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헌가1, 2004헌가4(병합)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 제2호 위헌제청

◇학교정화구역에서 극장영업을 금지하고 있는 학교보건법 조항 중 대학에 관한 부분은 직업의 자유, 표현 및 예술의 자유, 문화향유에 관한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고,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에 관한 부분은 같은 이유로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2003헌가1 사건
제청신청인은 1996. 12.경 광주 동구 충장로5가 62에 있는 광주극장을 인수하여 운영하고 있는 사람인바, 위 광주극장은 그곳 정문으로부터 19m 떨어진 곳에 '보문유치원'이란 교육기관이 위치하고 있다. 제청신청인은 위 극장이 위치하는 곳이 학교보건법 소정의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이므로 극장영업행위를 할 수 없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1999. 1. 24.부터 2001. 9. 7.까지 위 극장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그 소송이 현재 광주지방법원에 계속 중이다. 제청신청인은 위 소송계속 중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 제2호 중 '극장' 부분이 헌법 제15조의 직업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항으로서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위 법원에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은 위 신청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하였다.

(2) 2004헌가4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3고단1007 학교보건법위반 사건의 피고인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에서는 극장영업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2001. 8. 14.부터 2002. 11. 20.경까지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와 10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서울 종로구 연건동 178의 1에 있는 대학로극장의 영업행위를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되어 그 재판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계속 중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 제2호 '극장' 부분 등의 위헌여부가 위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여 직권으로 위헌심판제청을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 본문 제2호 중 '극장'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의 위헌여부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 및 관련규정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5조(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의 설정) ① 학교의 보건·위생 및 학습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교육감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을 설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은 학교경계선으로부터 200미터를 초과할 수 없다.
제6조(정화구역 안에서의 금지행위 등) ① 누구든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서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 및 시설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구역 안에서는 제2호, 제4호, 제8호 및 제10호 내지 제14호에 규정한 행위 및 시설 중 교육감 또는 교육감이 위임한 자가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인정하는 행위 및 시설은 제외한다.
2. 극장, 총포화약류의 제조장 및 저장소, 고압가스·천연가스·액화석유가스 제조소 및 저장소 제19조(벌칙) 제6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미

학교보건법상 '학교'의 의미는 학교보건법의 입법목적 및 학교보건법시행령의 규정의 취지를 종합하여 살펴 볼 때 학교보건법시행령 제2조에 규정된 모든 학교 즉, 유치원·초·중·고등학교 및 대학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율하는 '극장'의 의미는 그 사전적 의미 및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를 종합하여 살펴볼 때 연극 등의 공연을 위한 무대공연시설과 영화상영을 위한 극장 시설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

(1) 직업의 자유 침해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극장운영자의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임은 명백하다. 다만,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극장업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 자체에 관하여는 아무런 제한을 가하지 않고 있으므로 좁은 의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고, 직업수행의 자유를 일부 제한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음악·무용·연극·연예·국악 등 대부분의 무대예술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공연'은 예술의 자유의 핵심적 보호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며, 문화정책수립의 중요한 대상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과거 순수오락물로서 치부되었던 영화는 오늘날 예술의 한 장르인 영상예술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공연장과 영화상영관은 단순한 오락시설로서의 의미 이외에 문화·교육시설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2) 대학 정화구역 내의 극장금지에 대한 판단
이 사건 법률조항은 대학 정화구역 내의 극장을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법 제6조 제1항 단서에서 상대금지구역에 한하여 예외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 또는 법령에 의하여 이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있는 자 중에서 선발되므로 신체적·정신적으로 성숙하여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시기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대학생의 신체적·정신적 성숙성에 비추어 볼 때 대학생이 영화의 오락성에 탐닉하여 학습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적으며, 그와 같은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도 이는 자율성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하는 대학교육이 용인해야할 부분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대학의 정화구역에 관하여는 법 제6조 제1항 단서에서 규율하는 바와 같은 예외조항의 유무와 상관없이 극장에 대한 일반적 금지를 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결국, 대학의 정화구역 안에서 극장시설을 금지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극장운영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필요·최소한 정도의 범위에서 제한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반한다.

(3) 유치원·초·중·고등학교 정화구역 내의 극장금지에 대한 판단
0.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의 단서는 예외적 해제가 가능한 구역의 범위를 정화구역 가운데의 일정한 범위의 구역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모든 극장의 영업을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일정한 범위의 정화구역(이하 '절대금지구역'이라고 한다)을 예정하고 있다.
0. 오늘날 초·중·고등학교의 학생들은 대중문화의 가장 중요한 소비자 및 향유자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성인에 비하여도 뒤지지 않는 높은 수준의 문화적 욕구를 가지고 있다. 한편, 오늘날 청소년들은 인터넷의 광범위한 보급과 그에 따른 음란·폭력물의 무차별적인 전파, 그리고 비디오방, 비디오대여점 등을 통하여 선정적·폭력적인 영상물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됨으로써 광범위한 영상매체유해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청소년 보호를 위한 바람직한 정책은 공연과 영화의 상영을 제한하는 것보다는 양질의 공연물 및 영상물에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입법자로서는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학교부근의 공연장과 영화상영관을 그 종류 등을 불문하고 일체 금지할 것이 아니라 공연장 및 영화상영관의 종류를 구분하여 그로 인한 폐해와 혜택을 형량하여 그 폐해의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서도 아동·청소년들의 문화향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에는 절대적 금지로부터 제외시켜 그 금지에 대한 예외적인 허가를 허용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0.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문화재단 등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공연장 및 영화상영관, 순수예술이나 아동·청소년을 위한 전용공연장 등을 포함한 예술적 관람물의 공연을 목적으로 하는 공연법상의 공연장, 순수예술이나 아동·청소년을 위한 영화진흥법상의 전용영화상영관 등의 경우에는 정화구역 내에 위치하더라도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유해한 환경이라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학생들의 문화적 성장을 위하여 유익한 시설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바람직한 방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정화구역 내의 절대금지구역에서는 이와 같은 유형의 극장에 대한 예외를 허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전혀 인정하지 아니하고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도 이상으로 극장운영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이다.

(4) 예술의 자유·표현의 자유, 학생들의 행복추구권 등의 침해여부
0.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직업의 자유의 침해여부에서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은 이유로 극장운영자의 표현의 자유 및 예술의 자유를 필요한 이상으로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 아울러 입법자는 표현·예술의 자유의 보장과 공연장 및 영화상영관 등이 담당하는 문화국가형성의 기능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으므로 이 점에서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헌인 규정이다.
0. 대학생의 입장에서 문화를 자유롭게 향수하는 것은 직업교육으로서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오늘날 영화 및 공연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산업은 높은 부가가치를 실현하는 첨단산업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직업교육이 날로 강조되는 대학교육에 있어서 문화에의 손쉬운 접근가능성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기본권으로서의 의미를 갖게 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대학생의 자유로운 문화향유에 관한 권리 등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있다.
0. 아동과 청소년은 부모와 국가에 의한 단순한 보호의 대상이 아닌 독자적인 인격체이며, 그의 인격권은 성인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존엄성 및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보호된다. 따라서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성 및 행복추구권은 국가의 교육권한과 부모의 교육권의 범주 내에서 아동에게도 자신의 교육환경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 그리고 자유롭게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부여한다고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청소년들은 입시교육의 압력과 중압감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 하에 있는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문화시설과 학교와의 거리는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만으로 계산할 수 없는 심리적 거리를 창출한다. 우리사회의 아동·청소년이 건전한 공연문화와 영상문화를 마음껏 향유하지 못하는 보다 궁극적인 책임은 우리사회의 궁핍한 문화환경, 입시위주의 교육과 지나친 교육열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나,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아동·청소년의 문화향유에 관한 권리 등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과 형성을 고려하지 않은 입시교육만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는 보호위주의 입법정책에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일부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과 적용중지명령

이 사건 법률조항이 초·중·고등학교·유치원 부근의 정화구역에 관하여 적용되는 경우 그 위헌성이 인정되는 부분은 학교의 교육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는 유형의 극장도 모두 일률적으로 금지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이유로 하여 단순위헌의 판단이 내려진다면 합헌적으로 규율된 새로운 입법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제한상영관을 제외한 모든 극장이 학교정화구역 내에도 자유롭게 설치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결과 단순위헌의 결정이 내려진 후 입법을 하는 입법자로서는 단순위헌결정이 내려진 이후 설치된 극장에 대하여 새로운 입법수단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초·중·고등학교·유치원 정화구역 부분에 관하여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한다.

3. 결정의 의의

0. 이 사건 법률조항(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 본문 제2호) 가운데 대학(교) 정화구역 내에서도 극장의 영업을 금지한 부분은 이 결정에 의하여 효력을 상실하였다. 따라서 제한상영관을 제외한 모든 극장이 대학부근에서 자유롭게 영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참고: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영화만을 상영하도록 규율되는 제한상영관은 영화진흥법에 의하여 그 영업지역의 제한을 받게 되는바, 학교보건법 제5조에 의한 학교정화구역은 제한상영관의 영업이 금지되는 지역이다. 따라서 이 결정 이후에도 제한상영관은 대학 정화구역에서 영업할 수 없다(영화진흥법 제26조 제2항, 영화진흥법시행령 제11조의 2 제1호)].
0.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정화구역 내에서 극장의 영업을 금지한 부분은 이 결정에 의하여 위헌적인 규정임이 선언되었다. 입법자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의 취지를 참고하여 합헌적인 내용으로 마련된 새로운 입법을 마련할 수 있으며, 그와 같은 새로운 입법이 마련되기 전까지 이 부분 법률조항은 그 적용이 중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