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음지】- 2000년 겨울호 Q) 정씨는 작은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 정씨는 어렵게 직장을 구한 터라, 누구 못지 않게 성실하게 일하여 동료들도 그의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할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날 회사 상사로부터 느닷없이 사표를 제출하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 구조조정 차원에서 직원들의 일부를 정리해야 하는데, 정씨도 그 대상에 포함되었으니 사표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이야기였다. 회사를 그만두면 가족들의 생계가 막연해지고, 다시 취업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일이라, 처음에는 완강히 버텼으나 계속되는 압박에 정씨는 결국 사표를 내고 말았다. A) 의원면직도 해고인가? 정씨의 경우처럼 사용자가 강력히 요구하여 스스로 사표를 제출한 경우에도 “해고”라고 볼 수 있을까? 해고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자를 짜르는(?) 것이므로, 본인이 사직서를 낸 이상 해고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래서인지 사용자들이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형식(이를 통상 “의원면직”이라고 하는데, 원하는 바에 따라 면직을 한다는 뜻이다)을 취하여 사실상 해고를 감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직장을 그만 둘 의사가 없는 근로자에게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게 하였다면, 이 또한 해고이다.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요구하여 마지못해 사직서를 제출한 정씨의 경우에도 해고를 당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해고에 관한 법적 규제가 모두 적용된다. 정리해고 정씨의 회사는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직원들을 정리하고자 했다. 이처럼 회사가 경영상의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을 “정리해고”라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회사를 살리기 위해 정리해고를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정리해고가 정당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우선, 해고를 하지 아니하면 기업경영이 위태로울 정도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 최소한 인원삭감의 합리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둘째, 우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즉, 경영방침이나 작업방식을 합리적으로 바꾸거나, 신규채용을 금지하고 일시휴직ㆍ희망퇴직을 활용하여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였음에 불구하고 해고가 불가피한 경우여야 한다. 셋째, 해고를 함에 있어서도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한다. 특히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하여서는 아니된다. 넷째, 근로자들과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 및 해고의 기준에 대하여 미리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정리해고는 무효이다. 정씨가 다니던 회사는 위와 같은 정리해고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정씨에 대한 정리해고는 무효이다. 부당한 해고의 구제절차 앞에서 본 것처럼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없이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정리해고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근로자를 정리해고하는 것은 무효이다. 해고가 무효이면 근로자는 해고된 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또한, 정당한 이유없이 근로자를 해고한 사용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씨는 어떤 방법으로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복직을 이루며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을 받아낼 수 있을까? 첫째, 노동청 산하의 노동사무소에 고소장을 제출하여 사용자의 형사처벌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사용자를 고소하면 노동사무소의 근로감독관이 시정명령 등을 통하여 근로자를 복직시키는 경우도 있다. 둘째,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다만,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해고가 있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 이 때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지급도 같이 청구하는 것이 좋다. 만일 지방노동위원회에서 해고가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경우에는 10일 이내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할 수 있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복직판정이 나지 않은 경우에는 15일 이내에 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셋째, 위와 같은 절차와는 별개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이러한 소송을 해고무효확인 소송이라고 한다. 민사소송을 제기할 때에는 해고무효 뿐 아니라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 지급을 함께 청구할 수 있다. 통상, 노동위원회에서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빠른 해결에는 도움이 되나, 3개월이란 신청기간이 있으므로 시간이 많이 흐른 경우에는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할 것이다. 임성택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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