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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법률정보|칼럼
[디지털혁신] 블록체인 기술과 P2E 게임
2023.07.31
허종 변호사
 
1. 블록체인 기술 그리고 P2E 게임

블록체인 기술이 낳은 새로운 유형의 산업 중 하나 꼽자면 바로 P2E(Play To Earn) 게임 산업일 것입니다. 번역하자면, “게임을 통해 돈을 번다”는 의미의 이 게임물들은, 게임 아이템 또는 캐릭터 자산의 고유성과 희소성을 증명하는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하면서 주목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P2E 게임 내 일반적 생태계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게임이용자의 이용행위를 통해 희귀한 등급의 아이템ㆍ자산을 취득하거나 일정한 기준 이상의 임무를 달성
  • 이 경우 일정한 등급 이상의 게임 아이템ㆍ자산을 NFT화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거나 일정한 기준 이상의 임무 달성시 게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특정 토큰을 지급
  • 해당 NFT 및 토큰을 게임이용자 개인의 전자지갑과 연동시켜 게임물 밖에서 전자적 방식으로 거래하거나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다른 코인과 스왑할 수 있도록 연계
  • NFT의 거래 또는 토큰의 거래 등을 통해 게임활동을 통해 얻은 재화를 현금화

게임물에 블록체인 기술이 결합되어, ‘게임 아이템 및 자산 거래의 신뢰도와 안정성이 확보’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관한 산업계와 게임이용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P2E 게임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증대되었습니다.


2. 국내에서는 서비스가 될 수 없는 P2E 게임

세계적으로 새로운 게임의 장르로서 주목을 끌기 시작하였음에도, 정작 게임물 강국 중 하나인 국내에서는 P2E 게임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 제28조 제3호의 ‘경품 등을 제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는 게임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게임물 등급분류를 받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의 ‘경품 등’이란 ‘게임물을 이용한 결과물로 게임물이용자에게 제공되는 재화 또는 이와 유사한 것으로 재산상 이익이 되는 것’[헌법재판소 2020. 12. 23. 선고 2017헌바463, 2018헌바151ㆍ386, 2019헌바81(병합) 결정], 또는 ‘게임(활동)의 결과물이 재산상 가치로 화체되고 환가성을 지니도록 제공되는 재화’를 의미합니다(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7도16214 판결). 다른 한편, ‘경품 등을 제공’하더라도 ‘사행성을 조장하지 않는 경우’에는 규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산업계의 주장도 있었지만, 우리 헌법재판소는 경품제공금지 조항의 입법목적과 조문구조상 ‘경품 등의 제공 행위’를 곧 ‘사행성을 조장하는 행위’로 보아야 한다는 해석론을 확고히 했습니다[헌법재판소 2020. 12. 23. 선고 2017헌바463, 2018헌바151ㆍ386, 2019헌바81(병합) 결정].

국내 규제의 체계가 이와 같은 이상, P2E 게임도 예외가 될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도 P2E 게임에 대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결정 취소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잇달아 선고했습니다. NFT화할 수 있는 권리가 화체된 게임 아이템(소위 ‘파이브스타즈’ 사건) 또는 게임활동의 결과로 제공되는 토큰(소위 ‘무한돌파삼국지’ 사건) 등이 ‘경품 등’에 해당하고, 이들이 ‘경품 등’에 해당하는 이상 ‘사행성을 조장하는 게임’에 해당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고 판시한 것입니다(서울행정법원 2023. 1. 13. 선고 2021구합65484 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1. 31. 선고 2021구합89398 판결).1) 현금 환가성과 게임물 밖에서의 거래가능성을 ‘경품 등’ 해당 여부 판단의 핵심 징표로 삼는 현행 법령 체계상 불가피한 해석입니다.

이로써, 국내에서는 P2E 게임물의 서비스가 제공될 수 없다는 입장이 보다 명확해졌습니다.


3. 게임산업법 개정안 추진, 그리고 P2E 게임의 운명은?

P2E 게임에 대한 강력하고도 전면적인 사전규제 체제와 관련하여 산업계의 반발도 적지 않았습니다. 미국ㆍ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이미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P2E 게임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도 전향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입법론이 대두되었습니다. 이에 2023년 1월 P2E 게임의 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경품제공금지 조항’의 개정을 포함한 게임산업법 전면개정안이 입법 발의되었습니다.

그러나, 현 상황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지난 4월 국회 소관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경품제공금지 규제 완화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고,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위 개정안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였기 때문입니다.

‘위메이드’ 사태 등으로 인해 가상자산(토큰)과 게임물을 연계한 P2E 게임 서비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형성된 것도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무한돌파삼국지’ 사건에서도 이용자들로 하여금 ‘게임물의 내용과 무관한 가상자산의 가치변동 등락에 영향을 받도록 하는 일련의 행위도 사행성의 징표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와 같이, 가상자산 거래의 불안정성이 커진 것도 P2E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미국ㆍ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실제 P2E 게임의 성장세가 더디게 되면서, 규제 해소에 관한 산업적 필요성이 경감된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강력하고도 전면적인 사전규제 체계를 계속해서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경품 등’의 내용이나 현금화되는 금액의 수준, 실질적인 게임물 이용행위 태양에 따라, ‘일부 허용 후 사후규제’ 하는 방향으로도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산업계의 의견도 경청해 볼 가치는 있습니다. 제21대 국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기회는 이번 정기국회가 사실상 마지막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P2E 게임의 운명을 좌우할 의사결정 과정에서 건강하고 심도있는 토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1) 위 두 사건 모두 원고의 항소 부제기로 확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