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통신

미국 로스쿨 졸업생들의 양극화

지난 9월 24일자 Wall Street Journal 1면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미국 변호사 시장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Rich Getting Richer, Poor Getting Poorer). 16만불에 달하는 1년차 변호사 연봉은 소수의 일류 로스쿨 출신 변호사나 중, 하위권 로스쿨에서 최고 성적을 받는 극소수 변호사에게나 기대할 수 있는 것이고 대다수의 로스쿨 졸업자들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따른 심각한 취업난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주된 요지였다.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의 로스쿨들이 학생 유치를 위해 이러한 로스쿨 졸업 이후의 취업 관련 어려움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거나 부정확하고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우리도 로스쿨 제도의 시행을 얼마 남겨 두지 않고 있다. 우여곡절끝에 로스쿨 총 정원이 2,000명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이해 당사자간의 의견 대립은 여전히 첨예한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 정작 로스쿨 제도의 직접적인 수요자인 학생들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고 제도 보완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 같아 아쉽다. 로스쿨에 관심있는 학생이나 직장인들 조직적으로 이 문제에 대응할 수 없는 만큼 제도 도입을 관장하고 있는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아직 추측하기에는 이르지만 로스쿨 졸업자들이 배출되는 시점에 있어서 가능 큰 문제는 소위 중, 하위권 로스쿨, 지방 로스쿨 졸업자들의 취업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논란이 되고 있는 로스쿨 총 정원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는 문제인데, 단순히 인구나 GDP 또는 사건 대비 변호사 수만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또한, 막연히 많은 숫자의 변호사가 배출되면, 국민의 변호사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그간 개척되지 못했던 다양한 법률 수요가 발굴될 것이라고만 생각해서도 안될 것이다. 최근 해외로 진출하는 한국 기업의 법률 수요에 맞추어 국내 로펌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정한 조직과 능력을 갖춘 로펌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로스쿨에서 별다른 전문성 없이 중, 하위권 성적을 받고 졸업한 후 변호사가 되는 상당수의 변호사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3년의 로스쿨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서는 1억원을 웃도는 비용이 소요될 것이고 교육부도 9천만원까지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을 준비하고 있다(미국의 경우 2006년도 졸업자 기준으로 1인당 평균, 공립학교는 $54,509, 사립학교는 $83,181를 학교, 정부 및 민간 기업으로부터 빌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고액의 학비는 일정 부분 고액 연봉을 받는 변호사가 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미국의 로펌 1년차 변호사 연봉 인상도 20년간 3배 이상 증가한 학비와 연관성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로펌들이 서울에 있고, 이러한 로펌들이 자발적으로 지방에 소재한 로스쿨 졸업생들을 적극적으로 리크루트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기존에는 사법시험 합격자라는 동일한 브랜드를 가지고 연수원을 수료하여 변호사가 되었지만, 이제는 자신이 졸업하는 로스쿨 브랜드를 가지고 변호사가 되는 것이어서 기존의 사법연수원생이라는 브랜드 가치는 사라지게 된다. 기업이나 정부의 입장에서도 상위권 로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들을 유치하고 싶어 할 것이다. 시민단체도 이러한 고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분명 보다 많은 변호사가 배출되면 새로운 영역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진취적인 변호사들이 배출될 것이고, 국민들이 좀더 값싼 비용을 지불하고도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로스쿨 총정원은 이러한 기본적인 사회적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에는 이르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양적인 논의에 우선하여 위와 같은 기본적인 사회적 요구를 충실히 실천 할 수 있는 양질의 변호사를 양성 하는 질적인 측면의 제도 논의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로스쿨을 인가받고자 하는 대학과 이를 인가하는 정부가 1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가며 로스쿨을 다니고 졸업하게 될 로스쿨 수요자의 측면에서도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내실 있는 교육을 준비해야 하고 특히 특정 분야를 전략적으로 육성, 전문화, 특성화 하는 것을 통해 스스로를 차별화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변호사 업계에서 국제화, 전문화가 화두가 된지는 꽤 오래되었고, 이러한 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공급자가 성공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도 로스쿨 인가시 이러한 측면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정부는 로스쿨 졸업생이 배출된 이후 로스쿨들이 로스쿨 입학예정자들에게 제공하는 취업 및 급여 현황이 객관성과 정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겠다. 또한, 정부나 시민단체 등과 같은 공익 분야에서 업무를 시작하는 변호사들에게는 미국과 같이 학자금 대출의 금리 하향 조정, 상환 기간 유예 등과 같은 조치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특히나 로스쿨 제도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다루는 법조인을 양성하는 대단히 중요한 교육 시스템이다. 그런 만큼 로스쿨 제도가 특정 집단의 이해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하여 도입될 경우 변호사업계의 양극화와 중앙집중화를 더욱 부추기고 다양한 법률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 있는 법조인 양성이라는 목표 달성은 요원해질 것이다. 로스쿨 제도가 그 도입의 취지를 온전히 살리기 위해서는 로스쿨 제도의 논의가 이제 공급자에서 수요자인 국민, 로스쿨 학생, 로펌, 기업 및 시민단체의 관점으로 옮겨 가야 할 것이다.

이행규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현재 미국 뉴욕소재 White & Case에서 International Lawyer로 근무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