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 5주년 기념글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 정원 변호사◇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

어린 시절 밤하늘을 바라 보는 걸 참 좋아했습니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알퐁스 도데의 별이었는지 아니면 생떽쥐빼리의 어린왕자였는지를 읽고 난 후인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니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 나도 언젠가 내 '스테파네트' 아가씨에게 하늘의 이곳 저곳을 가리키면서 행복에 잠길 날이 올 것 같은 다소 유치한 생각도 했던 것 같네요. 아버지께서 굴절망원경을 사주신 후부터 밤이 되면 달의 분화구나, 목성, 토성을 보는 즐거움에 중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비교적 큰 혜성이 지구에 근접할 때면 시골에 내려가 몇 시간 동안 혜성을 찾곤 했는데, 대부분 제 망원경으로는 제대로 보기 힘들었습니다(결국 지평에서 '혜성'을 보았습니다). 처음부터 감성적으로 시작한 취미인지라, 사춘기가 지나고 스테파네트가 가까운 미래에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생긴 후부터 제 망원경은 집안 창고 구석에 박혀 먼지만 먹게 되었고, 밤하늘을 바라 보는 일은 거의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차츰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잡지에서 본 기사는 저에게 밤 하늘의 매력에 다시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우주의 질량을 대부분 차지하는 것은 우리가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 은하가 아니라 그 사이에 존재하는 '암흑물질'이라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우리 눈에 쏟아질 듯 많이 보이는 별들이 아니라 그 사이 사이를 말없이 채우고 있던 그 무엇이 실제 우주의 대부분이었던 것입니다. 이 사실은 제게 여러가지 생각의 계기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이제 지평이 5살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지평을 만들어왔고, 앞으로 지평을 이끌고 갈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눈에 보이는 목표들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들 스스로의 마음, 그리고 그러한 마음과 마음이 교차하면서 만들어내는 관계가 아닐까 합니다. 어린왕자가 소행성 B-612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