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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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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축구협회가 존재하는 특이한 나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최근 세계 각 대륙에서 월드컵예선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유럽대륙도 53개팀이 9개 그룹으로 나누어 본선진출권을 얻고자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자신의 국가를 대표하는 1팀이 출전하는 여느 보통 국가들과 달리 국가명이 “The United Kingdom”인 영국은 4개의 축구팀이 월드컵 예선에 참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England, Scotland, Wales, Northern Ireland’가 그 4팀입니다. 이들 4팀이 대표하고 있는 곳은 외교적으로 하나의 국가로 독립된 국가들이 아닙니다. 모두 “The United Kingdom”에 소속된 지역들입니다.

영국은 자신의 나라를 대표하는 1개의 축구협회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4개의 각각 독립된 축구협회가 있는 특이한 나라입니다. 영국은 FIFA가 처음 창설될 당시에는 참여하지 않았는데 FIFA로부터 4개의 축구협회를 모두 독립된 회원국으로 받아주겠다는 약속을 받고서야 월드컵에 참여하기 시작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축구리그도 4개 지역별로 별도로 존재하며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됩니다. 박지성 선수가 뛰고 있고, 우리가 알고 있는 프리미어리그는 엄밀히 말하면 영국 축구리그가 아니라 잉글랜드 축구리그를 가리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월드컵본선에서 보는 잉글랜드팀은 영국(“The United Kingdom”) 국가대표팀이 아닙니다. 영국의 4팀 중 하나인 잉글랜드팀이라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한 내용입니다. 월드컵 본선에서 4팀 중 잉글랜드팀만 볼 수 있는 것은 가장 우수한 실력을 지니고 있는 잉글랜드가 그래도 월드컵 본선에 가장 많이 참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팀도 8회나 본선 진출을 할 정도로 녹녹하지 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고, 이번 2010년 월드컵 본선진출의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월드컵과 달리 올림픽에서는 영국 축구팀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올림픽은 월드컵과 달리 한 나라에서 4개의 축구팀이 참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고, 영국의 4개 지역도 하나의 대표팀을 구성하려는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2012년 올림픽이 런던에서 열리는데, 영국 내에서는 그 올림픽에는 영국 축구팀이 참가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논의를 조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는 아직까지 그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고 있습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과연 영국 축구팀을 볼 수 있을 지, 재미있게 지켜볼 점입니다.

1개 나라 4지역인가, 4개의 나라인가?

영국인들의 축구사랑이 유별나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달리 영국에서는 축구협회가 4개나 존재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 ‘English legal system’이라고 하면 ‘영국 전체’의 legal system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잉글랜드와 웨일즈만의 legal system을 뜻합니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잉글랜드, 웨일즈와 구별되는 독립적인 법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교육제도도 잉글랜드와 구별되는 독립적인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스코틀랜드에서는 독립적으로 자신들의 화폐를 발행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독립하여 발행된 화폐도 잉글랜드나 웨일즈 지역에서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런 각 지역의 독립성, 그리고 그로 인한 독자성을 띤 제도들로 인해 영국에 관한 질문은 쉽게 답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예컨대 “영국에는 100파운드의 지폐가 존재하나요?” 라는 질문과 같은 경우입니다. 잉글랜드에서는 50파운드가 가장 고액의 지폐입니다. 환전을 위해 우리나라 은행을 가 보아도 100파운드의 화폐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스코틀랜드에서는 100파운드의 지폐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잉글랜드를 비롯한 다른 지역 등에서는 쉽게 발견되기 어렵지만, 그래도 그 100파운드의 화폐는 잉글랜드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각 지역의 독립성은 언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도 영어를 사용하지만 그들의 영어는 발음, 억양 등에서 독특하고, 심지어 어휘 등에서 많은 차이를 보여 영어를 모국어로 가지고 있는 같은 영국인인 잉글랜드 사람조차도 그 방언을 알아들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특이한 점은 스코틀랜드인 스스로 그 방언을 즐겨 사용하며 자랑스러워 할 뿐, 그 방언을 대신하여 현대의 영어로 통일적으로 사용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스코틀랜드는 또한 잉글랜드나 영국의 다른 지역들과 구별되는 자신들을 대표하는 많은 상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들의 독자성을 자랑스러워 합니다. 한 조사에 의하면 많은 스코틀랜드인들은 잉글랜드인들을 ‘우둔하고 소심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자신들을 ‘강건하고 외향적이며,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웨일즈의 경우에는 법제도 등 많은 제도들을 잉글랜드와 같이 하고 있어 그 독자성이 스코틀랜드처럼 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웨일즈 지역 인구의 20% 이상(50만명이 넘는 수)이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고, 영어와 구별되는 웰쉬어를 모국어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잉글랜드와 구별되는 자신들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들이 각 방면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각 지역이 법률적, 문화적, 언어적 독자성을 지니고 있는 4개의 나라를 한 국가라고 하는 것이 맞을까요? 호기심이 들어 대학강사인 영국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영국인들은 4 지역을 독립된 별개의 나라로 느끼느냐, 그렇지 않으면 하나의 나라 속에 조금은 독자성이 있는 4개의 지역으로 인식하고 있느냐?” 그 대학강사의 대답은 “대단히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라는 것입니다. 그 대답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영국인들 스스로는 외국에서 보는 것과 큰 차이로 4지역의 독립성을 생활 속에서 강하게 느끼면서 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The United Kingdom’과 ‘England’, ‘British’와 ‘English’

영국의 이런 유별난 지역적 독립성을 감안할 때 영어 사용을 함에 있어 조금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흔히 한영사전에는 ‘England’를 넓은 뜻으로 영국이라고 해석하고 있고 이로 인해 우리는 영국 전체 또는 영국 국가를 ‘England’로 표현하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영어를 모국어로 쓰고 있는 영국인들은 ‘England’를 자신들의 국가인 ‘영국’을 표현하는 어휘로 인식하고 있지 않습니다. ‘The United Kingdom’(‘UK’)으로 알고 있을 뿐입니다. ‘England’라고 하면 ‘UK’에 속한 스코틀랜드, 웨일즈 등과 구별되는 한 지역인 ‘England’로 인식할 뿐입니다. 또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등 모든 지역을 포함한 ‘영국적인’, 또는 ‘영국인’들을 표현하는 영어로 ‘British’ 또는 ‘The British’를 사용하지, ‘English’나 ‘The English’로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한편 영국에서는 ‘Great Britain’(‘GB’)이라는 표현도 많이 듣고 보게 되는데, 이는 영국(‘UK’)에서 북아일랜드를 제외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가 위치한 큰 섬을 의미하거나 또는 그 세 지역 자체를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박용대 변호사는 현재 영국에 있는 'King's College London'에서 연수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