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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법률정보|칼럼
[노동] 취업규칙과 단체협약과의 관계
2016.04.29
1. 들어가며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은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근로기준법 제96조 제1항에서도 "취업규칙은 법령이나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 적용되는 단체협약과 어긋나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근로조건 등과 관련해서 가장 상위의 규범은 단체협약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근로조건과 관련하여 취업규칙이나 개별 근로계약에 정한 사항이 단체협약보다 불리한 내용이라면 당연히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에 따라 무효가 될 것이지만, 취업규칙이나 개별 근로계약에 정한 사항이 단체협약보다 유리한 경우에도 전면적으로 무효로 된다고 해석해야 하는지가 '유리의 원칙'과 관련하여 문제됩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 판례가 없는 경우도 있고 학설에서도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하 '과반수 노조')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단체협약이 취업규칙보다 먼저 변경된 경우와 그 반대의 경우 등을 나누어 검토하지 않은 채 단순히 유리의 원칙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만 논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유리의 원칙에 대해 살펴본 후 취업규칙과 단체협약과의 관계에서 과반수 노조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는 경우, 단체협약이 취업규칙보다 먼저 변경된 경우와 그 반대의 경우를 나누어서 조합원, 비조합원에게 어떤 내용이 적용되는지를 살펴보도록 합니다.


2. 유리 원칙

유리의 원칙이라 함은 근로조건을 규율하는 규범에 상ㆍ하위규범이 있을 때 원칙적으로 하위규범이 상위규범에 위반하면 그 효력이 없으나 하위규범이 상위규범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유리한 하위규범이 상위규범보다 우선하여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유리의 원칙을 부정하는 견해는 단체협약 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의 구성원인 근로자 개개인이 단체협약의 집단적 규율에 따라야 하는 것은 그 자유의사에 따라 사적 자치의 원칙에 의한 계약 자유를 스스로 제약하였으므로 당연한 결과이고 만약 유리의 원칙을 인정할 경우 노동조합을 통한 단결권이나 단체교섭권이 상당부분 침해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유리의 원칙을 전면적으로 긍정하는 견해는 단체협약은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한 것이므로 근로계약이 단체협약보다 유리할 경우 단체협약의 강행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절충적 견해는 단체협약과 근로계약 사이의 유리 원칙을 인정하는 것은 근로자 개개인의 행복추구권 관점에서 인정하되, 취업규칙이나 노동관행과 같이 근로자에 대한 집단적 규율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유리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판례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관계에 있어서 유리의 원칙이 적용되는지에 대해 명시적인 판단을 한 것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는 불리하게 개정된 단체협약의 내용이 취업규칙보다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판단하여 사실상 유리의 원칙을 부정한 것으로 보입니다.2)


3.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가. 단체협약보다 불리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이 변경된 경우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경우 과반수 노조가 있는 경우 과반수 노조의 동의를 받아서 변경해야 합니다.3)이 경우 과반수 노조가 기존의 단체협약보다 불리한 내용으로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한 경우 조합원 및 비조합원에게 어떤 내용이 적용되는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조합원의 경우, 과반수 노조는 단체협약의 내용을 취업규칙의 내용으로 변경하겠다는 의사이므로, 조합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될 것입니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4) 을 근거로 단체협약보다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이 없다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반수 노조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동의했다는 것은 단체협약의 내용을 취업규칙 내용으로 변경하겠다는 의미로 보아야 하고, 만약 조합원에게 유리한 단체협약이 적용된다고 볼 경우 비조합원에게는 불리한 내용의 취업규칙이 적용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조합원에게는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비조합원의 경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취업규칙이 불이익하게 변경되었으므로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변경된 취업규칙의 내용보다 유리한 기존 단체협약이 있고 그 단체협약이 노동조합법 제35조의 일반적 구속력5)을 가진다면, 비조합원에게 단체협약이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서 허용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완료했으므로 변경된 취업규칙이 유효함은 당연하다고 할 것입니다.6)

나. 취업규칙보다 불리한 내용으로 단체협약이 변경된 경우

과반수 노조가 기존의 취업규칙보다 불리한 내용으로 단체협약 변경에 동의한 경우 조합원 및 비조합원에게 어떤 내용이 적용되는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조합원의 경우, 과반수 노조가 기존의 취업규칙보다 불리한 내용으로 단체협약 변경에 동의하였으므로 변경된 불리한 단체협약의 내용이 적용될 것입니다.7)

비조합원의 경우 유리한 내용의 취업규칙과 불리한 내용의 단체협약이 있고 해당 단체협약이 노동조합법 제35조상의 일반적 구속력을 갖춘 경우 유리의 원칙이 적용되는지가 문제됩니다. 일반적 구속력이 유리의 원칙보다 우선하여 적용된다면 일반적 구속력을 가진 불리하게 변경된 단체협약이 노동조합법 제35조에 따라 비조합원에게 적용될 것이고, 불리하게 변경된 단체협약의 경우에는 일반적 구속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면 유리의 원칙에 따라 비조합원에게는 변경된 단체협약보다 유리한 내용의 취업규칙이 적용될 것입니다.8)

판례는 기존 취업규칙보다 퇴직금 계산방법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과반수 노조가 체결한 사안에서, 단체협약에 위반되는 기존 취업규칙의 내용은 노동조합법 제33조에 의해 효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에 따라 조합원의 경우 단체협약이 적용되고, 비조합원의 경우에도 일반적 구속력에 따라 불리하게 변경된 단체협약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9)

참고로, 이와 달리 단체협약의 내용보다 유리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개정한 사안에서 하급심 판결은 "취업규칙인 인사관리규정은 그 내용이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위배되지 않고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정한 내용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인 때에는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우선하여 유효하게 적용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10)


4. 과반수 노조가 아닌 경우

가. 단체협약보다 불리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이 변경된 경우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경우 사용자는 과반수 노조가 없다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11) 이 때 기존 단체협약보다 불리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면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은 경우 조합원, 비조합원에게 어떤 내용이 적용되는지 문제됩니다.

비조합원의 경우 불리한 내용으로의 취업규칙 변경에 근로자 과반수가 동의했으므로,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될 것입니다.

조합원의 경우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12)에 따라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에 위반하는 취업규칙은 효력이 없으므로, 유리한 내용의 단체협약이 적용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해당 노동조합이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 동의를 한 것도 아니므로, 조합원(취업규칙 변경에 동의를 한 조합원을 포함)에게 있어서는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에 따라 유리한 내용의 단체협약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나. 취업규칙보다 불리한 내용으로 단체협약이 변경된 경우

기존의 취업규칙보다 불리한 내용으로 단체협약을 변경한 경우 비조합원의 경우에는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이 미치지 않으므로 유리한 내용의 취업규칙이 적용될 것입니다.

조합원의 경우 유리한 내용의 취업규칙이 적용될지 아니면 불리하게 변경된 단체협약이 적용될지 여부는 유리의 원칙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유리의 원칙이 적용된다면 비록 단체협약이 노사간 동의에 따라 적법하게 변경되었더라도 불리한 내용의 단체협약이 아닌 유리한 내용의 취업규칙이 적용될 것이고, 유리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불리한 내용의 단체협약이 적용될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단체협약이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취업규칙이 적용된다면 단체협약 개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므로 당연히 취업규칙상의 유리의 원칙을 배제하고 개정된 단체협약이 우선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하고, 조합원의 경우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노조에 가입하였으므로 협약자치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불리하게 변경된 단체협약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13)

판례는,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서 특별상여금을 제외하는 내용의 보수규정을 불이익하게 변경하였고,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변경된 보수규정을 승인한 사안에서(해당 노동조합이 노동조합법 제35조상 일반적 구속력을 가진 '동종 근로자 반수 이상으로 구성된 조합'이지만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위한 '과반수 노조'는 아닌 경우였음) "단체협약의 체결로써 조합원뿐 아니라 노동조합법 제35조(일반적 구속력)에 따라 비조합원에게도 불리한 내용의 단체협약 내용이 적용된다"고 판시해 유리 원칙을 부정했습니다.14)


5. 마치며

취업규칙과 단체협약과의 관계는 아직 판례가 본격적으로 경우의 수를 나누어 검토한 바 없는 상황입니다. 일반적으로 단체협약을 변경하는 경우 취업규칙도 그 단체협약의 내용에 맞추어 변경을 하므로,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괴리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체협약을 변경하지 않은 채 취업규칙을 변경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양자의 효력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나 연구가 없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회사로서는 단체협약을 변경할 경우 그에 맞추어 취업규칙을 함께 변경하거나 취업규칙 변경시 단체협약도 함께 변경하여 이러한 괴리를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보다 중요합니다. 만약 이러한 괴리현상이 발생한 경우 앞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협약자치의 원칙,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 제35조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습니다.
 
1)
본 원고는 월간 노동법률 2016년 4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2)
예를 들어 국민건강보험법 제29조[(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직ㆍ인사ㆍ보수 및 회계에 관한 규정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정한다], 국민연금법 시행령 제34조[(국민연금)공단은 그 내부조직, 직원의 인사, 임직원의 보수, 감사 및 기금의 관리ㆍ운용 등에 관한 제규정을 정하거나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16조[(근로복지) 공단은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려면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자연공원법 제64조[(국립공원관리) 공단은 그 조직ㆍ회계ㆍ인사 및 보수 등에 관한 규정(規程)을 정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환경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를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등이 있습니다.
3)
한국가스공사 등 시장형 공기업 14개, 한국조폐공사 등 준시장형 공기업 16개,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등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 16개,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 74개, 서울대학교병원 등 기타 공공기관이 203개입니다.
4)
이에 대해서는 헌법상 기본권 제한의 법리 또는 최소한 노조법 제33조와 근기법 제96조와 관련해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관계에 관한 법리를 언급했어야 하는데 그 언급이 일체 없다는 비판이 있습니다(김인재, '공공기관의 취업규칙에 저촉되는 단체협약은 무효이다?', 월간 2015년 5월호, 한국노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