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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헌법 · 행정 · 규제대응] 의료법인 제도와 1인 1개설 · 운영 원칙의 조화
2025.12.30
의료법상 ‘1인 1개설ㆍ운영 원칙’ 위반이 문제된 사건입니다.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에서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기소된 의료인은 A의료법인의 대표자로서 B치과병원을 운영하는 치과의사입니다. 기존 병원을 운영하던 중 법인 명의를 이용하여 또 다른 의료기관을 운영하기로 마음먹고 여러 의료기관을 중복 운영하였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하급심 법원은 의료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의료법과 의료법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보아 파기하였습니다(대법원 2025. 12. 4. 선고 2020도949판결).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의 의미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할 수 없다는 규제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합헌으로 결정했습니다. 1인의 의료인이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운영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폐해를 미리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의료인으로 하여금 하나의 의료기관에서 책임 있는 의료행위를 하게 하여 의료행위의 질을 유지하고, 지나친 영리추구로 의료의 공공성이 훼손되거나 의료서비스 수급의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며, 소수의 의료인에 의한 의료시장 독과점과 양극화를 방지하려는 취지가 인정된다는 입장입니다.
합헌으로 판단된 ‘1인 1개설ㆍ운영 원칙’은 두 가지 행위를 금합니다. ‘중복 개설’과 ‘중복 운영’입니다. ‘의료기관 중복 개설’이란 이미 자기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등의 명의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자신의 주관 아래 무자격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는 경우를 뜻합니다. 중복 운영은 다릅니다. 운영의 사전적 의미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대법원은, 중복 운영이라 함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하여 존폐ㆍ이전, 의료행위 시행 여부, 자금 조달, 인력ㆍ시설ㆍ장비의 충원과 관리, 운영성과의 귀속ㆍ배분 등의 경영사항에 관하여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라고 봅니다(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도3672 판결 등). 개설과 운영은 각각 규제 대상이 됩니다.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면 중복 개설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1인 1개설ㆍ운영 원칙 위반이 됩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기존 해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의료법인 제도의 본질을 재조명했습니다. 의료법은 의료취약지역에 민간 의료기관 건립을 유도하고 민간 의료의 공공성을 제고하기 위해 의료법인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의료법인은 재단법인의 일종으로서 영리추구가 금지되고, 이사회나 정관 등에 의한 내부 통제를 받으며, 설립ㆍ정관변경ㆍ재산처분 시 시ㆍ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국가의 관리와 감독을 받습니다.
의료법은 '의료인'에게는 1인 1개설ㆍ운영 원칙을 적용하면서도, '의료법인'에 대해서는 개설ㆍ운영할 수 있는 의료기관 수를 제한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그 이유에 주목했습니다. 의료법인 제도의 입법목적과 견제가능성을 고려한 입법자의 의도적 선택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법원은,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이사 등의 지위에서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다른 의료기관의 경영사항에 관하여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중복 개설ㆍ운영 금지 취지를 저해하여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의료인 개인이 의료법인 명의의 의료기관을 포함하여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ㆍ관리함으로써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을 위반하였다고 인정하려면, 추가적인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외형상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입니다. 가령, 실질적으로 재산출연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않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ㆍ운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 때입니다. 예를 든다면,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하여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사례를 상정할 수 있습니다. 의료법인이 관련되면 이처럼 추가 기준이 요구됩니다. 1인 1기관 개설ㆍ운영 원칙에 부합하는 적법한 의료기관 운영으로 의료법인을 가장했다는 사정이 더 존재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의료법인 설립과정에 하자가 있었다는 사정으로는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의료법인의 재산을 일시적으로 유출하였다는 정황만을 근거로 곧바로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 위반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의료법인 설립과정의 하자가 의료법인 설립허가에 영향을 미치거나 의료기관 개설ㆍ운영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렀는지 살펴야 합니다. 의료법인의 재산이 유출된 정도, 기간, 경위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사회 결의 등 정당한 절차나 적정한 회계처리 절차가 있었는지도 검토 대상입니다. 이러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의료법인이 탈법 수단으로 악용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는지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의료법인 이사의 지위에 있었고 아내를 명목상 이사로 취임하게 했습니다. 이러한 지위에서 치과병원의 경영사항 의사결정권을 보유하고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이러한 사실관계만으로 의료법인의 본질이 부정될 정도에 이르면서 탈법 수단으로 악용되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추가 사정이 되지는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종래 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이사로서 경영사항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중복 운영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 하급심 법원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의료법인이 단순히 의료인 개인의 연장이 아니라 독자적 법인격을 가진 별개 주체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의료법인 제도의 목적에 부합하게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고 국가의 관리ㆍ감독을 받도록 설계된 점도 고려했습니다. 형식적 지배구조만으로 위법성을 판단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의료법인의 실체적 독립성과 공공성이 유지되는지를 실질적으로 심사하도록 기준을 제시한 셈입니다.
향후 유사한 의료법 위반 사건에서는, 의료법인 설립과정에서 재산출연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출연재산이 적정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치열한 다툼이 될 수 있습니다. 의료법인 재산의 유출 여부와 정도, 기간, 경위도 중요한 판단 요소입니다. 이사회 결의와 같은 정당한 절차와 적정한 회계처리 절차를 거쳤는지가 면밀히 검토될 것입니다.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정도로 중대한 탈법 행위가 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의료인과 의료법인은 이러한 판단 기준을 염두에 두고 의료법인을 적법하게 설립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판결은 의료법의 규제 목적과 의료법인 제도의 활성화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의료법인이 적법하게 운영되는 한 의료인의 참여를 허용하되, 탈법적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에는 규제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건전한 의료질서 확립과 국민 건강 보호라는 의료법의 궁극적 목적에도 부합하는 해석입니다. 의료인의 의료법인 경영 참여가 그 자체로 금지되지는 않으나, 실체 없는 법인을 통한 탈법 행위로 평가되어 처벌될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의료법 위반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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