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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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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 행정 · 규제대응] 공정거래위원회가 구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2항 후단에 따라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한 원사업자 또는 수급사업자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을 요청한 결정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판단한 사례
2023.02.02
[대상판결: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0두48260 판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제26조 제2항은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의 특정 규정을 위반한 원사업자 또는 수급사업자에 대하여 그 위반 및 피해의 정도를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벌점을 부과하고, 그 벌점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입찰참가자격의 제한,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제1항 제7호에 따른 영업정지, 그 밖에 하도급거래의 공정화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A회사의 벌점이 7점으로서 위 하도급법 규정에 따른 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 기준 점수인 5점을 초과하므로 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위 하도급법 제26조 제2항에 따라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입찰참가자격제한을 요청하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A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 결정은 피고가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협조를 의뢰한다는 행정청 내부의 의사결정일 뿐이므로 처분성이 없어 A회사의 소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 결정에 따라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행정기관 상호간에 이루어지는 단순한 요청에 불과하고, 이로써 A회사의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되는 등 A회사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므로 처분성이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원심은 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 결정은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도 이러한 원심판결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3. 2. 2. 선고 2020두48260 판결, 이하 ‘대상판결’).  그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하도급법 제26조 제2항은 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의 요건을 구체화하고 있는데, 이 요건을 충족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을 결정해야 한다.
  2. 공정거래위원회의 요청을 받은 관계 행정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업자에 대하여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처분을 해야 한다.
  3. 사업자로서는 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 결정이 있으면 장차 후속 처분으로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될 수 있는 법률상 불이익이 존재한다.
  4. 사업자로 하여금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에 대하여만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보다는 그에 앞서 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 결정의 적법성을 다툴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

대법원은 행정청의 내부행위에 대해서는 대체로 처분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징계처분에서 징계위원회의 결정(대법원 1982. 3. 9. 선고 81누35 판결),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부동산을 인터넷을 통하여 재공매하기로 한 결정(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6두8464 판결)의 처분성을 부정하였습니다.  특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조치는 사직 당국에 형벌권 행사를 요구하는 행정기관 상호간의 행위에 불과하여 처분이 아니고, 더욱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의결은 행정청 내부의 의사결정에 불과하여 처분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1995. 5. 12. 선고 94누13794 판결).

위와 같은 대법원의 종전 태도에 비추어보면, 대상판결은 처분성의 범위를 넓힌 유의미한 판결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처분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어떠한 처분을 직접 받기에 앞서 선제적으로 다툴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행정청의 내부행위의 처분성을 부정하던 종전 판결례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관하여 대상판결이 충분한 논증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을 대법원의 일반적인 태도로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