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토지 소유 및 이용 제도
     


(법무법인 지평지성 김혜라 변호사)

1. 들어가며

필리핀 헌법은 필리핀 현지인이나 필리핀 회사만이 사유지인 토지를 소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여 필리핀 경제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취지에서, 외국인에게 토지소유권을 인정해 주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이 필리핀 의회에 상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이 외국인의 토지 소유가 자유롭지 않은 국가들에 대해서도 외국인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위 헌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견해가 만만치 않아 위 헌법 개정안 통과가 조만간 가시화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외국인이 필리핀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토지를 소유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외국인의 토지소유

가. 직접소유 금지

자연인인 외국인은 필리핀에서 토지를 소유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경우, 필리핀 법상 필리핀 회사만이 토지를 소유할 수 있는데, 필리핀 회사라 함은 외국인이 40% 이하의 지분을 보유하는 회사를 의미합니다.

결국, 외국인이나 외국회사는 토지를 보유하는 필리핀 회사의 지분을 40%까지 보유할 수 있을 뿐, 직접 토지를 소유할 수는 없습니다.

나. 콘도미니엄 소유

필리핀 법상 외국인이나 외국회사가 직접적으로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경우가 콘도미니엄을 분양받는 경우입니다.

콘도미니엄이라 함은 우리나라의 아파트와 같이 집합건물에 대해 구분소유의 형태로, 토지에 대한 지분권과 구분된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동시에 소유하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관련 법률에서 콘도미니엄으로 인정되는 건물의 형태에 대해 특별히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빌라나 상가 그리고 아파트 형태의 건물을 전체로 묶어 하나의 콘도미니엄 사업으로도 개발이 가능합니다.

콘도미니엄으로 개발된 집합건물에 대해서는 외국인에게 40%까지 분양이 가능합니다.  콘도미니엄을 분양 받은 수분양자들에게는 콘도미니엄에 대한 소유권을 나타내는 증서인 콘도미니엄 권리증서(CCT)가 발급되는데, 위 콘도미니엄 권리증서(CCT)가 필리핀에서 외국인에게 발급될 수 있는 유일한 형태의 토지권리증서에 해당합니다.  참고로, 콘도미니엄을 외국인에게 분양하기 위해서는, 수분양자들이 모두 주주로 참여하는 콘도미니엄 회사(Condominium Corporation)가 설립되는 방식으로만 콘도미니엄 개발 사업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3. 외국인의 토지임차

이처럼 외국인이 40%를 초과하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토지를 소유할 수 없으므로, 결국 토지를 임차하는 방법으로 토지를 이용하여야 합니다.

필리핀 법상 외국인 투자자가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50년을 상한으로 토지를 장기 임차할 수 있고, 1회에 한하여 임차기간을 25년까지 연장할 수 있습니다. 반면, 외국인이 투자나 개발 목적이 아닌 사적인 용도(예를 들면, 거주 목적)로 토지를 임차하는 경우에는 25년을 상한으로 임차할 수 있고, 1회에 한하여 25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나 개발 목적으로 토지를 장기 임차하는 경우 사전에 필리핀 투자청(BOI) 산하의 통상산업부(DTI)로부터 승인을 얻어야 합니다. 한편, 한국인 투자자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수빅경제특구나 클락경제특구 지역은 국유지이기 때문에, 개발 사업을 위해 위 지역의 토지를 장기 임차(50년 상한 + 1회에 한해 25년 연장)하려면 관할 정부기관인 수빅만관리청(SBMA)이나 클락개발청(CDC)으로부터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합니다. 다만, 수빅만관리청(SBMA)이나 클락개발청(CDC)으로부터 사전 승인을 얻는 경우에는 별도로 통상산업부(DTI)의 승인을 얻지 않아도 됩니다.

유의할 점은, 외국인 투자자가 관광 산업을 영위하기 위해 경제특구 내 토지를 임차한 경우, 미화 5,000,000불 이상이 관련 프로젝트에 투자되어야 하고, 또한 임대차계약 체결일로부터 3년 이내에 위 투자금의 70%가 해당 프로젝트에 실제 투입되어야 합니다.


4. 토지등기제도 및 토지소유권자 확인 방법

필리핀의 토지는 크게 토렌스시스템에 따라 등기된 토지와 등기가 되지 아니한 토지, 2가지로 구분됩니다. 여기에서 토렌스시스템이라 함은 필리핀 토지등기법(Land Registration Law)에 따른 토지에 대한 등기시스템을 말합니다.

토렌스시스템에 따라 등기된 토지의 특징은, 토지소유권자에게 토지소유권을 증명하는 권리증서인 원소유증서(OCT)가 발급되거나, 토지가 매매되는 경우 토지매수인에게 토지매매증서(TCT)가 발급된다는 점입니다.

통상 등기된 토지의 소유권자가 토지를 매도하는 경우 매도인은 토지매매계약서와 함께 자신이 보유하는 토지권리증서(OCT, TCT)를 등기소에 제출하여야 하고, 등기소는 토지매매사실을 등록하고서 매수인에게 새로운 토지매매증서(TCT)를 발급하여 줍니다. 이와 같이 매수인이 토지매매대금을 매도인에게 모두 지불하고서 새로운 토지권리증서에 권리자로 등재된 때에 매수인은 비로소 완전한 토지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반하여, 토렌스시스템에 의해 등기가 되지 아니한 토지에 대해서는 토지권리증서가 발급되지 않기 때문에, 관련 토지에 대한 납세증명서(Tax Declaration), 지적도(cadastral surveys) 등의 확인을 통해 토지소유권자를 추정하여야 합니다. 통상 관련 토지에 대해 5년 이상 부동산 세금을 납부하여 온 자가 토지소유권자로 추정됩니다.

실제 필리핀에는 토렌스시스템에 따라 등기가 이루어지지 않은 토지가 상당히 많은데, 토지소유권을 주장하는 자는 자신의 소유권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들을 갖추어 관할 지방법원에 신청하여 원소유증서(OCT)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