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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법률정보|칼럼
[제약ㆍ바이오ㆍ의료] 복수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 금지의 위헌성
2016.09.07
[제약ㆍ바이오ㆍ의료] 복수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 금지의 위헌성 1) / 김성수 변호사 2)

의료법이 2012년에 개정되면서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개정 전 의료법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했었던 것에 비하여 차이가 별로 없습니다.  대법원은 개정 전 의료법상 복수개설 금지란 의료인이 2개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하는 경우에만 적용될 뿐 진료는 한곳에서만 하고 다른 곳에서는 경영만 할 경우에는 금지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실제로도 의료인이 타 의료인의 투자나 경영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의료의 발전에 기여합니다.  대표적 복수개설 사례로 취급되는 유디치과의 등장으로 치과 임플란트 비용이 절감된 것은 환자들에게 혜택이 되었습니다.  일부에서는 복수개설로 리베이트나 환자유인 행위 등이 늘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이런 불법행위의 증가와 복수개설 허용과 관련이 있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우리와 같은 복수개설 금지 입법을 가진 나라가 거의 없다는 점을 보더라도 현행 규정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는 위헌적 규정이라고 할 것입니다.


1. 법률 규정의 내용 및 입법 경위

가. 법률 규정의 내용


의료법에 의하면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할 수 없습니다”(제33조 제8항 본문, 이하 ‘복수개설 금지 규정’이라고 함)3).  이른바 복수개설 금지 규정이라고 알려진 이 규정은 2012년 2월 1일에 법률 제11252호로 개정된 의료법의 일부로 공포되었고, 공포일로부터 6개월 후인 그해 8월 2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개정되기 전 법률규정은 다음과 같이 되어 있었습니다(이하 ‘구법 규정’이라 하고, 이에 대비하여 개정 규정은 ‘신법 규정’이라고 함).

구법 규정 :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

즉 구법 규정에 비하여 신법 규정은 (1) “어떠한 명목으로도”라는 강조의 수식어가 추가되고, (2) “개설” 대신에 “개설ㆍ운영”으로 변경되어 개설 외에 운영이란 단어가 추가되었습니다.

나. 입법 경위

이와 같은 법률개정은 제18대 국회의 회기(2008년 5월 30일~2012년 5월 29일) 중 마지막 정기국회 기간인 2011년 12월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위원장이 2011년 10월 18일에 회부된 양승조 의원이 제안한 법률개정안(이하 ‘양승조 의원안’이라고 함) 등 7개의 법률안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고 이들을 통합해서 위원회 대안으로 제안하여 당일 바로 가결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위 의안은 그 다음날인 12월 28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고, 다시 그 다음날인 12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안번호 1814348.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라는 의안명으로 원안가결이 되어 국회의결이 확정되었습니다4).

복수개설 금지 규정 제안이유의 요지는 “의료의 공공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의료인 1인 1 의료기관 개설 원칙을 보다 강화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것으로 명시되었습니다.  본회의에서는 물론이고 관련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위와 같은 간략한 내용 외에 좀 더 상세한 논의는 없었습니다5).


2. 법 적용상 문제점

가. 복수개설 금지 위반에 따른 제재 규정


(1) 의료법상 제재 규정

의료법은 복수개설 금지 규정을 위반한 의료인에 대하여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매우 무거운 형벌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제87조 제1항 제2호).  이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벌인 징역형의 선고를 받아 확정이 되면, 비록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가 된다고 할지라도 의료법에 따라 면허 취소 사유가 됩니다(제65조 제1항 제1호, 제8조 제4호).

(2) 국민건강보험법상 보험급여 비용 징수 규정

국민건강보험법(이하에서 ‘건보법’이라고 줄여 표시함)은 복수개설 금지 규정 위반 행위에 대하여 명시적 제재를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과는 달리 제재의 대상으로 복수개설 금지를 명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건보법 시행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라고 함)은 복수개설 금지에 위반되어 개설된 의료기관에 대하여 건보법에서 규정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해당한다고 보아 그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를 징수합니다(제57조 제1항).  심지어 공단이 부담한 보험급여 비용 외에 환자가 스스로 의료기관에 납부한 본인부담금을 공단이 징수하여 요양기관에 납부한 환자 측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도 신설하였습니다(건보법 제57조 제5항, 2013. 5. 22. 개정).

즉 건보법에 따른 요양급여 비용을 공단 등으로부터 받기 위해서는 제42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 되어야 하는데, 공단은 의료법에서 금지한 복수개설 방식으로 설립된 의료기관은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복수개설 방식의 요양기관은 공단의 보험급여 지급 정지의 대상이 되고, 이미 지급받은 보험급여도 환수당합니다.  나아가 환자의 본인부담금도 징수를 당하게 됩니다.

(3) 의료급여법상 부당이득금 징수 규정

의료급여법에 의하면 의료급여기관은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의료급여 비용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제11조).  그런데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하 ‘시장 등’이라고 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받은 의료급여기관에 대하여는 그 급여 또는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당이득금으로 징수합니다(제23조 제1항).  그리고 의료급여기관이 되려면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 되어야 합니다(제9조 제1항 제1호).  그러므로 건보법과 유사한 논리로 복수개설 금지 규정에 위반해서 개설된 의료기관에 대하여는 이른바 부당이득 징수 처분이 내려질 수 있게 됩니다.

(4) 소결론

이상과 같이 의료법상 복수개설 금지 규정에 위반한 경우 의료법에 따라 복수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은 형사처벌 및 의사 면허 취소라는 행정처분을 받게 됩니다.  나아가 의료기관 개설자로 등록된 명의인의 경우 그 명의로 받은 건강보험 급여나 의료급여의 비용을 징수당할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후자의 징수 처분의 경우 수년에 걸친 진료의 대가에 해당하므로 그 규모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기도 합니다.

나. 법적용의 실제 사례

위와 같은 법률 규정의 내용은 행정기관인 공단이나 시장 등에 의해서 실제로 요양기관 혹은 의료급여기관 개설 명의인에 대하여 건강보험 급여 환수 처분 혹은 부당이득 징수 처분의 방식으로 법집행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복수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에 대하여 수사기관인 검찰은 의료법위반죄로 기소하고, 법원은 유죄 판결을 선고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이와 같은 처분이나 판결로 제재를 받은 의료인들이 헌법재판소에 복수개설 금지 규정에 대하여 위헌심판을 제기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사건의 주요 당사자들이 받은 불이익 처분을 간략히 소개합니다.

(1) A시에 개설된 T병원은 의사 ‘갑’이 개설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였지만 갑은 다른 도시 P에서 갑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 Q병원을 개설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갑은 동료 의사인 ‘을’을 개설자로 정해서 T병원의 개설허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을 명의로 개설된 T병원에서 실질적 진료는 을이 수행하였고, 다만 그 진료에 따른 수익과 손실은 개설 자금을 제공한 갑에게 속하게 되었습니다.  개설 명의자인 을은 갑과 을 사이에 정한 약정에 따라 일정한 급여를 받았습니다.  이와 같이 갑은 개설자금 제공 및 손익의 귀속주체로, 을은 개설명의자 겸 의료행위 시행자로 관여한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갑을 의료법상 복수개설 금지 등 위반죄로 기소하였고 법원은 유죄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공단은 건강보험 급여 지급을 거부하고 약 1년 반에 걸친 의료기관 운영의 진료비에 대하여 을에게 지급했던 건강보험 급여 및 본인부담금의 환수를 위하여 약 75억 원 상당의 환수처분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을은 위 환수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의료법상 복수개설 금지 규정 및 건보법상 환수처분 규정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였습니다.  법원이 위 신청을 기각하였고 을은 헌법재판소에 위 기각 결정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습니다.  을은 헌법재판소에 공개변론을 신청하여 채택되었습니다.  갑은 형사 재판 과정에서 복수개설 금지 규정 및 그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였으나 역시 기각되었고 이 기각 결정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습니다.  갑은 공개변론이 결정된 을의 헌법소원 사건에 청구인을 위한 보조참가신청을 하였습니다.  한편 A시의 시장은 을에게 의료급여비용 약 2억 원에 대하여 부당이득 징수처분을 하였고 을은 이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2) ‘병’은 ‘유디치과’라는 브랜드를 공통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설립된 경영지원회사(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 MSO)인 주식회사 유디의 대표이사입니다(이상 ‘병과 회사’를 합하여 유디치과로 통칭함).  유디치과는 다수의 치과 의료기관 개설을 지원하면서 유디치과 브랜드를 공동으로 사용하였고 이 과정에서 공동의 홍보나 재료 구입 등 영업을 수행하고 그 일환으로 임플란트 비용을 기존 관행가격에 비하여 대폭 할인하여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에 따라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병 사이에 큰 분쟁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병은 이 과정에서 의료법상 복수개설 금지 규정 위반죄로 기소되었습니다.  병은 위 재판 진행 중에 복수개설 금지 규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습니다.  다만 재판부의 위헌 여부 결정이 미루어지자 을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에 청구인 을을 위한 보조참가를 신청하였습니다.

(3) ‘정’은 의료인으로 복수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고자 자신 명의로 개설된 브랜드의원 S점이 있음에도 동료 의료인 ‘무’의 명의로 브랜드의원 K점을 개설하게 하고 무에게는 약정된 급여를 지급하였습니다.  정과 무는 의료법상 복수개설 금지 규정 위반죄로 기소되었습니다.  정과 무는 위 복수개설 금지 규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였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복수개설 금지 규정인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위헌에 관한 심판을 제청하였습니다.
이상과 같이 의료법상 복수개설 금지 규정은 복수기관을 실질적으로 개설한 의료인이나 그와 합의하여 개설명의인이 된 의료인 등 당사자에게 형사처벌은 물론 수십억 원 이상의 부당이득 징수 처분 등이 내려지고 있습니다.  본래 이런 부당이득 징수 처분은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들이 개설자금을 제공하여 의료인을 개설명의자로 고용하면서 사무장으로 행세하는 경우에 주로 적용된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복수개설 금지 규정이 제정되면서 사무장 병원 외에 복수개설 기관에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기 시작되면서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고 헌법재판소에서도 위 을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하여 2016년 3월 10일에 공개변론을 실시하게 되었습니다(헌법재판소 2015헌바34 의료법 제4조 제2항 등 위헌소원6)).


3. 복수개설 금지 규정의 위헌성

가. 명확성의 원칙 위반


현행 의료법상 복수개설 금지 규정은 외견상 복수개설을 금지하고자 하는 뜻이 표시되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앞의 입법 경위에서 보았듯이 구법 규정 역시 외견상 복수개설이 금지되어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차이는 없습니다.  실제 개정 전후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 규정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개정 전 구법

개정 후 신법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음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할 수 없음


즉 실질적 차이는 구법에 없던 “어떠한 명목으로도”라는 수식어와 개설 외에 ‘운영’이 추가된 것뿐입니다.  한편 구법 시행 당시에도 의료인은 둘 이상 의료기관의 개설이 금지되었는바, 그 취지와 적용 범위에 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03. 10. 23. 2003도256판결

 

구 의료법에서 의사가 개설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수를 1개소로 제한하고 있는 법의 취지는 ,의사가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범위 내에서만 의료기관의 개설을 허용함으로써 의사 아닌 자에 의하여 의료기관이 관리되는 것을 그 개설단계에서 미리 방지하기 위한 데에 있다.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의 명의로 또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그 소속의 직원들을 직접 채용하여 급료를 지급하고 그 영업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을 취하는 등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의 경영에 직접 관여한 점만으로는 다른 의사의 면허증을 대여받아 "실질적으로 별도의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즉 의사가 오직 한곳에서만 의료기관을 개설하도록 제한한 이유는 1인의 의사가 제한된 업무시간 중에 서로 떨어진 2개 이상의 장소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고자 하면 필연적으로 그중 일부 의료기관에는 개설자인 의사가 부재하는 곳이 발생합니다.  그렇게 되면 의사가 부재하는 의료기관 내에서는 의사 아닌 자 즉 사무직원 등 의사 면허가 없는 자에 의하여 의료기관이 관리되게 되고 무면허 의료행위의 발생 위험이 증가합니다.  그러므로 이런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1인의 의사가 2개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을 하지 못하게 막아야 합니다.  그러나 만일 의사가 어느 한 의료기관에서만 근무하고 다른 의료기관에서는 자신이 채용한 의사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그 개설명의인인 의사와 자신이 채용한 다른 직원들로 하여금 의료 업무에 종사하게 한다면 이는 의료법상 금지되는 의료기관 복수 개설이 아닙니다.  이런 방식으로 의료기관 개설하는 것을 면허증 대여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한편 의료법상 “개설”과 “개설ㆍ운영”이란 표현도 실질적 차이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의료법상으로는 개설로 규정했지만 그 의미는 의료업무의 개시라는 좁은 뜻에 그치는 게 아니고 의료업무의 지속적 영위 유지라는 “운영”의 의미도 포함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현행 의료법상 복수개설 금지 규정은 그 행위의 주체를 제33조 제2항의 의료인이라고 명시하는데 그 규정을 따라가 보면 개설의 의미가 개설ㆍ운영과 차이가 없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의료법 제33조(개설 등) 규정의 일부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1.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

⑧ 제2항 제1호의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할 수 없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 규정에 의하면 의사나 치과의사가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규정한 개설에는 의료업무 개시 외에 의료업무의 영위유지 즉 “운영”이 포함된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업무개시 당시에는 의사가 관여하고 그 후 의사 아닌 무면허자가 의료업무를 영위유지 즉 운영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즉 제33조 제2항의 개설과 제33조 제8항의 개설ㆍ운영은 사실상 동일한 의미로 사용된 용어입니다.  법률 개정 전후에 아무런 실질적 의미 차이가 없습니다.

그에 비하여 “어떠한 명목으로도”라는 수식어야말로 의미가 불분명한 표현입니다.  대체로 강조한다는 의미 외에 그 문구의 유무에 따라 무엇이 포함되고 무엇이 배제되는지 실질적 기준이 되기에는 불분명합니다.  이미 법 적용 사례에서 본 것처럼 복수개설 금지 규정 위반 행위에 대하여 매우 무거운 형사처벌 및 금전상 제재가 예정된 것이라면 금지 행위의 내용이니 범위를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했어야 합니다.

실제로 이런 불명확한 규정으로 인해서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료법인으로부터 급여 등 경제적ㆍ비경제적 대가를 받으면서 이사를 겸임하는 경우 이는 의료기관의 복수 ‘개설ㆍ운영’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지침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7) .  이에 따라 비의료인은 의료법인의 이사를 겸직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는 반면, 정작 의료인은 그러한 겸직이 금지되는 불합리한 의료인의 역차별 현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나. 직업의 자유에 관한 과잉규제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어디에 얼마나 둘 것인지는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의료행위를 베풀기 위한 적합한 위치와 규모나 그 숫자는 의료인 자신이 잘 알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어떤 의료인은 개설에 필요한 자금 부담을 고려하여 다른 의료인이 개설한 곳에서 정해진 보수를 받고 업무에 종사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1인의 의료인이 오직 한곳에서만 의료기관을 개설해야 하고 두 개 이상의 개설을 금지하는 것은 다소 과도한 규제입니다.  대법원 판례에서 정확히 밝힌 것처럼 의료인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관리하지 않도록 규제하면 되는 것이지 의료인이 여러 곳에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각각의 장소에서 의료행위를 시행할 의료인을 정하고 그에게 적절한 보수를 약정하는 행위까지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입니다.

특히 2011년 12월 29일 국회에서 법률안이 의결되는 과정을 보면 하루 사이에 아무런 실질적 찬반 논의조차 없이 백여 개의 의안을 순식간에 무더기로 처리하면서 끼워넣기 하는 방식으로 처리가 되었습니다.  명목상의 입법취지는 공공성의 제고라고 하지만 과연 의료인의 복수기관 개설 금지와 의료의 공공성이 실제로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제대로 논증이나 사실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입법이 진행된 경위를 살펴보면 오히려 유디치과의 등장으로 임플란트 시술 비용이 하락하면서 환자의 유치나 수입에 타격을 입은 치과 개원의사들의 이해에 기초하여 대한 치과의사협회와 유디치과 사이에 발생한 분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복수개설 금지 규정을 이른바 “유디치과법”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입법은 의료기관의 건전한 경쟁을 통해서 소비자인 환자들의 다양한 의료기관 선택권을 확대해 줄 수 있는 기회를 막는 부작용을 발생시킵니다.

다른 한편 리베이트 수수나 환자의 유인 행위 등을 규제하고자 복수기관 개설 금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불법적인 리베이트나 환자의 유인 행위 등은 모두 의료법상 이미 별도로 금지 규정이 있으므로 그 행위가 발생하면 그에 적합한 제재를 가하면 됩니다.  더욱이 복수기관 개설 특히 유디치과 같은 공통의 브랜드 하에 다수의 의료기관이 네트워크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해서 불법적인 리베이트나 환자 유인 행위가 더 많이 발생한다는 논리적 근거나 객관적 자료가 제시된 것도 없습니다.8)

비교법적으로 보더라도 우리와 같이 의료인 1인이 오직 한 개의 의료기관 개설만 할 수 있고 이에 위반하면 징역형 등의 형사처벌과 함께 진료비 수입 전체를 박탈하는 제재를 가하는 방식의 입법을 가진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 
의료의 선진화 내지 국제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도 1인이 작은 규모로 개설하여 운영하는 소규모 개업주의로 국한하기보다는 다수 의료기관의 협력을 통한 의료기술이나 경영정보의 공유 등을 통해서 더욱 발전적이고 다양한 의료공급 체계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기도 합니다.

실제로도 복수기관 개설 금지 규정의 원안이 되었던 양승조 의원안이 제기되었을 당시에 보건복지부 등은 의견 제출을 통해서 “개설자인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으로부터 자본을 투자받는 것까지 규제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고”, 다른 의료기관에 대한 경영참여는 “공동구매ㆍ공동마케팅 및 경영정보 공유 등” “의료기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측면 등이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며, 더구나 “의료인의 다른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ㆍ경영까지도 금지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ㆍ증진하는 「의료법」의 목적을 벗어난 과잉규제”라고 밝히기도 하였습니다9).

다. 소결론

이상과 같이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규정은 구법에 비하여 신법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진 것인지 그 적용 범위를 명확히 이해하기 어렵고, 입법 취지에 비하여 과도한 규제에 그치는 반면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여 위헌의 의심이 농후합니다.


4. 결론

의료법상 복수개설 금지 규정은 그 입법경위에 비추어 보면 유디치과 등 네트워크 방식의 의료기관의 등장으로 인해서 소비자들 상대 경쟁이 격화된 것에 대하여 위협을 느낀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기존 개업의들의 우려가 반영된 입법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 구체적 규정 내용은 구법에 비하여 과연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으며 엄격한 개설 기관의 숫자 제한을 통해서 도모하고자 하는 공익은 불확실한 반면에 그로 인해서 침해당하는 의료인의 직업의 자유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현행 복수기관 개설 금지 규정은 위헌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됩니다.
 
1)

본 원고는 병원경영ㆍ정책연구 제5권2호(2016년 7월)에 게재되었습니다.

2) 필자는 헌법재판소에 복수개설금지 규정의 위헌 심판을 청구한 사건의 청구인 대리인입니다.
3) 유사한 규정으로 변호사법상 변호사는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법률사무소를 둘 수 없습니다. 다만, 사무공간의 부족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 대한변호사협회가 정하는 바에 따라 인접한 장소에 별도의 사무실을 두고 변호사가 주재(駐在)하는 경우에는 본래의 법률사무소와 함께 하나의 사무소로 봅니다(제21조 제3항 전문개정 2008. 3. 28, 시행일 2008. 9. 29). 또한 공인회계사법상 공인회계사는 어떠한 명목으로도 2이상의 사무소를 둘 수 없습니다(제12조 제2항).
4)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인터넷 홈페이지(링크)의 검색 창에서 제안대수: 제18대, 의안종류/처리: 법률안 / 통과의안, 발의자/제안자: 제안종류 전체, 의안명: 의료법으로 검색하면 의안번호: 1814348, 제안일자 및 의결일자: 2011-12-29, 의결결결과: 원안가결로 표시되어 나옵니다.

5) 바로 위 각주4의 의안정보시스템 검색 결과를 통해서 보건복지위원회 및 본회의에 접수된 의안 및 그에 관한 토의 자료를 찾아 볼 수 있으나 입법취지에 관하여 좀도 상세한 설명을 하거나 논의를 한 자료는 찾을 수 없습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홈페이지 검색결과(링크). 2016년 6월 20일 접속.
6) 헌법재판소 홈페이지(링크) 중 최근 선고 변론사건 목록 중 2016년 3월 변론사건 참조.
7) 보건복지부 「복수의료기관 개설ㆍ운영 금지」 집행 지침(2014년 2월)
8) 보건복지가족부 등. 외국의 보건의료분야 전문자격사 제도 연구와 정책방안(2009년)
9)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심사보고서(2011년 12월) 및 이에 대한 보건복지부 검토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