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부동산 법률칼럼



최찬욱 변호사
cwchoi@js-horizon.com

 


주택리모델링사업의 법적 문제점


현재 우리나라 주택사업은 이미 개발이 완료된 기성시가지에서의 노후, 불량건축물에 대한 정비사업을 통하여 주택 등을 공급하는 도시정비사업과 종전에 도시가 형성되지 않았던 곳을 대상으로 토지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여 주택 등을 공급하는 도시개발사업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도시정비사업 중에서도 주택재건축사업의 경우 소형평형주택의 의무비율 및 안전진단을 강화하고 개발이익환수의 일환으로 개발부담금제도를 도입하는 등 그 규제의 정도가 다른 정비사업에 비교하여 강한 편입니다. 이러한 주택재건축사업에 대한 규제의 저변에는 재건축이 이른바 ‘내 돈 한푼 안들이고 새 집을 짓는 행위’라는 도덕적 차원의 비난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또한 어떤 이들은 주변 도로, 상하수도, 공원, 녹지 등 기반시설에 과부하를 초래하거나 주변 지역의 토지 이용과 부조화를 이루어 경관을 훼손하는 난개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론적 근거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론적 근거는 지방자치단체의 용적률 제한으로 곧바로 제도화되어 개발이익환수제도와 더불어 재건축사업의 금전적 사업성을 박탈하는 결과를 가지고 왔습니다.

기업친화적인 태도를 보이겠다는 신정부의 주택정책에 있어서도 재건축사업에 대한 규제는 실질적으로 완화될 움직임이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기다려도 규제가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재건축사업보다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리모델링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아파트단지가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리모델링사업은 현재 서울에서만 1,000세대 이상 아파트단지인 개포동 대칭아파트 단지를 포함하여 18개 단지가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택리모델링사업은 주택법 및 그 시행령이 법적 근거로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근거로 하는 주택재건축사업과는 그 규율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주택리모델링사업의 경우 리모델링주택조합을 설립하여 진행하는 사업의 경우 그 추진위원회는 공법적인 규율을 받지 않는 임의단체에 불과하므로 리모델링을 하고자 하는 동기만 있으면 얼마든지 절차에 관계없이 결성할 수 있습니다. 또한 주택리모델링사업의 경우 새롭게 늘어나는 세대수가 없지만 재건축사업과 같은 안전진단과 관리처분계획수립이 임의사항이기 때문에 사업의 신속한 추진이 가능하다는 이론상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소단지인 서울 마포구 용강시범아파트의 경우 리모델링시범단지로 지정되어 리모델링을 거친 후 주거여건이 상당히 개선된 모습으로 선을 보였고, 강남 노후불량단지들의 관심을 증폭시킨 서울 서초구 방배동 궁전아파트의 경우 리모델링을 거친 후 자산가치가 대폭 상승했다고 소문이 퍼지는 등 소유자들의 리모델링사업에 대한 기대심리를 증대시키는 요소가 나타났었습니다.

하지만, 주택재건축사업에 비하여 공법적인 규율을 받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하여 실제 주택리모델링사업이 평온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후술하겠지만 최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는 리모델링주택조합의 매도청구를 기각하면서 주택법 시행령 상의 리모델링 결의율을 문자 그대로 적용하여 리모델링사업이 난항에 부딪치게 되고, 리모델링사업을 진행하는 추진위원회의 임의단체성 때문에 한 아파트단지 내에서 세력다툼이 벌어져 사업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과도한 수주 경쟁으로 인하여 리모델링에 대한 법률, 건축지식이 없는 소유자들이 리모델링조합설립동의를 시공사들의 설명에 따라 번복하기도 하는 등 사업진행에 차질을 빚을 내용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하여 하나씩 설명해 보기로 합니다.

우선 리모델링조합설립추진위원회의 임의단체성이 문제가 됩니다. 리모델링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와는 달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나 그의 하위법규로 국토해양부에서 제정한 모범정관, 시공사선정기준, 추진위원회운영규정들의 구체적인 규제를 따를 법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보통 리모델링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논의하여 그 구성원을 선거로써 선임하게 되며, 주민들의 불만이 누적되지 않는 한 주민들의 대표기관으로 외부 시공사와 협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통상의 재건축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시공사의 보이지 않는 원조를 하나씩 받게 되고 시공사의 이익을 비용면에서 배려해 주는 상황이 벌어지면 이에 불만을 품은 주민들의 반발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 주민들의 모임이 발전하여 주민대표단체가 우후죽순격으로 나타나 주민들을 상대로 동의서를 받으러 다녀도 최초의 추진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의 승인을 받아 공법상 단체로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게 됩니다. 주택재건축사업과 주택리모델링사업은 근거법률이 틀리고 몇 가지 사항이 필수요건이냐 임의요건이냐는 차이는 있지만 한 주택단지내에서 건축물의 노후불량으로 인한 주거조건을 개선한다는 목적에서는 동일합니다. 따라서 주택리모델링사업의 경우에도 주택재건축사업과 마찬가지로 주택법상의 단체 또는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을 준용하는 단체 정도의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 예로 원활한 리모델링사업 추진을 위하여 리모델링주택조합설립추진위원회도 반드시 소유자 및 의결권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단체로서 지위를 인정받는 형식의 입법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리모델링주택조합설립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추진위원회 참가자의 행동을 규율하는 내용을 포함한 규약을 필수적으로 제정하게 하는 것도 추가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사항입니다.

최근 부산지방법원 행정부는 모 아파트의 일부 동의 소유자들로 구성된 리모델링주택조합이 수영구청을 상대로 리모델링행위허가신청서반려처분취소청구를 한 사건에서 전체 소유자의 공용 부분인 조경시설과 인도 부분 177㎡를 건축면적에 편입시켜 리모델링조합원들이 독점적·배타적으로 점유토록 하는 것은 공유물의 변경에 관한 사항으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체 주민 4분의 3 이상 동의결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부분은 아파트 단지 내의 일부가 별도의 단체로 리모델링을 진행할 경우 나타날 문제점을 최초로 밝힌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향후 비슷한 양상에 대한 판결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로, 리모델링주택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임의단체이니만큼 적법한 절차를 거친 총회를 거치지 않고 외견상 위법한 총회를 개최하고서는 모자라는 부분에 대하여는 슬며시 서면결의로 갈음해 버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주택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나목은 리모델링주택조합의 설립인가요건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창립총회의 회의록을 반드시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리모델링주택조합설립이 주민들의 총회 없이 서면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과 적법한 절차를 거친 주민총회를 반드시 거쳐야지만 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는 점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 경우 어느 단체건 먼저 창립총회를 진행하고 회의록을 만들어 인가신청을 하는 쪽이 조합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여기에 대하여 법률 분쟁이 벌어졌을 때는 그 창립총회가 민법상 법인격없는 사단의 내부관계에 대한 규율을 준수하였는지, 창립총회 당시 실질적으로 소유자 및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자 여부를 다투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로, 리모델링주택조합설립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실질적으로 시공자를 선정하는 문제입니다. 주택재건축사업의 경우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에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주택리모델링사업의 경우 주택법 및 시행령에 시공자 선정에 관한 아무런 기준도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종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시공자 선정에 관한 시기를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추진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시공사의 경쟁이 과열되는 현상이 주택리모델링사업현장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외견상 선정은 조합설립을 위한 총회때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시공자 선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택재건축사업에서 시공자 선정을 일정 시기 이후로 미룬 것은 과다한 경쟁에 따른 위법행위의 속출을 막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점점 과열되어 가는 주택리모델링시장의 현실과 주택재건축사업과 주택리모델링사업의 유사성을 감안한다면 주택리모델링사업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시공자 선정시점을 규정하여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며, 주택리모델링사업의 과도기적 성격을 감안하여 조합설립인가 이후 경쟁입찰을 통한 시공자 선정이 가능하도록 입법을 추진함이 타당하다고 보입니다.

넷째로, 리모델링주택조합이 리모델링사업에 따른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매도청구를 행사할 때 과연 매도청구의 요건으로서 주민들의 동의율은 어떻게 산정되어야 하는지가 문제됩니다. 이 문제에 대하여는 최근 서울서부지방법원 하급심 판례가 나오면서 리모델링사업에 있어 핫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 11부는 모 리모델링조합이 미동의 구분소유자들에게 제기한 매도청구소송 제1심에서 조합의 리모델링결의는 구분소유자 5분의 4이상의 동의를 충족시키지 못해 유효한 결의라고 볼 수 없어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위 재판부는 유효한 리모델링결의 부분에 대해 주택법 시행령 제47조 제4항 제1호에 따라야 하고 이는 조합설립인가시 요구되는 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3분의 2 이상의 요건과는 다른 문제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지적이 가능합니다. 즉 2006. 6. 24. 주택법 시행령 제의 개정으로 리모델링주택조합설립을 위한 주민동의율은 소유자 및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으로 완화되었는데 이는 단순히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율일 뿐 아니라 리모델링결의에 필요한 정족수까지 완화해주기 위하여 개정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모법인 주택법 제18조의 2 제2항의 ‘인가를 받아 설립된 리모델링주택조합은 그 리모델링결의에 찬성하지 아니하는 자의 주택 및 토지에 대하여 매도청구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점은 조합이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자에 대하여 매도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주택법 시행령 제47조 제4항 제1호에는 명문으로 전체 소유자와 동별 소유자를 구분하여 전체 소유자의 경우 5분의 4 이상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고 있어 이 규정이 개정되지 않고서는 법원의 매도청구에 대한 태도도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보입니다. 실제 정부나 민간부문에서 재건축사업의 규제를 피하기 위하여 만들어 낸 리모델링시장에서 전체 소유자의 80%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매도청구권을 행사하여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장애요소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 부분의 해결에 대하여는 주택법 시행령 제47조 제4항 제1호의 개정을 통하여 매도청구요건을 명시적으로 완화할 수밖에 없다고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리모델링시장이 점차 성장하고 본격화된다고 부동산업계에서나 시중 뉴스에서 많이 거론되지만 앞에서 본 추진위원회의 임의단체성의 문제, 서면결의의 문제, 시공자선정의 문제, 매도청구의 문제에 대하여 구체적인 입법이 뒤따르지 않는 한 주택재건축사업의 대체적인 사업일 수밖에 없는 주택리모델링사업은 당분간 법규해석에 있어 혼란을 피하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점에서 주택리모델링사업과 관련한 부산지방법원과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판례는 주택재건축사업보다는 여러 규제를 완화해 줄거라는 막연한 기대로 법률적 고려 없이 사업을 진행한 조합에 대하여 리모델링사업에서도 철저한 법적 근거와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