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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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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노동조합이 사용자에 팩스로 교섭요구를 한 것이 서면교섭요구에 해당하는지
2016.08.25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6. 6. 29. 선고 2015누50247 판결]
 
1. 사안의 개요
 
A회사는 한국도로공사로부터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대행업을 위탁받아 영업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A회사의 B노동조합은 2014년 9월 30일 단체교섭요구를 하면서 그 요청서를 팩스로 A사에 발송하였습니다(이하 '본건 교섭요구'). 한편 2014년 10월 10일 A회사에 C노동조합이 새로 설립되었습니다. A회사는 C노동조합이 과반수 노동조합이라는 이유로 C노동조합을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결정하였습니다.
 
B노동조합은 본건 교섭요구가 이루어진 2014년 9월 30일부터 7일간(2014년 10월 7일까지) 사용자가 B노동조합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여야 하고(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3) 그 공고기간 동안 다른 노동조합이 교섭요구를 하여야 하는데(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4), C노동조합은 공고기간이 끝난 후에야 설립되었으므로 C노동조합을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노동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하여 인용결정을 받았습니다.
 
A회사는 본건 교섭요구가 팩스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교섭요구를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는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2 제2항을 위반한 것으로 교섭요구로서의 효력이 없는 것이라 주장하면서 서울행정법원에 노동위원회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였습니다. 이에 노동위원회가 서을고등법원에 항소하였습니다.
 
 
2. 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B노동조합이 팩스로 보낸 본건 교섭요구가 단체교섭요구로서 적법하고, 따라서 B노동조합의 주장대로 B노동조합이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교섭요구를 서면으로 하도록 정한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2 제2항의 취지는 교섭요구자의 기본적인 정보를 교섭 상대방 및 사업장 내에 존재하는 다른 노동조합이 파악할 수 있도록 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을 특정하고, 교섭요구일자를 명확히 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서면'을 반드시 원본으로 한정하여 해석할 필요가 없고 사본 또한 포함되기 때문에 팩스를 통하여 출력된 것 또한 서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2에서 예정하고 있는 교섭요구서의 제출 방식이 직접 교부하거나 우편 송달을 하는 방식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으며, 팩스는 이를 전송 받는 즉시 출력된 서면의 형태로 전달되고 그 내용에 있어서 교섭요구 노동조합을 특정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서면에 의한 통지의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으므로 팩스로 교섭요구를 하였다고 하여 서면에 의한 교섭요구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팩스를 통하여 출력된 문서는 서면이고 팩스는 그 서면의 전달방식에 해당한다고 보아 노조가 단체교섭 요구를 팩스로 하여도 유효함을 확인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문자메시지, 팩스, 이메일 등 다양한 의사소통 방식이 발달한 가운데 단체교섭 요구 '서면'의 범위와 전달방식에 관하여 판단할 수 있는 준거를 제시하였습니다.
 
유사사건에서도 해외에 있는 근로자에게 이메일로 해고사실을 통지하면서 해고사유가 담긴 인사위원회 의결통보서를 첨부한 사안에서, 하급심 판결은 '이메일은 의사연락의 수단이자 해고의 의사가 담긴 인사위원회 의결통보서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므로, 이러한 해고통지를 '서면통지'로 보았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9. 11. 선고 2008가합42974 판결). 또, 최근 대법원에서도 근로기준법 제27조(해고사유 등의 서면 통지)에서의 '서면'이란 일정한 내용을 적은 문서를 의미하고 이메일 등 전자문서와는 구별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면서도, 예외적인 경우 이메일에 의한 해고사유 통지도 '서면통지'로 인정했습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두41401 판결).
 
이처럼 최근에는 근로기준법이나 노조법상 '서면'의 의미를 이메일이나 팩스까지 확대하여 인정하는 판결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판례에서는 완전히 이메일이나 팩스가 '서면'이라고 본 것은 아니라 예외적인 상황에서 이를 인정한 것이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