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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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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A공사에 불법파견된 외주업체 근로자들이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A공사의 ‘자회사’에 입사하였다면, A공사는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2021.08.31
[대상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 6. 4. 선고 2019가합112404 판결(서울고등법원 2021나2025265로 계속 중)]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발전, 송전, 변전 등의 영업을 수행하는 공기업이며, 원고들은 피고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외주회사 내지 자회사에 고용되어 시설관리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원고들은 A공사와 각 외주사업체 사이에 체결된 용역계약의 실질은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A공사는 각 파견근로 개시일로부터 고용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으며,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A공사에서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였더라면 지급받았을 임금 상당액에서 각 외주사업체 및 자회사로부터 지급받은 임금을 공제한 차액의 지급을 요구하였습니다.


2. 판결의 요지

가. 고용의사표시 청구에 관한 판단: 소극

법원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정책’의 일환으로 외주사업체의 업무가 피고 자회사로 이관되기 시작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는 시설관리 근로자등에 대하여 정규직 전환 절차를 안내하였으며, 원고들은 이를 인지하고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에 동의하여 ‘전환채용 지원서’를 제출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였습니다.  이어 법원은 원고들이 자의로 자회사 전환에 동의하여 피고로부터 자회사로 전적하여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 사건 변론종결일 당시 피고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하였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정부 지침에서 파견ㆍ용역 근로자들을 정규직 전환 방법으로 자회사를 설립하여 직접 고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자회사를 다른 외주사업체와 동일하게 볼 수 없고, 원고들에 대한 고용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피고는 자회사 설립 이후 근무장소를 분리하고, 시설관리업무가 필요한 경우 자회사에 용역통보서를 작성하여 교부하는 방법으로 작업을 의뢰하였으며, 자회사에서는 독자적인 업무계획을 수립하여 시설관리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원고들이 자회사를 통하여 다시금 피고와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주위적 청구인 고용의사 표시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나. 근로자 파견관계 인정 여부: 적극

법원은 예비적 청구인 근로자 파견관계 인정에 대해서는 이를 인용하였는데, 그 주요한 근거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 원고들은 작업 결과를 일지ㆍ대장에 기록하여 피고 직원의 결재를 받았다.
  • 원고들은 피고 근로자가 상주하고 있는 기관실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관리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민원 전화를 처리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들은 카카오톡 등을 통해 피고 직원의 지시를 받았다.
  •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르면 외주사업체가 용역을 수행할 종업원을 채용ㆍ배치할 때에는 피고와 사전에 협의해야 하고, 근무인원의 결원 등이 있을 경우에도 사전에 보고해야 한다. 피고는 이에 따라 원고들의 근무시간 및 교대근무 여부 등을 지정하였다.
  • 외주사업체는 소모품 등의 자재를 피고로부터 제공받아 사용하였다. 원고들은 소모품을 사용할 경우 피고 직원들의 확인을 받았고, 사용내역 등을 목록에 기재하여 피고 직원들에게 보고하였다.
  • 피고 소속 직원은 원고들에게 개인 메시지로 인상된 급여액을 통보하는 등 원고들의 임금 및 대우에 대하여 관여하였다.
  • 피고 소속 직원이 직접 보수 작업을 시행하기도 하는 등, 업무의 내용이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법원은 원고들과 피고의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하고, 원고들과 동종·유사업무를 수행한 피고 소속 정규직 근로자들이 지급받은 임금에서 원고들이 같은 기간 동안 이 사건 각 외주사업체로부터 받은 임금 등을 공제한 차액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의의 및 시사점

법원은 원고들이 외주사업체 소속 근로자로서 피고의 시설관리업무를 수행한 것이 파견관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나, 피고의 고용의무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정책’에 따라 동의하여 ‘전환채용 지원서’를 제출하였다는 점을 들어 “자의로 피고로부터 자회사로 전적하였다"고 본 것입니다.  더불어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은 원고들에 대한 고용의무를 이행하였다고도 판단하였습니다.

그런데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은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 직접고용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는 바, 피고의 정규직 전환정책에 동의하여 전환채용 지원서를 지원한 것만으로 ‘명시적 반대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볼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 있습니다.   원고들은 기존 외주사업체로부터 피고의 자회사로 전직하는 것에 동의한 것일 뿐, 피고(모회사)로부터 그 자회사로 전직하는 것에 동의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파견법의 직접고용간주 규정이나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입법 목적과 그 규정들이 파견사업주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란 근로자가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되는 것을 명시적으로 반대한 경우를 의미하며,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하고자 하는 의사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9.8.29. 선고 2017다219072 등 판결, 대법원 2020.5.14. 선고 2016다239024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라 서울고등법원은 파견근로자들이 원청의 고용의무가 발생한 이후 사직한 사안에서, 파견근로자들의 근로제공이 중단된 사정에 대한 법적 평가는 파견법의 입법 취지와 목적,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이익형량, 근로제공이 중단된 이유, 중단된 기간의 장단, 근로제공이 중단된 것에 대한 책임관계 등 구체적개별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파견근로자가 고용간주효과 발생에 대한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엄격히 판단하여 이루어져야 하고, 그에 대한 증명책임은 고용간주효과 및 고용의무의 소멸을 주장하는 사용사업주 측에 있다고 보아 사용자의 고용의무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1. 3. 26. 선고 2019나2050572 판결).

따라서 항소심에서는 원고들이 피고(모회사)의 근로자임을 인식한 상태에서 그 자회사로 전직하는 것에 동의한 것인지가 다투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법원은 자회사를 통한 고용이 어떠한 이유로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에 따라 “사용사업주가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 쟁점 역시 항소심의 결과를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