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부동산 뉴스레터 칼럼



류혜정 변호사
hjryu@jipyong.com

 

 

 

최근 건설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인해서인지 수급인의 자금난 또는 회생절차개시신청 등으로 인해 하도급 공사대금의 지급이 지체되는 경우 도급인의 하수급인에 대한 직접 지불이 가능한지 그 요건과 절차를 묻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유의할 사항 몇 가지를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도급인이 수급인을 배제하고 하수급인에게 직접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이 있습니다.

하도급법 제14조 및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수급인의 지급정지, 파산 또는 이와 유사한 사유 등이 발생하여 하수급인이 도급인에게 직접 지급을 요청한 때에는 도급인은 수급인이 아니라 하수급인에게 공사대금 중 하도급공사대금 상당액을 직접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도급법 제14조 제2항은 하수급인이 도급인에게 직접청구를 하면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공사대금지급채무가 소멸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판례는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지급채무와 수급인의 하수급인에 대한 하도급대금지급채무는 지급된 범위 안에서 소멸하게 된다"(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다64769판결)고 보아 도급인이 지급을 한 때에 비로소 수급인에 대한 공사대금지급채무가 소멸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결국 도급인이 수급인의 지급정지 등 사유가 발생하여 하수급인으로부터 직접 청구를 받았으나 아직 하도급대금지급청구를 하지 않고 있는 동안에 수급인의 도급인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에 가압류 또는 압류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가압류 또는 압류가 우선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도급인의 하수급인에 대한 직접 지급 의무의 범위는 수급인에 대한 공사대금지급의무를 한도로 하여 하도급대금에서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이미 지급한 기성공사대금 내역 중 해당 하수급인의 하도급공사 부분의 금액을 공제한 금액이 되어야 하므로(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다2029판결), 하수급인이 수행한 하도급공사에 상당하는 금액을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기성공사대금으로 지급한 때에는 도급인은 하수급인의 직접 청구에도 불구하고 직접 지급의 의무가 없습니다. 수급인이 하수급인에 대한 직접 지급을 중지할 것을 요청할 때에도 동일합니다(하도급법 제14조 제5항). 예컨대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월별 기성고를 산정하여 공사대금을 지급해왔는데 수급인이 자금난으로 인하여 하수급인에게 해당 하도급대금의 지급을 지체하다가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한 경우, 도급인은 하수급인의 직접 청구에도 불구하고 이중지급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직접 청구 금액의 적정성에 관한 심사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한편 하도급법 제14조 및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는 도급인과 수급인, 하수급인 사이에 직접 지급에 관한 합의가 있는 때에도 도급인에게 직접 지급의 의무가 발생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 일반조건 및 관급공사계약에 관한 공사계약일반조건에서는 하도급법 및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직접 지급사유가 발생하면 도급인은 직접 지급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표준도급계약에 의하여 도급계약 및 하도급계약이 체결된 경우 3자간 합의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정해진 사유가 발생하면 공사대금채권이 하수급인에게 이전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해석하는 견해도 있습니다.(주1)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도급인과 수급인, 하수급인 사이에 직접 지급에 관한 명시적인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직접 지급액 상당에 관한 공사대금채권의 양도가 이루어진 것으로 간주됩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는 직접 지급에 관한 3자간 합의가 있다는 것만으로 도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다거나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공사대금채무가 소멸한다고는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0717판결). 더 나아가 대법원 판례는 수급인이 하도급대금직불동의서를 작성하여 하수급인에게 교부하고 하수급인이 이를 도급인에게 내용증명우편으로 발송하여 도급인이 수령한 사안에서 그 문서 발송과 수령으로 해당 공사대금 일부에 관한 유효한 채권양도 통지가 행하여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다96911판결).

이러한 판례에 따르면, 결국 도급인은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아니하고 수급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선급금의 공제 주장, 공사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로 하수급인에게 대항할 수 있고, 수급인의 채권자들도 하수급인의 직불 요청이 있었는지에 무관하게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에 대하여 언제라도 압류하여 추심하거나 전부 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도급인의 입장에서는 하도급법 및 건설산업기본법, 또는 표준도급계약서에서 정한 직접 지급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공사중단 및 공사대금 미지급에 따른 분쟁을 방지하고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을 하여 공사를 계속하려면 직접 지급에 관한 수급인의 동의 또는 직접 지급할 금액에 관한 수급인의 확인을 얻어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간명할 것입니다. 한편 직접 지급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하수급인의 입장에서는 다른 채권 양도나 압류와의 경합을 피하려면 직접 지급에 관한 수급인의 동의를 얻어 직접 청구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해당 하도급공사대금채권에 관하여 확정일자 있는 증서로 도급인의 승낙을 얻거나 수급인으로 하여금 지명채권양도의 통지를 하도록 하는 것이 안전하리라 생각됩니다.


(주1) 윤재윤, 『건설분쟁관계법』, 개정판, 박영사, 349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