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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법률정보|칼럼
[헌법소송] 결손법인에 대한 채무면제 증여세 부과의 위헌성
2016.05.26

1. 문제 상황

결손법인에 대한 채무면제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논란이 분분합니다.  결손법인은 통상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경영정상화를 꾀할 수 있도록 결손법인이 지고 있는 채무의 원금 혹은 이자 전부나 일부를 면제해주는 채권자들이 있습니다.  이 때 어떤 채권자가 결손법인의 주주와 특수관계에 있을 때 증여세 부과가 문제됩니다. 
결손법인의 ‘주주’가 이익을 얻었다고 보아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결손법인 주주에 대한 증여재산 가액으로 의제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의 위헌성이 다툼이 되고 있습니다.  채무면제 전후로 특정법인의 주식가치가 계속 음수(-)인 경우에도 주주가 이익을 얻을 것으로 간주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과세처분의 근거가 되는 상증세법 조항은 논란을 겪으며 시기별로 조금씩 변해왔습니다.  시기별 판결과 쟁점을 순차로 봅니다.  특히 현재 판결이 엇갈리는 시기 법령의 위헌성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2. 판결례

가. 시행령을 무효라고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먼저 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된 상증세법 조항이 문제 되었습니다.  당시 다툼이 된 조항은 “특정법인의 주주 또는 출자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당해 특정법인에게 재산 또는 용역을 무상제공하는 등 각 호에서 정하는 특정거래를 하여 당해 특정법인의 주주 등이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당해 특정법인의 주주 등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제2항에서 이익의 계산방법을 대통령령에 위임했습니다.

위임을 받은 시행령 조항은, “증여재산가액 또는 채무면제 등으로 인하여 얻는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결손법인은 당해 결손금을 한도로 한다) 등에 해당 최대주주 등의 주식 등의 비율을 곱하여 계산한 금액(당해 금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에 한한다)으로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6두19693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 시행령 조항은 모법의 범위를 벗어나 무효라고 판시했습니다.  처분의 근거 법률은 특정법인과의 재산의 무상제공 등 거래를 통하여 최대주주 등이 ‘이익을 얻은 경우’를 전제로 그 ‘이익의 계산’만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시행령 조항은, 특정법인이 얻은 이익이 ‘주주 등이 얻은 이익’이라고 곧바로 간주해 증여재산가액을 계산하고 있는 잘못이 있었습니다.  시행령에 따르면, 특정법인에 재산의 무상제공 등이 있다면 그 자체로 주주 등이 이익을 얻은 것으로 의제하여 증여세 납세의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무효라고 판시했습니다.

나. 근거 법률 개정 이후 엇갈리는 판결

그러자 입법자는 2010. 1. 1. 법률 제9916호로 처분의 근거 법률을 개정했습니다.  즉, “[∙∙∙] 특정법인의 주주 또는 출자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그 특정법인의 주주 또는 출자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종전 법령의 미비점을 보완하였다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이와 같이 개정된 이후, 더 이상 시행령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개정된 법률에 따르면, “결국 주주가 얻은 이익의 계산뿐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 주주가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볼 것인지에 관하여도 대통령령에 위임을 하는 취지라고 봄이 상당하며, 결국 이처럼 모법에 위임규정이 새로 생김으로써 더 이상 시행령 조항을 무효라고 볼 수 없게 되었다”는 판시입니다(서울고등법원 2015. 5. 19. 선고 2014누68715 판결, 서울행정법원 2015. 6. 11. 선고 2014구합74480 판결).

그러나 최근 위 판결과 달리 시행령 조항이 조세법률주의, 포괄위임금지원칙 등에 위배되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와 주목됩니다(서울행정법원 2016. 4. 7. 선고 2015구합74586 판결, [판결] “결손법인 채무면제에 증여세 부과는 부당” 첫 판결 법률신문 2016. 5. 9. 기사, 이익 없어도 세금내라고? '엉터리 세법' 철퇴 맞다 조세일보 2016. 4. 21. 기사)

위 판결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처분의 근거 법률에 대해 헌법합치적 해석을 함으로써 처분의 근거 법률에서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은, 주주가 실질적으로 이익을 얻은 경우를 전제로 그 이익의 구체적인 종류와 범위에 관한 것으로 한정되는 내재적 한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와 같은 헌법합치적 해석을 통해, 거래 전후 1주당 순자산가치가 모두 부수(-)로 산정되어 소유한 주식의 가치가 상승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이익을 얻었다고 간주하고 그 증여가액 또는 채무면제액 등 거래로 인한 가액을 주식수로 나누어 이를 증여세의 과세표준이 되는 증여재산가액으로 보는 시행령 조항은 위헌ㆍ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3. 증여세 부과 근거 법령의 위헌성

최근 서울행정법원 2016. 4. 7. 선고 2015구합74586 판결이 헌법상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충실한 판결로서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헌법합치적 해석을 통해 처분의 근거 법률을 축소 해석하지 않는다면, 위헌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가. 조세법률주의와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

2010년 1월 1일자 법률 개정으로, “이익”이라는 단어 앞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이라는 문구를 추가했으니, 더 이상 ‘실질적 관점에서 이익’의 유무를 따질 필요가 없이 대통령령으로 이익의 존부와 크기를 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주장은 헌법이 정하는 조세법률주의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하고, 헌법 제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헌법규정에 의해 천명된 조세법률주의의 이념은 과세요건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 규정하도록 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또한 과세요건을 명확히 규정하도록 하여 국민생활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보장하는 데에 있습니다(헌법재판소 1989. 7. 21. 선고 89헌마38 결정).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라고 함은 법률에서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에 관한 기본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행정권에 의한 자의적인 법률의 해석과 집행을 방지하고 의회입법의 원칙과 법치주의를 달성하려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헌법재판소 1991. 7. 8. 선고 91헌가4 결정).

위임입법에서 구체성ㆍ명확성을 요구하는 정도는 규제대상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데, 조세법률주의의 이념에 비추어 국민의 재산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내용의 조세법규는 일반적인 급부행정법규의 경우와는 달리, 위임의 요건과 범위가 보다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규정되어야 합니다(헌법재판소 1991. 2. 11. 선고 90헌가27 결정, 헌법재판소 1994. 7. 29. 92헌바49등 결정 참조).

이러한 법리에 기초해 헌법재판소는 아래와 같은 구 상속세법(1981. 12. 31. 법률 제3474호로 개정되고, 1990. 12. 31. 법률 제42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의4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익” 부분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1998. 4. 30. 95헌바55 결정).
 

구 상속세법(1981. 12. 31. 법률제3474호로 개정되고, 1990. 12. 31. 법률 제42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의4 (무상 등으로 양도받은 경우의 증여의제) 제32조 내지 제34조의3의 경우를 제외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수관계에 있는 자로부터 현저히 저렴한 대가로써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익을 받은 자는 당해 이익을 받은 때에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  다만, 이익을 받은 자가 자력을 상실하여 납세할 능력이 없을 때에는 그 세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면제한다.

구 상속세법 시행령(1988. 12. 31. 대통령령 제12567호로 개정되고, 1990. 12. 31. 대통령령 제131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의3 (현저히 저렴한 대가로 받은 이익)
법 제34조의4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익”이라 함은 법인이 자본 또는 출자액을 증가하기 위하여 주식 또는 지분(이하 “신주”라 한다)을 배정함에 있어서 당해 법인의 주주 또는 출자자(이하 “주주 등”이라 한다)가 신주를 배정받을 수 있는 권리(이하 “신주인수권”이라 한다)의 일부 또는 전부를 포기함으로 인하여 당해 신주인수권을 포기한 주주등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그의 지분비율을 초과하여 신주를 배정받은 경우에 그 초과하여 배정받은 신주의 납입금액과 증여일의 현황을 기준으로 하여 제5조 내지 제7조의 규정에 의하여 평가한 가액과의 차액을 말한다.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이익’을 받는다는 개념은 매우 넓은 개념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에 관하여 아무런 구체적인 기준도 제시하지 않고 있으므로,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익’이란 과연 어떠한 이익을 어떻게 받은 경우가 이에 해당하게 되는 것인지 이러한 법률조항만으로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앞서 인용한 구 상속세법 시행령 제41조의3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익’의 의미를 ‘당해 법인의 신주인수권을 포기한 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그 신주인수권 포기로 인해 자신의 지분비율을 초과하여 신주를 배정받음으로써 얻은 경제적 이익’으로 구체화시키고 있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이익의 내용은 구 상속세법 제34조의4의 해석으로부터 쉽게 예측할 수 있지도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이유로, “[구 상속세법 제34조의4는] 증여의제로 증여세의 과세대상 내지 과세물건이 되는 것을 단지 ‘현저히 저렴한 대가로 받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익을 받은 자’로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그 구체적인 내용은 전적으로 하위법령인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어, 납세의무자인 일반 국민이 과연 어떤 행위로 인한 어떤 이익에 대하여 증여세가 부과될 것인가를 법률만으로는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없게 하였다”면서, 위 법률조항은 조세법률주의를 정한 헌법 제59조 및 위임입법의 한계를 정한 헌법 제75조에 위반된다고 결정했습니다.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 결정은 논란이 되는 상증세법 조항에도 같은 논리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위헌이 되는 법률 문언과 구조가 다르지 않습니다.  논란이 되는 상증세법 제41조 제1항도 증여세의 과세대상 내지 과세물건이 되는 것을 단지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익”으로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익’의 구체적 내용이 모두 하위법령인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있어서 일반 국민들로서는 위 상증세법 조항만으로는 어떤 행위에 대해 증여의제가 이루어질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상증세법 제41조 제1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이라는 부분은 적어도 “이익”이라는 낱말의 통상적 개념에 어긋나게 인위적으로 ‘이익’의 내용이나 범위를 재단할 수 있도록 하위법령에 포괄위임하고 있는 한에서는 조세법률주의 및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위헌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6두19693 전원합의체 판결은 상증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에 대해 “모법의 규정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그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라는 판단을 내려놓은 상태였습니다.  그렇다면, 위 상증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의 위헌성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입법을 하는 게 순리에 맞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입법자는 합헌적인 법률을 만들지 않고 상증세법 제41조 제1항 중 “이익”이라는 낱말 앞에 “대통령령이 정하는”이라는 문구를 덧붙이는 방법으로 앞서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를 우회하려고만 하는 한계를 보였습니다. 

나. 실질과세원칙 위배

실질과세원칙은 조세법률주의와 조세평등주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헌법 이념입니다.  법률상의 형식과 경제적 실질이 서로 부합하지 않을 때 경제적 실질을 추구하여 과세함으로써 조세를 공평하게 부과하겠다는 원칙으로서(헌법재판소 1989. 7. 21. 선고 89헌마38 결정), 국세기본법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에서는 “세법 중 과세표준의 계산에 관한 규정은 소득ㆍ수익ㆍ재산ㆍ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에 불구하고 그 실질 내용에 따라 적용한다”고 규정합니다.  상증세법 제2조 제3항은 “이 법에서 ‘증여’란 그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ㆍ형식ㆍ목적 등과 관계없이 경제적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유형ㆍ무형의 재산을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현저히 저렴한 대가를 받고 이전(移轉)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하는 것 또는 기여에 의하여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들을 통한 체계적 해석상, 위 상증세법 제41조 제1항에서 “이익을 얻은 경우”라 함은 마땅히 “특정법인의 주주의 재산가치가 실질적으로 증가된 경우”여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주주에게 이익이 귀속된 경우”라고 함은 그 주주가 보유하는 주식의 1주당 가액이 상승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일 해당 거래를 전후하여 그 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1주당 가액이 모두 음수로 평가되고, 단지 해당 거래로 인하여 음수의 절대치가 감소한 것에 불과하다면, 결국 그 주식의 가액은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주식의 가액이 상승하였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이런 경우 해당 법인의 일반채권자들이 이익을 분여받았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그 주주가 이익을 분여받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두4249 판결,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두4734 판결, 유사한 취지로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08두8994 판결 등 참조).

결손법인의 경우 주주에 대한 배당을 상정할 수 없고, 주식의 실제 가치나 잔존재산의 청산가치가 음수인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이 경우 특수관계인이 그 결손법인에 재산을 무상제공하는 등 거래행위를 함으로써 만일 그 법인의 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실제 가치나 청산가치가 음수(-)에서 양수(+)로 전환되었다면, 해당 양수값만큼 그 주주가 실질적으로 이익을 얻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금액에 대해서는 과세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일 그렇지 않고, 주식의 가치가 여전히 음수로 머물러 있다면, 결국 그 주주는 해당 거래행위로 인해 실질적으로 아무런 이익을 얻은 바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입니다.

채무면제가 있더라도 주식의 가치가 여전히 음수라면, 채무면제를 통하여 주주들이 실질적으로 이익을 얻은 바 없습니다.  그럼에도 증여세를 부과한다면, 헌법상 ‘실질과세원칙’에 위배된다고 생각합니다.

다. 과잉금지원칙위배

조세 관련 법률이 헌법 제38조 및 제59조에서 선언하고 있는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따라 과세요건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법률의 목적이나 내용이 기본권 보장의 헌법이념과 이를 뒷받침하는 과잉금지의 원칙 등 헌법상의 제반 원칙에 위반된다면 역시 위헌이 될 것입니다(헌법재판소 1992. 2. 25. 90헌가69 결정, 헌법재판소 2003. 7. 24. 2000헌바28 결정 등).

특히 헌법 제23조 제1항는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한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세법률관계에 있어서도 국가가 과세권의 행사라는 이름 아래 법률의 근거나 합리적 이유 없이 국민의 재산권을 함부로 침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헌법재판소 1992. 12. 24. 90헌바21 결정, 헌법재판소 2003. 7. 24. 2000헌바28 결정, 헌법재판소 2003. 12. 18. 2002헌바16 결정 등).

헌법재판소는, 구 소득세법 조항에서 “거주자 1인과 그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사업소득이 발생하는 사업을 공동으로 경영하는 사업자 중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당해 특수관계자의 소득금액은 그 지분 또는 손익분배의 비율이 큰 공동사업자의 소득금액으로 본다”고 간주하도록 한 조항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결정한 적이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06. 4. 27. 선고 2004헌가19 결정).

헌법재판소는 위 구 소득세법 조항이 “일률적으로 특수관계자의 사업소득을 지분이나 손익분배의 비율이 큰 공동사업자의 소득금액으로 의제함으로써 조세회피행위의 방지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 필요 이상의 과도한 방법을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하였습니다.

나아가 실질적으로 사업소득이 누구에게 귀속되었는가와 상관없이 문제가 된 법률조항을 일률적으로 적용해 과세 대상의 실질이나 경제적 효과가 납세자에게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실질조사나 쟁송 등을 통해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음을 밝힘으로써 그 적용을 면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지 않고 있으며, 이는 일정한 외관에 의거하여 가공의 소득에 대해, 또는 소득이 귀속되지 않은 자에 대한 과세로서 조세행정의 편의만을 위주로 제정된 불합리한 법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비록 공동사업을 가장한 소득의 위장 분산에 대한 개별 구체적 사정 등을 과세관청에서 실질적으로 조사하여 파악하기 어렵다 하여도 추정의 형식을 통해 그 입증 책임을 납세자에게 돌릴 수 있으며 이러한 것이 조세행정상 과세관청의 부담을 특별히 가중시킨다고 볼 수 없는 반면, 반증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납세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통해 달성하려는 입법 목적과 사용된 수단 사이의 비례 관계가 적정하지 아니하다”고 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법률로 판시했습니다.

위와 같은 결정례 역시 문제 되는 상증세법에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상증세법 제41조 제1항은 어디까지나 특정법인의 주주에게 사실상 경제적 이익을 주는 변칙적인 증여를 차단하는 데에 입법취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특정법인에 대한 거래로 인해 법인의 주주에게 실제로 아무런 이익이 귀속되지 않았다면, 증여의 실질이 있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경우까지 증여를 의제하는 것은 조세정의에 반합니다.  증여의 실질이 없는데도 함부로 증여세를 부과한다면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변칙증여를 차단한다는 입법목적만 내세운 나머지 실질적으로 이익을 얻지 못한 경우까지 이익이 있다고 간주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며 지나치게 과도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변칙증여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면 무조건 증여로 간주하는 의제조항을 둘 것이 아니라 실질조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최소한 수범자에게 반증의 기회라도 제공하여야 할 것입니다.

조세법상의 의제규정은 의심 있을 때에는 과세한다는 조세당국의 세수 편의만을 도모하는 비민주적 조세관의 표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지 심사할 필요가 더 큽니다(헌법재판소 1992. 2. 25. 선고 90헌가69 결정, 헌법재판소 2001. 5. 31. 선고 2000헌가2 결정 등).

실질적 과세규정으로서의 의제규정이 조세회피방지를 목적으로 한 행정편의주의적인 입법일 경우, 헌법적으로 용인되기 위해서는 실질조사나 쟁송 등을 통해 그 적용을 면할 수 있는 실효적인 대책이 마련되어 있거나 과세 대상의 실질이나 경제적 효과가 납세자에게 발생한 것으로 의제하는 데에 예외가 없어야 하며 조세법적으로 이러한 입법 형식을 정당화시켜줄 수 있는 다른 입법 목적이나 조세정책적 필요성이 강한 경우이어야 합니다(헌법재판소 1997. 10. 30. 96헌바14 결정, 헌법재판소 2003. 7. 24. 선고 2000헌바28 결정).

위 상증세법에서는, 조세회피의 목적이 아니라 실제로 주식가치가 계속 음수여서 아무런 경제적 이득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실질조사 등을 통해 적용을 구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조세회피 방지를 위해서라면 일정한 시차를 두고 이익을 얻었을 때 양수로 되는 순간 앞서 얻은 이익에 대해서도 증여로 취급하는 등의 실질에 부합하는 대안적 방법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법문상 예외 없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은, 헌법이 요구하는 침해의 최소성에 반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생각합니다.

라. 합형평성원칙과 체계정당성원칙 위배

조세평등주의에 터잡은 조세의 합형평성원칙은 조세관계법률의 내용이 과세대상자에 따라 상대적으로 공평(상대적 평등)하여야 함을 의미합니다.  비슷한 상황에는 비슷하게, 상이한 상황에는 상이하게 그 상대적 차등에 상응하는 법적 처우를 하도록 하는 비례적ㆍ배분적 평등을 뜻합니다.  본질적으로 불평등한 것을 자의적으로 평등하게 취급하는 (내용의) 법률의 제정을 불허함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세의 합형평성원칙은 국가가 조세관계법률을 제정함에 있어서만 필요한 요건이 아닙니다.  법 해석과 집행을 할 때 일관해서 적용되는 부동의 기준이 되며, 법률이 조세의 합형평성의 원칙을 침해하였는지를 판별할 때에는 당해 법률의 형식적 요건이나 내용 외에 실질적 내용을 기준으로 그것이 헌법의 기본정신이나 일반원칙에 합치하는지 검토되어야 한다고 합니다(헌법재판소 1990. 9. 3. 선고 89헌가95 결정).

조세의 합형평성원칙에 따라 과세는 개인의 경제적 급부능력을 고려한 것이어야 하고, 동일한 담세능력자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평등한 과세가 있어야 합니다(헌법재판소 1995. 6. 29. 선고 94헌바39 결정, 헌법재판소 1995. 10. 26. 선고 94헌마242 결정).

또한 체계적합성 또는 체계정당성의 원칙은 입법자가 일련의 규정을 통하여 하나의 규율체계를 형성한 경우 입법자의 결정은 기존의 규율체계에 부합해야 한다는 요청, 기존의 규율체계로부터 임의로 벗어날 수 없다는 헌법적 요청을 말합니다.

헌법재판소도 ‘체계정당성’(Systemgerechtigkeit)의 원리에 대해, 동일 규범 내에서 또는 상이한 규범 간에 (수평적 관계이건 수직적 관계이건) 그 규범의 구조나 내용 또는 규범의 근거가 되는 원칙면에서 상호 배치되거나 모순되어서는 안 된다는 하나의 헌법적 요청(Verfassungspo-stulat)이라고 판시했습니다(헌법재판소 2005. 6. 30. 선고 2004헌바40 결정).

다시 말해, 체계정당성이란 규범 상호 간의 구조와 내용 등이 모순됨이 없이 체계와 균형을 유지하도록 입법자를 기속하는 헌법적 원리입니다.  규범 상호 간의 체계정당성을 요구하는 이유는 입법자의 자의를 금지하여 규범의 명확성, 예측가능성 및 규범에 대한 신뢰와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고 이러한 원리는 국가공권력에 대한 통제와 이를 통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을 이념으로 하는 법치주의원리로부터 도출된다고 합니다(헌법재판소 2005. 6. 30. 선고 2004헌바40 결정 등).

이런 이론적 배경에 비춰볼 때, 위 상증세법의 시행령 조항이 ‘증자로 인한 증여의제’와 다른 취급을 하는 점도 문제됩니다.  상증세법 제39조는 이른바 ‘불균등증자’로 인한 증여의제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증여받은 이익의 계산에 관한 상증세법 시행령 제29조 제3항은 “증자 전ㆍ후의 주식 1주당 가액이 모두 영 이하인 경우에는 이익이 없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증세법

제39조 (증자에 따른 이익의 증여) ① 법인이 자본(출자액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 및 제39조의2에서 같다)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새로운 주식 또는 지분[이하 이 조에서 "신주"(新株)라 한다]을 발행함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그 이익을 얻은 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

상증세법 시행령

제29조 (증자에 따른 이익의 계산방법 등)
③ 법 제39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이익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계산한 이익으로 한다.  다만, 증자 전ㆍ후의 주식 1주당 가액이 모두 영 이하인 경우에는 이익이 없는 것으로 본다.


증자를 통해 해당 법인의 가치를 증가시키거나 채무면제를 통해 해당 법인의 가치를 증가시키거나 똑같이 해당 법인의 가치를 증가시키는 거래에 해당합니다.  그럼에도 증자로 인한 증여의제의 경우에는 증자 전ㆍ후의 1주당 주식가액이 모두 영 이하일 때에는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 반면, 법인에 대한 채무면제를 통해 법인의 가치를 증가시킨 거래에 대해서는 면제 전ㆍ후의 1주당 주식가액이 모두 영 이하인 경우에도 증여세를 과세한다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과 체계정당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생각합니다.

법인의 해산과 다른 차별취급도 역시 문제입니다.  상증세법 시행령 제31조 제2항 제1호는 당해 법인의 채무를 면제, 인수 또는 변제하는 것은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의제하도록 규정하면서도, 단서 조항을 통해 “해산(합병 또는 분할에 의한 해산을 제외한다) 중인 법인의 주주 또는 출자자 및 그의 특수관계인이 당해 법인의 채무를 면제, 인수 또는 변제한 경우로서 주주 등에게 분배할 잔여재산이 없는 경우를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단서는 특정법인에 대한 채무면제에도 그 주주에게 아무런 이익이 귀속되지 않았다면, 증여의 실질이 없어서 증여의제를 하지 못한다는 당연한 이치를 규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비록 해산 중인 법인은 아닐지라도, 채무를 면제한 후에도 채무초과 상태가 계속되어 분배할 잔여재산이 없는 경우라면 마찬가지로 증여이익이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 취급한 점에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생각합니다.


4. 결론

살펴본 것처럼, 결손법인에 대한 채무면제 이후에도 주식 가치가 여전히 마이너스인 경우에까지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상증세법의 법령은 위헌성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서울행정법원 2016. 4. 7. 선고 2015구합74586 판결과 같이 합헌적 해석을 통해 근거 법률의 의미를 축소하여 시행령을 위헌ㆍ무효로 보거나, 아니면 처분의 근거 법률 자체가 위헌이라고 하여 효력을 부인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입법자는, 이러한 논란을 의식해 증여세 부과의 근거가 되는 상증세법 조항을 2015. 12. 15. 다시 개정했습니다.  증여로 간주하는 부분을 단순히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익’이라고 정하지 않고, “결손법인에 대한 채무면제 등이 있는 경우 결손법인의 이익에 특정법인의 주주등의 주식보유비율을 곱하여 계산한 금액을 그 특정법인의 주주등이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고 하여 조금 더 구체화하여 법률에서 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앞서 검토한 위헌성의 일부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치유되지 못하고 현존하는 위헌성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