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법률정보|칼럼
[건설 · 부동산] 하자보수보증의무와 공사대금채권 간 동시이행관계에 대한 쟁점
2025.05.26
1. 서론

건설공사 계약에서 하자보수보증금과 공사대금의 상호관계는 정산과정에서 흔히 문제가 됩니다.  수급인이 도급인에게 하자보수보증금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급인이 공사대금 지급을 지연하거나, 반대로 수급인이 하자보수보증금을 제공하지 않은 채 공사대금만 청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5. 4. 15. 선고 2024다318526 판결은 길지 않지만 하자보수보증금과 공사대금의 상호관계에 대해 기존 법리를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본 칼럼에서는 먼저 하자보수보증의무와 공사대금채권 사이의 관계를 기존 대법원 판결에 비추어 법리별로 살펴보고, 위 판결에 그 법리가 어떻게 적용이 되어 있는지를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하자보수보증금과 공사대금의 상호관계를 명확하게 할 수 있는 계약조항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2. 하자보수보증의무와 공사대금채권에 관한 법리

가. 법리 1 : 동시이행 관계

일반적으로 수급인은 공사대금을 지급받기 전까지 하자보수보증금(또는 보증증서)을 제출하기로 약정합니다.  이 경우 대법원은 하자보수보증금 채무와 공사대금 채무를 원칙적으로 동시이행 관계라고 봅니다(대법원 2012.5.10. 선고 2010다24176 판결, 대법원 2025. 4. 15. 선고 2024다318526 판결 등 참조).  동시이행 관계에서는 일방이 먼저 자신의 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없고, 상대방의 이행을 기다릴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이행거절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지 않더라도, 법률상 동시이행 관계가 인정되면 이행지체 책임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수급인이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하자보수보증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한 도급인은 공사대금채무를 변제할 의무가 없습니다.

나. 법리 2 : 하자보수보증금 제출 방식과 효력

하자보수보증금의 제출방식 또한 쟁점이 됩니다.  통상적으로 계약서에는 보증금 제출 방식으로 “현금”, “건설공제조합 발행 보증서”, “보증보험증권” 등이 열거되어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 그 중 어느 하나의 방식으로 제출하면 계약상 의무가 이행된 것으로 봅니다(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3다59051 판결 참조).  반대로 위 방법 중 어느 한 방법으로만 하자보수보증의무를 제공하기로 했다면 그 방법에 따른 의무이행만이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 법리 3 : 대등액 범위 내에서 항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반대채권의 존재로 인하여 상대방에 대한 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권능을 가지고 이행지체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서로 자신과 상대방의 채무액 중 대등액의 범위에 한하여 인정될 뿐이므로, 당사자 쌍방의 채무액을 비교하여 일방의 채무액이 상대방의 채무액을 초과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일방의 나머지 채무액에 대하여는 동시이행관계 및 이로 인한 이행거절권능이 허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5541 판결, 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54604, 54611 판결,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다26455, 2646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도급인이 공사대금채무에 대해 동시이행 항변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는 제공하기로 약정한 하자보수보증금의 범위 내입니다.

라. 법리 4 : 하자보수보증의무와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청구의 관계

하자보수보증의무는 하자담보책임기간 중 하자가 발생했음에도 수급인이 이를 보수하지 않거나 지체하는 경우에 대비해 도급인의 손해를 담보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하자보수보증금 또는 보증증권은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이 발생한 경우 그 채무를 담보하는 역할을 하며, 일정한 조건 하에 도급인은 보증금 또는 보증증권을 통해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자담보책임기간 내에는 하자보증제공의무와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의무가 공존할 수 있으며 그 기간이 경과한 후에는 해당 기간에 발생한 하자에 대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의무만 존재합니다.  대법원 1999. 3. 9. 선고 98다60156(본소), 98다60163(반소) 판결은 하자가 발생하지 않은 채 담보책임기간이 경과하였다면 그 후에는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보험증권 등의 교부를 청구할 수 없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지만, 도급인이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채권으로 공사대금채권과의 상계를 주장하고 나아가 반소로서 별도로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있는 이상, 도급인으로서는 원고에 대하여 새삼스럽게 담보의무의 이행을 구하면서 공사대금 지급의무와의 동시이행을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즉, 수급인이 이미 하자보수를 이행하거나 손해배상채무를 인정하고 이행하였다면, 더 이상 보증증권의 제공 의무는 존속하지 않거나, 실제 보증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면, 하자 발생 여부나 손해배상채무의 성립이 불확정인 상태라면, 도급인은 여전히 보증제공을 요구할 수 있으며, 수급인은 이를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3. 대법원 2025. 4. 15. 선고 2024다318526 판결 요지

가. 사실관계

수급인은 2022년 5월 31일 도급인과 총액 9억 9,000만 원(부가세 포함)의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해당 계약서 제7조는 사용검사 완료 후 3년간 하자이행보증책임을 규정하며, 보증금액을 공사금액의 10%로 설정하였고, 일반조건 제16조 제1항은 수급인이 최종검사 완료 후 공사대가를 지급받을 때까지 하자보수보증금을 현금 또는 보증서로 도급인에게 납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후 준공검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수급인은 도급인에게 공사대금 중 지급받지 못한 5억 3,500만 원을 청구하였습니다.  도급인은 하자보수보증금 9,900만 원(= 공사금액 9억 9,000만 원 × 10%)을 예치받기 전까지는 그 금액에 상당하는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거나 동시이행관계에 따라 그 금액에 상응하는 이행지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나. 원심 판결의 요지

도급인은 1심에서 공사 완료 이후 발생한 하자에 대해 6,500만 원을 지출했다고 주장하며, 이 금액을 손해배상채권으로 하여 상계항변을 하였고, 수급인은 제1심에서 도급인의 주장을 반영해 당초 청구금액에서 6,500만 원을 공제하는 내용의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원심은 대법원 1999. 3. 9. 선고 98다60156(본소), 98다60163(반소) 판결을 원용하면서, 도급인은 이미 하자보수비 상당의 채권을 상계하여 수급인의 채권 일부를 소멸시킨 만큼, 그와 별도로 다시 하자보수보증금의 예치를 요구하며 공사대금채무와의 동시이행을 주장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심은 수급인이 하자보수비 상당액을 청구취지에서 감액하였음을 이유로 도급인의 동시이행 항변을 배척하였습니다.

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

이 사건은 수급인이 공사대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도급인에게 하자보수보증금을 현금 또는 보증서 등으로 납부 또는 제출하기로 약정한 사안으로 하자보수보증금채무는 도급인의 공사대금채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습니다(법리 1 참조).  하자보수보증금 상당액을 지급하는 것도 하자보수보증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므로, 수급인은 도급인이 지출했다고 주장한 하자보수금액 6,500만 원을 공사대금 청구에서 감축함으로써 해당 금액 범위 내에서 하자보수보증의무를 완료했다고 보아야 합니다(법리 2 참조).  그런데 이 사건에서 하자보수보증금은 계약금액 9억 9,000만 원의 10%에 해당한 9천 900만 원입니다.  하지만 수급인이 하자보수로 지급한 금액은 6,500만 원입니다.  그렇다면 수급인은 3,400만 원의 범위 내에서 여전히 하자보수보증금을 예치할 의무가 있고 그 금액의 범위 내에서 동시이행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법리 3 참조).  따라서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하자보수보증의무의 이행과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모두 행사할 수 있으며, 여전히 3,400만 원의 범위 내에서는 동시이행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원심이 원용한 대법원 1999. 3. 9. 선고 98다60156(본소), 98다60163(반소) 판결은 하자보수보증기간이 만료된 후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으로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 하고 이를 적용한 원심은 하자보수보증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법리 4 참조).  위와 같은 이유로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4. 결론

이 사건에서 약정된 하자보수보증비율은 계약금액의 10%로서 통상에 비해 높은 편으로, 수급인으로서는 만약 하자보수보증증권 제출의 방식으로 하자보수보증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면 상당기간 동안 해당 공사금액을 지급받지 못하는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계약을 체결할 때 하자보수보증비율의 범위와 하자보수보증의무의 제공방법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자보수보증의무와 관련한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법리를 명확히 하여 도급계약서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반영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예시조항]

제○조(하자보수보증금의 제출 및 공사대금과의 관계)

1. 수급인은 본 계약에서 정한 공사대금을 지급받기 전까지 도급인에게 아래 각 호 중 하나의 방법으로 하자보수보증금을 제출하여야 한다.
1. 건설공제조합이 발행한 하자보수보증서
2. 보험회사의 하자보수보증보험증권
3. 현금 또는 기타 도급인이 승인한 방법
 
2. 수급인이 제1항에 따른 하자보수보증금을 제출하지 않은 경우, 도급인은 공사대금의 지급을 유예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이행지체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3. 수급인이 일부 금액에 대하여만 하자보수보증금을 제출한 경우, 도급인은 그 제출된 보증금액에 대응하는 공사대금 범위 내에서만 지급 의무를 부담하며, 초과 부분에 대해서는 지급을 유예할 수 있다.

4. 제1항의 보증금 제출이 완료된 날부터 도급인은 지체 없이 공사대금을 지급하여야 하며, 이행지체가 발생할 경우 민법 또는 본 계약에서 정한 지연손해금 등을 부담한다.

5. 보증금의 제출 방식, 금액 또는 관련 조건이 변경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서면 합의로 그 내용을 확정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