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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법률정보|칼럼
[헌법 · 행정 · 규제대응] 당연퇴직과 행정소송 소의 이익
2024.03.12
원고는 A대학교 교수로 근무하던 중 학내 연예인 부정입학과 부정학위 수여 등의 비위행위를 이유로 해임되었습니다.  해임처분에 불복한 원고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하였으나 기각결정 받았습니다. 그러자 기각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A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은 피고보조참가를 하여 다투게 됩니다.  한편, 행정소송을 제기하기 전 원고는 해임처분의 징계사유과 관련한 업무방해죄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대전고등법원은, 관련 형사판결의 확정되면서 원고가 당연퇴직하였기 때문에 만일 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이 취소되더라도 교원의 지위를 회복할 수 없으므로 결정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보아 소를 각하하였습니다.  교원지위법에 의한 소청심사를 청구한 대학교원이 청구를 기각한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기각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소송 계속 중 나이가 정년에 도달한 경우에는 설령 기각 결정이 취소되어 재임용심사를 다시 하더라도 대학교원으로서의 지위를 회복할 수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관한 행정소송은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두22917 판결)는 종전 판례 법리가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대전고등법원으로 다시 돌려보냈습니다(대법원 2024. 2. 8. 선고 2022두50571 판결). 교원지위법에서는 사립학교 교원에 대하여 국공립학교 교원과 다름없는 소청심사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는, 사립학교 교원과 국공립학교 교원의 징계 등 불리한 처분에 대한 불복절차를 통일적으로 규정함으로써 학교법인에 대한 국가의 실효적인 감독권 행사를 보장합니다.  나아가 사립학교 교원에게도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하여 적어도 국공립학교 교원에 대한 구제절차에 상응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사립학교 교원의 신분을 보장하고 지위향상을 도모하려는 데 목적이나 취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전제에서 대법원은, 사립학교 교원의 신분보장 등을 위해서는 교원소청심사제도를 통해 학교법인의 징계 등 불리한 처분으로 박탈되거나 침해되는 교원의 지위나 이익이 회복될 필요가 있고, 따라서 사립학교 교원이 당연퇴직사유의 발생으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더라도 징계 등의 처분에 따른 법률상 불이익이 남아 있다면 소청심사청구를 기각한 피고의 결정을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 등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사실을 확인하여 그 불이익을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원소청심사제도의 목적이나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사립학교 교원은 해임처분의 효력이 없을 경우 해임처분일부터 당연퇴직사유의 발생으로 임용관계가 종료될 때까지 보수를 청구할 권리를 가지므로, 해임처분의 무효 여부는 보수지급청구권의 존부와 직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립학교 교원이 행정소송에서 소청심사청구 기각결정에 대한 취소판결을 받을 경우 판결에 기속력에 따라 해임처분의 효력이 소멸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법원은, 사립학교 교원이 해임처분으로 교원이라는 지위 외에도 그 지위를 전제로 한 보수를 지급받을 권리 또는 이익에도 영향을 받을 경우에는 소청심사청구 기각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유지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전고등법원은,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징계처분 자체는 사법(私法)행위의 성질을 띠고 있으므로, 사립학교 교원이 교원소청심사위원에 대한 심사청구절차를 거치지 않고 학교법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징계처분 자체의 효력을 다투면서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점을 들면서, 소의 이익을 부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리 보았습니다.  해임기간 중의 보수 상당액을 지급받기 위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사정이 소의 이익을 부정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교원지위법은 민사소송을 통한 통상적인 권리구제방법에 따른 소송절차의 번잡성, 절차의 지연, 과다한 비용부담 등의 폐해를 지양하고 신속ㆍ간이하며 경제적인 권리구제를 도모하기 위하여 교원소청심사제도를 마련하였습니다.  이러한 제도의 취지를 생각해 보면, 교원소청심사제도와 행정소송을 통해 해임이 위법함을 확인받는 방법으로 보수 상당액의 손실을 사실상 회복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국공립학교 교원(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두5001 판결 등)이나 근로자(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두52386 판결)가 행정소송 계속 중에 원직복직이 불가능해진 경우에도 해임기간 또는 해고기간 중의 보수 내지 임금을 지급받을 이익을 법률상 이익으로 보아 소의 이익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파기환송 판결에 따라, 사립학교 교원도 신분이 보장되는 교육공무원에 준하는 지위로 소의 이익을 판단할 때 형평이나 균형에 어긋남이 없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