할 뿐 구체적인 업무 지시ㆍ감독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피고가 원고들에게 업무 수행 내역을 PDA단말기에 입력하도록 하거나 배차일지를 작성하게 한 것도 제품 설치 여부를 확인하거나 일정 변경에 따라 배송물량을 재배정하고, 배송ㆍ처리 건수를 집계하여 용역료 계산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함인바, 이는 도급인의 검수 영역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위임관계에서도 위임사무의 적정한 처리를 위하여 업무 처리에 필요한 사항이나 정보를 제공하고 요구사항을 전달할 수 있으며, 수임인은 위임인의 청구가 있을 때에는 위임사무의 처리현황을 보고할 의무가 있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가 원고들의 위임업무 처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제공이나 불가피한 조치를 벗어나 구체적ㆍ개별적으로 원고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감독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피고가 비정기적으로 업무에 제공되는 차량의 상태를 점검하였다고는 하나, 이 사건 위탁계약 제6조제2항에서 ‘원고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적정 기준의 장비와 차량을 투입하여야 하고, 필요시 피고와 원고가 협의하여 기준을 설정 운영하기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차량 점검이 배송ㆍ설치 업무의 적정한 처리를 위해 위탁자인 피고가 요구할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난 조치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한편 원고들은, 피고가 원고들을 팀으로 조직하고 조장을 통해 구체적으로 업무를 지시ㆍ감독하였다고 주장하나, 오히려 원고들을 비롯한 설치기사들은 배정받은 물량의 이관이나 피고와의 소통창구 마련 등 자신들의 업무상 편의를 위해 자율적으로 팀을 결성하고 조장을 선출하였다고 보이고, 조장회의를 통해 피고에 대한 건의나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하였는바,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위 설치기사들이 결성한 조직체계를 통하여 원고들을 지시ㆍ감독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2)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적용 여부

원고들은 피고의 취업규칙이나 복무(인사)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피고가 설치기사 복장과 용모에 관한 기준을 인터넷 게시글로 공지하기는 하였으나, 설치기사들의 설치서비스 제공에 대한 고객들의 평가는 곧바로 피고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복장 등에 관한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였다고 보이고, 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 절차가 있었다거나 이를 위반하였다고 하여 제재나 불이익을 가하지도 아니하였으므로, 위 기준이 취업규칙이나 복무(인사)규정과 같은 정도의 구속력 있는 내부규정이라고 인정되지는 않는다.

3) 근무 시간, 장소 지정 여부
  
피고가 원고들의 실제 출ㆍ퇴근시간 등 근무시간, 조퇴, 휴가, 병가에 대하여 피고가 감독하거나 확인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그에 관하여 징계를 하거나 불이익을 주었다는 증거도 없다.  원고들은 매일 오전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 정해진 피고 물류센터로 방문해야만 했다는 점을 이유로 출근시간이나 근무장소가 지정되어 있었다고 주장하나, 원고들이 수행하여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피고가 배송ㆍ설치를 의뢰한 전자제품을 인수하기 위하여 매일 피고 물류센터를 방문하는 것은 불가피하였다고 보이고, 오히려 을 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2016년 8월 1일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의 원고들 월별 용역제공내역상 실제 전자제품을 운송, 설치하는 등 용역을 제공한 날보다 제공하지 않은 날이 많거나 용역을 전혀 제공하지 않은 내역도 확인되는바, 원고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휴무하거나 피고의 간섭 없이 자신의 용역 제공 여부를 결정하였다고 보인다.

4) 비품ㆍ자재 구입 여부

원고들은 피고 정규직 근로자들과 달리 배송ㆍ설치 실적에 따른 용역료만을 지급받았을 뿐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지급받지는 않았고, 원고들이 지급받은 용역료는 원고들 사이에서나 원고들이 지급받은 월별 용역료 간에도 상당한 편차를 보이는바, 위 용역료는 근무내용이나 근무시간과 무관하게 오로지 배송ㆍ설치 실적에 따라 산정되었다는 점에서 근로 자체에 대한 대가로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피고가 업무위탁을 통하여 서비스 품질 향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실적이 우수한 자에게 포상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원고들과 피고의 관계를 근로관계로 보는 경우에만 설명이 가능한 조치라고 할 수는 없다.  이에 더하여 원고들은 배송ㆍ설치 업무를 수행하면서 발생한 차량유지비, 식대, 휴대전화 요금 등 제반비용도 원고들 계산으로 부담하였는바, 부기사 고용에 따른 인건비나 차량유지비 등 업무수행으로 발생하는 제반비용에 따라 피고로부터 지급받는 용역료를 초과하는 범위에서 재정 적자의 위험을 부담할 수도 있었다.  따라서 원고들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등의 위험을 스스로 알면서도 이를 용인하고 있었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이 사건 위탁계약을 통해 얻는 수입의 성격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라기보다는 일의 처리나 완성에 따른 위임 내지 도급의 대가라는 성격이 더 강하다고 보인다.

5) 원고들에 대한 취업규칙 적용 여부

피고는 원고들을 대상으로 CS(Customer Service) 교육, 성희롱 예방교육, 신제품교육 등을 수시로 실시하였고, 피고가 설정한 기본업무준수사항의 준수 여부를 점검하였다. 그러나 균질한 전자제품 배송ㆍ설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서비스 교육이나 성희롱 예방교육 및 안전사고 예방과 제품의 파손 방지 등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전자제품 설치 시 주의사항 등에 관한 교육, 고객들로부터 접수된 불만사항 전달은 위탁인이 행사하는 최소한의 지시권 범위 내에서 실시할 수 있다고 보이고, 교육 참석을 강제하거나 불참 시 물량위탁정지나 휴무 축소와 같은 제재나 불이익이 있었다고도 보이지 않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설치기사나 부기사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제품 훼손 등의 책임은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라 설치기사가 모두 부담하게 되므로 원고들이나 원고들이 채용한 부기사 또한 피고가 제공하는 교육내용을 습득할 필요성이 있었다고도 보인다.

6) 원고들에 대한 교육 및 업무평가

피고는 원고들을 대상으로 CS(Customer Service) 교육, 성희롱 예방교육, 신제품교육 등을 수시로 실시하였고, 피고가 설정한 기본업무준수사항의 준수 여부를 점검하였다.  그러나 균질한 전자제품 배송ㆍ설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서비스 교육이나 성희롱 예방교육 및 안전사고 예방과 제품의 파손 방지 등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전자제품 설치시 주의사항 등에 관한 교육, 고객들로부터 접수된 불만사항 전달은 위탁인이 행사하는 최소한의 지시권 범위 내에서 실시할 수 있다고 보이고, 교육 참석을 강제하거나 불참 시 물량위탁정지나 휴무 축소와 같은 제재나 불이익이 있었다고도 보이지 않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설치기사나 부기사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제품 훼손 등의 책임은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라 설치기사가 모두 부담하게 되므로 원고들이나 원고들이 채용한 부기사 또한 피고가 제공하는 교육내용을 습득할 필요성이 있었다고도 보인다.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3. 의의 및 시사점

종래 대법원은 회사와 서비스용역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정수기 등 가정용 기기에 대한 설치ㆍAS 및 판매 등 업무를 수행한 사람이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0다273939 판결).  대상판결은 근로자성 판단 기준이 완화되어가는 상황에서, 1) 팀 구성이나 조장 선출이 자율적이었던 점 2) 용역을 전혀 제공하지 않았던 점 3) 부기사 고용 등에 따른 인건비 지출로 적자 가능성이 있었던 점을 구체적으로 판단하여 가전제품 설치 기사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판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