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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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상법 제409조 및 제542조의12에서는 주식회사의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를 선임할 때 3%이상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또는 그 특수관계인 포함)의 의결권을 3%까지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소위 ‘3% 제한 룰’).

위 규정들의 취지는 감사선임에 있어서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여 감사로 하여금 대주주의 영향력 하에 있는 경영진의 업무집행을 견제하는 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하도록 함에 있다고 합니다.

필자는 이 글에서 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소위 ‘3% 제한 룰’이 현실에서 적용되었던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 위 사건들을 맡아서 다루었던 입장에서 느꼈던 몇 가지의 소회를 적어 보고자 합니다.

2. 사례

(1) A회사

상장법인인 A회사는 OO년 1월에 약 9%의 지분을 가진 주주 甲으로부터 사외이사 1인 및 감사 1인의 선임을 제안하는 주주제안서를 전달받았습니다. A회사는 8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 있는 회사로서 4대에 걸쳐 성실히 경영을 해 오고 있었기에 그 주식이 상장된 이래 소수주주들과 큰 문제 없이 무난하게 관계가 유지되어 왔었습니다.

위와 같은 주주제안을 통한 사외이사, 감사 선임 요구를 처음 접한 A회사 경영진이 보인 반응은 두 가지로 대별됩니다. 하나는, 창업이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례이기 때문에 우선은 적대적으로 반응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안정적 지분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수주주의 제안을 철저히 백안시하고 고려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것 입이다.

그러나, 사외이사 선임건과 관련한 A회사 사례는 대주주의 지분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소수주주의 제안이 고려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지만, 감사 선임의 건과 관련하여서는 소위 '3% 제한 룰' 때문에 주주제안 사항을 가볍게 여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경영진이 곧 깨닫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주주 乙 또한 자신을 비상근 감사 1인으로 선임해 달라는 주주제안이 추가로 A회사에 접수되었기에 경영진은 더 긴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A회사 법무팀의 의뢰에 따라 법적 검토를 맡게 된 필자는 주주 甲이 1년여 전부터 지분을 조금씩 매집하여 오기 시작하였고, 증권컨설팅전문가, 변호사, 회계사 등과 팀을 이루어 함께 작업을 하고 있음도 알게 되었고,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및 감사 선임 요구를 하는 방식으로 상장회사의 경영관여를 이전에도 몇 차례 시도하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주주 乙과 주주 甲간에 상당 부분 공조와 협조가 진행되고 있을 개연성도 짐작되었습니다.

적법한 요건을 갖춰 감사선임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회사에서 거부할 수는 없으므로 주주 甲의 의사대로 사외이사 1인 및 감사 1인 선임의 안은 A회사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채택되었고, 정기주주총회가 개최되기 전까지 양측은 증권거래법 소정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에 해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한편, 주주총회 소집통지문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상에 게재되는 경영참고사항에 소수주주의 주주제안이 있었음이 기재되고, 소수주주로부터 사외이사 선임 및 감사선임이 요구되었다는 사실이 신문지상에 보도됨으로 인해 경영권 다툼 내지 분쟁 상황으로 외부에서 인식되어 주가도 덩달아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두 달여의 주주총회 준비작업을 끝낸 시점에서 A회사가 파악한 바로는 최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에 ‘3% 제한 룰’이 적용되더라도 주주제안을 한 소수주주들 보다는 많은 득표가 가능하다는 것이었고, 주주제안을 한 소수주주들 측에서도 정기주주총회 당일 출석상황 등을 파악한 이후 이러한 사정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A회사의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사외이사 및 감사선임을 요구한 주주 甲은 자진해서 주주제안을 철회함으로써 자신이 추천한 후보에 대한 선임안건을 포기하였고, 주주 乙이 스스로를 감사후보로 추천한 건에 대해서는 표 대결이 이루어졌으나 부결되었습니다. 그러나 주주제안을 통한 소수주주권 행사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주주 甲의 경우, 주주제안을 한 시점 이후에도 꾸준히 A회사 주식을 매입하여 10% 가까이 보유하게 되었고, A회사의 예상치만으로도 평균 50% 이상의 주식평가차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되었고, A회사는 주주 甲과 乙이 요청한 주주제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시간 및 비용 면에서 상당한 지출이 수반되었습니다.

(2) B회사

역시 상장회사이고 자산규모가 1,000억원 이상이나 2조원에는 못 미치는 B회사는 OO년 8월에 회사의 인적 분할에 관한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B회사가 영위하는 사업의 일부를 인적분할의 방식으로 분리함과 동시에 회사를 새로이 설립하여 그 사업을 영위하도록 하는 계획이었습니다. 위 계획에 따르면 새로운 회사가 설립되어야 하기 때문에 B회사의 이사회에서는 신설되는 법인의 이사 및 감사의 선임에 관한 사항도 결의를 하고 분할계획서 및 분할신고서에 이를 기재하여 일반 투자자에게 공시되도록 하였습니다.

B회사의 이사회 결의내용이 발표된 뒤 5일 째 되는 날에 B회사에 감사 선임, 회계장부열람 및 등사, 그리고 주주명부열람 및 등사를 요구하는 주주 丙의 통지문이 배달되었습니다. 그 요지는, 회사 분할과정에서 분할되는 자산 및 부채가 정확히 평가되었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에 회계장부열람 및 등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고, 주주 丙 자신의 기본 입장은 회사 분할에 반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주주들을 규합하기 위해 주주명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며, 만약 회사 분할의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된다면 신설법인의 경영에 있어서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해 자신이 추천하는 丁을 감사로 선임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B회사의 담당 임원은 주주 丙의 요청에 따라 면담을 하였지만, 면담 결과 주주 丙의 실제 요구사항은 자신이 서면으로 밝힌 위 세 가지, 회계장부열람/등사, 감사선임 및 주주명부열람/등사에 있었던 것이 아니고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B회사 지분의 상당 부분을 회사에서 매입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B회사 역시 A회사와 마찬가지로 40여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회사로서 2~3%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이 상당 수 되고 그 보유지분의 변동이 극히 드물기 때문에 거래량 또한 통상 그와 유사한 자본규모의 상장법인들 보다 많이 부족해서 일부 소수주주들은 보유 물량을 장내 거래를 통해 해소하기 힘들다는 점을 간혹 회사 담당자에게 호소해 오고 있었던 실정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주주 丙의 서면을 통한 요구사항들은 모두 자신의 원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압박 수단이었던 셈인 것입니다.

또 한 가지 발견된 사실은, 주주 丙이 스스로 이러한 서면을 작성하여 B회사에 통지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당초에 주주 丙은 회사의 분할에 대해 그리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지만 우연히 다른 주주의 소개를 통해 알게 된 변호사 및 회계사가 상담을 요청하여 왔기에 상담을 하였고, 그 상담을 통해 자신의 주주로서 지위를 대리할 권한을 위임한 후 그와 같은 서면이 자기의 이름으로 변호사에 의해 작성되어 B회사에 통지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회사에 통지된 주주제안 서면의 작성 변호사 및 동 서면에 감사 후보로 추천된 후보자는, 같은 해 3월에 있었고 결국 소송으로까지 확대되었던, B회사의 동종업종업체인 X회사의 사외이사 및 감사선임 안건에서 소송을 대리하였던 변호사 및 감사후보자와 정확히 일치하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결국 B회사 사례는, 회계장부열람 및 등사 건은 소송으로 확대되었으나 이유불비로 기각되었고, 주주명부열람 및 등사 건은 주주 丙의 요청대로 회사에서 제공하였으며, 감사선임의 건은 분할승인 주주총회의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어 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됨으로써 일단락되었습니다.

3. 문제점

위에서 든 세 가지의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양태는, (i) 소위 ‘3% 제한 룰’이 적용됨으로써 입법 당시의 의도대로 감사선임의 건은 소수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권한이 되었고, 이를 접하게 되는 회사의 대주주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는 점, (ii) 그런데, 원래의 입법 의도인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한다는 것 보다는 소수주주 자신의 경제적 목적 또는 회사 지배(M&A)에 대한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 (iii) 감사선임의 건이 제안된 회사들은 대체적으로 안정적 회사 경영 및 수익 달성으로 인해 평소 주주들로부터 큰 불만이 제기된 바 없는 회사였으나 감사선임을 위한 주주제안으로 인해 큰 소용돌이에 휘말림으로써 그 결론이 내려지기까지의 기간 동안 회사가 영업 등을 위해 집중해야 할 분야로부터 경영진의 관심이 분산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 등입니다.

A회사의 경우, 주주 甲은 1년 여의 준비기간 동안 주식을 매집해 오면서 정기주주총회에 즈음하여 감사선임의 안건 등을 제안하여 일반 투자자의 관심을 유도하고 언론에 이 사실이 공개된 이후 주가가 상승하여 비록 주주총회에서 자신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은 이루지 못했지만 상당한 정도의 주가차익을 실현하였습니다.

B회사에서 주주 乙은, 자신의 명의로 작성되어 회사에 통지된 문서의 내용에 대해서도 정확히 파악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B회사가 평소에 안고 있던 문제점인 거래량 부족으로 인한 적정 가격으로의 매각이 어렵다는 사정을 해결하기 위해 담당 임원에게 주주제안의 철회를 전제로 자신이 보유하는 주식의 매입을 요구하였습니다.

이상의 사례를 보면 감사 선임에 있어서 3%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한 상법의 관련 규정이 원래의 의도와 달리 부작용도 낳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됩니다. 물론, 몇몇 사례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가지고 위 규정의 제정 취지를 전면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지만, 현실에 있어서는 감사 선임에 대한 주주제안을 가지고 위 세 사례에서와 같이 주주 개인의 경제적 이익 취득이나 기업지배력 획득 등을 위해 이용되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4. 맺는 말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의 선임에 있어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3%까지 제한하는 입법례는 그리 일반적인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식회사의 경영에 있어서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에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그 수단에 있어서의 상당성을 생각해 보면 3% 제한 룰이 타당한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더군다나, 현재 알려지고 있는 몇몇 사례에서와 같이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3% 제한 룰이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주주들의 개인적 만족을 위해 원래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3% 제한 룰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보아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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