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7두38560 판결]
취업규칙에서 소속 직원들이 수염을 기르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경우, 이는 근로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여 근로기준법 제96조 제1항에 위배되므로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입니다.
A씨는 비행기 기장으로 근무하면서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A씨가 속한 원고 항공사의 A320 안전운항팀 팀장은 A씨에게 "턱수염을 기르는 것은 회사 규정에 위배되므로 면도를 하라"고 지시하였으나, A씨는 위 조항이 A씨와 외국인 직원을 부당하게 차별하고 A씨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위 지시에 계속 불응하였습니다. 이에 원고 항공사는 2014년 9월 12일부터 2014년 9월말까지 A씨의 비행업무를 일시적으로 정지시켰습니다.
A씨는 2014년 12월 9일 "이 사건 비행정지가 부당한 인사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2015년 3월 6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5년 5월 14일 "이 사건 조항은 유효성에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이 사건 비행정지에 업무상 필요성이나 합리적 이유가 없고 그로 인하여 A씨가 입은 생활상 불이익이 크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위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이 사건 비행정지가 부당한 처분임을 인정하는 판정을 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원고 항공사는 헌법상 영업의 자유에 근거하여 필요에 따라 합리적 범위 내에서 취업규칙을 통하여 소속 직원들을 상대로 용모와 복장 등을 제한할 수도 있으나, 이러한 취업규칙은 근로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헌법을 포함한 상위법령 등에 위반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고 보아 이 사건을 원고의 영업의 자유와 A씨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충돌하는 상황이라고 전제했습니다.
그런 다음 ① 이 사건 취업규칙 조항은 원고의 영업의 자유와 참가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에 대한 이익형량이나 조화로운 조정 없이 일부 외국인의 콧수염에 관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모든 직원들이 수염을 기르는 것 자체를 전면금지하고 있는 점, ② 수염 자체로 인하여 언제나 영업의 자유에 미치는 위해나 제약이 있게 된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③ A씨가 자신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퇴사 외에 다른 선택이 존재하지 않는 점, ④ 취업규칙을 개정함으로써 개별적인 업무의 특성과 필요성을 고려하여, 구체적ㆍ개별적으로 수염의 형태를 포함하여 용모와 복장 등을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워 보이지 않는 점을 이유로, 소속 직원이 수염 기르는 것을 전면금지하는 원고 취업규칙의 조항이 영업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서 근로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므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위 취업규칙 조항이 무효인 이상 A씨가 해당 조항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루어진 비행정지 역시 위법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본 대법원 판결은 회사와 근로자의 헌법상 기본권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근로조건과 인간의 존엄성 보장 사이의 헌법적 관련성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사안에서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과 함께 기본권들 사이의 실제적인 조화를 꾀하는 해석 등을 통하여 이를 해결하여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정해지는 두 기본권 행사의 한계 등을 감안하여 두 기본권의 침해 여부를 살피면서 근로조건의 최종적인 효력 유무 판단과 관련한 법령 조항을 해석ㆍ적용하여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전원합의체 판결)를 재확인한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