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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법률정보|칼럼
[노동]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과 대응방안
2016.12.22
1. 들어가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많아지고 있고, 국회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검토 중입니다.1)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의 책임 문제로 이어집니다. 특히, 근로자 사이에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가 방지하지 못한 경우 사용자가 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과 그 대응 방안으로서 인사조치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2.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관한 사용자의 법적 책임
 
개정안은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사용자의 의무와 책임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정안과는 별개로, 현행법상으로도 사용자는 근로자 사이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하여 법적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는 책임에 관하여 살펴봅니다.
 
가. 민법상 사용자 책임(민법 제756조)
사용자는 그 피용자가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이를 사용자 책임이라 합니다(민법 제756조). 민법상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사용관계, 사무집행 관련성 등이 증명되어야 하며, 특히 사무집행 관련성이 핵심적인 요건이 됩니다. 지속적 업무배제, 부당한 업무지시 등 사무집행과 관련 있는 형태로 직장 내 괴롭힘이 이루어지는 경우 사용자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하여 민법 제756조를 명시적으로 적용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게 배상책임을 인정한 부산지방법원 2009. 12. 18. 선고 2008가단167281 판결에서는 회사의 책임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책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여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유지ㆍ증진시켜야 합니다(제5조 제1항).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상급자가 하급자를 부당하게 괴롭힌 사안(계속 퇴직을 종용하면서 책상, 컴퓨터 등을 회수하는 등 부당하게 대우)에서 사용자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사용자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12. 4. 선고 2008나11077 판결).
 
다. 근로계약상 안전배려의무 위반 책임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부수적 의무로서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ㆍ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합니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3086 판결,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등). 사용자는 안전배려의무에 따라, 자신의 사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사건이 발생할 경우 가해자가 이를 중단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습니다.2) 다만, 아직까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 안전배려의무 위반이 다투어진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3.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인사조치
 
이와 같이 사용자는 사업장 내에서 발생하는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는 인적 환경을 정비할 의무를 포함하며(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등), 인적 환경 정비란 징계나 전보발령 등 인사조치를 의미합니다. 즉, 사용자에게는 소속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인적 환경을 정비할 근로계약상 부수의무가 있고, 인적 환경의 정비란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 인사조치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개정안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발생이 확인된 경우 사용자에게 행위자에 대한 징계, 배치전환 등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제15조의2 제5항).3) 외국법제에서도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 인사조치를 취할 의무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랑스 노동법전은 "직장 내 괴롭힘을 한 모든 근로자는 징계처분을 받게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L.1152-5조).4) 독일의 경우 피해자가 사용자에게 적절한 보호조치를 요구하는 것도 인정되며, 특정한 조치만이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적법한 수단인 경우 그 특정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5)
 
 
4. 결론
 
아직 판례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정면으로 다룬 사례는 많지 않고, 특히 민법상 사용자 책임이나 채무불이행 책임을 다툰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사용자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 바 있고, 근로자의 인격과 건강을 보호할 중대한 필요를 고려한다면, 앞으로 사용자의 민법 제756조 책임이나 채무불이행 책임을 인정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개정안과 같이 사용자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법률안이 입법될 수도 있습니다.
 
어느 경우에나 사용자가 사업장 내에서 발생하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하여 일정한 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사용자의 책임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예방교육 등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특히 사고 발생 시에는 가해자를 징계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1)
이인영의원 대표 발의, 의안번호 제2000318호. 제19대 국회(2012-2016)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법률안이 여러 건 발의되었으나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되었습니다.
2)
노상헌, 일본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법적 쟁점(노동법논총 제26집, 2012년 12월, 146쪽 등), 구미영ㆍ천재영ㆍ서유정ㆍ정슬기, 여성근로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의 실태와 보호방안(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5년, 35쪽 등)
3)
제15조의2 ⑤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이 확인된 경우 다음 각 호의 조치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행위자에 대한 징계
2. 행위자의 배치전환 또는 피해 근로자와의 업무상 분리
3. 피해 근로자의 배치전환, 휴직, 근무장소의 변경 등의 조치(피해근로자가 요구하는 경우에 한한다)
4) Loïc Lerouge, 프랑스 노동법에서의 직장내 괴롭힘(국제노동브리프/한국 노동연구원, 2014년 9월호, 33쪽)
5) 김희성, 독일법상 '직장 내 괴롭힘(MOBBING): 적대행위(BULLYING)'에 관한 연구(경영법률, 22권 2호, 2012년, 11~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