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법률정보|칼럼
[노동] ‘업무의 배제 또는 변경’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례 동향
2025.05.23
1. 들어가며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의하면,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①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②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③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즉 ‘직장 내 괴롭힘’을 하여서는 안 됩니다.  

직장 내 괴롭힘 해당여부가 문제되는 대다수의 사례에서 ①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성, ③ 다른 근로자에 대한 신체적ㆍ정신적 고통 및 근무환경의 악화에 관한 요건은 상대적으로 폭넓게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주로 문제가 되고 그 판단이 매우 어려운 요건은 ②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것인지 여부입니다.

최근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내용 중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유형은 바로 ‘업무의 배제 또는 변경’이고, 이러한 업무의 배제 또는 변경의 업무상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이하에서는 근로자에 대한 업무 배제 또는 변경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판례 사안을 통해 ‘업무상 적정 범위’의 판단 기준에 관한 법원의 판결 동향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2. 업무 배제 또는 변경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

가. 서울고등법원 2024. 12. 18. 선고 2024누36182 판결

B는 A에게 업무가 힘들다는 고충을 이유로 면담을 요청하였는데, A는 B가 단순히 업무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하였을 뿐임에도 면담 이후부터 B의 업무적 미흡함을 수시로 지적하였고, 당초 B가 담당하였던 고유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단순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업무만을 하게 하였으며, B가 담당하던 기존 업무는 다른 직원이 하도록 업무를 부여하였습니다.  

법원은 A와 B의 상담 당시 B가 본래 담당하던 업무에서 제외해달라고 부탁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고, 그 밖에 주요 업무로부터 B를 배제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으며, 단순한 내용의 업무만 맡게 되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A가 B를 의도적으로 업무에서 배제한 것이지 업무상 사유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며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였습니다.

나. 수원지방법원 2022. 12. 9. 선고 2021나93038 판결

B는 팀장 및 팀원들과 안전관리비 전용 문제로 이들과 갈등이 있었고, 회사의 협력업체에 안전시설물을 강매하여 불법적인 비자금을 조성하려는 의혹이 있다고 보고하기도 하였습니다. A는 B에게 유급휴가를 다녀온 후 다른 현장으로 전출하라고 제안하고, 회의에서 B를 배제하고 다른 직원을 대신 참석시키려고 하였으며, 다른 직원들에게 B의 회의 내용을 녹취하여 보고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또한 다른 직원들 앞에서 B에게 화를 내며 비속어를 사용하기도 하였고, B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B의 자리를 옮기기도 하였습니다.

법원은 A가 B로 하여금 다른 현장으로 전출할 것을 종용하다 B가 이에 응하지 않자 B를 업무에서 배제시켰고, B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B의 자리를 옮기고 업무에 필요한 컴퓨터와 같은 주요 비품을 회수하여 정상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박탈하였다고 보았습니다. A가 B를 따돌린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 전주지방법원 2023. 8. 22. 선고 2022가단36846 판결

A는 징계해고 되었던 B가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후 화해를 통해 복직을 하자, 다른 직원이 B의 이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복직한 B에게 기존 업무를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직책을 부여하였지만 실질적인 업무는 부여하지 않았으며,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B를 배제하기도 하였습니다.

법원은 새로운 보직 부여가 형식적인 것에 그칠 뿐 A가 B에게 실질적으로 업무를 부여한 바 없고, B는 이 사건 회사의 업무회의,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등에서 배제되었으며, A가 B에게 권고사직을 권유하였던 점에 비추어 B가 스스로 회사를 사직하게 할 목적으로 업무에서 배제하였다고 판단하며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였습니다.


3. 업무 배제 또는 변경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

가.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3. 3. 8. 선고 2021가단123961 판결

A와 B는 C에게 앞으로 회의 내용을 팀장인 B가 직접 관계부서에 전달할 것이니 회의에 참석하지 말 것을 통보하였는데, C는 A와 B가 이를 현장 근로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통보한 것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C가 시설팀 부서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 C의 업무수행 권한을 박탈하는 것인지, 의무 있는 일을 못하게 하는 것인지, C의 업무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관련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되는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하여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나.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24. 5. 8. 선고 2023가단52008 판결

A는 B의 직속 상관으로서 B에게 기존 업무가 아닌 현장정리 업무를 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B는 거래처와의 다툼으로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였다가 철회한 적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A는 B가 거래처와 다툼이 있어 거래처와 만나지 않는 업무로 일시 변경한 것이고, B에게 지시한 업무는 B가 수행하는 다른 업무들에도 부수적으로 필요한 것이며, B와 같은 직위에 있는 다른 직원도 B와 같은 업무를 수행한 적이 있었음을 근거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다. 서울중앙지법 2021.10.8. 선고 2020가단5296577 판결

A는 B가 3개월 휴직 후 복직하자 B를 팀의 실질적인 업무에서 배제하고 부수적인 행정업무를 하도록 하였으며, 거래처에 회사의 업무분장을 설명하는 이메일을 보내면서 B의 이름을 빼기도 하였습니다.  

법원은 휴직 이후 복귀한 근로자에게 일정 기간 다소 적은 업무를 부여하였더라도, 이는 기존 팀원들의 업무 연속성과 팀의 효율적 업무수행을 고려한 것이라고 보아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4. 시사점

위와 같은 판결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업무 배제 또는 업무 변경을 인정할 만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업무상 적정 범위 내의 행위로 판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정당한 사유 없이’ ① 기존에 담당하던 업무와 완전히 다른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기존 업무에서는 완전히 배제하는 경우, ② 업무에서 배제한 기간이 상당히 장기간인 경우에는 더욱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아가, 업무 배제 및 변경 이외에 해당 근로자에 대한 추가적인 불이익 조치가 있는 경우에는 그 일련의 행위가 업무 배제 및 변경 자체를 목적으로 한 행위로 판단되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보다 높아진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인사권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고유한 권한에 속하나, 정당한 이유 없는 업무배제 및 변경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대상 근로자에 대한 업무배제 또는 변경 시 그 사유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저성과자나 휴직에서 복귀한 직원 등 특수성을 가진 근로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하더라도 가급적 일시적 업무 배제 또는 변경에 국한되도록 하거나, 기존 업무와 완전히 상이하지 않은 업무로 변경하거나, 실질적인 업무는 일정 수준 부여함으로써 사실상 직위해제에 준하는 완전한 업무배제는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경우에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며(근로기준법 제116조 제1항), 그 정도에 따라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더욱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