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 연방대법원의 Apple 패소 판결
미국연방대법원은 2016년 3월 7일 E-Book 담합 관련 US v. Apple Inc. 사건에서 Apple이 제기한 상고허가신청(petition for certiorari)을 기각함으로써 Apple의 패소 판결을 확정하였습니다.
2. 사실관계 및 소송의 경과
가. 사실관계
Apple은 2009년경 E-Book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출판업자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Amazon보다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제안하였습니다. 당시 미국 출판업자들은 Amazon이 책정한 E-Book 소비자 판매가격($9.99)이 너무 낮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Apple은 Amazon 등 기존 E-Book 유통업자와의 가격경쟁을 피하고자 했으며, 출판업자들은 Amazon의 $9.99 정책을 끝내고 가격을 인상하기를 원하여 서로 이해관계가 일치하게 된 것입니다.
이에 다음과 같은 합의를 도출하여 출판사들이 가격 결정의 주도권을 가지게 됩니다.
기존에는 출판업자들이 도매가격에 책을 팔고 유통업자가 이에 마진을 붙여서 재판매하는 사업모델을 취하였는데,이 경우Amazon과 같은 유통업자가 소비자 판매가격을 결정하게 된다.앞으로는 소비자 판매가격을 출판업자가 결정하고,유통업자는 출판업자의 대리인으로서 결정된 소비자 판매가격을 적용하여 책을 파는 사업모델(“agency model”)로 전환하기로 한다(유통업자는 소비자 판매가격 중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수취). |
Apple과 출판업자들의 합의에는 최우선고객 조항(Most-Favored-Consumer Clase, “MFC”)이 포함되었는데, 이 조항에 따라 Apple은 다른 경쟁 유통업자의 최저판매가격에 따라 E-Book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출판업자들은 Amazon 등 다른 유통업자들과의 관계에서도 agency model을 도입할 의무 부담하여, 만약 출판업자들이 위와 같은 모델 변경을 통해 E-Book 가격책정 권한을 이전받지 못하면 Apple에게 막대한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규정 포함되었습니다. 이에 따라서 E-book 시장에서 가격이 현저히 상승하게 됩니다.
나. 1심 판결 [US v. Apple Inc., 952 F. Supp. 2d 638 (2013)]
1심 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면서 Apple의 경쟁법 위반을 인정하였습니다.
당연위법한 가격결정의 합의는 수직적 당사자가 참여하여 수평적 합의를 촉진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수직적 당사자가 위법한 수평적 합의에 참여하였다고 주장하려면, 원고는 수평적 공모가 존재하였으며, 수직적 당사자가 그 수평적 공모의 존재를 알고 당사자로 참여하여 공모를 촉진시켰다는 점을 보여야 한다. |
다. 항소심 [US v. Apple, Inc., No. 13-3741 (2d Cir. 2015)]
Apple은 자신이 출판업자들과 체결한 계약은 수평적인 것이 아니라 수직적 계약이었기 때문에 1심 법원이 당연위법(per se) 기준을 적용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수평적 가격담합은 당연위법한 거래제한행위의 전형이지만, 대법원은 수직적 가격제한 등에는 보통 ‘합리의 원칙’(rule of reason)을 적용해왔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항소심 법원은 1심 법원이 당연위법 기준을 적용한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거래제한행위는 Apple이 출판사들과 체결한 수직적 합의가 아니라, Apple이 기획한 ‘출판사들간 전자책 가격 인상 합의’이며 후자는 수평적 합의이기 때문입니다.
라. Apple의 배상
Apple은 소비자 집단소송에서 원고들과 합의를 하면서 배상금액을 DOJ(미국 법무부)와의 이 사건 소송 결과에 연동시켰는데, 이번 대법원의 상고허가신청 기각으로 Apple은 합의한 최대금액을 배상해야 합니다(약 4억 달러).
3. 시사점
이 사건 소송의 중요한 쟁점은 수평적 담합인지 아니면 수직적 담합인지 여부였습니다. 만일 제조사(출판사) 간 수평적 담합으로 파악한다면, 이는 분명한 셔먼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미국의 출판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출판사 5곳이 담합한 것이 되기 때문에 법적인 판단은 단순해집니다. 반면, 이 사건을 판매사(Apple)와 제조사(출판사) 간 수직적 담합으로 본다면 합리의 원칙(rule of reason)에 따라 위법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Apple은 소송에서 “출판사와 Apple이 담합을 했다 해도 이는 수평적인 담합이 아닌 수직적인 담합이기 때문에 당연 위법 법리보다 합리의 원칙에 의해 판단돼야 한다. 또한 Apple의 행위는 전자책 시장의 경쟁을 촉진한 긍정적 면도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pple이 출판사와 직접 합의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는 수직적 담합이 아니라 수평적인 담합으로 명백한 위법”이라고 밝혔다. 또 “출판사가 가격을 인상하도록 공모할 의사가 없었고, Apple과의 계약을 이용해 전자책의 소매가격을 인상한 것은 출판사이기 때문에 Apple은 이 사건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Apple의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상호 협업에 의해 전자책 가격을 인상하려고 한 합의가 명백하게 확인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미국의 판결은 2013년 기준 3200억 원 이상의 규모로 성장한 우리나라 전자책 시장에도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담합에 참여한 사업자 전체의 직접적 합의가 없어도 개별적 합의의 집합만으로도 담합 혐의가 인정(Hub and Spoke Conspiracies)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우선고객(MFC) 조항은 수요자들이 높은 탐색 비용과 협상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최선의 거래조건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으나, 여러 수요자들의 거래조건을 같게 하는 것이므로 경쟁과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 법원은 agency model과 MFC 조항이 도입된 배경과 취지, 실제 경쟁사업자나 시장에 미친 영향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경쟁제한적 효과에 보다 주목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