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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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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이동통신사와 위탁대리점계약을 체결한 갑은 계약기간 중 137대의 단말기(5,300여 만원 상당)를 공급받고도 대금지급을 거부하였습니다. 단말기가 판매되지 않은 이상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1심 법원은 이동통신사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런데 항소심 법원은 1심의 결론을 뒤집었습니다.

원심 법원은 ① 이동통신사 위탁대리점의 가장 주요한 업무는 이동통신 가입자 모집업무이며, 단말기 판매는 가입자 모집에 부수된 업무인 점, ② A이동통신사가 그 동안 대리점계약을 해지하면서 일부 대리점으로부터 재고 단말기를 현물로 반환받은 사실, ③ 위탁대리점계약에 의할 때 단말기 공급가격은 이동통신사와 대리점이 협의하여 결정하도록 되어 있으나 원ㆍ피고 사이에 아무런 가격협의가 없었던 점, ④ 이동통신사는 판매정책에 따라 수수료 이외에도 영업장려금 등을 지급하여 단말기 가격을 조정할 수 있고, 이러한 단말기 가격은 수시로 변하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원ㆍ피고 사이에는 단말기가 이동통신 가입자에게 실제 판매된 경우에 한하여 피고[이동통신사]가 지급할 장려금 등을 고려하여 그 판매가격을 협의한 후 대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 사건을 위임받은 다음 먼저 고민하게 된 것은 으뜸으로 제시할 상고이유를 무엇으로 할지, 원심판결이 반드시 파기되어야만 하는 실질적인 근거는 무엇인지였습니다. 상고사건의 심리불속행기각율이 높아졌기 때문에 무심코 심리미진이나 채증법칙 위반, 경험칙 위반과 같은 상투적인 상고이유를 나열하는 것은 심리불속행기각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투망식(投網式)으로 여러 상고이유를 나열하는 것보다는 타당한 상고이유 한 둘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한 상고이유는 처분문서 해석에 관한 법리 오해였습니다.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이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이 확립한 법리입니다. 위탁대리점계약은 “대리점은 물품의 인수와 동시에 물품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변제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른 해석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명확한 문언입니다. 그런데도 원심은 앞서 인용한 사정들을 제시하면서 실제 판매가 되어야 대리점이 대금지급채무를 부담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을 비판하기 위하여 위탁대리점계약이 일반 처분문서와는 다른 특별한 지위와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동통신사와 대리점이라는 상인(商人)간에 체결된 계약이며, 이동통신사가 전국 1,000개가 넘는 대리점과의 계약 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작성한 처분문서임을 강조했습니다. 경제적인 면에서 볼 때 1개월에 3~4만대 이상 액수로는 150~200억 원 규모의 거래를 규율하는 중요도가 높은 계약인 점도 주된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1개월 단위로 수백억 원 규모에 이르고 1,000여 개가 넘는 당사자가 참여하는 거래에서 처분문서에서 규정하지 않은 특약의 존재를 쉽게 인정할 수 없으며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상고이유 제시와 더불어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은 원심 판결이 확정될 때 어떠한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하는지 설명하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법률심으로서 사회경제적으로 영향력이 큰 사건을 심리할 때 더욱 신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상고심에 올라간 사건이 당해 사건에서 문제된 법률관계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시장참여자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임을 주지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원심의 결론이 유지된다면 위탁대리점들은 이동통신사로부터 가능한 많은 단말기를 확보하여 판매를 시도한 후 판매되지 않으면 재고로 반환하는 부당한 업무방식을 택함으로써 비합리적인 비용을 발생시킬 소지가 크다고 설득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상고이유를 받아들여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처분문서는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면서 원심이 인정한 사정만으로는 처분문서의 문언 내용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원심이 잘못된 결론에 이른 가장 큰 이유는 이동통신사 위탁대리점 거래 관계의 실질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건의 실질을 법원에 정확하게 설명할 책임은 변호사에게 있습니다. 수행하는 사건의 법률적 측면 뿐 아니라 해당 거래관계의 실질에 최대한 접근하여 실체적인 이해관계의 참 모습을 법원에 제시하는 것이 변호사의 책무임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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