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자금조달과 공시규제¹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모바일 메신저 기업 ‘라인’이 지난 7월 15일 뉴욕증권거래소와 도쿄증권거래소에 동시 상장했습니다. 도쿄증권거래소에는 원주를, 뉴욕증권거래소에는 주식예탁증권(ADR)을 상장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국내 IT 기업의 일본 자회사가 미국의 증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입니다. 한국거래소에서는 LS전선아시아와 화승엔터프라이즈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하였습니다. 국내기업의 베트남 현지법인이 유가증권 상장규정의 ‘외국기업지배지주회사’ 제도를 활용하여 자금을 조달한 사례입니다. 이처럼 국내기업들이 자본시장의 국제화와 각국의 금융규제완화 추세에 신속하게 대응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자금의 수요자인 기업 입장에서 자금조달 방법이 다변화되는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그만큼 자금조달이 편리해지고 유연해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금조달 방법의 다변화가 증권시장의 양적인 팽창을 가져올 수는 있어도 질적인 성장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보’가 증권의 가치를 결정하는 증권시장에서 ‘정보’의 공급자인 기업이 잘못된 정보를 공급하여 증권의 가치를 왜곡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면 역선택(adverse selection)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과소투자로 인해 시장실패(market failure)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고섬’ 사태 발생 후 중국기업은 물론 외국기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거래대금 자체가 급감한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이처럼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으로 인한 레몬 시장(lemon market)의 문제가 만연하게 되면 증권시장의 질적인 성장은 불가능해집니다. 자금의 공급자이자 정보의 수요자인 투자자가 증권의 공정한 가격형성과 증권시장의 건전성ㆍ공정성에 대해 신뢰할 수 있어야만 증권시장이 질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투자자의 투자판단을 위한 정보가 적절하게 제공되어 정보의 불균형이 해소되어야 합니다. 증권발행 관련 공시제도는 이를 위해 마련된 제도적 장치입니다.
각국의 금융감독기관이 상장요건 자체를 완화시키는 등 규제완화를 통해 증권발행 활성화를 위한 여건조성에 힘쓰는 동시에 공시의무 위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투자자 신뢰 회복을 통한 증권시장의 질적인 성장을 위한 조치라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의 공시의무 위반 조치 건수가 2014년 63건에서 2015년 126건으로 급증한 것이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이하 ‘SEC’)의 발행공시 등 관련 조치 건수가 2014년 177건에서 2015년 233건으로 증가한 것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합니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모바일 메신저 기업 ‘라인’이 지난 7월 15일 뉴욕증권거래소와 도쿄증권거래소에 동시 상장했습니다. 도쿄증권거래소에는 원주를, 뉴욕증권거래소에는 주식예탁증권(ADR)을 상장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국내 IT 기업의 일본 자회사가 미국의 증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입니다. 한국거래소에서는 LS전선아시아와 화승엔터프라이즈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하였습니다. 국내기업의 베트남 현지법인이 유가증권 상장규정의 ‘외국기업지배지주회사’ 제도를 활용하여 자금을 조달한 사례입니다. 이처럼 국내기업들이 자본시장의 국제화와 각국의 금융규제완화 추세에 신속하게 대응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자금의 수요자인 기업 입장에서 자금조달 방법이 다변화되는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그만큼 자금조달이 편리해지고 유연해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금조달 방법의 다변화가 증권시장의 양적인 팽창을 가져올 수는 있어도 질적인 성장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보’가 증권의 가치를 결정하는 증권시장에서 ‘정보’의 공급자인 기업이 잘못된 정보를 공급하여 증권의 가치를 왜곡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면 역선택(adverse selection)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과소투자로 인해 시장실패(market failure)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고섬’ 사태 발생 후 중국기업은 물론 외국기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거래대금 자체가 급감한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이처럼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으로 인한 레몬 시장(lemon market)의 문제가 만연하게 되면 증권시장의 질적인 성장은 불가능해집니다. 자금의 공급자이자 정보의 수요자인 투자자가 증권의 공정한 가격형성과 증권시장의 건전성ㆍ공정성에 대해 신뢰할 수 있어야만 증권시장이 질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투자자의 투자판단을 위한 정보가 적절하게 제공되어 정보의 불균형이 해소되어야 합니다. 증권발행 관련 공시제도는 이를 위해 마련된 제도적 장치입니다.
각국의 금융감독기관이 상장요건 자체를 완화시키는 등 규제완화를 통해 증권발행 활성화를 위한 여건조성에 힘쓰는 동시에 공시의무 위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투자자 신뢰 회복을 통한 증권시장의 질적인 성장을 위한 조치라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의 공시의무 위반 조치 건수가 2014년 63건에서 2015년 126건으로 급증한 것이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이하 ‘SEC’)의 발행공시 등 관련 조치 건수가 2014년 177건에서 2015년 233건으로 증가한 것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합니다.
[금융감독원 공시의무 위반 조치 현황]
구분 |
2014 |
2015 |
과징금 |
18 |
26 |
증권발행제한 |
3 |
17 |
과태료 |
- |
5 |
경고ㆍ주의 |
42 |
78 |
계 |
63 |
126 |
(출처 : 금융감독원)
[SEC 발행공시 등 관련 조치 현황]
Primary Classification(주요 행위) |
2014 |
2015 |
Issuer Reporting(공시의무) |
96 |
135 |
Securities Offering(발행공시) |
81 |
98 |
Totals |
177 |
233 |
(출처 : SEC)
한편 우리나라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과 미국의 Securities Act of 1933(이하 ‘미국 증권법’)은 증권발행에 대한 규제와 관련하여 공시규제(disclosure regulation)를 채택했습니다. 공시규제는 금융감독당국이 해당 증권이 투자대상으로 적절한지에 관해 직접 판단하는 내용규제(merit regulation)와는 달리 증권 관련 정보가 투자자에게 충분히 제공되는지에 대해서만 관여하는 규제 방식입니다.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면 투자자가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자금조달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증권발행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도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러한 공시규제 채택은 증권발행 관련 분쟁의 양상, 판례 법리의 형성 및 증권발행 과정에서의 이해관계자들의 역할분담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증권발행 관련 분쟁의 양상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내용규제를 택하는 경우 부적격 증권은 투자자들로부터 격리되기 때문에 투자자들과 증권을 발행하는 기업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대상 증권의 투자 적격을 판단한 금융감독당국의 투자 적격 심사가 적법했는지를 쟁점으로 하는 분쟁이 발생할 것입니다. 공시규제를 택하게 되면 투자 적격의 문제가 아니라 증권발행 시 관련 규정에 따라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었는지가 쟁점이 되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게 됩니다. 증권을 발행하는 기업, 증권발행 주관회사, 회계감사나 기업실사를 맡은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 등이 정보제공의 주체 또는 조력자로서 투자자의 분쟁 상대방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분쟁의 양상이 다양한 만큼 판례 법리도 다양한 쟁점에 걸쳐 발전했습니다. 미국 증권법 제11조의 공시의무위반의 민사책임과 관련하여 증권신고서 상의 중요사항(materiality)에 관한 판단 기준, 유통시장에서 증권을 취득한 자의 원고적격, 상당한 주의(due diligence) 항변 및 손해인과관계(negative causation) 항변 등에 관한 미국 판례가 집적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공시규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판례 법리 관련 논의는 우리나라의 증권발행 과정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대한해운의 유상증자 당시 증권신고서의 부실기재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자본시장법 제125조의 중요사항이란…합리적인 투자자가 금융투자상품과 관련된 투자판단이나 의사결정을 할 때에 중요하게 고려할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사항을 의미합니다. 나아가 어떠한 사항이 합리적인 투자자가 중요하게 고려할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사항에 해당하는지는 그 사항이 거짓으로 기재ㆍ표시되거나 기재ㆍ표시가 누락됨으로써 합리적인 투자자의 관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정보의 전체 맥락을 상당히 변경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여(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3다88447 판결), 자본시장법 제125조에서 정한 ‘중요사항’의 의미 및 그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확립했습니다.
이러한 판례 법리는 개별 분쟁의 해결 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증권발행 과정에서의 이해관계자들의 업무관행 및 역할분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인수인들의 증권발행 전 기업실사절차가 보다 세밀해 질 것으로 보이고, 발행기업 입장에서는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에 기재되는 정보의 중요성에 관해 법률 전문가의 판단을 받을 유인이 더 커질 것입니다. 개인 투자자들도 공시된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의 내용에 관해 상세히 분석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장규정의 완화 및 관련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제도 활용을 통해 이루어낸 기업의 자금조달 시장의 외연확대가 증권발행 시장에서의 공시규제 정착과 맞물려 질적인 성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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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원고는 리걸타임즈 2016년 10월호에 게재되었고, 일부 내용은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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