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구조화 금융상품과 내부통제의 준수◇

2007년 4월 미국 제2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회사인 뉴센트리파이낸셜(New Century Financial)이 파산 신청을 내는 것을 시작으로 현실화된 서브프라임모기지대출(Sub-Prime Mortgage Loan, 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의 위험은 전세계 경제의 앞날을 불안하게 하였고 2008년 새해가 시작되었으나 그 영향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주택담보부대출시장의 부실이 세계화 경제의 기류를 타고 전지구촌을 누비며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나 그 부실의 위험이 구체적으로 어느 곳에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가에 대한 파악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주가가 폭락하고 신용경색의 위기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한국경제가 서브프라임모기지의 영향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만은 명백한 듯 하다.

서프프라임모기지대출이란 신용도가 일정 기준 이하인 저소득층을 상대로 한 미국의 주택 담보 대출을 말하는 것으로, 미국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 부동산 가격의 급등이 이어지자 미국 금융기관이 취급하는 서브프라임모기지대출의 액수는 경쟁적으로 증가하여 미국 주택 담보 대출 시장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2년 말 3.4%에서 2006년 말에는 13.7%로 급상승하였다. 그런데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대출을 해 주는 것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주택저당증권(MBS; Mortgage Backed Securities), 채권담보부증권(CBO; 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 부채담보부증권(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등의 복잡한 구조화 금융상품을 발행, 판매하였다. 이러한 복잡한 구조의 구조화 금융상품들이 만들어 지고 전 세계의 금융기관들에게 판매됨으로 인해 그 근본 자산인 서브프라임모기지의 부실은 어느 곳으로 팔려 나갔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조차 없는 구조화 금융상품들을 따라 전 세계 경제에 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또 얼마 전 프랑스 제2위의 은행인 소시에테 제너랄은행(SG)의 한 선물 딜러가 파생상품인 선물의 악덕거래(rogue trade)를 통해 프랑스 은행 사상 최대의 손실을 SG에 입힌 사실이 밝혀졌다. 이 선물딜러는, 달리 사익을 추구할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며, 뛰어난 성과를 올려 높은 보너스와 은행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의도에서 이러한 거래를 하였다고 하는데, 이러한 거대한 액수의 피해를 은행에 입힐 때까지 어느 누구의 제재나 감독도 받은 바 없이 자유롭게 이러한 악덕거래를 해 왔다고 한다. 2008년 1월 21일 SG가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선물시장에서 대규모의 포지션을 청산함으로 인해 아시아 증시는 다시 한번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위 사례들은 세계 금융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월가의 세계적 금융기관들이 주장해 온 금융의 세계화와 복잡한 구조화 금융상품들이 적절한 통제를 받지 않는 경우 얼마나 방대한 내용의 피해를 전세계에 일으키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금융투자의 내용이 지나치게 눈앞의 이익 추구쪽으로만 기울 경우 자칫 금융자본주의가 도박과 같은 내용으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들기도 한다.

가능한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모든 기업의 목적이며 금융기관들 역시 이러한 기업에 해당한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이익추구는 요행을 추구하는 도박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구분을 위하여 각 금융기관의 내부통제 준수(compliance)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여야 한다. 거시적 차원에서 정부 및 감독당국의 적절한 수준의 규제도 필요할 것이나 일차적으로는 각 금융기관 스스로의 compliance가 필요하며 또 바람직하다. 금융기관들이 도박이 아닌 투자를 통하여 이익을 추구하도록 하기 위하여 위험의 통제 및 관리에 관한 일정한 원칙과 규칙들은 언제나 준수되어야 할 것이고 각 금융기관의compliance부서는 이러한 기본적 규칙의 준수를 끊임없이 리마인드(remind)시켜 주는 역할을 담당하여야 할 것이다. 최일선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트레이더들도 이러한 compliance부서와의 협력을 고루한 규제라고 여기지 말고 최소한의 기본적 원칙과 규칙들을 준수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적극적, 공격적으로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금융기관, 트레이더의 입장에서 규칙의 준수를 요구하는 compliance는 때로는 업무의 걸림돌로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물론 새로운 발상과 행동을 제한할 정도의 지나친 규제나 규칙들은 금융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이 추구하는 최대한의 이익의 추구는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원칙과 규칙을 준수하는 행위를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최소한의 내부적 통제, 이성적 고려도 무시하고 요행을 바라며 이루어지는 행위들은 다행히 엄청난 이익을 가져왔다고 하더라도 도박에 불과할 것이며 곧 동일한 방식으로 엄청난 손실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진리(truth)는 너무나 평범하고 진부하게만 보이는 상식, 원칙들 속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행위를 하기 전 그 행위의 정당성을 가늠해 보고, 그 행위로부터 파생될 위험을 성실하게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은 행동의 기본 원칙 중 하나이다. 세계적 금융기관들은 첨단의 금융기법을 만들어 내고 더 빨리,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고자 앞으로만 달려오면서 이러한 원칙을 잊은 듯한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진리에 대한 존중 및 그 실행과 함께 나아가는 경우에만 첨단의 금융기법들은 비이성적 과열과 함께 몰락하지 않고 진정한 의미의 이익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임지아 변호사(법무법인 지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