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EU CSDDD(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는 기업으로 하여금 자사뿐 아니라 공급망 전반에서 인권ㆍ환경 관련 부정적 영향을 식별하고 예방ㆍ완화하도록 요구하는 EU의 지침입니다. 2024년 제정되었고, 2026년 Omnibus I 패키지를 통해 적용 대상과 시점 등 주요 내용이 개정되었습니다.
직접적인 적용 대상은 일정 규모 이상의 EU 기업 및 EU 역내 매출이 큰 역외 기업으로 한정되어 있어,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직접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실사 의무의 범위는 기업 자신에 그치지 않고 공급망 전반, 즉 협력사와 그 협력사까지 포괄하기 때문에, EU 대기업의 공급망에 속한 한국 기업(및 그 중국 생산법인)은 실사 요청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ㆍ전자ㆍ배터리 등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된 산업의 기업이라면 이 실사와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본 시리즈는 이러한 공급망 편입 기업, 특히 중국에 생산법인을 둔 한국 기업을 위해 총 3편으로 구성됩니다.
제1편에서는 실사에 앞서 알아두어야 할 CSDDD의 기본 내용과 유의사항을 다룹니다. 이어 제2편과 제3편에서는 저희가 실제 실사 과정에서
여러 기업에 공통적으로 확인했던 노동 이슈들을 중심으로,
여성 근로자 보호제도(제2편)와
근무시간ㆍ파견근로자 제도(제3편)를 각각 살펴봅니다.
1. EU CSDDD란 무엇인가
CSDDD는 EU가 2024년 제정하고 2026년 개정(Omnibus I)한 지침으로, 기업으로 하여금 자사뿐 아니라 공급망 전반에서 인권ㆍ환경 리스크를 식별ㆍ예방ㆍ완화하도록 요구합니다.
| 대상 |
기준 |
| EU 역내 기업 |
종업원 5,000명 초과 & 전 세계 순매출 15억 유로 초과 |
| EU 역외 기업 |
EU 역내 순매출 15억 유로 초과 |
| 프랜차이즈/라이선스 모델 |
- EU 역내 기업: EU 내 로열티 7,500만 유로 초과 및 전 세 계 순매출 2억 7,500만 유로 초과
- EU 역외 기업: EU 내 로열티 7,500만 유로 초과 및 EU 역내 순매출 2억 7,500만 유로 초과 |
직접 적용 대상이 되는 한국 기업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실사 의무의 범위는 기업 자신에 그치지 않고 "활동사슬(chains of activities)" 전반, 즉 직접ㆍ간접 비즈니스 파트너까지 포괄합니다. EU 대기업의 협력사, 혹은 그 협력사의 협력사라면 실사 요청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자동차ㆍ전자ㆍ배터리 등 글로벌 공급망에 깊숙이 편입된 산업의 한국 기업, 그리고 그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중국 법인은 사실상 실사의 최전선에 서 있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시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회원국의 국내법화 기한은 2028년 7월 26일이며, CSDDD에 따른 주요 의무는 2029년 7월 26일부터 적용됩니다. 다만 제16조에 따른 별도의 연례보고 의무는
해당 의무가 적용되는 기업에 대하여 2030년 1월 1일 이후 개시되는 회계연도부터 적용됩니다. 즉, 실사를 했다는 사실과 그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시점이 정해져 있는 것입니다.
공표 의무가 시작되는 시점에 맞춰 실사를 처음 시작하면 이미 늦습니다.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지,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어느 영역에서 리스크가 확인될지를 파악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고, 발견된 문제는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본 실사(공식 실사) 전에 회사의 현재 수준을 가늠해보는
예비 진단(readiness assessment)단계를 권고드립니다. 정식 실사가 시작되기 전에 우리 회사ㆍ협력사의 인권ㆍ환경ㆍ안전 체계가 어느 수준에 있는지 미리 점검해두면, 실제 공표 시점이 닥쳤을 때 허둥대지 않고 준비된 상태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지금 여유가 있어 보이는 이 시간이, 사실은 가장 값진 준비 기간입니다.
2. 중국 법인이 있다면 함께 살펴야 할 리스크
한 가지 더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중국에 생산법인을 둔 기업이 EU CSDDD에 대응하여 실사를 수행하는 경우, 그 실사 행위 자체가 중국의 별도 법령과 맞물릴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선 실사 과정에서는 근로자 인사기록, 인터뷰 내용, 협력사 정보, 생산ㆍ환경 관련 자료 등이 수집됩니다. 이 자료를 한국 본사나 EU 고객사와 공유하기 위해 중국 밖으로 이전하는 순간, 데이터안전법ㆍ개인정보보호법상 국외 이전 절차(사전 안전평가, 표준계약 체결, 인증 등)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특히 근로자 개인정보가 포함된 자료의 국외이전에는 사전 고지 등 개인정보보호법상 추가 의무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개별 동의 필요 여부와 데이터 국외이전 안전평가ㆍ표준계약ㆍ인증 등의 절차 적용 여부는 개인정보 처리의 법적 근거, 국외이전 목적ㆍ규모 및 정보의 성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합니다.
또한 실사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자료 요청ㆍ인터뷰ㆍ현장점검 등 정보 수집 활동 자체도 중국 법령상 규율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2026년 시행된 공급망안전규정은 중국 법령을 위반한 방식의 조사ㆍ정보수집 활동을 규제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바꿔 말하면 CSDDD에 따른 실사 자체가 일률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며, 구체적인 정보수집ㆍ처리ㆍ이전 방식이 중국의 관련 법령을 준수하는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즉 실사를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어떤 경로로" 수집ㆍ이전하느냐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다행히 이는 "실사를 하면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떻게 수행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데이터의 수집, 이전 및 처리 과정을 중국 법령이 요구하는 절차에 따라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영역은 EU 규범만을 기준으로 검토할 경우 간과되기 쉬운 부분입니다. 중국은 개인정보 및 데이터 이전에 관한 독자적인 규제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중국 법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사 절차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무엇을 기준으로 점검하는가
CSDDD 기반 실사는 크게 인권 및 노동, 윤리, 환경, 안전 네 가지 영역을 기준으로 진행됩니다.
| 점검 항목 |
점검 내용 |
| 노동 |
근로시간과 휴게, 임금 지급 체계, 차별금지, 모성보호, 직장 내 괴 롭힘 및 성희롱, 공급망 내 협력사 인권 리스크 관리 등이 포함됩니다. |
| 윤리 |
개인정보의 수집ㆍ보유ㆍ파기 및 접근권한 관리, 민감정보 처리에 대 한 동의 절차 등이 핵심 점검 대상입니다. |
| 환경 |
온실가스 배출 관리, 대기오염물질 관리, 폐기물(특히 위험폐기물)의 보관ㆍ처리 기준 등을 점검합니다. |
| 안전 |
개인보호장비(PPE)의 지급ㆍ관리 상태, 환기 시스템 등 작업환경의 물리적 안전 수준을 확인합니다. |
각 영역의 구체적인 점검 항목은 기업의 사업 특성, 산업 분야 및 실사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일률적으로 공개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공통적으로는 관련 정책과 내부 규정에 필요한 원칙이 적절히 반영되어 있는지, 그 원칙이 실제 현장에서 운영되고 있는지, 근로자 및 현장 관계자의 실제 경험이 문서상의 내용과 일치하는지를 문서 검토, 인터뷰, 현장 확인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교차 검증하는 방식으로 실사가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제 발생했거나 발생 가능성이 높은 리스크를 식별하고,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ESG 실사의 핵심 목적입니다.
또한 ESG 실사는 단순히 체크리스트를 확인하는 절차에 그치지 않습니다. 관련 법령과 국제 기준을 토대로 각 점검 항목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법률적 검토와, 해당 기준이 현장에서 실제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실무적 검증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결국 이러한 두 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형식적인 적합성 확인을 넘어, 기업의 실질적인 리스크를 발견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4. 왜 전문가와 함께해야 하는가
CSDDD 대응은 법률 검토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EU 규범에 대한 이해, 중국 현지법에 대한 이해, 그리고 실제 실사 현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실무 감각까지 동시에 요구되는 작업입니다. 어느 한쪽만 아는 자문사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저희는 최근 국내 대기업의 ESG 전담부서와 함께 중국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ESG 실사에 직접 참여하여, 앞서 소개한 네 가지 영역이 현장에서 어떠한 기준으로 점검되고, 어떤 사항들이 실제 개선 과제로 지적되는지를 확인하였습니다.
다음 편부터는 이러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네 가지 영역 중 노동 분야에서 기업들이 실제로 자주 지적받는 이슈와 대응 방안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제2편 예고
- 여성 근로자 휴가제도 - 출산ㆍ수유기ㆍ육아ㆍ유산휴가의 전국 기준과 지역별 편차 의무
- 임신기 근로조건 - 연장근로ㆍ야간노동 금지, 위험작업 배치 제한, 편의시설 설치
- 성희롱 방지 - 중국법이 요구하는 조치와 사내 신고채널 정비 기준
▣ 주요 업무 사례
- 국내 대기업 H사, S사 중국 생산법인 대상 EU CSDDD 기반 인권ㆍ환경 실사 전 과정 수행 및 개선조치 자문
- 국내 다수 대기업 중국 법인 대상 노무 분쟁 자문
- 국내 다수 대기업 중국 법인 대상 노무, 개인정보보호 등 컴플라이언스 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