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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목! 이 판례

□이메일 내용의 공개와 비밀누설

- 대상판결: 대법원 2008년 4월 24일 선고 2006도 8644 판결
- 사 건 명 :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


1. 사건의 개요

A주식회사의 기술부차장인 B는 C(피해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엔진부품에 대한 보조발전기 정비사업권 및 연구개발 지원금을 D주식회사에 알선해 주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였습니다. 그 후 피고인 을은 위 이메일의 내용을 확보한 피고인 갑으로부터 위 이메일의 출력물 사본(이하 ‘이 사건 이메일 출력물’)을 넘겨받은 후, 자신이 D주식회사로부터 금품 및 향응수수를 받지 않았다는 결백함을 밝히기 위해 이 사건 이메일 출력물을 A주식회사의 징계위원회에 제출하였습니다.

한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법’) 제49조는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ㆍ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ㆍ도용 또는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법 제62조 제6호는 “제49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ㆍ도용 또는 누설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고인 갑과 피고인 을은 모두 위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되었고, 1심판결은 두 피고인 모두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였는데, 원심판결(부산지방법원 2006. 11. 16. 선고 2006노 2266 판결)은 피고인 갑에 대하여는 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반면 피고인 을에 대하여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에 피고인 갑과 검사는 원심판결에 대해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습니다.


2. 법 제49조 및 제62조 제6호의 해석

대법원은 법 제49조에 규정된 타인의 비밀이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로서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본인에게 이익이 있는 것”이라고 하여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 7309 판결 등).

한편 최근 대법원은 ‘피고인이 타인의 급여번호와 비밀번호를 무단 이용하여 학교법인의 정보통신망에 보관 중인 급여명세서를 열람 및 출력한 다음, 타인의 이름 및 소속 등을 일부 삭제하여 비밀보유자가 누구인지를 인식하기 어렵게 만든 후 이를 계속 중인 소송에 증거로 제출한 사안’에서도 피고인의 행위가 법 제49조에 규정된 ‘타인의 비밀 누설’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도 6389 판결).


3. 원심판결과 대상판결의 내용

(1) 원심법원이 무죄판결을 한 이유

원심판결은 피고인 을에 대한 무죄판결의 이유로 먼저 “피고인 을이 피고인 갑으로부터 넘겨받아 A주식회사의 징계위원회에 제출한 이 사건 이메일 ‘출력물 사본’은 법 제62조 제6호에 규정된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ㆍ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 또는 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원심판결은 “위 ‘이메일’이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ㆍ보관 또는 전송되었던 것이라 하여 위 ‘이메일 출력물 사본’이 법 제62조 제6호에 규정된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ㆍ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 또는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피고인 을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원심판결의 취지는 “이메일 자체가 아닌 그 출력물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ㆍ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 또는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한 이유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먼저 “이 사건 이메일 출력물이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ㆍ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함은 원심판단과 같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뒤이어 대법원은 “공소사실은 피고인 을이 피고인 갑으로부터 건네받은 이 사건 이메일 출력물을 위 징계위원회에 제출함으로써 (중략) 피해자의 비밀인 위 이메일의 내용을 누설하였다는 것”이라고 전제한 후, “이 사건 이메일 출력물이 법 제62조 제6호, 제49조 소정의 ‘타인의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피고인 을의 행위가 위 규정에 정해진 ‘타인의 비밀을 누설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함과 동시에 “이러한 해석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하는 확장해석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함으로써, 이 사건 중 피고인 을에 대한 부분을 원심으로 돌려 보냈습니다.


4. 대상판결의 의의

암묵적으로 원심판결의 주된 근거는 “피고인 을은 피해자의 이메일을 직접 출력한 것이 아니라 제3자를 통해 취득한 ‘출력물 사본’을 제출한 것인데, 이러한 행위는 위 규정 소정의 ‘타인의 비밀 침해ㆍ도용 또는 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피고인 갑의 행위 태양이 피고인 을과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 갑에 대한 유죄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명시적으로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ㆍ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을 정보통신망으로부터 직접 취득하지 않고 제3자를 취득한 자라 하더라도 그 정을 알면서 그 비밀을 알지 못하는 제3자에게 이를 알려준 경우에는 위 규정 소정의 타인의 비밀 누설죄가 성립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이러한 대상판결의 취지는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는 방법’과 ‘타인의 비밀 자체’를 혼동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근래 정보통신망 및 기술의 발전에 따라 타인의 이메일 계정에 접속하거나, 또는 타인 사이에 주고 받은 이메일의 내용을 알아내거나, 나아가 그 내용을 타인에게 공개할 기회가 상당히 많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누군가가 타인의 이메일 내용을 함부로 공개하는 것에 대하여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5. 판결문 다운로드 :2006도8644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