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변호사

이 달에 지평 뉴스레터팀에서 만난 박현주 미국변호사는 항상 밝고 건강하게 웃는 모습으로 동료들 뿐만 아니라 직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 20년 경력의 베테랑 변호사임에도 늘 소탈하고 유쾌한 모습이 함께 일하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든다. 박현주 미국변호사를 만나 법무법인 지평에서 일하기까지의 경험과 국제금융업무에 대해 들어본다.

 
Q 현재 지평에서 주로 맡고 계신 업무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A 저는 자문파트 Foreign Legal Consultant로 주로 맡고 있는 일은 국제금융업무입니다. M&A, 부동산매입 등과 관련된 은행금융, 일반금융보다 특화된 프로젝트 파이낸스, 그리고 해외기업이나 국제은행들에 대한 자문을 한국변호사들과 함께 처리하고 있습니다.

 
Q 프로젝트 파이낸스 업무는 어떤 것인가요?

A 일반적인 기업금융의 경우 보통 그 기업이 현재 가지고 있는 자산 가치나 수익성을 토대로 신용여력을 판단하여 금융 여부가 결정되는데, 프로젝트 파이낸스는 그와는 달리 미래의 수익성을 중요시하는 금융개념입니다. 간단히 말해 ‘내가 어떤 사업을 하고 싶은데 사업성이 너무 뛰어나서 지금 내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만약 이 사업이 성공하기만 하면 앞으로 수익성이 너무 좋을 것이다’라는 판단을 토대로 금융이 일어나는 것을 프로젝트 파이낸스라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위험성도 굉장히 높죠.

프로젝트 파이낸스는 여러 유형들이 있을 수 있지만 흔히 스케일이 큰 공공시설들이나 사회에 긴요한 기반시설의 건설과 운영을 위해 쓰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댐을 건설한다거나 정유공장, 발전소, 공항, 지하철, 유로도로나 터널 등의 건설이 있겠죠. 프로젝트 파이낸스에는 많은 당사자들이 참여를 하게 됩니다. 자기 자본을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equity sponsor로부터 시작해서 실제로 건설을 추진하게 될 건설사들, 금융기관들, 또 국가차원에서 추진되는 프로젝트에는 국가기관들이 개입될 수 있고, 프로젝트의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원자재를 대주는 공급자들이 있죠. 그러한 다양한 당사자들의 관계들이 튼튼해야 사업이 지속적으로 문제없이 진행될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석탄을 필요로 하는 화력발전소의 경우, 앞으로 몇 십 년 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석탄이 공급되어야 발전소가 가동을 해서 전기가 나오고 수입을 올려 금융을 감당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이런 여러 부분들이 연관되고 얽혀 있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위험성이 항상 내재되어 있고, 그런 위험성들을 하나하나 다 확인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생각해야죠. 또 그런 관계들과 해결책들을 법적으로 문제없도록 해서 프로젝트가 형성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일이죠. 관련된 당사자들과 문제점들이 아주 다양하니까요.

 
Q 이번에 저희 회사가 처리한 송도신도시건설 건도 프로젝트 파이낸스라고 보면 되는지요?

A 예, 그렇죠. 프로젝트 금융의 한 예라고 보시면 됩니다. 인천시가 땅을 팔고 매입한 대지에 주거시설, 상업시설, 공원, 병원, 국제학교 등 다양한 부대시설들을 건설하고 앞으로 그 시설들이 크게 활성화되고 새로 지어지는 신도시가 상업의 중심지가 되어 수익성이 높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금융이 추진되었던 것입니다.

 
Q 지평에서 처리한 업무 중 기억에 남는 업무가 있으시다면 어떤 것인가요?

A 아무래도 이번 송도신도시 건이겠죠. 송도신도시 건설의 첫 번째 금융단계가 끝났습니다. 앞으로 10년 넘게 추진될 프로젝트인데,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미국과 한국 투자가들을 포함하여 채권단 등 모든 관계자들이 정말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에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게 되면 아주 보람있고 멋진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 참 재미있어요. 변호사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때가 일에 재미있게 몰두하는 고객들을 만나 팀의 한 일원으로 가깝게 일할 때이지요. 이렇게 일할 때 진짜 시간가는 줄 모르거든요.

 
Q 외국로펌 등에서 오랫동안 변호사 업무를 하신 것으로 아는데, 지평에 오시기 전의 경력은 어떻게 되
    시나요?

A 1987년에 콜럼비아 법대를 졸업하고 뉴욕의 Simpson Thacher & Bartlett 라는 법률회사에 들어갔어요. 1900년대부터 있었던 아주 전통있는 로펌인데, 지금도 뉴욕 월가에서 10대 로펌 중 하나로 꼽히는 곳입니다. Simpson Thacher & Bartlett 에서 5년간 일을 했고, 그 곳에서도 금융업무를 많이 했어요. 92년도에 한국에 들어와서 법무법인 세종에서 4년 일했고, 그 다음에 Simpson Thacher & Bartlett 가 홍콩에 사무실을 내서 홍콩 지사에서 5년간 일을 했습니다. 그 곳에서도 주로 프로젝트 파이낸스를 담당했어요.

 
Q 프로젝트 파이낸스를 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A 그 때가 IMF가 터지기 직전이었는데 필리핀, 인도네시아, 타일랜드 등 동남아 각지에서 개발 사업이 한창 바쁘게 이루어지고 있던 때라 프로젝트 파이낸스 업무가 많았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Q 국내 여러 로펌을 마다하고 지평에 오셨는데, 어떤 가능성을 보시고 오셨는지요?

A 대부분 한국의 대형 로펌들은 경직되어 있다고 할까요? 어떻게 보면 유연성이 없다는 느낌을 좀 받았어요. 그런데 지평은 우선 일을 잘하고, 하고 싶어하고,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굉장히 유연성있게 일을 하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한국에서의 로펌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지만 그 기간을 지나오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해서 ‘지평이라면 정말 새로운 형의 회사를 만들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죠. 그게 제일 큰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Q 국내외 로펌에서의 경험을 통해 볼 때, 훌륭한 변호사의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제일 필수적인 것은 변호사니까 법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법을 잘 안다는 것이 단순히 법조문을 잘 아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적용하고 응용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지요. 사건이나 사업을 추진하려고 할 때 이슈들이 정리되어 있지 않거나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가 있다는 건 인식을 하지만 요지가 파악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일을 잘하는 변호사들은 문제를 설명하면 ‘이러 이러한 것들이 쟁점이군요.’ 라고 딱 정리를 할 수가 있어요. 그걸 들으면 너무 시원해져요.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방향이 잡히죠. 그런 능력이 일단은 기본인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지식을 제공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인드가 필요한 것 같아요.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변호사들을 보면 어드바이스를 주는 입장에서 이게 우리 생각이라고 말하고 딱 끝내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보다는 정말 클라이언트와 같이 고민하고, 일이 잘 되도록 배려해주는 마음 자세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클라이언트가 이만큼을 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내가 클라이언트라면 이것 이상으로 해 준다면 얼마나 좋아할까라는 생각, 그리고 고객이 기대한 이상으로 해 주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세 번째로는 집요하고 끈질겨야 해요. 어떤 문제나 업무를 두고 쉽게 정리하거나 처리하기를 원하는 것은 누구라도 가질 수 있는 바람일수 있지만 그런 마음을 누르고 - 예를 들어 계약서를 작성한다거나 리서치를 할 때 - 남들이 질릴 정도로 집중할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합니다. 만약 협상을 주로 하는 변호사라면 그런 끈질김과 함께 좋은 판단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사건건 변호사의 주장을 내세워 관철시키려고 하면 고객에게 오히려 불필요한 어려움을 안겨줄 수 있으니까요. 고객을 위해 정말 고수해야 하는 입장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잘 가려 판단을 해야 유리한 협상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business deal인 경우 협상의 주인은 언제까지 고객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판단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경험이 필수이지요.

마지막으로 변호사들은 법을 다루는 전문인들이기 때문에 윤리적인 바탕이 되어 있어야 하고 항상 어떤 기준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투철한 인식이 깔려 있어야 합니다. 아무래도 일을 너무 개념적으로 고객 위주로 하다보면 실수를 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몇 가지 성향이 잘 갖추어져 있다면 훌륭한 변호사라고 생각합니다.

 
Q 20여년의 변호사 생활을 통해 가장 기억에 남는 업무는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A 제가 2년차 때 했던 일인 것 같아요. 그 때 Simpson Thacher & Bartlett 에 아주 중요한 고객이 생겼어요. 아주 잘 알려져 있는 펀드였는데, 그 펀드의 창시자중의 한 분이 미국의 전 상공부장관이었지요. 이 펀드는 회사들을 인수해서 수익을 내는 펀드였는데 그 펀드가 하는 첫 거래를 Simpson 에 맡겼고, 그 인수물이 된 회사는 시카고 쪽에 있는 어느 철도회사였습니다. 이 회사가 경매에 나와 펀드가 입찰을 하는데 로펌의 주니어부터 시니어 변호사들까지 모두 합세해서 고객의 입찰을 도왔어요. 심지어 변호사 경력이 20년이 넘은 파트너가 계약서 복사하는 것을 지켜볼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낙찰이 되서 금융을 끝낼 때까지 몇 달을 끌었는데 그때 회사가 너무 바빠서 금융 쪽을 맡을 시니어 변호사가 부족했어요. 상대편 로펌은 유명한 회사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당시 2년차 변호사인 제가 금융실무를 맡게 되었어요. 그래서 정말 고생하면서 일한 기억이 나요. 일을 마무리하고 나서는 잘했다고, 2년차 변호사로서는 정말 기대 이상으로 잘 해냈다는 칭찬을 받았는데, 그것이 앞으로 내가 이 업무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나한테 책임이 많이 주어졌기 때문에 혼자 해나간다는 것이 겁도 났지만 흥분도 되고 해서 재미있게 했던 것 같습니다.

힘들었을 때도 물론 많았는데 대표적인 일로 몇 년 전 사업매각과 관련된 금융을 돕기 위해 런던에 가서 일주일 동안 거의 밤을 안자고 일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고객이 꼭 연말 전에 일을 성사시켜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별로 안 좋은 상황에서 협상테이블에 앉아 있었죠. 연휴는 다가오는데 식구들 선물은커녕 연하장 돌리는 것도 포기했지요. 크리스마스 전날 밤인가 겨우 일을 끝내고 혼자 짐을 싸들고 런던 공항에 밤비행기를 타러 갔지요. 면세점에서 사면 좋겠다 싶은 것들은 있었는데 너무 피곤해서 지갑도 못 꺼내겠더라구요. 스스로 생각해도 처량했어요(웃음).

 
Q 지평은 국제화를 지향하고 있는데, 그 의미와 내용은 어떤 것인가요?

A 우리의 고객들이 국제화되고 있고 세계가 국제화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고객이 한국기업으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외국기업인 경우도 있고, 상대편이 외국기업이거나 외국로펌이 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국에 국한된 일 뿐만 아니라 점점 국제적인 일의 한 부분을 돕기 위해 우리가 일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들로서도 그런 추세를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업무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고, 우리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그리고 그런 업무를 하기 위한 가장 기본은 영어능력을 갖추는 것이 되겠습니다.

 
Q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무엇인가요?

A 한국변호사들과 협력하여 재미있는 국제금융업무를 많이 처리하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 박현주 미국변호사 주요 처리 업무 -
  ㆍ International bank financing, project & corporate finance        및 M&A 업무 다수
  ㆍ 미국, 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등 국내외 유수
        의 은행, 금융기관, 기업에 대한 자문
  ㆍ Asia Global Crossing, Ltd., 한국전력 및 국내외 기업을
       대리하여 Joint Venture 설립 및 운영 관련 자문
  ㆍ J.P. Morgan Chase & Co., The Dai-Ichi Kangyo Bank,
       한국산업은행, 제일은행 등 국내외 은행의 각종 project
       financing, acquisition financing 및 syndicated loan 업무
       수행 (대한항공 및 Airbus사의 aircraft leveraged leasing
       관련 업무 포함)
  ㆍ Singapore Power, 한솔제지 외 기타 국내외 기업의 자산
       매각 및 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