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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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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근로계약상 고용승계 규정 등에 비추어 갱신기대권이 인정됨에도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본 판결
2022.02.24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1. 12. 17. 선고 2020구합83430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 근로자가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B공동주택관리회사 및 C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사이에 위 B회사 및 C대표회의를 모두 사용자로 표시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C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매월 원고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근태관리, 근로조건 결정 등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B회사는 자신만이 원고의 단독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B회사와 C대표회의 사이의 관리위수탁계약의 종료를 이유로 원고에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였습니다. 원고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C 대표회의에 ‘원고와 참가인 대표회의 사이의 근로계약이 묵시적 갱신되었다’는 통지를 하였고, 이에 C 대표회의는 원고에게 ‘원고는 참가인 회사의 근로자일 뿐 참가인 대표회의와는 직접 고용관계가 없고, 원고와 참가인 회사 사이의 근로계약도 2019년 12월 31일 기간만료로 종료하였다’고 답변하면서, ‘다만 새로운 관리주체가 선정되어 인수인계 시까지 관리소장 업무를 수행해달라’는 내용의 통지를 하였습니다.

원고는 2020년 3월 26일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참가인들의 원고에 대한 2020년 2월 1일자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2020년 5월 19일 ‘참가인 대표회의만이 원고의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참가인 회사에 대한 구제신청은 각하하는 한편, 참가인 대표회의에 대한 구제신청은 ‘원고는 기간제근로자로서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아 계약기간 만료로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2020년 6월 2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위 초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년 9월 21일 ‘참가인 회사만이 원고의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참가인 대표회의에 대한 구제신청은 각하하는 한편, 참가인 회사에 대한 구제신청은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이 사건의 쟁점은 ① 원고의 사용자가 누구인지 ② 원고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③ 사용자의 부당해고가 인정되는지 등이었습니다. 법원은 근로계약서에 따라 B 공동주택관리회사와 C 대표회의를 모두 사용자로 인정하고, 다만 B 공동주택관리회사와의 근로관계는 해고가 아닌 합의에 의하여 종료된 반면 C 대표회의와의 근로관계는 부당해고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상세한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가. 사용자의 확정: B 회사와 C 대표회의 모두 공동사용자로 인정
 
  • 이 사건 근로계약에 관한 처분문서인 근로계약서에는 B 회사와 C 대표회의가 모두 사용자로 명확히 표시되어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언대로 참가인들은 모두 원고의 공동사용자로 인정된다.
  • 참가인들이 ‘공동사용자’로서 이 사건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원고의 명시적인 요구에 의한 것이었다. 즉, 원고는 B 회사 뿐 아니라 C 대표회의도 근로계약의 상대방인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명확한 인식 아래 그와 일치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고, 매년 그와 같은 형식의 계약서를 작성하여 근로계약을 갱신해왔다.
  • 원고의 임금 및 각종 수당은 이 사건 근로계약기간 내내 참가인 대표회의가 원고에게 지급하였고, 매월 급여지급명세서도 참가인 대표회의가 작성하여 관리하였다. 근태 관리 및 원고의 복무사항 결정 역시 C 대표회의 회장이 하였다.
  •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은 ‘원고용자 외 제3자와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관한 판례 법리(대법원 2010.7.22. 선고 2008두4367 판결)를 들어 참가인 대표회의만을 원고의 사용자로 인정하였으나, 위 판례 법리는 형식적 근로계약을 체결한 ‘원고용주’ 대신 ‘명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제3자’의 사용자 지위를 인정하는 경우 그 요건에 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의 참가인 대표회의와 같이 근로계약서상 ‘명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처분문서에 기재)와는 사안을 달리하므로 적용될 수 없다.

나. 원고의 갱신기대권, C 대표회의에 의한 부당해고: 적극
 
  • 원고와 B 회사ㆍC 대표회의는 최초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래 총 6차례에 걸쳐 계약을 갱신하여 왔다.
  • 이 사건 근로계약은 B 회사의 귀책사유 없이 C 대표회의에 의해 일방적으로 계약이 해지된 경우에는 B 회사와 원고 사이의 근로계약과 관련한 모든 책임은 실질적 고용주체인 C 대표회의에게 있으며, 아울러 이 사건 위·수탁계약에 따라 원고의 고용승계 책임 또한 C 대표회의 및 새로운 관리주체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 이 사건 위·수탁계약은 형식상으로는 C 회사의 계약종료 통보로 종료되었으나, 그 종료의 실질적 이유를 들여다보면, C 대표회의가 원고와의 갈등을 이유로 갱신거절을 희망하였기 때문에 종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 이와 같은 계약종료에 ‘원고와 참가인 대표회의 사이 불편한 관계’ 외에 B 회사의 귀책사유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는 근로계약상 C 대표회의에게 ‘고용승계의무’(계약유지의무)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로서는 이 사건 위·수탁계약 종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정당한 신뢰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 C 대표회의가 이 사건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실질적인 이유는 ‘원고와 C 대표회의 사이의 불편한 관계’ 때문으로, C 대표회의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불편한 관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도 알 수 없을뿐더러 그와 같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갈등관계가 계약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다. B 회사에 의한 부당해고: 소극
 
  • B 회사는 원고에게 ‘참가인 회사가 관리하는 다른 사업장(공동주택)으로 2020.1.2.자 전보를 명한다’는 내용의 인사발령통지서를 내용증명 우편으로 발송하였으나 원고가 그 수령을 거부하자 원고에게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다.
  • 원고는 2019.12.12. B 회사의 대표이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원고의 실질적 사용자는 C 대표회의이고 B 회사는 형식적 사용자’라는 전제에서 B 회사의 위 전보명령에 응하지 않고, 계속하여 이 사건 아파트의 근무소장으로 근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실을 인정하였다.
  • 원고는 이 사건 아파트에서의 근무만을 희망함으로써 사실상 이미 위·수탁계약 종료로 그와 같은 근무조건을 제공할 수 없는 참가인 회사와의 근로계약 종료의사를 밝힌 것이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8두4367 판결은 “원고용주에게 고용되어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제3자의 근로자라고 할 수 있으려면, 원고용주는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제3자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당해 피고용인은 제3자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자도 제3자이고, 또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제3자이어서 당해 피고용인과 제3자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공장 내 사내협력업체들이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아 묵시적 근로관계를 부정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에서는 근로계약서에 명시적으로 B 회사와 C 대표회의가 공동사용자로 되어 있었으며, B 회사가 이 사건 근로자를 다른 사업장으로 전보시킬 수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가 독립성이 있다고 파악하여 공동사용자성을 인정하였습니다. 다만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에서의 근무만을 희망한 이상 C 입주자 대표회의와는 달리 B 회사와의 근로관계는 쌍방 합의에 의하여 종료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근로계약서에 명시적으로 사용자로 명시되어 있으며 그 실체 또한 존재하는 경우, 실질적인 관리주체가 아니더라도 쉽게 사용자가 아닌 것으로 인정될 수는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판결입니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 해당 근로자가 명시적으로 근로계약에 B회사와 C대표회의가 공동으로 사용자로 명시되도록 요구한 특수한 사정이 있었을 뿐이므로, 법원이 일반적으로 공동사용자 법리를 허용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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