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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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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퇴사하면서 피해 내용을 회사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냈더라도 가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 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
2022.02.24
[대상판결 : 대법원 2022. 1. 13. 선고 2017도19516 판결]

1. 사안의 개요


C회사의 HR 팀장 A는 2014년 10월경 다른 사원 3명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테이블 아래로 사원 B의 손을 잡는 등 신체적 접촉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 경위에 대하여는 A와 B의 주장이 엇갈렸습니다.

한편 A는 위 술자리가 끝날 무렵인 20:59경부터 약 3시간 동안 약 12회에 걸쳐 B에게 일방적으로 ‘오늘 같이 가요’, ‘맥줏집 가면 옆에 앉아요. 싫음 반대편’, ‘답 안 주네. 힘들게 안 할게’, ‘집에 데려다줄게요’, ‘얘기할 것도 있는데’, ‘나 그냥 가요?’, ‘언제까지 기다려’, ‘왜 전화 안 하니’, ‘남친이랑 있어. 답 못 넣은거니’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B는 이에 아무런 답장도 하지 않았습니다.

B는 2016년 3월경 다른 매장으로 전보발령을 받았는데, 2016년 4월경 사직 의사를 밝히고 퇴사하였습니다. B는 퇴사하기 전 전국 매장 대표와 본사 직원 80명에게 ‘성희롱 피해 사례에 대한 공유 및 당부의 건’이라는 제목으로 ‘HR팀장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사람들을 모아 마련한 자리에서 테이블 밑으로 손을 잡으며 성추행이 이뤄졌고, 그 이후에 문자로 추가 희롱이 있었다. 당황스러웠고 무서웠으며 엄청난 수치심을 느꼈다. 성희롱 고충 상담ㆍ처리 담당자가 성희롱을 했던 HR팀장이므로 불이익이 갈까 싶어 말하지 못했다. 이제 회사를 떠나게 됐고 회사 발전을 위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이메일을 보낸다. 같은 일이 발생한 직원들은 팀장님이나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 여성가족부 등으로 신고하기 바란다. 관련 사건에 대한 고소 등을 준비하고 있으며 다른 피해자분들이 있으면 현명하게 판단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B는 이메일에 문자메시지 캡쳐 사진, 남녀고용평등법 관련 규정 및 사내 규정 등을 첨부하였습니다.

이에 A는 B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였습니다. 한편 B는 2016년 4월 직장 내 성희롱을 이유로 노동청에 C 대표이사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하였으나, 2016년 5월경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행정종결 처리되었습니다.

2. 판결 요지

1, 2심은 B에게 A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에서 정한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사정을 들어, B에게 A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ㆍ환송하였습니다.
 
  • 직장 내 성추행이나 성희롱의 문제는 회사조직 자체는 물론이고,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으로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 이 사건 술자리 당시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동석한 다른 사원들 몰래 신체적인 접촉이 있었고, 그 직후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일방적으로 옆에 앉으라거나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하면서 답장이나 전화를 채근하는 이 사건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한다.
  • 한편 이 사건 술자리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의사에 반하여 손을 잡았는지 여부가 다소 불분명하기는 하나, ① A와 B가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가 아니었던 점, ② A는 유부남이었고 B는 비공개 사내연애를 시작하니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 남자친구가 위 술자리에 동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입사한 지 채 2년이 안 된 사원인 B가 다른 사원들 몰래 테이블 아래로 15년 차 다른 팀 과장인 A의 손을 먼저 잡거나 A를 껴안았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 B는 이 사건 이메일의 수신인을 C 매장 대표와 본사 소속 직원들로 한정하여 발송하였고, 이 사건 이메일에서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모욕하는 등 인신공격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B는 이 사건 이메일에서 ‘자신의 성희롱 피해사례를 공유하여 유사사례가 발생할 경우 적극적인 신고와 처리를 통해 직장 내 성희롱이 근절되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그 동기를 밝히고 있고, 실제로 직장 내 성희롱의 금지 및 예방 등 관련 규정과 C의 ‘매장 내 불편부당한 내용 신고안내문’을 함께 첨부하였다.
  • B가 직장생활을 계속하는 동안 이를 문제 삼거나 신고하지 않고 있다가 퇴사를 계기로 이 사건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정을 들어 피해자에 대한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
  • 이 사건 이메일은 B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사례에 관한 것으로 공적인 관심 사안이고, B는 자신의 성희롱 피해사례를 공유함으로써 직장 내 성희롱 예방과 피해구제에 도움을 주고자 이 사건 이메일을 전송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이메일을 전송한 B의 주된 동기나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설령 부수적으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전보인사에 대한 불만 등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B에게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의의 및 시사점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에서의 ‘비방할 목적’의 판단 기준에 대한 기존 법리, 즉 주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일부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있었더라도 비방의 목적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는 판결입니다. 사내 게시판 등에 피해사실, 징계사실 등을 게시하는 사례의 징계사유 판단 등에 참조할 만한 사안으로 보입니다. 대상 판결에 비추어 볼 때, 유사한 사안에서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이 인정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① 수신인을 내부 인원으로 한정하였는지 ② 출판물 등에 인신공격적인 표현을 사용하였는지 ③ 출판물의 취지가 향후 유사한 문제는 방지하려는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다운로드 : 대법원 2022. 1. 13. 선고 2017도1951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