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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법률정보|칼럼
[건설 · 부동산] 집합건물과 관리 · 보존행위
2024.05.31
A는 집합건물을 신축하였습니다.  집합건물은 패션관, 영관, 리빙관, 테크노관 건물 4동이 광장을 둘러싸는 구조입니다.  원형 브릿지 형태로 4개 건물이 연결되는 통로가 있습니다.  A는 이 집합건물의 구분점포 중 일부를 분양했습니다. 나머지는 A가 직접 소유하면서 임대를 했습니다.  B는 집합건물의 수분양자이면서 임차인입니다.  테크노관 5층 1, 2호를 분양받아 구분소유자가 되었습니다.  A로부터 같은 층 3~6호를 추가로 임차했습니다.  이 점포들은 테크노관과 패션관을 잇는 연결 통로 부분에 있었습니다.  B는 이처럼 소유하거나 임차한 점포에서 사진관 영업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집합건물에 백화점이 들어오게 됩니다.  테크노관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리빙관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중 각 층 일부에 C백화점이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집합건물 관리단 대표위원회는 백화점을 위해 일괄구획과 일괄임대를 하며 용도와 업종 변경을 승인하는 의결을 하였습니다. 

집합건물 관리단 대표위원회는 ‘대상구역 내’ 구분소유자들의 동의를 받았습니다.  일괄구획과 일괄임대차 대상구역에 속하는 점포의 구분소유자 중 86.6%, 의결권 중 95.35%의 서면 동의를 받아 관리규약이 정한 의결정족수를 충족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로써 일괄구획 및 일괄임대차와 이를 위한 공사 승인도 의결했습니다.  B의 사진관 점포는 일괄구획 대상구역에 속하진 않아 B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위와 같이 의결이 되자 백화점 입점을 위한 공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집합건물 관리단은 일괄구획 임대차 구역에 있는 종전 벽을 철거했습니다.  C백화점은 전유부분과 공용부분의 구조와 배치를 바꾸고 인테리어를 새롭게 했습니다.  백화점 측에서는, B소유의 점포들이 있는 테크노관 5층 공용부분 통로에 벽들을 설치했습니다.  변경된 전유부분을 구획하기 위한 벽입니다.  테크노관 5층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전유부분이 공용부분인 통로로, 공용부분인 통로가 전유부분으로 사실상 사용되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러자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C백화점을 위한 일괄구획과 일괄임대차에 동의하지 않았던 B는 소를 제기해 다퉜습니다.  B소유 점포들이 있는 통로에 설치된 벽들의 철거를 구했습니다.  집합건물의 공유부분을 임의로 변경하며 각 벽을 설치한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이자 임차인인 원고 B의 통행권 또는 공용부분 사용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철거 완료시까지 손해배상금 지급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원고 B의 청구는 인용될 수 있을까요.  제1심부터 대법원까지 결론이 달랐습니다.  제1심은 B가 홀로 철거를 구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 제16조에 따르면 보존행위는 각 공유자가 개별적으로 할 수 있지만, 관리행위를 하려면 결의가 있어야 합니다.  각 벽을 철거하는 일은 관리행위라고 보았습니다.  관리단 집회의 결의 없이 B가 단독으로 철거를 구할 수 없게 됩니다.  손해배상청구를 할 근거도 없다고 보아 B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달리했습니다.  우선, 이 사건 일괄구획 및 일괄임대차는 각 벽 등을 설치함으로써 공용부분인 통로의 위치, 형상, 효용을 실질적으로 변경시킨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공용부분의 ‘관리’에 그치지 않는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전유부분과 공용부분인 통로의 경계, 외관, 구조가 변경되어 전유부분이 공용부분인 통로로 사용되고, 공용부분인 통로가 마치 전유부분인 양 배타적으로 점유ㆍ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일괄구획 및 일괄임대차를 위한 공사비가 상당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집합건물법 제15조에 따르면, 공용부분의 변경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관리단 집회에서 구분소유자의 3분의 2 이상 및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결의로써 결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예외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구분소유자들의 통상의 집회결의가 필요합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이 조항을 강행규정이라고 보았습니다.  일괄구획 대상구역에 속한 구분소유자들로만 의결한 것은 무효가 됩니다.  공용부분의 변경을 수반함에도 집합건물법에 따른 관리단 결의를 갖추지 못하여 효력이 없게 됩니다.  이로써 원고 B소유점포의 소유권에 근거한 통로 부분에 관한 B의 공유지분권, 즉 점용 통로 부분을 본래의 용도에 따라 사용ㆍ수익할 수 있는 B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았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공유 지분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를 할 때에는 관리단의 집회결의가 필요 없다고 보았습니다. 공용부분이 적법한 용도 또는 관리방법에 어긋나게 사용되고 있어 일부 구분소유자가 지분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써 적법한 용도 또는 관리방법으로 원상회복을 구하는 경우에는 관리행위로서 관리단 결의가 요구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안처럼 공용부분을 변경하는 의결이 무효이거나, 소수 구분소유자가 적법한 용도 또는 관리방법에 어긋나게 공용부분을 사용함에도 다른 소수 구분소유자가 과반수 구분소유자의 협조를 얻지 못해 관리단 결의가 사실상 곤란한 경우라면, 지분권 침해를 받는 소수 구분소유자에게 권리구제의 길을 열어 둘 필요가 있다는 취지입니다.  결국 B는 관리단 결의 없이도 단독으로 철거를 구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또한 원고 B는 점용 통로 부분을 배타적으로 점유ㆍ사용하면서 상대방이 얻는 이익에 대해 손해를 입은 한도에서 부당이득을 구할 수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의 생각은 또 달랐습니다.  C백화점 패소 부분 중 철거 청구 부분을 파기했습니다(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3다240879 판결).  쟁점별로 봅니다. 

첫째, 벽들의 철거를 구하는 것은 보존행위로서 B가 혼자 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소수지분권자가 공유물을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다른 소수지분권자를 상대로 방해배제를 청구한 사안에 관한 기존 판례 법리는, 다수의 구분소유자가 존재하는 집합건물 공용부분의 방해배제청구와 관련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이 사건 일괄구획 및 일괄임대차는 각 벽 등을 설치하여 공용부분인 통로의 위치, 형상, 효용을 실질적으로 변경시키는 것이므로, 공용부분의 관리에 그치지 않고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집합건물법에서 요구하는 공용부분 변경에 관한 적법한 관리단 결의를 갖추지 못하여 무효라는 원심의 판단은 수긍했습니다. 

셋째, 일괄구획 및 일괄임대차에 터 잡아 각 벽을 설치하여 점용 통로 부분을 배타적으로 점유ㆍ사용하여 이익을 얻는 피고는, 통로 부분을 본래 용도에 따라 사용할 수 없는 손해를 입은 원고 B에게 부당이득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은 원심을 파기한 첫 번째 쟁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공유물의 보존행위는 공유물의 멸실ㆍ훼손을 방지하고 그 현상을 유지하기 위하여 하는 사실적ㆍ법률적 행위입니다.  민법 제265조 단서가 공유물의 보존행위를 각 공유자가 단독으로 할 수 있도록 한 취지는 그 보존행위가 긴급을 요하는 경우가 많고 다른 공유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공유자가 보존권을 행사하는 때에 그 행사의 결과가 다른 공유자의 이해와 충돌될 때에는 그 행사는 보존행위로 될 수 없게 됩니다(대법원 1995. 4. 7. 선고 93다54736 판결 등 참조).

구분소유자가 공용부분에 대해 그 지분권에 기하여 권리를 행사할 때 이것이 다른 구분소유자들의 이익에 어긋날 수 있다면 집합건물법에 따라 개별적으로 할 수 있는 보존행위라고 보기 어렵게 됩니다.  집합건물법 제16조 제1항 본문에 따라 관리단 집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는 관리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대법원 2019. 9. 26. 선고 2015다208252 판결 참조).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이 적법한 용도 또는 관리방법에 어긋나게 사용되고 있어 일부 구분소유자가 방해배제 청구로 원상회복을 구하는 경우라도, 이러한 행위가 다른 구분소유자들의 이익에 어긋날 수 있다면 관리행위로 보아서 관리단 집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집합건물 내 공동생활을 둘러싼 다수 구분소유자들 상호간의 이해관계 조절을 위하여 제정된 집합건물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고 분쟁의 일회적인 해결을 위하여 바람직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원고 B가 구하는 벽들의 철거는 일괄구획 및 일괄임대차에 따라 점포를 임대한 다른 다수 구분소유자들의 이익에는 어긋날 것입니다.  그렇다면, 공용부분의 보존행위가 아니라 관리행위에 해당하게 됩니다.  관리단 집회의 결의를 거쳐야 합니다.  소수지분권자로서 공유물을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다른 소수지분권자를 상대로 방해배제를 구한다고 주장하더라도, 이해관계가 다른 다수의 구분소유자가 존재한다면, 관리단 집회 결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공유 지분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라도 여러 다른 구분소유자들의 이익에 반하게 되면, 관리단의 집회결의가 필요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