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제의 판결

 

 

 
도시정비법상 인가처분을 필요로 하는 행위의 하자를 다투는 소송형태


도시정비법상 인가처분을 필요로 하는 행위의 하자를 다투는 소송형태

 1. 서설
 


대법원은 지난 9월 17일과 24일에 걸쳐 도시정비사업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사건의 성질과 관련하여 의미있는 두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그 중 9월 17일자 판결(대법원 2009. 9. 17. 선고 2007다2428 판결)은 전원합의체 판결로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고 합니다)의 주택재개발사업이나 주택재건축사업에 있어 관리처분계획은 정비사업의 시행 결과 조성되는 대지 또는 건축물의 권리귀속에 관한 사항과 조합원의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함으로써 조합원의 재산상 권리·의무 등에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속적 행정계획임에도 불구하고, 그 관리처분계획안에 대한 조합총회결의를 다투는 소송을 민사법원에서 처리해 온 관행을 수정한 것입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과 맥락을 같이 하는 9월 24일자 판결(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8다60568 판결) 은 주택재건축사업에 있어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내려진 상태라면 조합설립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이 제기될지라도 이는 실질적으로 행정소송인 당사자소송으로 제기된 것으로 보고 행정법원으로 이송하기로 결론을 내려 관리처분계획안에 대한 조합총회결의를 다투는 것과 마찬가지로 민사법원의 관할을 부정하였습니다.

위 두 가지 판결의 의의는 단순히 민사사건을 행정사건으로 바로 잡았다는 취지 외에 도시정비사업절차에서 문제되는 소송의 형태와 한계를 제시한 것에 있습니다. 아래에서 두 판례의 중요한 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관리처분계획의 의의와 쟁송형태에 대한 연혁
 


관리처분계획은 건물(토지 포함)소유자가 가지는 종전의 토지 및 건축물에 대한 권리를 사업시행후 조성되는 대지 및 건축물에 대한 권리로 변환시켜 주는 계획입니다. 즉 사업완료 후 이전고시(분양처분)의 내용을 미리 정하는 계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비사업조합원들의 가장 큰 현안은 내가 얼마나 비용을 분담해야 하는지, 어떤 새로운 건물이 나에게 배정되는지에 있으므로 관리처분계획은 사업구역 안의 조합원 뿐만 아니라 다른 토지등소유자에게도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집니다.

위 관리처분계획은 시장·군수 및 자치구청장의 인가를 받아야 효력이 발생합니다(도시정비법 제48조 1항). 이는 관리처분계획을 변경·중지 또는 폐지하고자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종래 대법원은 이 인가처분에 대하여 조합이 한 관리처분계획에 대해 법률상 효력을 완성시키는 보충적 행위로서 강학상 인가와 동일하게 판단해 왔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종래 인가가 필요한 다른 기본행위들과 마찬가지로 관리처분계획이 적법·유효하고 보충행위인 인가처분 자체의 하자만 있다면 그 인가처분의 무효나 취소를 주장할 수 있지만, 기본행위에만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기본행위의 하자를 다투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기본행위의 무효를 내세워 그에 대한 인가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은 없다고 판단하여 왔습니다(대법원 2001. 10. 12 선고 93누22753 사건 등).

따라서 관리처분계획에 불만이 있는 일부 조합원들은 관리처분계획을 승인한 조합의 결의의 하자를 주장하며 민사법원에 관리처분총회결의무효 내지 부존재확인, 총회결의취소청구의 소 등으로 조합에 법적인 대응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종래 관리처분계획인가의 성격이 강학상으로 보충적 행위인가, 아니면 특정한 권리를 설정해 주고, 그로 인하여 행정상 효력이 발생하게 해주는 설권적 행위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이미 행정청의 인가가 있어 사업추진에 대한 큰 신뢰를 가지게 된 조합 등 시행자가 일부 민사판결로 인하여 사업에 큰 지장을 받게 되는 현실적 문제점이 대두되었습니다.

특히 정비사업조합은 관할 행정청의 감독 아래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공법인이고 그 목적 범위 내에서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행정작용을 하는 행정주체임에도 도시정비법이 제정되고 난 후에도 조합과 관련된 모든 법률관계에 대한 소송은 민사법원에서 처리해 온 것은 관할을 오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행정주체인 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관리처분계획안에 대한 조합총회결의의 효력 등을 다투는 소송이 결국 관리처분계획이라는 행정처분에 이르는 절차적 요건의 존부나 효력 유무에 관한 소송으로서 그 소송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므로 행정소송법상의 당사자소송에 해당하고 행정법원에 제기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 당사자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시간적 한계로서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관할 행정청의 인가·고시까지 있게 되면 관리처분계획은 행정처분으로서 효력이 발생하게 되므로, 총회결의의 하자를 이유로 하여 행정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항고소송의 방법으로 관리처분계획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여야 하고, 그와 별도로 행정처분에 이르는 절차적 요건 중 하나에 불과한 총회결의 부분만을 따로 떼어내어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면서 도시재개발법(2002. 12. 30. 법률 제6852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부칙 제2조로 폐지)상 재개발조합의 관리처분계획안에 대한 총회결의 무효확인소송을 민사소송을 보고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인가·고시가 있은 후에도 여전히 소로써 총회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판결들을 견해가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였습니다.

이 뜻은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인가·고시 이후에는 이에 불복할 수 있는 소송의 형태가 관리처분계획취소소송, 관리처분계획무효확인소송 등으로 행정법원에 제기되어야 하고, 그나마 관리처분계획취소소송은 쟁송기간의 제한을 받게 되므로, 자유롭게 관리처분계획취소청구를 민사법원에 제기하는 관행의 한계를 짓게 되고, 중대명백한 하자라는 판례에 따라 무효확인소송도 민사소송일때보다 항고소송일 때 더욱 입증책임이 무거워질 것이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처분의 공정력이 발생한 후여서 이를 번복하기란 매우 힘들 것이라는 예상도 해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단순히 사건을 이송하였다는 의미에서 나아가 행정법원과 민사법원에서 진행하는 소송의 차이, 관리처분계획인가의 법적 성질, 관리처분계획의 기본행위에 불복하는 소송의 시적 한계를 명백히 제시하였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3. 조합설립동의의 하자 및 쟁송형태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설시는 이후 1주일 후에 선고된 재건축결의무효확인청구소송의 상고심 결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대법원은 관리처분계획인가와 마찬가지로 행정청이 도시정비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하여 행하는 조합설립인가처분도 단순히 사인들의 조합설립행위에 대한 보충행위로서의 성질을 갖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령상 요건을 갖출 경우 도시정비법상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행정주체(공법인)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일종의 설권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조합설립결의는 조합설립인가처분이라는 행정처분을 하는데 필요한 요건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어서 조합설립결의에 하자가 있다면 그 하자를 이유로 직접 항고소송의 방법으로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행정법원에 제기하여야 하고, 별도로 조합설립결의부분만을 따로 떼어내에 그 효력유무를 다투는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확인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고들이 이러한 점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종래 실무관행을 답습한 나머지 조합설립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여 당사자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고 파기이송판결로써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이 원고들이 종래 실무관행을 답습하였다고 인정해 주는 것은 무한정일 수 없고, 원칙적으로 조합설립결의를 다투는 소송형태는 항고소송에 의하여야 한다는 점을 판시한 이상 향후 쟁송형태가 변화될 것으로 보여지고, 행정법원에서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위법성, 조합설립결의의 위법성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지리라고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