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제의 판결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0. 11. 5. 선고 2010나28743 환급이행 판결
 


(1) 피고인 대한주택보증 주식회사는 2007. 6. 25. 소외 시공사(이하 '시공사'라 한다)와의 사이에, 시공사가 시행하는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에 관하여, 주채무자를 시공사, 보증채권자를 입주예정자로 정한 주택분양보증계약(이하 '이 사건 보증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보증계약 약관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1조(용어의 정의)
4. '보증사고'라 함은 다음 각목의 1의 사유로 인하여 보증회사가 보증채권자에게 입주금의 납부중지 또는 입주금납부계좌의 변경을 통보한 때를 말한다.
가. 주채무자가 부도·파산·사업포기 등으로 주택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다고 보증회사가 인정하는 경우
제3조(보증채무의 내용)
보증회사는 주택법시행령 제106조 제1항 제1호 가목에 따라 주채무자가 보증사고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 당해 주택의 분양이행 또는 납부한 계약금 및 중도금의 환급책임을 부담한다.
제4조(보증이행 대상이 아닌 채무 및 잔여입주금 등의 납부)
① 보증회사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채무에 대하여는 보증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다.
2. 주채무자가 대물변제·차명·이중계약 등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의한 정상계약자가 아닌 자에게 부담하는 채무

(2) 원고는 2008. 8. 21. 시공사와의 사이에 미분양으로 남아있던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분양계약(이하 '이 사건 분양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한 후 같은 날 계약금을 시공사에게 지급하였다. 원고는 2008. 8. 28. 원고보조참가인인 금융기관으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 중도금대출을 받아, 시공사에게 중도금을 각 지급하였다.

(3) 2009. 2. 19.경 시공사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되고, 시공사가 이 사건 아파트의 시행 및 분양사업을 포기함에 따라 이 사건 아파트의 분양보증계약에 정한 보증사고가 발생하였다. 이에 피고는 수분양자들에게 기지급한 분양대금을 돌려주기로 하였다.

(4) 원고는 보증사고가 발생하였음을 이유로 피고에 대하여 기 납입한 계약금과 중도금의 환급이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보증사고의 발생을 인정하면서도 2009. 4. 27. 보증약관 제4조 제1항 제2호의 이행거절사유를 들어 보증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1) 원고는, 이 사건 분양계약은 정상적인 분양계약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보증계약에 정한 환급이행보증금으로 기 납입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분양계약은 시공사의 협력업체인 A 주식회사(이하 'A회사'라고 한다)가 시공사에 편법적으로 공사대금을 조달하여 줄 목적에서 이루어진 도급조건부계약으로서 A회사가 원고의 이름으로 체결한 차명계약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보증계약에 따른 보증금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2) 제1심은 이 사건 분양계약은 보증약관 제4조 제1항 제2호에 정해진 차명계약이라고 판단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0. 2. 9. 선고 2009가합12970 판결).

(3) 원고는 항소하였고, 대상판결은 제1심과 달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0. 11. 5. 선고 2010나28743 판결).

(4)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소송 계속 중이다(사건번호 2010다107880).

 


제1심 판결은 ① 이 사건 분양계약 체결 당시는 시공사가 이 사건 아파트 등의 미분양 사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웠던 시점인 점, ② A회사는 시공사의 협력업체인 점, ③ 원고는 A회사 대표이사의 동생인 점, ④ 원고가 피고에게 납입한 계약금을 어떻게 마련한 것인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고, 반면 계약 당일에 A회사의 계좌에서 인출된 금원이 계약금으로 납입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이 사건 분양계약서에는 약정납부일이 경과된 후 분양대금을 납부할 경우에는 연체료를 가산하여 납부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그 납부기일보다 늦은 시점에 분양대금을 납부하였음에도 연체료를 납부한 사정은 드러나지 않는 점, ⑥ A회사가 대납한 계약금과 대출금으로 지급한 중도금 외에 원고가 현실로 분양대금으로 납부한 돈은 전혀 없는 점, ⑦ 원고는 그의 거주지와 전혀 관련이 없는 곳에 위치한 이 사건 아파트를 분양받은 점, ⑧ 시공사의 고위 임원 등은 이사회에서 자금 확보 계획으로 협력업체를 이용한 이 사건 아파트의 차명계약, 대물계약 등을 계획적으로 준비한 점, ⑨ 시공사에서 작성한 '도급조건계약 및 일반차명계약 현황' 자료에는 A회사가 원고 명의로 이 사건 분양계약의 목적물을 분양받은 사실이 기록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분양계약은 A회사가 시공사에 자금을 지원하고 추후에 시공사로부터 공사를 도급받음에 있어 편의를 보려고 이루어진 것으로 원고는 단지 그 명의만을 빌려준 것에 불과하다고 보고, 이 사건 분양계약을 보증약관 제4조 제1항 제2호에 정해진 차명계약으로 판단하였다.

반면에, 대상판결은 위 약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차명계약'은 주채무자인 시공사가 차명으로 거래를 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주채무자가 아닌 A회사가 차명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위 약관상의 차명계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나아가 피고의 주장을 시공사가 원고의 이름을 빌린 차명계약의 주장으로 선해하더라도, ① 원고가 시공사의 협력업체인 A회사 대표이사의 동생이라는 점, ②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중도금 대출을 제외하고 실제로 납부한 금원인 계약금은 계약 당일에 A회사의 계좌에서 인출된 금원이라는 점, ③ 시공사의 고위 임원 등은 이사회에서 자금 확보 계획으로 협력업체를 이용한 이 사건 아파트의 차명계약, 대물계약 등을 계획적으로 준비한 점에 관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으로 기소되어 각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던 점만으로는 이 사건 분양계약을 시공사의 차명계약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이 사건 분양계약이 시공사에 조직적·편법적으로 공사대금을 지원할 목적으로 체결된 비정상적 분양계약인지 여부에 대하여 이 사건의 경우 협력업체가 이 사건 분양계약을 통하여 시공사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협력업체의 대표이사들로서는 시공사의 원만한 공사 진행을 통한 이익창출과 이익분배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자신의 임직원 및 친인척으로 하여금 이 사건 아파트를 분양받게 하는 것이 비난 받을 일이거나 비정상적인 거래형태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수분양자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등 아파트 분양에 관한 법령을 위반하지 않는 이상, 반드시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아야 한다거나 현재 거주지와 근접한 아파트를 분양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므로, 대물변제계약 또는 차명계약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면, 보통거래약관의 제한 해석 원칙의 취지에 따라 단지 수분양자가 시공사의 협력업체 내지 그 협력업체 대표의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이 사건 보증계약 약관 제4조 제2호가 규정하는 '대물변제, 차명, 이중계약'에 준하는 비정상적인 계약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며, 설사 이 사건 분양계약이 피고가 주장하는 비정상적인 계약에 해당한다 할지라도, 피고는 시공사와의 사이에 이 사건 보증계약과 관련하여 이 사건 아파트의 분양계약자가 납부하는 분양대금에 대한 ‘자금관리협약’을 체결하였고, 모든 분양대금은 피고의 부산지점이 예금주로 된 원고보조참가인 지점계좌에 입금하도록 되어 있으며, 피고의 분양보증심사사업장 사업수지분석표 중 '3. 사업수지분석'란에는 '이 사건 아파트의 분양 대상세대 : 직원 및 협력업체 00세대'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는 종래 협력업체에 대해 분양계약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러한 자에게도 보증책임을 부담한다는 전제 아래 시공사와 이 사건 보증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판단되고, 원고로부터 직접 중도금을 지급받을 당시에는 원고를 정상적인 분양자로 취급하였으면서도, 보증사고가 발생하자 이제 와서 이 사건 분양계약이 협력업체 계약이라는 이유로 원고의 환급이행청구를 거절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에도 반한다고 판시하였다.
 


(1) 주택분양보증제도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정하는 주택의 공급조건, 방법 및 절차 등에 따라 정당하게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분양대금을 납부한 선의의 수분양자들을 보호하는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주택분양보증을 한 대한주택보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택건설사업자로부터 주택을 분양받은 선의의 수분양자들에 대하여만 그들이 납부한 분양대금의 환급이나 주택의 분양에 대한 보증책임을 부담하고 주채무자가 보증서를 부당한 자금융통의 방편으로 삼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로서 보증약관에서 '대출변제, 차명, 이중계약'을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면책사유의 취지를 고려할 때, 면책사유 중 차명계약은 주채무자가 차명으로 거래를 하는 경우로 한정하는 대상판결의 설시는 타당하다고 판단됩니다.

(2) 대상판결은 협력업체가 이 사건 분양계약을 통하여 건설사 등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면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공사 진행을 통한 이익창출과 이익분배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자신의 임직원 및 친인척으로 하여금 이 사건 아파트를 분양받게 하는 것이 비난 받을 일이거나 비정상적인 거래형태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건설업계에서 빈번하게 행하여지는 임원 기타 협력업체의 분양계약을 통한 자금 지원 행위의 법적 성격에 대하여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분양계약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건설업계 실무상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3) 대상판결은 또한 피고가 자금관리를 하면서 시공사로부터 사업수지분석표 등을 통하여 직원 및 협력업체에 대하여 분양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보증계약을 체결한 후 중도금을 지급받았음에도 보증사고가 발생하였음을 이유로 환급이행청구를 거절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에도 반한다고 설시하고 있습니다. 자금관리기관이 사업수지분석을 위하여 분양계획 등을 제출받고, 파악하는 것은 실무상 널리 행하여지는 것으로서, 이러한 대상판결의 태도에 따른다면, 대한주택보증이 자금관리를 하는 사업장에서는 사실상 면책사유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됩니다.

(4) 전술한 바와 같이 대상판결은 보증사고가 발생한 사업장 관련 법적 분쟁에 대하여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으며, 대상판결 외에도 유사한 내용의 사건이 현재 대법원에 소송 진행 중에 있습니다(사건번호 2010다99224, 2010다76030).  이러한 판결에 대한 대법원의 태도를 주목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