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먼저 ‘지평기술센터’ 출범과 뉴스레터 창간을 축하드립니다. IT, BT, NT의 발전과 함께 우리 경제도 성장해 왔고, 최근에는 AI의 대중화로 우리 삶 자체가 바뀌고 있습니다. 지평기술센터는 기술과 경제 발전을 지원하고, 기술전문가와 법률전문가가 당면 과제를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2. AI 시대
첨단기술은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습니다. 이제는 우선 생성형 인공지능 (GenAI)에게 물어보고 난 이후에 본격적으로 글 쓰고 콘텐츠 생산을 시작합니다. 구글의 NotebookLM은 수백건의 판례를 순식간에 분석해 주고, Perplexity 학문모드 및 Claude의 분석도 상당한 도움을 주고, 챗GPT의 ‘AI변호사 LexBot’도 나름대로 열심히 법률 상담에 응해주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든지 그리고 어디에서나 마치 여러 명의 어쏘변호사 또는 조교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일하게 된 셈입니다. 외국 AI는 영미 사례의 분석에는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는 반면에, 한글 데이터 학습량이 부족해서 한국 사례의 분석에는 상당한 환각 현상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법률문제를 검토할 때는 로앤비(LAWnB), 엘박스(LBox), 슈퍼로이어(SuperLawyer), 네플라(NEPLA) 등의 토종 AI로부터 판례검색 및 쟁점 검토에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AI는 화이트칼라의 생산성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우리 삶 자체를 좌우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8억 명의 챗GPT 이용자 가운데 2억 명은 매주 한 번 이상 의사 대신에 챗GPT에 자신의 건강 문제를 상담하고,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AI가 목사님이나 스님의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연인과 사랑을 하면서도 부모님이나 친구와 의논하지 않고 AI와 사랑을 의논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AI가 양날의 칼을 가진 도구라는 점입니다. 챗GPT는 박학다식한 ‘의사’도 되고, 초능력을 가진 ‘재림 예수’일 수도 있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연인’도 되지만, 때로는 소름 끼칠 정도로 설득력 있는 ‘자살 코치’로 돌변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3. AI 결함?
캘리포니아에서 챗GTP에 빠진 이용자가 자신의 권총으로 자살하게 되자 그 어머니가 챗GPT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그 알고리즘이 아들의 자살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Character.AI를 상대로 플로리다에서 제기된 소송에서는 원고가 AI 챗봇의 경고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살인 방조 이외에 알고리즘 설계상 결함에 따른 ‘제조물책임’을 주장했다는 점이 주목되고, AI 기업은 챗봇의 답변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항변했습니다.
AI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은 담배 기업이나 카지노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처럼 중독성 및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하여 고도로 과학적 증거를 수집하고 제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최근 Meta와 유튜브를 상대로 한 소송은 상당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KGM으로 알려진 20세 여성은 소셜 미디어 메타와 동영상 스트리밍 유튜브가 무한 스크롤 및 알고리즘 추천 기능으로 자신의 불안과 우울증을 유발했다고 주장하고 소송을 제기했는데, 배심원들은 그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피해 여성에게 45억 원($3 million)을 배상해야 한다는 평결을 했습니다. 현재 Meta 및 유튜브 이용자들이 제기한 유사한 소송이 수천 건에 달하기 때문에 이번 시험소송(Bellwether Case)에서의 배심원 평결은 앞으로 AI 알고리즘 설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AI는 70억 인구의 생명줄을 좌우하고 먹고사는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Amazon은 AI 활용으로 지난해 1000조 원이 넘는 매출($716 billion)을 올렸지만, 올해 1만 6천 명의 직원을 해고했습니다.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9천200만 명이 실직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해고의 폭풍이 지나가고 난 후에 그보다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AI를 활용하는 전문직의 소득은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실직자가 될까요 아니면 AI를 활용하는 고소득 전문가로 발전할 수 있을까요?
월마트는 종이 대신에 디지털 가격표를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매장 가격표를 바꿀 예정이기 때문에, 이제 우리들은 주말에 갑자기 치킨과 맥주 가격이 올라간 것을 보고 치맥 모임을 재고해 봐야 할지 모릅니다. 월마트는 이용자들의 쇼핑을 도와주는 쇼핑비서(shopping agent) ‘Sparky’를 활용하여 쇼핑규모가 35% 정도 증가하는 효용을 확인했고, 현재 Sparky는 챗GPT와 구글 Gemini 내에 쇼핑 플러그인으로 통합되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쇼핑비서가 품목이나 가격에 관한 실수로 이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챗GPT나 구글이 아니라 그 운영 주체인 월마트에게 법적 책임이 있다고 판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Air Canada의 고객이 챗봇에 항공요금을 문의하고 챗봇의 사후 할인 및 일부환불에 관한 답변을 듣고 항공권을 구매한 사안에서, Air Canada는 챗봇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고객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챗봇이 항공사의 일부라고 보고 챗봇의 실수로 인한 고객의 손해는 항공사가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판단했습니다.
4. AI 데이터 학습
AI는 우리들을 위하여 보고서를 작성하고, 노래도 만들고 영화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많은 돈을 벌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던 헐리우드 작가와 배우들이 상당 기간 파업을 하면서 AI 활용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고, 예술가들과 언론사들은 AI 기업들을 상대로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한국 등에서 70여 건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의 주요 쟁점은 저작권, 상표권, 퍼블리시티권, 부정경쟁행위 등과 같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소송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그 결론을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미국과 영국의 몇몇 법원은 인공지능의 학습을 위하여 원고 저작물을 복제 및 이용한 것이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AI 기업이 학습데이터로 활용한 저작물 가운데 해적판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받은 것은 무단복제일 뿐만 아니라 공정이용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예술가들과 언론사들은 AI가 만들어낸 산출물 가운데 원본과 아주 유사한 산출물이 나온다 거나, 워터마크 형태의 상표가 그대로 복제되어 나온다 거나, 저명 캐릭터 또는 저명 연예인의 이미지와 목소리를 그대로 모방한다고 주장하면서, 산출물 단계의 불법행위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산출물 단계의 불법행위가 문제된 경우에는 AI 이용자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30년전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인터넷에서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이용자들의 민형사 책임이 문제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AI 산출물에 의한 불법행위가 많아지면서, 이용자들의 민형사 책임이 문제되는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용자들의 책임 여부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관한 증거의 문제로 집중되는 반면에, 이용자들의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그러한 불법행위에 대한 AI 기업이 어떠한 책임을 지는 지의 문제는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해석론 및 입법론의 문제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에서는 저작권침해인지 명예훼손 등의 기타 권리침해인지 불법행위 유형에 따라서 인터넷기업의 책임이 크게 달랐고, AI 기업이 인터넷기업과 비슷한 취급을 받을지 여부가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일주일 전에 미국연방대법원은 인터넷기업의 책임에 관하여 중대한 변화를 보여준 만장일치의 판결을 내린 바 있어서, AI 기업의 책임에 미칠 영향이 커다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5. 인터넷 v. AI
‘Cox’는 케이블방송과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데 인터넷가입자 가운데 음악 파일을 불법적으로 공유한 이용자들이 있음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정 정지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저작권침해의 책임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소니를 비롯한 53개 음반사들은 이용자들의 저작권침해에 관하여 여러 차례에 걸쳐서 Cox에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Cox가 저작권침해를 그대로 방치했다고 주장하면서,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액으로 1조 4500억 원($1 billion)의 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지방법원과 항소법원은 이용자들의 저작권침해에 대하여 Cox가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연방대법원은 인터넷기업이 저작권침해를 조장하거나 적극적으로 유도한 것이 아니라면, 이용자들의 불법행위를 알고 있었고 불법행위 이용자의 접속을 차단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인터넷기업에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고 만장일치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 거의 대부분의 음반사들이 원고로 참여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 반면에,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시민단체들도 인터넷기업에 의한 이용자들에 대한 감시가 인터넷상의 자유를 위축한다고 하는 우려의 의견을 연방대법원에 제출했습니다.
미국 저작권법은 인터넷기업이 저작권자로부터 저작권침해의 통지를 받으면 침해물을 삭제해야 하고 반복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는 이용자의 계정을 해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그와 같이 저작권침해방지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한 인터넷기업의 책임을 면제해 주고 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인터넷기업이 저작권법에서 요구되는 침해방지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하여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이 인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Cox가 반복적으로 침해행위를 하는 이용자들의 계정해지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저작권법상 면책조항(17 U.S.C. § 512 Safe Harbor)의 혜택을 주장할 수 없다는 점은 명백합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Cox가 저작권법상 면책을 주장할 수 없더라도 이용자들의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적극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대부분 이용자들의 적법한 이용을 위하여 중립적인 통신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는 Cox에게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연방대법원의 논리는 AI 기업이 저작권침해, 상표권침해, publicity권 침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산출물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을 질 것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경제적으로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첨단기술이 만들어내는 법적쟁점들은 항상 변하고 새로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기술전문가와 법률전문가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노력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입니다.
6. AI 콘텐츠
저명한 예술가들과 언론사들의 완강한 저항과 치열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문화산업의 민주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명 예술가도 아닌 평범한 일반인들이 AI를 활용하여 노래와 동영상을 만들고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직업적 예술가와 일반인 창작자 그리고 AI 기업 사이의 긴장과 갈등은 많은 분쟁과 소송을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음악사이트 스포티파이는 AI로 만든 음악의 유통을 허용했고, 동영상사이트 유튜브는 아예 자체 AI 도구 ‘DreamTrack’을 도입하여 이용자들로 하여금 AI로 동영상을 만들고 업로드하여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습니다. 스포티파이에서는 ‘Biscuit Beats’가 AI로 만든 노래가 지난해 2400만 회 이상의 스티림으로 연간 1억 원 이상의 로얄티 (£67,891)를 벌었고, 유튜브에서는 ‘Fern’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AI로 범죄 도큐멘터리를 제작하여 매월 1억 원($80,000+ per month)이 훨씬 넘는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AI 콘텐츠를 만들어서 수익을 올리는 이용자들이 약관에 따라서 로얄티 또는 광고수익의 분배를 청구할 수 있는 계약상 권리를 가진다는 점은 명백하지만, 그 이용자들이 AI 콘텐츠 자체에 대하여 어떠한 권리를 갖고 있는지는 불명확하다는 점입니다.
AI 기업도 스포티파이나 유튜브도 이용자들이 만든 AI 콘텐츠에 대하여 저작권을 인정한 것은 아닙니다. 각국의 저작권등록 실무와 법원의 판결은 시장 현실과는 정반대로 AI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일주일 전에 미국연방대법원은 AI 콘텐츠의 저작권에 관한 역사적인 결론을 내렸습니다. AI는 사진기와 같은 창작 도구에 불과하고, 인간과 같은 창작자/저작자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미국 저작권청이 AI 콘테츠에 대한 저작권등록을 거절한 것은 적법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입니다. AI로 만든 발명도 특허등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특허청과 법원의 견해입니다.
7. AI 거버넌스
AI가 아름다운 그림만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AI는 전쟁을 수행하면서 생명과 재산을 파괴하기도 합니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의 체포 및 이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살해는 Palantir와 Anthropic의 인공지능이 작전을 수립하고 수행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AI가 마두로와 하메네이의 삶과 죽음을 결정한 셈입니다. 미국 국방부는 AI 없이 전쟁을 수행할 수 없는데 최근 Anthropic과의 거래를 단절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죠? Anthropic이 자사 AI가 미국인에 대한 대규모 감시에 사용되거나 살상을 위하여 완전 자율 무기로 이용되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AI에 의한 감시와 프라이버시 침해 그리고 AI 무기에 의한 살상은 국가 차원의 규제가 논의되는 경우는 많습니다. Anthropic처럼 기업 차원에서 스스로 자율적인 윤리규정을 두고 그에 부합되지 않는 서비스를 거절하고 그로 인하여 정부와 갈등을 빚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현상에 해당합니다. 미국에서 이처럼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AI 기업들이 첨단기술의 위험성에 따라 알고리즘 설계에 윤리적인 제약을 인식하고 있는 반면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AI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하여 투자 촉진과 규제 완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월11일까지 각 주정부로 하여금 인공지능 관련 투자 촉진 및 규제완화의 연방정책과 충돌하는 주법 및 주법안의 목록을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연방정책과 충돌되는 법안을 채택한 주정부에 대하여는 수십조원 규모의 통신관련 연방예산의 지원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AI 관련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한다고 노력하면서도 동시에 AI 투명성·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규제와 과태료 및 시정조치 등의 제재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AI기본법(인공지능 발전과 신뢰기반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을 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8. 나오며
AI 대중화로 개인, 기업, 정부 모두 새로운 기회와 엄청난 도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기술전문가는 법률에 관심을 갖고 법률문제의 해결에도 노력과 투자를 할 때 비로소 시장에서의 커다란 성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법률전문가는 AI를 비롯한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기술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창의적인 문제해결의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 여러분, AI와 함께 멋진 삶을 만들어 나가시길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