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은 사업장 내 두 개 이상의 노동조합의 설립 및 가입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단체교섭에 앞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해 하나의 사업(장)에 하나의 단체협약이 적용되도록 하고 있습니다(교섭단위가 분리되거나 사용자의 동의에 따라 개별교섭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복수의 단체협약이 체결될 수 있습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노동조합법 시행령에 명시되어 있으며, 구체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궁극적으로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선정하기 위한 과정으로, 교섭대표 노동조합은 교섭요구 노동조합들을 대표하여 사용자와 직접적으로 단체교섭을 진행하게 됩니다. 교섭대표 노동조합은 공정대표의무를 준수하여야 하지만(노동조합법 제29조의4), 단체교섭 사안 선정 및 최종적인 단체협약 체결 여부 등에 있어 주도적인 권한을 행사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들은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선정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와 관련하여 여러 분쟁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지에 관한 논쟁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정리되기도 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3. 28. 선고 2023두49387 판결). 아래에서는 해당 판결을 비롯하여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문제될 수 있는 사안들을 살펴보겠습니다.
2.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생략할 수 있는지
교섭요구 사실 공고는 교섭창구 단일화의 시작을 알리는 단계로, 다른 노동조합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따라서 사업장 내에 하나의 노동조합만이 있는 경우,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반드시 해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교섭요구를 할 노동조합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종전 고용노동부는 복수 노조 사업장이 아니면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실제로는 복수노조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기에 가급적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유보적인 입장에 있었습니다(노사관계법제과-1838, 2012. 6. 15.).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생략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3 28. 선고 2023두49387 판결). 노동조합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는 단체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이 있음을 알려 다른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에게 향후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또는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 참여하거나 의사를 반영할 기회 등을 제공하는데 그 취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교섭요구 사실 공고가 복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본다면, 2개 이상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용자의 주관적인 인식에 따라 교섭요구 사실 공고 여부가 좌우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주된 근거입니다.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는 공고 제도가 복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대법원이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생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만큼 사용자는 노동조합이 교섭요구를 할 경우 그 사실을 반드시 공고하여야 합니다.
3. 사업장 내 유일한 노동조합이 교섭대표 노동조합의 지위를 취득할 수 있는지
사업장 내 노동조합이 단 하나만 존재하는 경우에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생략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업장 내 유일한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요구하여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모두 마쳤다면, 해당 노동조합을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교섭대표 노동조합은 여러 노동조합을 대표한다는 의미를 가지는데, 사업장 내 단 하나의 노동조합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사업장 내 유일한 노동조합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더라도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두36956 판결). 교섭대표 노동조합은 모든 교섭요구 노동조합을 대신해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한 권한을 가지는데, 다른 노동조합의 의사를 반영할 여지가 처음부터 없었던 경우에는 교섭대표 노동조합의 개념이 무의미해진다는 것이 주된 근거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울동부지방법원은 단수 노동조합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단체교섭을 진행하던 중 새로운 노동조합이 설립되었다면, 기존 단수 노동조합과 새로운 노동조합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을 요구해야 하며, 기존 단수 노동조합이 단독으로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없다고 판시하기도 하였습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1. 6. 18.자 2021카합10135 결정). 고용노동부 역시 단수노조와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진행하던 도중 새로운 노동조합이 신설되어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경우, 새롭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행정해석하고 있습니다[고용노동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질의회시집(2020. 9.), 322쪽].
4. 교섭요구 노동조합이 확정된 후 신설된 노동조합이 개별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지
앞선 사안과 달리 복수의 노동조합이 교섭요구를 한 경우를 가정해 봅시다. 이 경우 교섭요구 노동조합들은 14일 동안 자율적으로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결정하게 됩니다(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6). 이 기간에 사용자가 동의를 한다면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개별교섭을 할 수도 있습니다(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1항).
그런데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 후 새로운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사용자에게 개별교섭을 요청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설립이 늦어져 교섭요구 과정에 참여할 수 없었고, 자율적 단일화에도 참여할 수 없었기에 개별교섭에 응해달라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사용자는 해당 노동조합의 개별교섭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관한 규정은 전반적으로 강행규정으로 해석해야 하므로 임의로 위 절차를 변동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기 때문입니다(위 대법원 2023두49387 판결, 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4두38750 판결). 고용노동부도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1항 단서에 따른 개별교섭 동의 기한은 강행규정에 해당하여 교섭요구 노동조합이 확정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만 사용자의 개별동의가 허용된다고 행정해석하고 있습니다(노사관계법제과-626, 2011. 5. 6.). 고용노동부는 사용자가 임의로 신설 노동조합과의 개별교섭에 임하는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기도 합니다[고용노동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질의회시집(2020. 9.), 301쪽].
5. 과반수 노동조합 산정 기준 시점을 언제로 보아야 하는지
교섭요구 노동조합이 자율적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과반수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과반수 노동조합임을 통지하고, 이의절차를 거쳐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됩니다(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7). 그런데 노동조합의 조합원수는 시시각각 바뀔 수 있기에, 과반수 노동조합 산정 시점에 따라 과반수 노동조합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7 제6항은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의5 제1항에 따라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의 명칭 등을 공고한 날’로 규정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의 명칭 등을 공고한 날’이란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의3 제1항에 규정된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기간(7일간, 초일 불산입)’이 끝난 다음날을 의미합니다. 다만 여기서 다음날 몇 시가 기준이 되는지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중앙노동위원회는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의 명칭 등을 공고한 날’ 0시를 과반수 노동조합 조합원 수 산정기준 시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중앙노동위원회 2023. 9. 18.자 2023교섭45 결정). 과반수 노동조합 결정을 위한 조합원 수 산정의 기준시점을 24시로 볼 경우, 사용자가 교섭요구 노동조합 및 종사근로자인 조합원 수 등을 확정공고 한 이후에도 조합 가입 및 탈퇴로 인해 조합원 수에 변동이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해 혼란과 갈등이 지속될 수 있으므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해석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러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입장에 따를 때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일의 ‘0시’를 기준으로 과반수 노동조합을 산정하여야 합니다.
6.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가 지연될 경우 과반수 노동조합 산정 기준 시점을 언제로 보아야 하는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시점에 따라 과반수 노동조합이 바뀔 수 있기에, 과반수 노동조합 산정 기준 시점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사용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상 정해진 시점보다 늦게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가 이루어질 경우,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과반수 노동조합을 판단해야 하는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을 경우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일이 되어야 하는 날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4두38750 판결, 대전지방법원 2013. 4. 17. 선고 2012가합35037 판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관한 규정은 전반적으로 강행규정으로 해석되어야 하고, 위와 같이 해석하지 않을 경우에는 사용자가 확정공고를 지연함에 따라 과반수 노동조합이 달라지게 되어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입니다.
고용노동부 역시 사용자가 교섭요구사실 공고 또는 확정공고를 언제 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법령에 따른 날이 과반수 노동조합 산정 기준 시점이 된다고 행정해석하고 있습니다(노사관계법제과-1554, 2011. 8. 18.).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가 지연될 경우에는 실제로 확정공고가 된 날이 아닌 법령상 확정공고가 되었어야 하는 날을 기준으로 과반수 노동조합을 산정하여야 합니다.
7. 마치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규정상 공백이 많아 운영상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다만 14년의 세월 동안 판례들이 축적되며 점차 그 공백이 메워지고 있습니다. 소수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가 최근 제도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등(헌법재판소 2024. 6. 27. 2020헌마237 결정 등)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해석이 필요한 부분들이 존재하는 만큼 신중한 제도 운영이 필요합니다. 자칫 절차를 잘못 적용하였다가 애써 합의한 내용이 무위로 돌아가거나, 새롭게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선정하여 단체교섭을 진행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글이 노사관계 실무자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이 글은 월간 노동법률 2024년 11월호에 게재된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은 사업장 내 두 개 이상의 노동조합의 설립 및 가입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단체교섭에 앞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해 하나의 사업(장)에 하나의 단체협약이 적용되도록 하고 있습니다(교섭단위가 분리되거나 사용자의 동의에 따라 개별교섭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복수의 단체협약이 체결될 수 있습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노동조합법 시행령에 명시되어 있으며, 구체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궁극적으로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선정하기 위한 과정으로, 교섭대표 노동조합은 교섭요구 노동조합들을 대표하여 사용자와 직접적으로 단체교섭을 진행하게 됩니다. 교섭대표 노동조합은 공정대표의무를 준수하여야 하지만(노동조합법 제29조의4), 단체교섭 사안 선정 및 최종적인 단체협약 체결 여부 등에 있어 주도적인 권한을 행사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들은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선정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와 관련하여 여러 분쟁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지에 관한 논쟁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정리되기도 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3. 28. 선고 2023두49387 판결). 아래에서는 해당 판결을 비롯하여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문제될 수 있는 사안들을 살펴보겠습니다.
2.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생략할 수 있는지
교섭요구 사실 공고는 교섭창구 단일화의 시작을 알리는 단계로, 다른 노동조합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따라서 사업장 내에 하나의 노동조합만이 있는 경우,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반드시 해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교섭요구를 할 노동조합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종전 고용노동부는 복수 노조 사업장이 아니면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실제로는 복수노조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기에 가급적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유보적인 입장에 있었습니다(노사관계법제과-1838, 2012. 6. 15.).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생략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3 28. 선고 2023두49387 판결). 노동조합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는 단체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이 있음을 알려 다른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에게 향후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또는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 참여하거나 의사를 반영할 기회 등을 제공하는데 그 취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교섭요구 사실 공고가 복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본다면, 2개 이상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용자의 주관적인 인식에 따라 교섭요구 사실 공고 여부가 좌우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주된 근거입니다.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는 공고 제도가 복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대법원이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생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만큼 사용자는 노동조합이 교섭요구를 할 경우 그 사실을 반드시 공고하여야 합니다.
3. 사업장 내 유일한 노동조합이 교섭대표 노동조합의 지위를 취득할 수 있는지
사업장 내 노동조합이 단 하나만 존재하는 경우에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생략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업장 내 유일한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요구하여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모두 마쳤다면, 해당 노동조합을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교섭대표 노동조합은 여러 노동조합을 대표한다는 의미를 가지는데, 사업장 내 단 하나의 노동조합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사업장 내 유일한 노동조합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더라도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두36956 판결). 교섭대표 노동조합은 모든 교섭요구 노동조합을 대신해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한 권한을 가지는데, 다른 노동조합의 의사를 반영할 여지가 처음부터 없었던 경우에는 교섭대표 노동조합의 개념이 무의미해진다는 것이 주된 근거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울동부지방법원은 단수 노동조합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단체교섭을 진행하던 중 새로운 노동조합이 설립되었다면, 기존 단수 노동조합과 새로운 노동조합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을 요구해야 하며, 기존 단수 노동조합이 단독으로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없다고 판시하기도 하였습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1. 6. 18.자 2021카합10135 결정). 고용노동부 역시 단수노조와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진행하던 도중 새로운 노동조합이 신설되어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경우, 새롭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행정해석하고 있습니다[고용노동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질의회시집(2020. 9.), 322쪽].
4. 교섭요구 노동조합이 확정된 후 신설된 노동조합이 개별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지
앞선 사안과 달리 복수의 노동조합이 교섭요구를 한 경우를 가정해 봅시다. 이 경우 교섭요구 노동조합들은 14일 동안 자율적으로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결정하게 됩니다(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6). 이 기간에 사용자가 동의를 한다면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개별교섭을 할 수도 있습니다(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1항).
그런데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 후 새로운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사용자에게 개별교섭을 요청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설립이 늦어져 교섭요구 과정에 참여할 수 없었고, 자율적 단일화에도 참여할 수 없었기에 개별교섭에 응해달라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사용자는 해당 노동조합의 개별교섭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관한 규정은 전반적으로 강행규정으로 해석해야 하므로 임의로 위 절차를 변동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기 때문입니다(위 대법원 2023두49387 판결, 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4두38750 판결). 고용노동부도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1항 단서에 따른 개별교섭 동의 기한은 강행규정에 해당하여 교섭요구 노동조합이 확정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만 사용자의 개별동의가 허용된다고 행정해석하고 있습니다(노사관계법제과-626, 2011. 5. 6.). 고용노동부는 사용자가 임의로 신설 노동조합과의 개별교섭에 임하는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기도 합니다[고용노동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질의회시집(2020. 9.), 301쪽].
5. 과반수 노동조합 산정 기준 시점을 언제로 보아야 하는지
교섭요구 노동조합이 자율적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과반수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과반수 노동조합임을 통지하고, 이의절차를 거쳐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됩니다(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7). 그런데 노동조합의 조합원수는 시시각각 바뀔 수 있기에, 과반수 노동조합 산정 시점에 따라 과반수 노동조합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7 제6항은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의5 제1항에 따라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의 명칭 등을 공고한 날’로 규정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의 명칭 등을 공고한 날’이란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의3 제1항에 규정된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기간(7일간, 초일 불산입)’이 끝난 다음날을 의미합니다. 다만 여기서 다음날 몇 시가 기준이 되는지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중앙노동위원회는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의 명칭 등을 공고한 날’ 0시를 과반수 노동조합 조합원 수 산정기준 시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중앙노동위원회 2023. 9. 18.자 2023교섭45 결정). 과반수 노동조합 결정을 위한 조합원 수 산정의 기준시점을 24시로 볼 경우, 사용자가 교섭요구 노동조합 및 종사근로자인 조합원 수 등을 확정공고 한 이후에도 조합 가입 및 탈퇴로 인해 조합원 수에 변동이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해 혼란과 갈등이 지속될 수 있으므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해석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러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입장에 따를 때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일의 ‘0시’를 기준으로 과반수 노동조합을 산정하여야 합니다.
6.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가 지연될 경우 과반수 노동조합 산정 기준 시점을 언제로 보아야 하는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시점에 따라 과반수 노동조합이 바뀔 수 있기에, 과반수 노동조합 산정 기준 시점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사용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상 정해진 시점보다 늦게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가 이루어질 경우,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과반수 노동조합을 판단해야 하는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을 경우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일이 되어야 하는 날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4두38750 판결, 대전지방법원 2013. 4. 17. 선고 2012가합35037 판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관한 규정은 전반적으로 강행규정으로 해석되어야 하고, 위와 같이 해석하지 않을 경우에는 사용자가 확정공고를 지연함에 따라 과반수 노동조합이 달라지게 되어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입니다.
고용노동부 역시 사용자가 교섭요구사실 공고 또는 확정공고를 언제 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법령에 따른 날이 과반수 노동조합 산정 기준 시점이 된다고 행정해석하고 있습니다(노사관계법제과-1554, 2011. 8. 18.).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가 지연될 경우에는 실제로 확정공고가 된 날이 아닌 법령상 확정공고가 되었어야 하는 날을 기준으로 과반수 노동조합을 산정하여야 합니다.
7. 마치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규정상 공백이 많아 운영상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다만 14년의 세월 동안 판례들이 축적되며 점차 그 공백이 메워지고 있습니다. 소수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가 최근 제도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등(헌법재판소 2024. 6. 27. 2020헌마237 결정 등)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해석이 필요한 부분들이 존재하는 만큼 신중한 제도 운영이 필요합니다. 자칫 절차를 잘못 적용하였다가 애써 합의한 내용이 무위로 돌아가거나, 새롭게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선정하여 단체교섭을 진행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글이 노사관계 실무자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이 글은 월간 노동법률 2024년 11월호에 게재된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