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행위에는 공정력과 불가쟁력의 효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행위에 하자가 있더라도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로 보아야 할 사유가 있는 경우 이외에는 그 행정행위가 행정소송이나 다른 행정행위로 적법하게 취소될 때까지는 취소할 수 있는 사유가 있다고 하여 효력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1991. 4. 23. 선고 90누8756 판결).
하자 있는 행정행위가 당연무효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중대성과 명백성입니다. 두 요건의 관계가 문제됩니다. 명백성 요건을 보충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대법원 1995. 7. 11. 선고 94누4615 전원합의체 판결의 반대의견이 취하는 태도입니다. 행정행위의 무효사유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명백성은 행정처분의 법적 안정성 확보를 통해 행정의 원활한 수행을 도모하는 한편 그 행정처분을 유효한 것으로 믿은 제3자나 공공의 신뢰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때 보충적으로 요구된다고 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하자가 워낙 중대하여 처분 상대방의 권익을 구제하고 위법한 결과를 시정할 필요가 훨씬 더 큰 경우라면 설령 하자가 명백하지 않더라도 그처럼 중대한 하자가 있는 행정처분은 당연무효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생각이 달랐습니다. 하자 있는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되기 위하여는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하여 중대하고 동시에 객관적으로 명백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명백성 요건을 보충적으로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를 판별할 때에는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95. 7. 11. 선고 94누4615 전원합의체 판결). 우리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이처럼 중대성과 명백성을 둘 다 요구하다 보면 행정행위를 좀처럼 무효로 보기 어렵게 됩니다. 최근에도 중대명백설을 엄격히 취하여 원심을 파기하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1다224408 판결). 과세처분에 하자가 있어 위법하더라도 무효로 볼 수는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 여부가 문제된 사건입니다. 사안에 적용되는 지방세법 제106조 제1항에 따르면, 토지에 대한 재산세 과세대상은 종합합산과세대상, 별도합산과세대상, 분리과세대상으로 구분됩니다. 또한 ‘목장용지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토지’는 분리과세대상으로서 합산과세대상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됩니다. 한편, 종합부동산세법 제11조는 지방세법에 따른 합산과세대상 토지에 대하여 종합부동산세를 과세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지방세법상 분리과세대상 토지인 목장용지는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사건의 원고는 과세 대상 토지 중 6필지를 1987년경부터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토지의 지목은 ‘목장용지’였으나 실제 목장으로 이용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합산과세대상 토지로 보아 재산세와 지방교육세가 부과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실질에 부합하는 과세로 하자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2013년 1월경부터 생겼습니다. 원고는 이 때부터 토지 지상에 축사를 짓고 말을 사육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실을 한국마사회에 등록도 했습니다. 지목에 부합하게 목장용지로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종전과 마찬가지로 합산과세대상토지로 과세처분이 되었습니다. 지목과 실질 모두 목장용지임에도 분리과세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원고는 문제되는 토지가 분리과세대상 토지임을 전제로 세액을 다시 계산했습니다. 그 세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처분이 위법하고 그 하자가 중대ㆍ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원고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과세처분에 있는 하자가 중대할 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았습니다. 당연무효인 과세처분에 기하여 원고로부터 납부받은 세금은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한 부당이득에 해당합니다. 과오납세액과 환급가산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과세처분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다만, 과세처분의 하자가 외관상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명백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무효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을 이해하려면, 서울고등법원에서 과세처분의 하자가 명백하다고 본 이유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과세 전에 관계 법령에 따라 토지 현황을 조사하였더라면 분리과세대상 토지에 해당됨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나아가 과세관청이 실제 사용 현황이 공부상 지목과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는 전제에서 과세처분을 함에도 법령상 의무화된 간단한 조사조차 하지 않고 이전년도 과세자료만을 기초로 과세한 잘못을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원고가 2013년과 2015년에 토지 지상에 신축한 건축물대장 명칭이 ‘마사’, ‘축사’ 등으로, 용도가 모두 ‘동ㆍ식물관련시설’로 표시되어 있다고 언급하면서, 실제 목장 용도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담당 공무원이 관련공부를 조금만 살펴보고 현장에 한 번이라도 나가 보았다면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한국마사회 홈페이지에서 이 사건 각 토지에서 사육 중인 말의 존재나 마릿수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하자가 명백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 토지가 합산과세대상 토지에 해당한다고 오인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고, 분리과세대상 토지에 해당하는지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하여야 비로소 밝혀질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각 부과처분의 하자가 외관상 명백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설령 과세관청이 한국마사회 홈페이지 검색을 하지 않는 등 조사에 일부 미진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하자는 취소사유에 해당할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조사결정절차에 단순한 과세대상의 오인, 조사방법의 잘못된 선택, 세액산출의 잘못 등의 위법이 있음에 그치는 경우에는 취소사유로 될 뿐이라는 법리(대법원 1998. 6. 26. 선고 96누12634 판결)를 들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과세관청이 ‘간단한’ 조사만 했더라면 분리과세대상 해당여부를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본 반면,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하여야 비로소 밝혀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비로소’라는 단어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옵니다. 이러한 인식의 간극으로 결국 서로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대법원과 같은 태도를 취하면, 여간해서는 행정행위가 무효가 되긴 어려울 것입니다. 처분이 무효가 되어도 제3자나 공공의 신뢰를 해할 우려가 없는 사안으로 보인다고 하여도, 하자가 객관적으로 외관상 명백해야 한다는 요건은 쉽사리 넘기 힘든 벽이 될 수 있습니다. 행정행위에 하자가 있는 경우 제소기간 내에 취소소송을 제기해야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처분의 상대방으로서는 무효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점을 미리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자 있는 행정행위가 당연무효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중대성과 명백성입니다. 두 요건의 관계가 문제됩니다. 명백성 요건을 보충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대법원 1995. 7. 11. 선고 94누4615 전원합의체 판결의 반대의견이 취하는 태도입니다. 행정행위의 무효사유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명백성은 행정처분의 법적 안정성 확보를 통해 행정의 원활한 수행을 도모하는 한편 그 행정처분을 유효한 것으로 믿은 제3자나 공공의 신뢰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때 보충적으로 요구된다고 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하자가 워낙 중대하여 처분 상대방의 권익을 구제하고 위법한 결과를 시정할 필요가 훨씬 더 큰 경우라면 설령 하자가 명백하지 않더라도 그처럼 중대한 하자가 있는 행정처분은 당연무효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생각이 달랐습니다. 하자 있는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되기 위하여는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하여 중대하고 동시에 객관적으로 명백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명백성 요건을 보충적으로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를 판별할 때에는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95. 7. 11. 선고 94누4615 전원합의체 판결). 우리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이처럼 중대성과 명백성을 둘 다 요구하다 보면 행정행위를 좀처럼 무효로 보기 어렵게 됩니다. 최근에도 중대명백설을 엄격히 취하여 원심을 파기하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1다224408 판결). 과세처분에 하자가 있어 위법하더라도 무효로 볼 수는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 여부가 문제된 사건입니다. 사안에 적용되는 지방세법 제106조 제1항에 따르면, 토지에 대한 재산세 과세대상은 종합합산과세대상, 별도합산과세대상, 분리과세대상으로 구분됩니다. 또한 ‘목장용지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토지’는 분리과세대상으로서 합산과세대상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됩니다. 한편, 종합부동산세법 제11조는 지방세법에 따른 합산과세대상 토지에 대하여 종합부동산세를 과세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지방세법상 분리과세대상 토지인 목장용지는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사건의 원고는 과세 대상 토지 중 6필지를 1987년경부터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토지의 지목은 ‘목장용지’였으나 실제 목장으로 이용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합산과세대상 토지로 보아 재산세와 지방교육세가 부과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실질에 부합하는 과세로 하자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2013년 1월경부터 생겼습니다. 원고는 이 때부터 토지 지상에 축사를 짓고 말을 사육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실을 한국마사회에 등록도 했습니다. 지목에 부합하게 목장용지로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종전과 마찬가지로 합산과세대상토지로 과세처분이 되었습니다. 지목과 실질 모두 목장용지임에도 분리과세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원고는 문제되는 토지가 분리과세대상 토지임을 전제로 세액을 다시 계산했습니다. 그 세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처분이 위법하고 그 하자가 중대ㆍ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원고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과세처분에 있는 하자가 중대할 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았습니다. 당연무효인 과세처분에 기하여 원고로부터 납부받은 세금은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한 부당이득에 해당합니다. 과오납세액과 환급가산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과세처분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다만, 과세처분의 하자가 외관상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명백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무효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을 이해하려면, 서울고등법원에서 과세처분의 하자가 명백하다고 본 이유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과세 전에 관계 법령에 따라 토지 현황을 조사하였더라면 분리과세대상 토지에 해당됨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나아가 과세관청이 실제 사용 현황이 공부상 지목과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는 전제에서 과세처분을 함에도 법령상 의무화된 간단한 조사조차 하지 않고 이전년도 과세자료만을 기초로 과세한 잘못을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원고가 2013년과 2015년에 토지 지상에 신축한 건축물대장 명칭이 ‘마사’, ‘축사’ 등으로, 용도가 모두 ‘동ㆍ식물관련시설’로 표시되어 있다고 언급하면서, 실제 목장 용도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담당 공무원이 관련공부를 조금만 살펴보고 현장에 한 번이라도 나가 보았다면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한국마사회 홈페이지에서 이 사건 각 토지에서 사육 중인 말의 존재나 마릿수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하자가 명백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 토지가 합산과세대상 토지에 해당한다고 오인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고, 분리과세대상 토지에 해당하는지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하여야 비로소 밝혀질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각 부과처분의 하자가 외관상 명백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설령 과세관청이 한국마사회 홈페이지 검색을 하지 않는 등 조사에 일부 미진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하자는 취소사유에 해당할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조사결정절차에 단순한 과세대상의 오인, 조사방법의 잘못된 선택, 세액산출의 잘못 등의 위법이 있음에 그치는 경우에는 취소사유로 될 뿐이라는 법리(대법원 1998. 6. 26. 선고 96누12634 판결)를 들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과세관청이 ‘간단한’ 조사만 했더라면 분리과세대상 해당여부를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본 반면,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하여야 비로소 밝혀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비로소’라는 단어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옵니다. 이러한 인식의 간극으로 결국 서로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대법원과 같은 태도를 취하면, 여간해서는 행정행위가 무효가 되긴 어려울 것입니다. 처분이 무효가 되어도 제3자나 공공의 신뢰를 해할 우려가 없는 사안으로 보인다고 하여도, 하자가 객관적으로 외관상 명백해야 한다는 요건은 쉽사리 넘기 힘든 벽이 될 수 있습니다. 행정행위에 하자가 있는 경우 제소기간 내에 취소소송을 제기해야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처분의 상대방으로서는 무효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점을 미리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