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지성 제8회 뉴스레터 (2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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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한 포털 사이트의 법적 책임

- 대상판결 : 대법원 2009년 4월 16일 선고 2008다53812 판결 손해배상


1. 서설

국내 상위 포털인 네이버, 다음, 야후 사업자의 인터넷 게시공간 게시물에 대한 법적 책임이 문제된 사안입니다. 사건의 발단이 된 기초사실은 사이버 공간에서 널리 알려진 바 있습니다. 비단 대법원 판결뿐 아니라 하급심 판결도 관심 속에 심층 보도되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명예훼손 게시물을 올린 사람뿐 아니라 포털사이트 사업자에 대하여도 법적 책임을 인정했다는 사실만으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이트 사업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는 점에 이번 판결의 의미가 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포털사이트 사업자가 명예훼손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 요건은 무엇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다루어졌습니다. 이 논점에 대하여는 다수의견, 별개의견,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으로 견해가 나뉘었습니다. 사안의 개요부터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2. 기초사실 및 하급심의 판단

(1) 사안의 개요

가. 싸이월드 서모씨(이하 ‘망인’) 미니홈피에 다음과 같은 게시물이 게재되었습니다. 원고(김모씨로 지칭됨)가 망인에게 결혼을 약속하며 끈질기게 성관계를 요구하였고, 망인이 첫 유산 이후 두 번째 임신을 하게 되자 일방적으로 헤어질 것을 강요하고, “내 아이가 맞느냐? 임신을 했다 해도 정자덩어리일 뿐이다”라는 등 극언을 했으며, 나무라는 망인의 어머니를 경찰에 고소하고 망인의 합의 간청을 매정하게 거절하여 망인이 충격으로 자살에 이르렀다며 이 사연을 널리 퍼뜨려 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나. 이후 망인의 미니홈피에는 접속자가 폭주하고, 그 중 많은 이들이 게시물을 블로그 또는 다른 게시판에 옮겨 전파하였습니다. 망인을 추모하고 원고를 응징하자는 카페가 개설되고, 서명운동이 전개되기도 했습니다.

다. 피고들이 운영하는 포털사이트는 뉴스 서비스란에 네티즌들이 망인을 추모하고 원고를 비난하는 현상을 전하는 기사들을 게재하였습니다. 그 중에는 망인의 실명을 밝히거나 망인 미니홈피 초기화면 사진을 담은 내용이 있고, 원고를 비난하는 기사도 있었으며,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는 원고 실명과 신상정보가 밝혀지기도 하였습니다.

(2) 하급심의 판단

1심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단순한 기사나 정보 전달자 역할에 그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는데,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습니다. ① 인터넷 포털 사이트 사업자인 피고들은 언론사들로부터 전송받은 기사들을 분야별로 분류하고, 속보성ㆍ정보성ㆍ화제성 등의 편집기준에 따라 중요도를 가려 주요화면에 배치하기도 하는 점, ②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기사 제목을 변경하여 붙이기도 하는 점, ③ 게시하는 기사 밑에 네티즌이 댓글을 작성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기사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때로는 기사 내용을 넘어서는 정보교환 또는 여론이 형성되도록 유도하기도 하는 점, ④ 언론사와의 계약을 이유로 피고들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면책되지는 않는 점, ⑤ 포털 사이트는 여러 곳에서 제공받은 기사를 게시하므로 원 기사보다 영향력이 더 커질 수도 있는 점 등을 근거로, 포털사이트 사업자는 자신의 사이트에 게재된 명예훼손 기사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덧붙여 1심 법원은 포털 사이트 사업자는 일상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된 게시물이 존재하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커뮤니티 관리자에 대하여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거나 직접 삭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게시물이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댓글이 많이 달려 피고들이 문제 게시물의 존재를 쉽게 알 수 있었는데도 방치하였으므로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2심도 이와 유사한 취지의 판시를 하였는데, 구체적 쟁점은 대법원 판결문을 통해 살펴봅니다.

3. 사건의 쟁점 및 대법원 판단에 대한 검토

(1) 기사 선별 및 게재행위로 인한 책임

대법원도 포털 사이트가 보도매체로부터 기사를 전송받아 서버에 보관하고 기사 중 일부를 선별해 관리하는 공간에 게재하였다면, 단지 인터넷 이용자의 검색ㆍ접근을 위한 창구 역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사이트 내 공간에 게재된 기사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사이트 사업자도 명예훼손 기사를 보도한 보도매체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2) 기사삭제금지 약정으로 인한 면책 여부

대법원은, 포털 사이트 사업자가 보도매체로부터 기사를 제공받으면서 기사를 임의로 삭제할 수 없다는 약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보도매체와 내부적인 책임 분담 약정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약정을 이유로 사업자의 기사선별 및 게재행위에 따른 책임까지 면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3) 포털 사이트 사업자의 관리주의의무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한 1차적 책임은 표현물을 직접 게시한 주체가 집니다. 어떤 게시물이 포털 사이트 사업자가 제공한 인터넷 공간에 올려져 검색 기능으로 인터넷 이용자가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 곧바로 사업자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포털사이트 사업자가 인터넷 게시공간이라는 위험원을 창출ㆍ관리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발생된 위험에 사업자가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으므로, 명예훼손 게시물이 공중에 노출되고 전파되는 일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할 주의의무가 사업자에게 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고 공평 관념에 부합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원칙론에는 달리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다만 어떤 요건이 갖추어질 때, 관리주의의무 위반이 되는지는 다툼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이 판결에서도 논란이 되었습니다.

(4) 관리주의의무 위반 인정요건

① 문제점

포털사이트 사업자에게 관리주의의무가 인정되어도 그 범위는 제한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업자가 명예법익 침해와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우려한 나머지 표현물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게 되면, 네티즌의 표현의 자유는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관리의무의 범위, 즉 위반을 인정할 수 있는 요건에 대하여 세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② 다수의견

다수의견은 구체적 요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명예훼손적 게시물이 게시된 목적, 내용, 게시기간과 방법,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 게시자와 피해자의 관계, 반론 또는 삭제 요구의 유무 등 게시에 관련한 쌍방의 대응태도 등에 비추어,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제공하는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시된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위 사업자가 위와 같은 게시물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당한 피해자로부터 구체적ㆍ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요구를 받은 경우는 물론,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며, 또한 기술적, 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ㆍ통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위 사업자에게 그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같은 인터넷 게시공간에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할 주의의무가 있고, 그 게시물 삭제 등의 처리를 위하여 필요한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그 처리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된 경우에는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수의견은 비록 피해자가 게시물에 대하여 삭제 및 차단요구를 하지 않더라도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면 삭제의무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주의의무가 인정된다는 입장입니다.

③ 별개의견

별개의견은 피해자의 삭제요구가 선행되지 않더라도 포털 사이트 사업자에게 삭제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는 다수의견을 비판하였습니다. 게시물을 지나치게 관리하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이른바 냉각효과(chilling effect) 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인터넷은 역사상 어느 매체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된 형태의 참여적 대중매체라고 평가합니다. 인터넷의 참여기능은 포털 사이트 사업자가 네티즌에게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의사소통의 시공간을 넓혀갈 수 있는 가상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더욱 고양된다고 분석합니다. 그런데 만약 인터넷 게시공간에의 표현행위에 대한 법적 규제의 폭이 넓어진다면, ‘1인 매체' 역할을 하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표현행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염려합니다.

결국 헌법재판소가 밝힌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법리가 입법에서뿐만 아니라 법해석의 원리를 정하는데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별개의견이 제시하는 규율원리는 '명확성의 원칙' 과 기본권 제한의 한계 원칙인 ‘비례의 원칙(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입니다. 비례의 원칙이 표현의 자유에 대하여 구체화된 원리로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들며 이를 삭제의무의 전제요건으로 제시합니다. 그러면서 ‘그 사업자가 게시물의 불법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고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때' 라 함은 다음과 같은 경우를 말한다고 합니다.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한 삭제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사업자가 피해자로부터 명예훼손의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구체적ㆍ개별적으로 특정' 하여 ‘삭제하여 달라는 요구'를 받았고, 나아가 그 게시물에 명예훼손의 불법성이 ‘현존'하는 것을 ‘명백'히 인식하였으며, 그러한 삭제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이 ‘기술적ㆍ경제적으로 가능'한 경우로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다고 본다.”

관리자가 인식하지 못하여 모르고 있는, 선의(善意)의 경우에는 어떠한 때에도 삭제차단의무는 발생할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다수의견과 구분됩니다.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 에도 삭제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면, 사업자에게 일반적ㆍ포괄적인 상시검열의무를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나아가 다수의견이 “사업자가 ‘불법성이 명백한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경우' 뿐만 아니라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 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는 때' 삭제의무가 인정된다”고 판시한 것은 명확성의 원칙에 비추어 의문이라고 합니다. 후자의 표현은 그 자체로 모호하여 말의 뜻이 불분명하다고 본 것입니다.

④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별개의견이 제시하는 명예훼손 게시물의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게시물 자체에 관한 불법성 외에 ‘사업자가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현존하는 위험'을 요구하면서 그 위험을 ‘피해자가 그 게시물에 대한 삭제 등의 조치를 바라고 있다는 사정'과 관련 짓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는 등의 재반박을 합니다.

⑤ 검토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을 정하고 있는 형사법규를 보면 처벌여부를 피해자의 의사에 맡기고 있습니다. 예외 없이 이른바 친고죄 또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고소나 처벌의사가 존재하는 것을 종국적인 형사처벌의 전제로 삼고, 피해자의 의사를 추정하거나 가정하여 판단하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 빗대어 보더라도 피해자의 삭제요구를 관리의무 위반의 요건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로부터 보호를 요청받았는데도 소홀히 했다는 데에서 비난가능성의 단서를 찾아야지, 피해자가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어도 어떤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현실에도 맞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정보량은 엄청난데, 명시적인 삭제요구가 없는 때에도 삭제의무를 부과한다면 포털 사이트 사업자는 지나치게 불안정한 지위에 놓일 것입니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삭제요구가 있었는데도 사업자가 응하지 않았으므로 다수의견이나 별개의견 어느 쪽에 따르더라도 결론이 달라지지 않게 됩니다.

4. 결론

대상판결은 앞으로 자주 문제될 수 있는 인터넷상 명예훼손 사건에서 포털 사이트의 법적책임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다수의견은 과거 대법원 판례가 명예를 훼손당한 피해자로부터 구체적ㆍ개별적인 삭제 및 차단요구를 받은 경우에만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에 비해서 더욱 엄격한 입장을 취한 것입니다. 최근 포털 사이트로 대표되는 인터넷상 폐해의 규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였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그 기준은 유동적입니다. 명예훼손에 따른 책임을 밝히는 일반 법리나 해석에 구체적 기준 정립을 맡기기 보다는 향후 입법을 가다듬어 세밀한 기준을 세워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입니다.

5. 다운로드 : 대법원 2009년 4월 16일 선고 2008다5381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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