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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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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요양승인을 받은 질병을 치료하다가 사망한 경우, 치료 약물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질병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함을 인정한 사례
2021.09.02
[대상판결: 서울행정법원 2021. 9. 2. 선고 2020구합824 판결]

1. 사안의 개요


망 A(이하 ‘망인’)는 한 식당의 직원으로 일하던 중 2017년 8월 30일 급성 뇌경색(이하 ‘이 사건 상병’)을 일으켰고, 피고(근로복지공단)는 이 사건 상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면서 망인의 요양을 승인하였습니다.  망인은 요양기간 중인 2018년 10월 1일 23시 32분 취침을 하다가 돌연 구토를 하고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2018년 10월 2일 00시 04분경 ‘소장 출혈’로 사망하였습니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이 사건 상병에 대한 부적절한 치료가 망인의 사망 원인이 되었다고 주장하며 2018년 12월 24일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이 사건 상병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자문의의 소견 등을 근거로 2019년 3월 8일 원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내렸습니다.


2. 판결 요지

법원은 업무상 재해에서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증명이 있다고 할 것이라는 기존 법리를 확인한 후 아래와 같은 사정을 들어 이 사건 상병과 망인의 사망 원인이 된 소장 출혈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여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 소장 출혈의 원인이 끝내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도, 소장 출혈 자체가 흔한 증상이 아닌데다가, 더구나 망인과 같은 30대의 청년층에서 다량의 소장 출혈이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보임. 그렇다면 망인이 다른 사람에 비하여 특히 소장 출혈에 취약한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임.
  • 망인에 대한 부검을 실시하였음에도, 망인의 소장에 다량의 출혈을 유발할 만한 외상이나 질환이 발견되지 않았고, 망인의 진료기록에서도 소장에 출혈을 일으킬 법한 기왕증은 드러나지 않았음.
  • 이러한 가운데 망인의 주치의와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는 망인에게 투여되었던 항응고제 또는 항혈소판제(이하 ‘항응고제 등’)가 망인의 출혈 경향을 증가시켰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음.
  • 그렇다면 위와 같이 소장 출혈의 의학적인 원인을 달리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피고의 주장처럼 항응고제 등의 부작용마저 고려대상에서 제외한다면, 망인의 소장 출혈은 결국 어떠한 위험요인도 없이 돌연 발생한 부자연스러운 사건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이와 반대로 위 항응고제 등의 투약을 소장 출혈의 원인으로 추단하는 것이 한층 용이하다고 볼 수 있음.
  • 망인이 복용한 항응고제 등의 구체적인 종류와 정확한 용량은 알 수 없으므로, 항응고제 등과 소장 출혈 사이의 의학적인 인과관계까지 엄밀하게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이나, 이렇듯 의학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사정만으로는 이와 구분되는 법률적인 개념인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를 추단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음.
  •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도 항응고제 등이 망인의 소장 출혈과 무관하다고 단언하지는 않고 있음.
  • 항응고제 등의 부작용으로 말미암아 망인의 소화기관 상태가 약화됨으로써 소장 출혈이 더욱 용이하게 발생하였거나 그 출혈량이 사망에 이를만큼 증가된 것일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는 없고, 그러한 가능성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희박하다고 볼 근거도 없음.
  • 그렇다면 망인이 항응고제 등을 투약한 기간에 비하여 실제 투약량은 적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을 뒷받침할 반증이 없는 이상, 망인이 이 사건 상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장기간 처방받은 항응고제 등으로 인하여 출혈의 위험이 증가하였고, 이것이 다량의 소장 출혈로 이어진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함이 상당함.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업무상 재해에서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할 것이고, 업무상 발병한 질병이 사망의 주된 발생 원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업무상 발병한 질병이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기존의 다른 질병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사망하게 되었거나, 업무상 발병한 질병으로 인하여 기존 질병이 자연적인 경과 속도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되어 사망한 경우에도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두12922 판결, 2016. 7. 14. 선고 2016두35557 판결 등 참조)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다운로드 : 서울행정법원 2021. 9. 2. 선고 2020구합82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