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몇 년 전 생성형 AI가 등장하여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을 때, 로봇이 인간의 수많은 육체적 기능을 대신할 날이 머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생성형 AI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여 다양한 에이전틱 AI까지 출시된 상태이지만, 피지컬 AI의 발전은 생각보다 더뎌 보인다. 이 지점에서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 즉 “컴퓨터가 지능검사나 체커 게임에서 성인 수준의 능력을 보이게 하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지각과 이동에 관해서는 한 살짜리 아이의 능력을 갖게 하는 것조차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통찰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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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피지컬 AI도 점차 현실이 되어 AI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최근 유럽혁신위원회(European Innovation Council; EIC)는 「EIC Work Programme 2026」에서 “AI의 물리적 시스템에 대한 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통합은 기계와 시스템이 복잡한 현실 세계의 환경에서 인식하고(perceive), 행동하며(act), 자율적으로 상호작용(interact autonomously)할 수 있게 한다.”면서 피지컬 AI의 발전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한바 있다. 피지컬 AI는 기존에 예상하기 어려웠던 여러 새로운 이슈를 낳고 있다. 특히, 법제도 측면에서 피지컬 AI에 대한 취급은 종전의 AI와는 결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이하에서는 먼저 피지컬 AI의 의의 및 특징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여러 유형의 피지컬 AI 중 배달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 글래스와 관련한 법제도의 현황과 쟁점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2. 피지컬 AI의 의의 및 특징
피지컬 AI는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다.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Japan Science and Technology Agency; JST) 소속 연구개발전략센터(Center for Research and Development Strategy; CRDS)에서는 피지컬 AI를 “센서나 액추에이터(actuator) 같은 구성요소를 통해 물리적 환경과 직접 상호작용하여 지능을 획득하고 발전시키는 체화형(embodied) 인공지능”으로, 피지컬 AI 시스템을 “자율적으로 행동ㆍ학습ㆍ의사결정을 수행하는 AI 로봇과 이를 지원하는 운영 인프라로 구성된 종합적인 시스템”으로 각 정의하고 있으며,
2)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중력, 마찰력, 관성 등 물리 법칙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실시간 환경 변화에 대응하며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지능형 시스템”으로 정의한다.
3)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피지컬 AI는 “감각 입력과 행동을 통해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고 학습하며, 로봇 도구를 사용하여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탐색하며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4) 이 외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단순히 정보 처리나 의사 결정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물리적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며 행동하는 시스템”으로 정의되거나,
5) ① digital brain, ② physical body, ③ environment의 상호작용으로서, AI 알고리즘만으로는 부족하고 센서ㆍ액추에이터를 갖춘 신체가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해야 한다고 설명되기도 한다.
6) 국회 차원에서도 「피지컬 인공지능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되어 있는데(황정아 의원 대표발의, 2026. 6. 5.), 여기에서는 피지컬 AI를 “물리적 환경을 인식ㆍ판단하고 자율적으로 행위를 수행하는 인공지능”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피지컬 AI에 대한 정의나 설명이 일관되지는 않지만, 대체로 센서를 통해 외부환경을 인식한다는 점과 특정 행위를 물리적 구동장치, 즉 액추에이터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AI와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피지컬 AI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설명되기도 한다.
7)
“피지컬 AI 논의는 체화와 어포던스(affordance)를 향한 이러한 전환을 공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AI를 기계에 탑재하는 것만이 아니다. 센싱(sensing), 형태(morphology), 재료(materials), 제어(control)가 모두 적응적 행동(adaptive behaviour)의 형성에 기여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능은 소프트웨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재료ㆍ형태ㆍ기계적(materials, morphology and mechanics) 구조에도 부분적으로 구현된다.”
이와 같은 피지컬 AI는 지각(perception), 인지(cognition), 작동(actuation)을 핵심 구성요소로 한다. 여기서 지각은 실시간으로 주변 환경의 데이터를 수집ㆍ처리하고, 상황을 인식하는 작용을 의미하고, 인지는 인공지능이 주로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으로 기억, 추론, 학습, 의사결정 등을 하는 것을 의미하며, 작동은 이러한 인지에 따른 결정을 물리적 행동으로 변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8) 다른 관점에서는 인지(sense), 계획(plan), 행동(act)의 3단계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여기서 인지는 주변 환경과 자기 상태를 파악하는 것을, 계획은 센서와 상태 정보를 해석하여 추론하고 동작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행동은 제어 명령을 실제 행동으로 구현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9) 표현은 상이하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3. 배달로봇 관련 법제도의 현황과 쟁점
배달로봇은 도로교통과 개인정보 수집ㆍ처리 측면에서 기존 규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도로교통법령,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하 ‘
지능형로봇법’), 「개인정보 보호법」(이하 ‘
개인정보법’)이 개정되었는데, 현재 주요 배달앱에서 활용하고 있는 배달로봇은 이러한 과정 끝에 제도적으로도 상용화될 수 있었다.
먼저 도로교통법부터 살펴보면, 2023. 4. 18. 개정(2023. 10. 19. 시행)된 도로교통법 제2조 제10호는 ‘보행자’의 개념에 실외이동로봇을 포함시켰고, 같은 조 제17호 가목 5)는 실외이동로봇을 ‘차’에서 제외했으며, 같은 조 제21호의3은 실외이동로봇을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지능형 로봇 중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것”으로 정의하여 실외이동로봇이 보행자처럼 인도를 통행하는 것을 가능케 하였다. 그리고 제8조의2가 신설되어 실외이동로봇 운용자의 의무, 즉 운용 장치와 그 밖의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할 의무, 운용 장치를 도로의 교통상황과 실외이동로봇의 구조 및 성능에 따라 차, 노면전차 또는 다른 사람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는 방법으로 운용하지 않을 의무 등이 규정되었다.
또한, 도로교통법 제2조 제21호의3의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것’에 관한 규정, 즉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2조의4는 2023. 10. 19. 신설되어 2023. 11. 17. 시행되었는데, 이 규정에서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제2조제4호의2에 따른 실외이동로봇 중 같은 법 제40조의2에 따른 운행안전인증을 받은 것”을 도로교통법상 실외이동로봇으로 취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위와 같은 도로교통법 개정에 맞춰 지능형로봇법도 2023. 5. 16. 개정되어 제40조의2(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 제40조의3(안전인증 취소), 제40조의4(보험 등 가입 의무)가 신설되었으며, 2023. 11. 17. 시행되었다. 또한, 2023. 11. 17.「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 절차 및 기준 등에 관한 고시(산업통상부고시)」가 제정되어 같은 날 시행되었는데,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2조의4와 지능형로봇법 제40조의2에서 말하는 운행안전인증에 관한 세부기준을 정하기 위한 것이다.
개인정보법의 경우, 2023. 3. 14. 제25조의2(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 운영 제한)가 제정되어 같은 해 9. 15. 시행되었는데, 위 조문의 제1항 제2호는 운영 제한에 대한 예외로 “촬영 사실을 명확히 표시하여 정보주체가 촬영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촬영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아니한 경우. 이 경우 정보주체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없고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경우로 한정한다.”라고 명시함으로써 배달로봇 외에 드론, 자율주행차 등에 의한 촬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위 조문에서는 제3항에 촬영 사실 표시 의무를 규정하고, 제4항에서는 안전성 확보조치 등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에 대한 조항을 준용하도록 함으로써 법적 안전장치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를 통해 촬영한 영상이라도 개인 식별 목적의 생체인식에 활용하는 경우는 개인정보법 제23조에 따른 민감정보 처리에 해당하므로 별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며,
10) 차량 내부에서 운전자ㆍ승객을 촬영하는 카메라는 차량이 이동 중인 경우라도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에 해당한다는 점
11)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법 시행령 제27조의2(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 촬영 사실 표시 등)는 2023. 9. 12. 신설되어 같은 달 15. 시행되었는데, 개인정보법 제25조의2 제1항 각 호에 해당하여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사람 또는 그 사람과 관련된 사물의 영상을 촬영하는 경우에는 불빛, 소리, 안내판, 안내서면, 안내방송 또는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수단이나 방법으로 정보주체가 촬영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표시하고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드론을 이용한 항공촬영 등 촬영 방법의 특성으로 인해 정보주체에게 촬영 사실을 알리기 어려운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구축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공지하는 방법으로 알릴 수 있다는 예외도 두고 있다.
이처럼 배달로봇의 제도적 상용화를 위해 도로교통법, 지능형로봇법, 개인정보법 등 주요 법률이 3개나 개정되어야만 했는데, 이는 포지티브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우리 법제에서 향후 피지컬 AI의 발전에 따라 얼마나 많은 법령의 제ㆍ개정이 요구될 것인지를 짐작케 한다. 배달로봇만 하더라도 추후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가 발전하고 접목됨에 따라 추가적인 법령 개정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현 단계의 법제 정비가 완결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4. 자율주행차 관련 법제도의 현황과 쟁점
자율주행차의 경우에도 원본영상 활용을 개인정보법 개정이 필요했다. 기존에는 실증특례를 통해 영상정보 원본을 활용했는데, 구체적으로는 2024. 1. 우아한형제들, 뉴빌리티에 대해 실증특례가 인정된 것을 시작으로, 카카오모빌리티, 포티투닷, 현대자동차 등 38개 업체(자율주행차 4개, 로봇 26개, 지능형 CCTV 8개)에 대해 실증특례가 지정되었고, 이후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
자율주행자동차법’) 제20조의2가 2026. 3. 17. 신설(2026. 6. 18. 시행)되어 영상정보 원본 활용이 가능해졌다. 아울러 이러한 특례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법이 적용된다는 점도 자율주행자동차법 제3조 제3항에 명시되었다.
그러나 주행이력, 개인정보 및 위치정보의 처리ㆍ보관 문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하 ‘
자동차손배법’)의 운행자 책임과 「제조물 책임법」의 제조물 책임 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는 여전히 관건이다. 여기에서는 이러한 이슈들 중 주행이력, 특히 자율주행정보 기록에 관해 잠깐 살펴보기로 한다.
자율주행차 사고는 운전자의 과실이 아니라 측위장치, 주행상황 및 측위정보를 AI 식별정보로 전환하는 소프트웨어, AI 시스템, AI의 최종판단을 제어장치에 전달하는 소프트웨어, 이를 실행하는 제동ㆍ조향ㆍ가속 제어장치의 상황인식과정, 판단과정, 인식ㆍ판단 정보의 전달ㆍ실행 과정 중 결함으로 인해 발생하며, 따라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자율주행정보 기록장치가 필수적이다.
12) 이와 관련하여, 2020. 4. 7. 개정된 자동차손배법은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 발생 시 사고원인 증명과 관련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하여 자율주행정보 기록장치 부착을 의무화하였는데, 구체적으로 제39조의17 제1항에 “자율주행 자동차를 제작ㆍ조립 또는 수입한 자는 제작ㆍ조립ㆍ수입ㆍ판매하고자 하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율주행과 관련된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자율주행정보 기록장치를 부착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위 규정에서 기록장치에 기록해야 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율주행과 관련된 정보”에는 (i) 자율주행시스템의 작동 및 해제에 관한 정보, (ii) 자율주행시스템의 개입 요구에 관한 정보, (iii) 그 밖에 사고발생 원인 조사를 위해 필요한 정보로서 국토교통부장관이 고시하는 정보를 의미한다(자동차손배법 시행령 제33조의15 제1항 제2호).
이후 2022. 11. 21. 개정된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국토교통부령)」 제111조의3의 ‘부분자율주행시스템 안전기준’에 따른 [별표 27]에서는 기록장치에 기록해야 할 사건을 상세히 열거하고 있는데, 이는 국제연합 유럽경제위원회(UNECE)가 자동차로유지시스템(Automated Lane Keeping System; ALKS)에 대해 규정한 「UN Regulation No. 157」 Paragraph 8의 자율주행데이터저장장치(Data Storage Systems for Automated Driving; DSSAD) 관련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
다만, 이러한 기록만으로는 완전자율주행에 가까운 차량의 사고처리에는 충분하지 못하다. 이에 ALKS 범위를 넘어서는 자율주행시스템(Automated Driving System; ADS)에 대해서는 UNECE에서 2025년에 DSSAD Guidance를 채택했고, 현재 이에 관한 규칙(Regulation)을 준비 중이다. 향후, 국내 기준도 이에 맞춰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5. 스마트 글래스 관련 법제도의 현황과 쟁점
스마트 글래스는 피지컬 AI 해당 여부부터 논란이 될 수 있다. 피지컬 AI로 볼 수 있으려면 AI의 판단을 Physical body가 구동하는 행위가 필수적인데, 스마트 글래스를 착용하고 이용하는 것을 이러한 구동 행위로 볼 수 있을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피지컬 AI의 개념과 ‘구동’의 개념을 어떻게 정하고 해석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일단 여기에서는 스마트 글래스를 피지컬 AI의 한 유형으로 보고 논의를 진행하기로 한다.
스마트 글래스에 관한 법적 쟁점은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개인정보 측면에서는 이를 개인정보법 제25조의2의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로 볼 수 있는지, 그 경우에도 촬영 사실 표시는 어떻게 하고 촬영 거부 의사표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안면이나 음성 등을 분석하는 경우에는 같은 법 시행령 제18조의3의 생체정보로서 민감정보 수집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쟁점이다. 이 외에도 해당 자료를 서버에 보관하게 되면 안전조치의무도 문제될 여지가 있다.
스마트 글래스를 통해 수집된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우에는 그 활용 태양에 따라 가벌성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개인정보 수집이 업무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면 ① 개인정보법 제59조 제2호(“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 또는 제3호(“정당한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권한을 초과하여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이용, 훼손, 멸실, 변경, 위조 또는 유출하는 행위”)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제71조 제9호 또는 제10호), ②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 관련 의무 위반에 따른 과태료(제75조 제1항 제2호, 제2항 제5호, 제11호), ③ 안전조치의무(제29조) 위반에 따른 과징금(제64조의2), 과태료(제75조 제2항 제5호) 부과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개인이 일상적으로 스마트 글래스를 사용하다 수집한 개인정보가 나중에 유출된 경우에는 “‘업무상’ 개인정보를 처리하고 이를 알게 되어야 누설 행위 등이 금지되므로, 업무와 무관하게 사적 영역에서 개인정보를 처리하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는 행위 등은 처벌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5도3153 판결에 따라 형사처벌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스마트 글래스로 촬영한 데이터의 보관은 향후 상당한 규제 이슈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유출에 앞서 보관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논의가 있을 수 있는데, 보관 자체를 설계 단계에서 차단하려 한다면 과잉규제 논란이 발생할 것이고, 보관 기간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는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유출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법에 따른 처벌이 곤란하더라도 사안에 따라 형법 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고, 향후 처벌 수준이 미흡하다는 사회적 여론이 강해지면 처벌 규정 신설, 사전규제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등이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스마트 글래스를 통한 음성 녹화는 통신비밀보호법과의 충돌을 야기한다. 이 법 제14조는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 글래스로 일상적인 녹음ㆍ청취를 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할 수 있고, 이 경우 같은 법 제16조 제1항의 형사처벌(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5년 이하의 자격정지)이 부과될 수 있다.
스마트 글래스를 통해 수집된 정보의 AI 학습데이터 활용 가능성도 이슈가 될 수 있다. AI 학습데이터는 가명정보 활용이 원칙이지만, 2026. 8. 20. 개정된 개인정보법 제28조의2의 특례조항에 따라 ① 원본 개인정보의 활용 필요성, ② 공익적ㆍ사회적 필요성, ③ 낮은 권리침해 위험 및 안전조치 마련, ④ 위험요인평가 및 개선방안 마련, ⑤ 개보위 심의ㆍ의결의 요건을 갖추면 원본 활용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스마트 글래스를 통해 수집된 정보가 여기에 포함될 것인지는 불분명하며, 특히 개인이 수집한 정보는 카카오톡 대화 등과 마찬가지로 AI 학습데이터로 사용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외에 개인정보 국외 이전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위치정보 수집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의 위치정보는 “「전기통신사업법」 제2조제2호 및 제3호에 따른 전기통신설비 및 전기통신회선설비를 이용하여 측위(測位)된 것”에 한정되기 때문에 단순히 카메라를 통해 센싱한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지만, 스마트 글래스에서 GPS를 스마트폰 및 이동통신망과 연계하여 파악하는 경우에는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한편, 스마트 글래스의 일상적인 사용만으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
인공지능기본법’)의 고영향 AI에 해당하지는 않겠지만, 의료, 수사, 인사 채용(지원자 분석ㆍ평가), 교육(교사의 학생 평가) 등에 활용하는 경우에는 고영향 AI에 해당할 수 있다. 특히, 경찰이나 단속공무원, 조사기관 등 공공에서 스마트 글래스를 활용하는 경우, 사회 전반적으로 일상감시가 이루어질 수 있어서 문제될 소지가 크다. 이에 관한 명확한 규율은 현재 부재한 상태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게임 규제이다. 스마트 글래스를 통해 이루어지는 각종 콘텐츠는 개념필연적으로 상호작용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의 게임물(“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위 법률상의 진입규제(등록, 신고), 등급분류와 같은 내용규제, 사행성 규제(특히, 아이템의 현금화 제한 및 이에 따른 가상자산 활용 제한) 등 예기치 못한 규제가 적용되어 스마트 글래스 활용을 둘러싼 앱 생태계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6. 나가며
배달로봇이나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위해 일정한 법 개정이 필요하기는 했지만, 피지컬 AI에 관한 법적 이슈들은 아직까지는 AI 자체보다는 센서, 액츄에이터 등 이를 구현하는 기술ㆍ도구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므로 피지컬 AI에 관한 여러 쟁점들도 해당 기술ㆍ도구에 관한 법령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규율하는 방식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부연하면, AI 자체의 문제는 인공지능기본법을 비롯한 일반적인 AI 규제에서 다룰 문제이고, AI가 탑재된 센서나 액츄에이터의 작동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기존의 운용 소프트웨어에 관한 규율의 연장선에서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 범용 AI가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가정용 로봇 등 범용 기기에 다양하게 연결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이에 특화된 새로운 규율이 필요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런 서비스나 기술이 개발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래의 쟁점으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의 예측만으로 섣불리 규제를 하다 보면 장래의 기술과 산업 발전에 질곡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피지컬 AI 관련 법률안은 진흥법을 표방하고 있으므로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 만약 여기에 규제를 도입한다거나 피지컬 AI 규제에 관한 일반법을 제정하려 한다면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밖에 인공지능기본법의 관점에서 법 개정 자체가 당장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스마트 글래스와 관련하여 고영향 AI에 관한 하위 법령을 정비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