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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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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외국적 요소가 있는 계약에서 준거법 선택이 없는 부분에 관한 준거법은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라고 판단한 사례
2016.12.02
1. 사실관계
 
가. 대한민국 법인인 원고는 2012년 6월 14일 터키의 A회사에 폴리라이제이션 라인 1세트 4포장(이하 ‘이 사건 화물’)을 미화 350만 달러에 매도.
 
나. 원고는 2012년 6월 22일 미합중국 법인인 피고와 B화물에 관하여 부보금액 미화 385만 달러로 하는 적하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을 영국 런던 보험자협회(Institute of London Underwriters)의 적하약관(Institute Cargo Clause, 이하 ‘영국 적하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WAIPO 조건(With Average Irrespective Of Percentage, 일정한 해상고유의 위험을 해손의 종류나 규모와 상관없이 보상하는 조건)으로 체결.
 
다.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주요 약관은 다음과 같음.

- “본 보험증권에 따라 발생하는 책임에 관한 모든 문제는 본 보험증권에 따라 발생하는 책임에 관한 모든 문제는 영국의 법률과 관습이 적용된다(All questions of liability arising under this policy are to be governed by the laws and customs of England)”라는 내용의 준거법 약관(이하 ‘이 사건 준거법 약관’)

- 원고가 피고에게 부보화물의 갑판적재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 이 사건 보험계약의 담보범위는 ‘투하(投下, Jettison)와 갑판유실(甲板流失, Washing Overboard)’ 이외의 일반 분손(分損)은 담보하지 않는 분손부담보[分損不擔保, Free from Particular Average (F.P.A.)]조건으로 축소된다는 내용의 ‘갑판적재(甲板積載) 약관’(On-Deck Clause, 이하 ‘이 사건 갑판적재 약관’)
 
라. 원고는 중국 상하이 항부터 터키의 이스켄데룬 항까지 이 사건 화물의 해상운송을 대한민국 법인 C회사에 의뢰함.  C회사로부터 받은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선하증권에는 ‘이 사건 화물은 송하인ㆍ수하인의 위험부담으로 갑판에 적재되는데, 그 손실ㆍ손상에 대하여 이 사건 선박 또는 선주는 어떠한 경우에도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운송인 면책약관(이하 ‘이 사건 운송인 면책특약’이라고 한다)이 기재되어 있음.
 
마. 이 사건 화물 4포장 중 1포장인 보일러 1대(이하 ‘이 사건 보일러’)가 운송 중 해상으로 떨어지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 발생.
 
바. A회사는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청구권을 양도하고 2013년 4월 3일 피고에게 양도 통지.
 
사.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  원심은 피고 이 사건 보험계약에 약관규제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판단 다만, 원고가 이 사건 갑판적재 약관의 내용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갑판적재 약관은 약관규제법이 정하는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고, 피고가 그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이 된다고 판단.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가. 외국적 요소가 있는 계약에서 준거법 선택이 없는 부분에 관한 준거법
 
“국제사법 제25조는 제1항 본문 및 제2항에서,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 “당사자는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도 준거법을 선택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제26조 제1항에서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아니한 경우에 계약은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적 요소가 있는 계약에서 당사자가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만 준거법을 선택한 경우에 그 해당 부분에 관하여는 당사자가 선택한 법이 준거법이 되지만, 준거법 선택이 없는 부분에 관하여는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 준거법이 된다.
 
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3항의 설명의무의 적용 범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 제3조 제3항 이 사업자에 대하여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의무를 부과하고, 제4항이 이를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고객으로 하여금 약관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 성립되는 경우에 각 당사자를 구속하게 될 내용을 미리 알고 약관에 의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함으로써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방지하여 고객을 보호하려는 데 입법 취지가 있다.  따라서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경우에는 그 약관이 바로 계약내용이 되어 당사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갖는다고 할 것이므로, 사업자로서는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9다105383 판결).”
 
다.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법상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해상 고유의 위험으로 인한 것이라는 데 대한 증명책임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그 부보위험인 해상 고유의 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하고, 그 증명의 정도는 이른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에 의한 증명에 의한다(대법원 2001. 5. 15. 선고 99다26221 판결 참조).”
 
라. ‘갑판유실’ 및 ‘갑판멸실’의 구분
 
“영국법의 적용을 받는 영국 런던 보험자협회(Institute of London Underwriters)의 적하약관(Institute Cargo Clause)에서 규정하고 있는 ‘갑판유실(甲板流失, Washing Overboard)’이란, 해수의 직접적인 작용으로 인하여 갑판 위에 적재된 화물이 휩쓸려 배 밖으로 유실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제한적인 개념이므로, 악천후로 인한 배의 흔들림이나 기울어짐 등으로 인하여 갑판 위에 적재된 화물이 멸실되는 이른바 ‘갑판멸실(甲板滅失, Loss Overboard)’은 ‘갑판적재(甲板積載) 약관’(On-Deck Clause)의 담보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3. 판결의 검토
 
가. 관련 규정
 

국제사법 제25조(당사자 자치)

①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 묵시적인 선택은 계약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

② 당사자는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도 준거법을 선택할 수 있다.


국제사법 제26조 (준거법 결정시의 객관적 연결)

①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아니한 경우에 계약은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한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약관의 작성 및 설명의무 등)

③ 사업자는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  다만, 계약의 성질상 설명하는 것이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나. 판결의 의의
 
(1) 준거법 선택에 관한 기준 제시
 
보험계약의 준거법 조항은 1) 보험계약 전부에 대한 준거법을 지정한 경우, 2) 보험계약의 일부에 관해 준거법을 지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사건 준거법 약관은 이 사건 보험계약 전부가 아닌 보험자의 ‘책임’ 문제에 한정하여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르는 것으로 정하고 있었습니다.  이 경우 보험자의 ‘책임’에 관한 사항이 아닌 부분에 관해서는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해야 하는지 문제가 됩니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① 이 사건 준거법 약관은 이 사건 보험계약 전부에 대한 준거법을 지정한 것이 아니라 보험자의 ‘책임’ 문제에 한정하여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르기로 한 것이므로 보험자의 책임에 관한 것이 아닌 사항에 관하여는 이 사건 보험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우리나라의 법이 적용된다고 할 것인데,약관의 설명의무에 관한 사항은 약관의 내용이 계약내용이 되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로서 보험자의 책임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5533 판결 참조),이에 관하여는 영국법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약관규제법이 적용된다라고 판시하여 계약의 일부에 관해서만 준거법을 택한 경우 준거법이 정해지지 않은 부분에 대한 준거법 선택에 관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2) ‘갑판유실’과 ‘갑판멸실’의 개념 구분
 
영국법의 적용을 받는 영국 적하약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갑판유실’의 개념에 ‘갑판멸실’이 포함되는지 문제가 됩니다.  두 개념 모두 외부작용으로 인해 갑판 위에서 화물이 배 밖으로 사라지는 것에는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① 영국법의 적용을 받는 영국 적하약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갑판유실(甲板流失, Washing Overboard)’이란, 해수의 직접적인 작용으로 인하여 갑판 위에 적재된 화물이 휩쓸려 배 밖으로 유실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제한적인 개념이므로, ② 악천후로 인한 배의 흔들림이나 기울어짐 등으로 인하여 갑판 위에 적재된 화물이 멸실되는 이른바 ‘갑판멸실(甲板滅失, Loss Overboard)’은 갑판적재 약관의 담보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갑판유실’과 ‘갑판멸실’이 구분되며, ‘갑판유실’의 개념에 ‘갑판멸실’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백하게 했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특히 사고 당시의 파도의 정도, 풍속, 사진 등이 ‘갑판유실’ 여부 판단에 중요한 자료로 사용했는데, 갑판적재 약관의 담보범위 판단과 관련하여 화물의 멸실 과정에 관해서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