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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목! 이 판례

□내기골프의 경우 도박죄 성립 여부

- 대상판결: 대법원 2008년 10월 23일 선고 2006도 736 판결
- 사건명: 상습도박{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한 예비적 죄명: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사기)}


1. 이 사건의 사실관계 및 쟁점

(1) 이 사건의 사실관계
피고인 1, 2는 각 무직이고, 피고인 3은 농업에 종사하는데 2003년 7월 3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적이 있으며, 피고인 4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피고인들은 골프장에서 각자 핸디캡을 정하고, 전ㆍ후반 18홀 동안 1타당 일정 금액을 승금으로 거는 ‘스트로크 방식’과 전ㆍ후반 최소타로 홀인하는 사람에게 상금을 주는 ‘계 방식’의 내기골프를 하였습니다.

즉 먼저 피고인들은 2002년 12월 16일경부터 같은 달 19일경까지 사이에 제주도 소재 골프장에서, 피고인 1은 93타, 피고인 2는 91타, 피고인 3은 85타, 피고인 4는 85타로 각 핸디캡을 정하고, 전반 9홀 게임 중 1타당 50만원, 동점인 경우 배판으로 1타당 100만원, 후반 9홀 게임 중 1타당 100만원, 동점인 경우 배판으로 1타당 200만원을 승금으로 승자에게 주고, 전반 9홀 게임 최소타 우승자에게 상금으로 500만원, 후반 9홀 게임 최소타 우승자에게 상금 1천만원을 주기로 정한 후, 위와 같은 ‘스트로크 방식’과 ‘계 방식’에 의한 내기골프를 한 것입니다.

한편 위 기간 동안 피고인 4가 1억 1천만원을 패한 것을 비롯해, 피고인들이 2004년 5월 21일경까지 같은 방식으로 골프경기를 하면서 판돈으로 걸은 합계 금액은 피고인 3의 경우 총 26회에 걸쳐 합계 6억여 원 상당, 나머지 피고인들의 경우 총 32회에 걸쳐 합계 약 8억여 원 상당이었습니다.

(2) 이 사건의 쟁점
검사는 피고인들에 대해 형법 제246조 제2항, 제1항에 규정된 상습도박죄로 공소를 제기하였는데, 형법 제246조 제1항은 “재물로써 도박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단, 일시오락정도에 불과한 때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상습으로 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도박’의 의미에 관해 일관되게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하여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고 판시해 왔고(대법원 1983. 3. 22. 선고 82도 2151 판결 등), “도박이 ‘일시오락의 정도’에 그쳐 위법성이 없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관해 “도박의 시간과 장소, 도박자의 사회적 지위 및 재산정도, 재물의 근소성, 그밖에 도박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참작해야 한다고 판시해 왔습니다(대법원 1985. 11. 12. 선고 85도 2096 판결 등).

그런데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의 주된 주장은 “내기골프의 경우 우연성이 없으므로 도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통상 ‘우연’이란 ‘당사자 사이에 있어서 확실히 예견하거나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는 사실(내지 이에 관하여 승부를 결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설명되어져 왔지만, ‘우연’의 의미에 관해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견해를 밝힌 적은 없었습니다. 따라서 ‘도박죄에 있어서 우연의 의미란 무엇이고, 도박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우연성을 요하는가’가 이 사건의 주된 쟁점으로 부각되었습니다.

 

2. 1심 법원의 판단: 무죄판결

1심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05. 2. 18. 선고 2004고단 4361 판결).

① 운동경기, 바둑, 장기 등과 같이 당사자의 육체적ㆍ정신적 조건, 역량, 숙련도, 재능 등에 의하여 승패가 결정되는 ‘경기’의 경우 참가자들이 결국 기능과 기술을 다하여 승패를 결정하려고 하고 그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 때에는 이를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② 도박죄의 성립은 종래에 그 도박성이 인정되어 온 화투, 카드, 카지노 등과 같이 당해 승패의 귀추에 있어 지배적이고도 결정적인 부분이 우연에 좌우되는 경우(특히, 화투ㆍ카드의 경우에 있어서는 가지게 될 패의 결정부터 우연성의 지배를 받게 된다)에 한정되어야 할 것이지, 운동경기와 같이 승패의 전반적인 부분은 경기자의 기능과 기량에 의하여 결정되고, 사소한 부분에 있어서만 우연이 개입되는 경우에는 도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③ 이 사건 내기골프는 그 승패 여부가 피고인들의 기량과 재능에 주로 지배되는 운동경기의 일종이어서 그 승패에 관련하여 재물을 걸었다 하여도 도박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④ 만약 위와 같이 보지 않는다면 국가대표선수가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둘 때 연금 또는 포상금을 지급받기로 하고 경기에 임하는 행위, 프로운동선수가 이른바 마이너스옵션계약에 따라 경기에 임하는 행위, 스킨스(Skins) 방식의 골프경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프로골프 선수끼리 서로 재물을 걸고 하는 골프 경기도 모두 도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하는 불합리함이 발생하게 된다.

 

3. 항소심 법원의 판단: 유죄판결

(1) 검사의 항소 이유
검사는 위와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는데, 항소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내기골프와 같이 개인의 기량과 실력이 승패의 주요요인이 되는 운동경기의 경우에도 참가자들이 확실히 예견하거나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는 그 승패의 결과에 돈을 건다면 이는 도박에 해당한다.

② 내기골프가 비록 다른 도박의 방식에 비하여 우연성이 다소 적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하여도 이것만으로는 그 결과에 우연성이 없다고 할 수 없으며, 오히려 모든 도박이나 운동경기의 승패결정에 공통적으로 우연과 기량의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고 보아야 한다.

③ 특히 이 사건과 같이 참가자들 사이에 실력차에 따라 핸디캡의 조정까지 마치고 내기골프를 하는 경우에는 승패의 전반적인 부분이 개인의 기량과 실력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내기골프는 도박에 해당함이 분명하다.

(2) 항소심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들어 “내기골프도 도박죄의 구성요건이 요구하는 행위의 정형성을 갖추고 있고, 그 정도가 일시오락에 불과하지 않는 한 도박죄의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도박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면서,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 대해 각각 징역형(피고인 1, 2, 4의 경우에는 집행유예)을 선고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06. 1. 11. 선고 2005노 2065 판결).

① 골프는 당사자의 기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기의 일종이지만, 경기자의 기량이 일정한 경지에 올라 있다고 하여도 매 홀 내지 매 경기의 결과를 확실히 예견하는 것은 전혀 가능하지 않다.

② 골프가 진행되는 경기장은 자연상태에 가까워서 선수가 친 공이 날아가는 방향이나 거리가 다소간 달라짐에 따라 공이 멈춘 자리의 상황이 상당히 달라지기 쉽고 이는 경기의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대단히 우수한 선수라고 하여도 자신이 치는 공의 방향이나 거리를 자신이 원하는 최적의 조건으로 또는 경기결과에 영향이 없을 정도로 통제할 수는 없다.

③ 도박죄에서 요구하는 우연은 선수들의 기량, 투지, 노력 등에 대비되어 다소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된 ‘우연’이 아니라 ‘당사자 사이에 있어서 결과를 확실히 예견하거나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는’ 성질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가치평가와 무관한 개념이어서 선수들의 기량 등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경기의 결과를 확실히 예견할 수 없고 어느 일방이 그 결과를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을 때에도 이를 도박죄에서 말하는 우연의 성질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④ 골프를 비롯한 운동경기와 화투, 카드, 카지노 등 사이에 승패의 결정에 경기자의 기능과 기량이라는 요인과 이와 무관한 우연이라는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매우 상대적이고, 설사 기량 차이가 있는 경기자 사이의 운동경기라 하더라도 핸디캡의 조정과 같은 방식으로 경기자 간에 승패의 가능성을 대등하게 하거나 승리의 확률이 낮은 쪽에 높은 승금을 지급하고 승리의 확률이 높은 쪽에 낮은 승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재물을 거는 당사자 간에 균형을 잃지 않게 하여 실제로 우연이라는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는 도박의 조건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⑤ 내기골프에 있어서 승금은 정당한 근로에 의한 재물의 취득이라고 볼 수 없고 내기골프를 방임할 경우 경제에 관한 도덕적 기초가 허물어질 위험이 충분하므로 이를 화투 등에 의한 도박과 달리 취급하여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⑥ 연금, 포상금, 마이너스옵션계약과 관련하여 국가나 프로구단 등이 선수에게 지급하는 재물은 긍정적인 가치창출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고, 도박의 승금과 같이 평가할 수 없다. 또한 스킨스 방식의 골프경기도 도박에 해당할 수 있고, 프로골프 선수끼리 내기골프를 하는 경우에도 도박에 해당할 수 있는 바, 여기에 어떤 불합리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4. 대법원의 판단과 대상 판결의 의의

(1) 대법원의 판단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먼저 “‘우연’이라 함은 주관적으로 ‘당사자에 있어서 확실히 예견 또는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는 사실에 관하여 승패를 결정하는 것’을 말하고, 객관적으로 불확실할 것을 요구하지 아니하며, 당사자의 능력이 승패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다소라도 우연성의 사정에 의하여 영향을 받게 되는 때에는 도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위와 같이 전제한 다음 대법원은 “원심이 이 사건 내기골프가 도박죄의 구성요건이 요구하는 행위의 정형성을 갖추고 있고 그 정도가 일시오락에 불과하지 않는 한 도박죄의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도박에 해당한다고 전제한 다음, 피고인 3은 26회에 걸쳐, 나머지 피고인들은 32회에 걸쳐 원심 판시와 같은 도박을 상습으로 하였다는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2) 대상판결의 의의
1심 판결과 대상판결을 비교하여 볼 때, 1심 법원은 ‘우연의 의미’에 관해 ‘결과의 객관적 불확실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한 데 비해, 대법원(및 항소심 법원)은 ‘결과의 주관적 불확실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그러한 전제 하에서 ‘도박이 성립하기 위한 우연성의 정도’에 관해 1심 법원은 ‘지배적이고 결정적인 부분이 우연에 좌우될 것을 요한다’고 판단한 데 비해, 대법원은 ‘다소라도 우연성이 있으면 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요컨대 대상판결은 ‘도박죄에 있어서 우연의 의미’와 ‘승패 결과에 있어서 우연성의 정도’에 관해 대법원이 처음으로 명시적으로 그 견해를 밝혔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5. 다운로드 : 대법원 2008년 10월 23일 선고 2006도 73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