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법적 제도◇

2. 소유와 경영의 분리 – 주주총회, 이사회 및 대표이사

현대 회사법은 대체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원칙으로 주주총회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이사 또는 이사회에 경영권을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소유와 경영을 분리시키는 이유로는 (i) 주주는 회사채무에 대하여 유한책임을 진다는 점, (ii) 주주의 대중화 현상에 따른 경영의 중립성 확보 필요성, (iii) 경영의 전문화의 필요성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상법도 이사회 중심주의를 취하고 있습니다. 즉, 통상 회사의 경영권을 행사한다고 함은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결정권을 가지고 회사의 운영에 관련된 사무를 처리하고,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의미하는바, 우리 상법은 일반적인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결정권을 이사회에 부여하고 있습니다(상법 제393조 제1항 참조).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나. 주주총회, 이사회 및 대표이사의 권한

(1) 주주총회의 권한

주주총회는 주식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으로서 상법이나 상법상 정관에 정한 바에 따라 주주총회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사항(주로 회사 운영의 근본적인 사항)에 대한 결정권을 가집니다 . 상법상 의결요건별로 주주총회의 권한 사항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결의사항

결의요건

특수결의

이사, 감사 등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면제(상법 제400조, 제415조, 제542조 2항), 주식회사의 유한회사로의 조직변경(604조 제1항)

 의결권 없는 주식을 포함한 총주주의 동의

특별결의

정관변경(제434조), 주식분할(상법 제329조의2), 주식매수선택권(Stock Option)의 부여(상법 제340조의2), 이익소각(상법 제343조의2), 주식의 포괄적 교환, 이전(상법 제360조의13, 제360조의16),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 영업 전부의 임대 또는 경영위임, 타인과 영업의 손익 전부를 같이 하는 계약 기타 이에 준할 계약의 체결, 변경 또는 해약, 다른 회사의 영업 전부의 양수 (제374조 1항), 사후설립(상법 제375조), 이사 또는 감사의 해임(제385조 1항, 제415조), 액면미달의 신주발행(제417조 1항), 주주 이외의 자에게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는 경우에 중요한 사항(제513조 제3항, 제516조의2 제4항), 회사해산(제518조), 회사 계속(상법 제519조), 합병계약서 승인(제522조 3항), 분할, 분할합병(상법 제530조의3 제2항), 신설합병에서의 설립위원의 선임(상법 제175조 제2항)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2/3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1/3 이상의 수

보통결의

이사 및 감사의 선임(상법 제382조 제1항, 제409조 제1항), 청산인의 선임 및 해임(상법 제531조 제1항, 제539조 제1항), 이사, 감사 및 청산인의 보수 결정(상법 제388조, 제415조, 제542조 제2항), 재무제표등의 승인(상법 제449조 제3항), 청산대차대조표등의 승인(상법 제534조 제5항) 등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1/4 이상의 수 (가부동수인 경우는 부결)

(2) 이사회 및 대표이사의 권한

위와 같은 상법에서 주주총회의 권한으로 한 사항 또는 상법에 유보한 바에 따라 정관으로 주주총회의 권한으로 하기로 한 사항을 제외한 중요재산의 처분, 대규모 재산의 차입, 지배인의 선임 및 해임, 지점의 설치, 이전, 폐지 등 업무집행 결정권은 이사회에 있습니다(상법 제393조 제1항). 이러한 이사회의 권한 사항의 예로는 주식양도를 제한할 경우 그 승인(상법 제335조 제1항), 주주총회의 소집(상법 제362조), 이사의 경업거래와 겸직의 승인(상법 제397조), 이사의 자기거래의 승인(상법 제398조), 사채발행(상법 제447조) 등이 있고, 정관에서 주주총회의 권한으로 유보할 수 있는 이사회의 권한 사항으로는 대표이사의 선정(상법 제389조 제1항), 신주발행(상법 제419조),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상법 제513조 제2항, 516조의2 제2항) 등이 있습니다. 즉, 우리 상법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이상으로 삼아 일반적인 업무집행 결정권을 이사회에 부여함으로써, 회사경영에 대한 권한을 주주총회보다 이사회에게 더 부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회사의 대표권 및 구체적인 업무집행권은 대표이사에게 있습니다(상법 제389조 제3항, 제209조 제1항). 대표이사는 정관에서 주주총회에서 선정하기로 하지 않는 이상 이사회 결의에 의하여 선정하며(상법 제389조 제1항), 이사회 결의는 정관에 의하여 그 요건을 강화하지 않은 이상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하여야 합니다(상법 제391조 제1항). 요컨대, 상법이나 정관에서 주주총회의 권한으로 한 근본적인 사항 외의 일상적인 사항과 관련하여 회사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어떤 주주가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의 과반수 이상을 자기의 뜻에 따르는 이사를 선출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보통결의로써 선출하는 바(상법 제382조 제1항), 정관에서 집중투표제(상법 제382조의 2)를 배제한 경우, 당해 주식회사의 과반수 이상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이사 전원을 자신의 뜻에 따라 선출할 수 있게 됩니다.
즉, 대주주라고 하더라도 상법 등에서 주주총회의 권한 사항으로 정한 사항 외의 회사의 업무집행과 관련하여 주주가 직접 회사의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며, 대표이사와 이사회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대주주는 그가 선출한 이사 및 대표이사를 통하여 회사의 경영권을 간접적으로 행사하거나, 그 대주주가 자연인인 경우 직접 회사의 대표이사가 되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입니다. 또한, 대주주가 선출한 이사나 대표이사라고 하더라도, 그 이사나 대표이사가 대주주의 뜻과는 다른 방식으로 회사를 경영할 경우에도, 그들의 행위는 법령에 정한 요건을 갖추어 행위한 경우에는 유효하며, 그 행위 전에 특정 행위 금지 가처분 명령 등 법원으로부터 재판을 받아 행위 금지 조치가 내려진 경우 외에는 이사의 해임 결의, 손해배상 청구 등 사후적인 조치를 통하여 경영권을 통제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 그림자투표(Shadow Voting)

증권거래법은 의사정족수 미달로 인하여 주주총회가 유회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증권예탁결제원(이하 “예탁원”)에 예탁된 주식의 의결권 행사에 대하여 예탁원이 예탁자 또는 고객의 신청에 의하여 예탁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증권거래법 제174조의 6 제5항). 즉, 예탁원 명의로 명의개서된 주권을 소유하고 있는 주주가 주주총회일의 5일전까지 예탁원에 그 의결권을 직접행사∙대리행사 또는 불행사의 뜻을 표시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예탁원이 그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증권거래법 제174조의6 제5항 본문). 다만, 다음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탁원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① 주권의 발행회사가 예탁원의 의결권행사에 관한 내용을 주주에게 함께 통지 또는 공고하지 아니한 경우
② 주권의 발행회사가 예탁원으로 하여금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할 것을 금융감독위원회에 요청하는 경우
③ 주주총회의 회의목적사항이 주식교환, 주식이전, 영업양수도∙임대 등, 자본감소, 해산, 회사의 계속, 합병, 회사분할 또는 분할합병, 유한회사로의 조직변경인 경우
④ 당해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직접 행사 또는 대리행사하는 경우

예탁원은 당해 주주총회의 참석주식수에서 예탁원이 행사할 주식수를 차감한 주식수의 찬성 및 반대(기권 및 무효 포함) 비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게 됩니다. 따라서 예탁원이 의결권을 행사하더라도 의사 결정에는 영향이 미치지 않게 됩니다(증권거래법 시행규칙 제26조의3).

이러한 그림자투표가 인정됨에 따라, 대주주의 주식보유율이 50%를 넘지 아니하더라도, 그러한 대주주의 회사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가 가능하게 됩니다. 즉, 상장법인이나 협회등록법인 등의 경우 통상 대주주는 주주총회에 참석하나, 다른 실질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석율이 매우 저조한바, 출석주주 중에서 대주주의 지분이 과반수를 넘기만 하면 그림자투표에 따라 그 대주주의 의사에 따라 주주총회의 결의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선희 변호사, 명한석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